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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021
  • 한국의 능력주의
    박권일 (지은이) | 이데아 | 2021년 9월 "박권일, 한국인의 불평등과 불공정"

    능력주의 담론은 최근 몇 년 사이 점점 뜨겁게 달궈져 왔고,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 이후로는 대중적 관심의 영역으로도 번지고 있다. 그간 출간되었던 관련 도서들이 대부분 '능력주의가 곧 정의'라는 신화에 의문을 제기하며 능력주의의 위선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면, 박권일의 이번 책은 한국에서 능력주의가 어떤 식으로 발전해 왔고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분석한다.

    문재인 정부 초기, 공공기관과 일부 기업들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을 때 거세게 일어난 정규직 직원들의 반발은 한국형 능력주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박권일은 이 사건과 '정유라 사건'을 비교하며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불공정 감각에 의문을 제기한다. 불공정엔 분개하지만 불평등엔 찬성하는 사회. 시험 한 번으로 인생이 결정되는 한국은 정의로운가? 한국의 능력주의의 기원부터 시작해 여러 데이터 비교를 통한 현실 분석, 나아가 대안까지 살피는 책이다.

  •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
    앤 카슨 (지은이), 황유원 (옮긴이) | 난다 | 2021년 9월 "<빨강의 자서전> 앤 카슨의 시"

    '게리온의 꿈은 빨강으로 시작하여 통에서 스르르 빠져 나가...' (<빨강의 자서전> 중) 어느 장부터 펼쳐도 문장이 시처럼 물결이 되어 흐르는 책, <빨강의 자서전>이라는 '시로 쓴 소설'로 우리 독자에게 친숙해진 앤 카슨의 시집 두 권이 출간되었다. 첫 시집 <짧은 이야기들>, 두 번째 시집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 이 중 다섯 편의 장시와 한 편의 산문으로 이루어진 그의 두 번째 '시집'을 소개한다. 경계를 넘나드는 창의적인 문장은 역시 앤 카슨답다. 애인 로우Law가 떠난 뒤, 시의 주인공은 '북부 황야'에 사는 그녀'인, 어머니에게 향한다. 어머니는 '너는 기억하는 게 너무 많아'(24쪽)라고 말하는 사람이고 그는 어머니와 자신을 위해 에밀리 브론테의 전집을 챙겼다. (<유리 에세이> 中)

    에밀리 브론테의 감춰진 삶과 교차되는 앤 카슨의 질문들. 여성의 기억력은, 벌거벗은 몸은, 그리스 신화를 읽는 입술은, 신화 속에서 여성이 지르는 비명은, 구약 속에서 묘사되는 여성의 상징은 무엇이 되나. 앤 카슨의 단어는 지면을 떠돌며 말과 이데아를 매끄럽게 흐른다. 여행과 시와 치유와 부조리 그 사이의 무엇, 당신이 읽고 싶은 그 무엇을 앤 카슨은 말하고 있다.

  •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은이), 이정순 (옮긴이) | 을유문화사 | 2021년 9월 "보부아르 전문 연구자 이정순의 원전 완역본"

    페미니즘 고전들이 연이어 개정되어 나오니 반가운 일이다. 현대 페미니즘 사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보부아르의 역작 <제2의 성>이 재정비를 거쳐 돌아왔다. 이번 책은 국내에선 처음 선보이는 프랑스 원전 완역본이다. 말이 많았던 오역과 왜곡을 바로잡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더 이상 맞지 않는 표현들을 손보았다. 매끄럽고 정확한 번역으로 읽기가 즐겁다.

    <제2의 성>에 대해서라면 긴 설명이 필요할까. <제2의 성> 이후의 페미니즘 도서들은 모두 이 책에 빚을 지고 있다. 시간이 흘렀어도 문장은 날카롭게 빛나고, 해결되지 않은 쟁점들에 대한 보부아르의 분석은 여전히 유효하다. 보부아르 연구자인 번역가 이정순의 해제는 확실한 이해를 돕는다. 이미 구판을 읽었던 독자들도 이번 개정판으로 반드시 다시 읽어보길 권한다.

  • 채사장의 지대넓얕 1 : 권력의 탄생
    채사장, 마케마케 (지은이), 정용환 (그림) | 돌핀북 | 2021년 9월 "세계를 보는 눈을 뜨기 위한 첫 번째 인문학"

    지구의 진화를 관찰하기 위해 파견된 하급신 알파. 구석기인들이 평등한 사회를 이루며 사는 모습을 흡족하게 관찰하며 인간 곁에서 그들을 도와준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인간들은, 권력을 만들고 계급을 나누더니 신인 알파마저 지배하기 시작하는데……. 급기야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인간만의 세상을 구축하기 위한 오메가의 여정이 굴곡지게 이어진다.

