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여름, 팬데믹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동안 어머니를 잃은 홀리 기브니에게 사라진 딸의 행방을 찾아달라는 한 어머니의 의뢰가 들어온다. 도서관 보조 사서로 근무하던 보니는 퇴근 후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실종되었다. 보니의 자전거는 인적이 드문 길가의 폐건물 앞에 얌전히 주차되어 있었고, ‘더는 못 견디겠다.’라고 적힌 쪽지가 붙어 있었다. 자전거가 발견된 지점을 중심으로 탐문 수사를 벌이던 홀리는 인근에서 몇 년 전 비슷한 실종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사건을 추적하던 가운데 점차 진실에 다가간다. 그곳에서 맞닥뜨린 것은 너무나 평범한 얼굴을 한, 그렇기에 상상치도 못한 형태의 ‘악’이었다.
‘이야기의 제왕’이라는 수식이 어색하지 않은 거장 스티븐 킹의 신작. 최근 작가가 가장 빠져 있다고 밝힌 캐릭터, ‘빌 호지스’ 시리즈 3부작에 등장했던 홀리 기브니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작가는 연쇄 실종 사건의 범인을 숨기지 않는다. 홀리가 사건을 담당하기 9년 전부터 시작된 납치와 감금, 그 뒤에 이어지는 끔찍한 악행들은 소설의 초반부터 이미 어느 정도 드러나 있다. 정년을 지나 은퇴 후 대학 명예교수로 지내는 해리스 부부는 왜 사람들을 납치하는가. 납치당한 피해자들에게 무슨 짓을 벌이는가. 그 끔찍한 진실을 조금씩 밝히는 동시에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홀리의 이야기를 교차하여 보여줌으로써 작가는 이야기는 극도의 긴장감을 부여한다. 지금까지 스티븐 킹이 창조했던 인상적인 형태의 ‘악’과는 전혀 다른, 그렇기에 더욱 섬뜩하게 다가오는 이야기. 홀리의 또 다른 이야기를 기대하게 된다.
- 소설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을 보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착각으로 밝혀지지. 악에는 끝이 없어.
아는 것만으로 피할 수 있는 건 사실 그리 많지 않겠지만, 알아두고 기록한 목록이 쌓이면 시대에 대한 면밀한 고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 '헌법 제12조 1항,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지하철에서 휠체어가 들린 채로 끌려 나오는 장애인 활동가들은 헌법이 정한 기본권을 보장받고 있는가? '헌법 제11조 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차별 금지법은 누가 무엇을 근거로 반대하고 있는가? '헌법 제17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인터넷에 방대하게 널린 몰카를 뿌린 자, 본 자들이 응당한 처벌을 받게 될 날이 오긴 올 것인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 권리를 권력자와 위정자 들은 입맛대로 박탈하고 싶어 한다. 국가가 국민의 어떤 권리를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는지 명확히 알고 있어야 눈 뜨고 코 베일 때 소리라도 지를 수 있다. 이 책은 헌법학자가 쓴 헌법 바로 알기 책이다. 왼쪽 페이지엔 헌법 규정을, 오른쪽 페이지엔 이에 대한 저자의 해석을 배치하여 편히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저자는 헌법 이해가 추상적 이론인 '소피아(Sophia)'에 그쳐선 안 되고, 구체적 실천 지혜인 '프로네시스(Phronesis)'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헌법을 하늘에 띄워놓고 구경하기보단 땅에 붙여 우리 삶 속에서 활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언젠가 한번은 헌법을 읽어봐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이들에게, 혹은 논쟁을 위한 근거의 토대가 필요한 이들에게, 이 책은 적절하고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 인문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국가는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내가 국가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나를 위해서 존재합니다. 나의 삶에 국가가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국가와 불가분의 상관관계에서 살아갑니다. 즉, 우리나라는 나의 거울인 셈입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실존의 시작이듯 ‘대한민국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내가 속한 국가공동체의 정체성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이자 나의 실존에 대한 고민입니다.
