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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우리가 탈물질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보이지 않으면 사라진 것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니까. 저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다가 금을 채굴하기 위해 산을 통째 날려버리는 광경을 우연히 보게 된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시작한다. 그는 자신의 결혼반지에 들어간 금을 채굴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광석이 필요한지 궁금해하게 되었고, 이윽고 우리의 현실 세계가 굴러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이 어디로부터 오는지 추적한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완성품들, 그것이 어떤 자원으로부터 어떻게 채굴되고 제작되어 현실에 왔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굳이 관심 가질 계기가 없으니 생각을 해 볼 일도 딱히 없다. 그러나 세계를 구성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우리는 여전히, 아니 갈수록 더 완전한 물질의 세계에 살고 있다. 책에서는 모래, 소금, 철, 구리, 석유, 리튬 여섯 가지 물질을 현대 사회의 필수 요소로 정리하고 이 물질들이 인류의 문명과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한다. 모래는 반도체의 핵심 재료이고 의약품엔 소금이 필수적이며 구리가 없다면 세계의 전기는 멈춘다.
나의 세계와 관련이 없다고 여길 때, 물질의 이름들은 사실 조금 따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역설적으로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세계의 유물이라고 생각한 물질들이 여전히 내 현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동안, 세계를 인식하는 관점이 변하며 새로운 재미가 조금씩 끓어오른다. 현실을 감각하는 새로운 눈을 뜨고 싶은 독자에게 필요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