    지난 몇 년간 인문학 열풍을 이끌었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시리즈가 어린이 버전으로 재탄생하였다. '지대넓얕'의 핵심 주제를 친근한 캐릭터인 알파, 오메가, 마스터를 통해 스토리와 엮어내어 보다 쉽게 알려준다. 원시부터 근대까지 역사에서 중요한 핵심 주제를 학습함으로써 어린이 독자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알짜배기 지식과 사유의 기초를 제공한다. 스펙터클한 권력의 소용돌이에서 알파와 오메가의 관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 될 것이다.

10.52021
  • 1차원이 되고 싶어
    박상영 (지은이)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박상영 월드의 출발점으로 초대합니다"

    때론 소설가 '영'이었던 이들. 박상영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대체로 너무도 바쁜 삶을 살았다. 2NE1의 노래처럼 '아름다운 서울 시티'를 질주하는 BPM.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사랑하며. 수시로 농담하고, 취한 채 노래방에서 케이팝을 부르던 사람들. 시끄러운 도시의 밤에도 소음과 소음이 멈추는 적요한 순간이 있다. 그 찰나를 놓치지 않는 날렵함으로 박상영은 퀴어적인 무표정을 살폈다.

    <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의 첫 장편소설이 '박상영 월드'의 출발점에 깃발을 꽂는다. 2002 월드컵의 열기와는 상관없는 세계, D시의 수성구의 퀴어 소년 '나'는 어른이 되어 이 도시를 떠날 생각뿐이다. 아버지의 실패한 사업과 어머니의 열렬한 신앙과 누추한 아파트와 털이 많은 몸, 그러니까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감추고 싶다는 욕망뿐이던 그가 도윤도를 사랑하게 된 순간 세상이 흔들린다. 학원에서, 쪽방에서, 오토바이 뒷좌석에서, 수영장에서 그는 향기와 촉감을 지닌 한 인간을 사랑하는 순간을 경험한다.

    상담 전문가가 된 현재의 내게 도착한 인스타그램 DM(수성못에서 발견된 시신을 상기시키는)을 통해 과거의 내가 내게 도착한다. 자우림의 음악을 듣고 싸이월드에 교환일기를 쓰던 그 시절. 나의 과거는 캔모아의 무한리필 생크림 토스트가 혀에 닿는 순간이기도 했고, 1등부터 523등의 성적이 중앙 현관에 나부끼는 야만이기도 했다. 박상영은 과거의 어느 한 면도 부정하지 않고 세밀하게 그 시절을 직조한다. 이 소설에서 소설가 정세랑은 '우리를 할퀴었던 감정들'을 읽어냈고, 영화감독 변영주는 '그 순간의 절망적인 행복감'을 기억해냈다. 나 역시 이 소설을 읽은 후엔 어쩐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박상영의 소설과 함께 당신도 잠들지 못할 것이다.

  • 부의 시그널
    박종훈 (지은이) | 베가북스 | 2021년 9월 "신중하게 경제 신호를 살펴야 할 때"

    연준 혹은 FED로 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테이퍼링, 금리 인상, 반도체 수급 불안, 유가 상승 등은 아마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요즘 들어 가장 신경쓰는 키워드일 것이다. 이 불장에서 나만 소외되는 것 같은 불안감, 즉 포모(FOMO) 증후군 탓에 투자자들은 상투를 걱정하면서도 주식을 담기 바빴지만, 올해 안에 3800은 간다던 코스피는 다시 3천 언저리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연일 버블 붕괴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저자 박종훈 기자는 마크 트웨인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역사는 그대로 반복되지 않지만, 그 흐름은 반복된다." 요컨대, 경제를 공부해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 역사에 기록된 13번의 위기와 이어진 강세장을 살펴보면 강세장 2년차의 평균 상승률은 1년차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작년에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올해 투자를 시작한 사람들의 수익률이 좋지 못한 이유다. 문제는 내년이다. 강세장 3년차의 상승률은 90년 전체 평균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면 이제라도 신중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그리고 박종훈 기자가 우리 개인 투자자들의 평균적인 눈높이에 맞춰 친절하게, 절실한 마음으로 집필한 이 책의 도움을 받아 경제 공부에 임하자. 그의 말대로 돈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투자에 나섰다가 돈의 노예로 전락할 수는 없지 않은가.

  • 믿는 인간에 대하여
    한동일 (지은이) | 흐름출판 | 2021년 9월 "한동일의 라틴어 수업, 두 번째 시간"

    <라틴어 수업>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한동일이 그 두 번째 수업을 이어 나간다. 이번 책에서 그가 다루는 주제는 유럽의 역사 속에서 드러난 인간의 믿음과 종교다. 그는 중세 시절 흑사병 확산의 시기로부터 현재의 우리에게 적용할 수 있는 질문을 끌어내거나, 팬데믹 시기 모든 모임이 금지된 와중에도 종교의 자유는 지켜져야 하는 것인가와 같은 쟁점에 대답을 하며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를 묶어낸다.

    이번 책에서 그가 소개하는 라틴어 문장들은 여전히 깊은 지혜를 함축하고 있다. 문장들로 조곤조곤 풀어내는, 인간사에 대한 한동일의 시선은 따뜻하고 지혜롭다. 혼란한 시기, 꿋꿋한 중심이 필요한 이들이 기댈 수 있는 책이다.