_제1장 총강: 헌법이 그리는 대한민국의 내일
어린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캐릭터 '흔한남매'의 새로운 학습만화 시리즈가 출간되었다. 흔한남매의 유쾌함과 전국역사교사모임 세계사 분과의 전문성이 만난 특별한 '세계사 안내서'다. 역사라고 하면 방대한 내용, 낯선 용어, 긴 인물 이름, 복잡한 지리적 개념들이 한꺼번에 떠올라, 접하기 전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고 부담감이 확 차오른다. 어린이들이 어떻게 하면 세계사에 쉽고 즐겁게 다가갈 수 있을지, 다각도로 고민하고 연구한 끝에 <흔한남매 세계사 탐험대> 시리즈가 탄생했다.
시리즈의 첫 권은, 고대 문명의 탄생 이야기다. 역사 교과서에서 다루는 세계사의 주요 사건들을 흔한남매의 시간 여행 만화로 시작하여 아이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만화 속에 주요 키워드를 담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한 뒤, 꼭 익히고 기억해야 할 역사 용어를 상세하게 풀어놓은 코너와 이야기에 등장하는 지역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지도를 마련했다. 세계사에 정통한 전문가, 전국역사교사모임 세계사 분과 선생님들과 다수의 초등 역사 베스트셀러의 편집진들이 뭉쳤으니, 전문성은 기본으로 하고, 흔한남매의 재미난 스토리까지 더해 술술술 읽힌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도 푹 빠져들 만한 세계사 여행 책이다.
- 어린이 MD 송진경
이옥선. 그녀의 이름을 처음 들은 건 그녀의 딸인 김하나 작가의 육아 일기를 책으로 엮은 <빅토리 노트>의 공저자였던 2022년이었다. 누군가를 이토록 세세하게 사랑한 기록이 있다는 부러움 반, 대단한 분이 나타났다는 기대감 반으로 그녀의 첫 책을 구매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 2년 후, 그녀는 드디어 단독 저자로 돌아왔다. 아주 화려하게, 다소 매운맛으로. <빅토리 노트> 이후 책을 다시 낼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 새 글을 쓴다는 것이 '나이깨나 먹은 나에게 부담을 주는 숙제를 떠안는 꼴'이라고 여겨 '책을 다시 내다니 안 될 말이라고 다짐'했는데 쓰다 보니 글이 술술 풀려 '한입으로 두말하는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고 변명'하는 이옥선 작가는 이 책에서 현시대를 살아가는 한 노년의, 대부분은 즐겁고 종종 헛헛하고 꽤 행복한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아마 모두에게 두려운 일일 것이다. 한 번도 도달해보지 못한 미래, 그 미래를 먼저 맛 본 인생의 선배가 불안해하는 우리에게 말해 준다. 늙음이란 꽤 괜찮은 것이라고. 젊은 사람들은 노인이 안 바쁠 줄 알지만 사실은 요가도 다니고 목욕탕에도 출근하느라 바쁘고, 가끔 불면증에 시달리긴 하지만 다음 날 굳이 바쁘게 움직이지 않아도 되니 잠이 올 때 그때 자면 되고, 종종 야밤에 콜라를 마시며 더 이상 나에게 잔소리할 사람이 없다는 것에 만족하며 사는 것이라고 이 책이 말해준다. 그리고 나는 어쩐지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다음 책은 부디 김하나 작가의 어머니 이옥선이 아니라 에세이스트, 작가 이옥선이라고만 소개되면 좋겠다. 그런 호칭이 충분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당당하고 호쾌하고 명랑하고 즐거운 책이다.
- 에세이 MD 도란
이 책의 한 문장
그런 날들이 있었다. 노래 가사처럼 지나간 좋았던 날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날들이지만, 그런 날들이 있어 지금의 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