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모든 상황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고 그중 하나가 백신의 개발이었다.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일반인의 입장으로서는 원래 백신이라는 것이 이 정도의 속도로 개발되는 건가 싶지만, 학계 내에서도 코로나19 백신의 개발은 전례 없는 빠른 속도였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여기 한 여성 과학자가 있다. 그의 관점에서 보자면 코로나19 백신은 낯선 상황과 우연이 만들어낸 갑작스런 발명품이 아니다. 과학계의 아웃사이더로서 평생 우직하게 비인기 영역의 연구에 쏟아부은 시간이 비로소 세상을 바꾼 결과로 이어졌을 뿐.
이 책은 그의 회고록이다. 어린 시절부터 생물학도였던 대학 시절을 지나 동료 과학자들마저 쓸모없다고 생각한 RNA 연구에 집착하는 과학자가 되어 가난하고 주목받지 못하는 삶과 연구를 이어가다 결국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타기까지, 그는 침착하고 단정한 문장으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자신과 자신의 연구 대상을 믿고 실험대 앞에서 평생을 버틴 여성 과학자는 팬데믹을 종식시켰다. 그저 가만히 있는 듯 보이는 묵묵한 버팀이 홀로 만들어 내는 일이 있다. 커털린 커리코의 경우에 그것은 인류를 구하는 일이었다.
- 과학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다른 사람의 눈에는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실험대 앞의 조용한 여성과 장난감이 떠다니는 풀장의 진실이 겉모습과는 반대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복잡하고 충만한 삶도, 무한한 생명의 복잡성도, 모르는 이들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
<삼국사기> 열전 ‘검군전’에는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있다. 신라 진평왕 때 사람 검군은 사량궁의 사인, 오늘날로 말하자면 하급 관리이자 화랑 근랑의 낭도였다. 나라에 기근이 들어 어려운 시기에 궁중의 사인들이 모의하여 곡식 창고의 곡식을 훔쳐 나누었는데, 검군만이 받지 않았다. 곡식을 훔친 사인들은 검군을 죽이지 않으면 말이 새어나갈 것을 우려하여 그를 없애기로 모의한다. 이를 눈치챈 검군은 화랑 근랑을 만나 작별을 고하고, 근랑이 이유를 거듭 묻자 대략의 연유를 설명한다. 근랑은 검군에 묻는다 “어찌 도망가지 않는가?” 검군은 근랑에게 대답한다. “저들이 그르고 제가 옳은데, 도리어 스스로 도망한다면 장부가 아닙니다.(彼曲我直, 而反自逃, 非丈夫也.)” 이후 검군은 동료들이 마련한 술자리에서 독이 든 음식을 먹고 죽고 만다.
부정을 적극적으로 고발하지도, 예정된 위험을 피하지도 않고 죽음을 택한 검군의 선택은 고지식하고 답답하게 보인다. <삼국사기>에도 그의 죽음에 대하여 “죽어야 할 바가 아닌데 죽었으니, 태산을 기러기 털보다 가벼이 여긴 것.”이라고 논한다. 그런데도 <삼국사기>의 찬자는 그의 죽음을 열전에 남겼다. 의로움에 대한 그의 고지식하고 무모한 태도 속에서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 전해야 할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흔히 지나간 역사에서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누군가 먼저 만들어놓은 정답지를 살펴보는 것과는 다르다. 우리가 역사 속에서 길어 올릴 수 있는 것은 명쾌한 해답이 아니라 삶의 기준을 바로 세워줄 무언가다. 이 책에서 최태성은 세상에 휩쓸리지 않고 후회 없는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싶은 이들을 위해 역사에서 찾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단단한 가치들을 말한다. 사랑, 진심, 신뢰, 품위, 도리, 연대… 이상적이라거나 고리타분하다고 여겨지는 이 가치들이 여전히 우리 삶에 큰 의미가 된다고, 수백 년이 지나도 살아남은 소중한 가치들을 통해 세상 속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자고 말한다.
- 역사 MD 박동명
대한민국 1호 기록학자이자 전작 <거인의 노트>를 통해 ‘기록’이 가진 힘을 소개했던 김익한 교수가 이번에는 ‘생각’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돌아왔다. 젊은 시절 역사와 실천 사이에서 방황하던 자신에게 인생의 길을 제시해 준 것이 ‘기록’이라고 말하는 그는 이번에는 '생각'이라는 주제를 통해 인생을 관통하는 더 깊고 핵심적인 삶의 자세와 성장법을 제안한다. 기록학자인 저자가 '생각'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생각이 기록에 선행하기 때문이다. 기록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25년 동안 기록학 연구에 매진한 그는 일상을 기록하고 분류하며 어떻게 하면 자신의 인생을 주도할 수 있는지 고민했는데, 마침내 찾아낸 답이 바로 '생각의 힘', 그리고 '마인드 박스'다. 이 책은 욕망, 경쟁, 소비, 시간 등 16개의 핵심적인 삶의 영역에 대한 마인드 박스를 소개하며, 이를 통해 독자들이 자신만의 인생관을 구축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리고 단순한 이론서가 아닌, 실제 삶에 적용 가능한 실용적인 지침서를 지향하며 철학, 인문학, 사회학을 아우르는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독자들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조합하는 '생각의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타인의 기준이나 사회적 압박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인생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중심을 잃은 삶에 돌파구를 찾고 있다면 지금 당장 '마인드 박스'를 만들어 보자!
- 자기계발 MD 김진해
책속에서
내가 이 책을 쓰면서 바랐던 점은 단 한 가지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생각의 힘을 믿고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
스마트폰 하나면 여행이 가능한 이 손쉬운 시대에 손글씨와 손그림으로 여행을 기록하는 여행자가 있다. 카메라없는 핸드메이드 여행일기 시리즈의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이다가 내 손으로 발리 (2014) 내 손으로 교토 (2016) 내 손으로 치앙마이 (2017)에 이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탔다. 인천공항에서 직항으로 9시간이면 갈 수 있던(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모스크바 직항 노선은 현재 폐쇄되었다.) 모스크바에 작가는 굳이 블라디보스톡에서 출발하는 횡단열차를 타고 154시간 동안 이동해 도착하기로 한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모든 여행은 다 굳이가 아니던가. 손그림 속도로, 기차 속도로 체험해야만 눈에 보이는 것이 있다고 믿는 작가는 거친 손그림으로 쓱쓱 순간을 잡아세운다.
130쪽, 131쪽에 작가가 그려놓은 자작나무 그림과 함께 이런 여행일지를 읽어본다. 눈이 내린 채로 멈춘 하얀 풍경. 길게 서있는 높은 자작나무의 가지를 본다. 심은 사람도 돌보는 사람도 없는데 곧고 아름답다. 기차 안은 아주 조용해 나만 깨어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아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이런 평화로운 지루함에 익숙한 것처럼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132쪽) 이 지루함이라는 러시아적인 표정은 이런 방식의 여행이 아니고선 체험할 수 없었을 것이다.
7일 동안 87개 도시를 지나며 에어비엔비 주인의 발냄새를 맡고, 얼어붙은 바다를 보고, 기가 막힌 조지아 음식을 맛보고, 좀처럼 웃지 않는 러시아 식당 접객원들의 표정을 경험한 작가와 함께 한여름에 시베리아를 느껴본다. 귀여운 것에 버닝하고, 블라디보스톡에서 에반게리온을 느끼는 작가의 개그센스와 함께하노라면 우리도 굳이 사서고생을, 다시 말해 여행을 하고 싶어질 것이다.
- 여행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여행을 오면 늘 놀라게 된다. 하루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일들이 일어날까? 일주일 분량의 일이 하루에 일어나기도 한다. 여행을 오면 10분이 길다. 하루에 많은 것을 본다. 느낀다. 여러 음식을 먹고 새로운 것을 산다. 여행의 하루는 일상의 10일이 압축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