  • 제비심장
    김숨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9월 "철에서 빛이 나려면 손가락에서 피가 나야 한다는 걸"

    김숨 장편소설. 이한열의 운동화를, (<L의 운동화>), 김복동의 증언을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 옮기던 집요함으로 김숨이 조선소 노동자들의 움직임을, 철판에 올라선 이들의 위태로운 춤을 기록한다. <철> 이후 13년 만에 써낸 조선소 이야기. '반장'이 일감을 따내는 것에 자신의 생계가 좌지우지되는 하도급 구조에 놓인 하루살이 노동의 삶을, 제 이름과 상관없이 '무하마드'로 불리는 외국인 노동자를, 반장하고 술을 마셔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너 인생 그렇게 이기적으로 살지 마'(121쪽)라는 얘기를 듣는 여성 노동자를, (말하는 상대방은 대신 술을 마셔준 같은 여성 노동자이다.) 그들의 처지와 마음을 김숨의 소설은 시 같은 문장으로 살핀다.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노동자가 입국하지 못해 파값이 상승했다는 기사. 회계 부실 등을 이유로 오래 잠잠했던 '조선주'가 다시 기지개를 켤 거라는 기사를 읽는다. 장바구니 물가와 투자 심리 너머엔 아직도 노동자가 춤추고 있다.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이미 엄청난 부자였지만 더 부자가' 될 (97쪽) 배의 주인들을 위해 상자로 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말하는 소설이 아직 있다. '철에서 빛이 나려면 손가락에서 피가 나야 한다는 걸 그는 모를 거라고.' (97쪽) 김숨의 소설은 이야기한다. 노동자는 노동자답게 깨진 한국어로 말해야만 '리얼'하다고 상상하지 않는 소설가. 김숨은 '니체의 문장으로 질문'(382쪽)하는 노동자를 상상하는 작가이다. 쉽지 않으므로 쉽게 묘사하지 않는 김숨의 문장의 그 여백처럼, 나는 이 소설에서 풍기는 철 냄새를 아는 편에 서고 싶다.

10.82021
  • 트렌드 코리아 2022
    김난도, 전미영, 최지혜, 이향은, 이준영, 이수진, 서유현, 권정윤, 한다혜, 이혜원 (지은이) | 미래의창 | 2021년 10월 "이제는 달라져야 살아남는다"

    작년 이맘때 나온 <트렌드 코리아 2021>은 바이러스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새로운 세상, 브이노믹스(V-nomics) 시대를 이야기하며 팬데믹 위기를 돌파할 전략을 함께 살펴보았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코로나와 함께 지낼 것이라고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었지만 말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지루하고 어두컴컴한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유행이 더욱 확산하는 현재의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코로나와의 공존을 모색하며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2020년을 한차례 겪은 우리의 경험이 사뭇 다른 2021년의 움직임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렇게 2년 가까이 브이노믹스를 겪은 우리에게는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적응도 그만큼 빨랐다. 이미 제시되던 트렌드라도 그 사회적 함의는 더욱 깊어졌고 흐름은 가속화되었다. 이제는 그 모든 변화상을 한데 모아 2022년을 반전의 서막으로 장식할 차례다. 달라져야 살아남는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러한 바람을 담은 이번 <트렌드 코리아 2022> 역시 기존의 틀을 깨고 변화를 시도했다. 신축년(辛丑年)을 소처럼 인내한 우리는 호랑이의 기운으로 임인년(壬寅年)을 맞이하려 한다. Post든 With든 다 좋다. 새 시대의 강자가 될 준비가 되었는가?

  • 나나 (양장)
    이희영 (지은이) | 창비 | 2021년 10월 "나에게서 나로, <페인트> 이희영의 여행"

    간혹 넋이 나가곤 한다. 요즘 매체에선 '영혼 가출'이라고도 표현하는 바로 그 상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시계 토끼처럼 쉴 새 없이 일을 쳐내고 '넋을 놓고' 있는 동안, 몸은 틀림없이 여기에 있지만 '진짜 나'는 어쩐지 이 곳에 없는 것 같은 순간. 그때 우리의 영혼은 어디를 여행할까? 입양될 아이가 자신을 키울 부모를 면접을 통해 선택한다는 발상의 소설, <페인트>로 30만 독자를 사로잡은 이희영이 잠시 여행을 떠난 영혼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왔다. 나에게서 나로, 돌아오려면 이 일주일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육체에서 분리된 생생한 영혼을 데려가는 '선령'이 우연한 버스사고로 영혼에서 튕겨나온 두 아이의 영혼과 함께 여행한다. 자신의 하루하루를 완벽하게 통제하며 살아온 열여덟 한수리는 육체로 하루 속히 되돌아가 모든 걸 되찾고 싶고, 아픈 동생을 위해 착한 아이가 되느라 정작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 열일곱 은류는 어쩐지 몸에서 자유로운 지금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진짜 '나'라는 목적지를 향해 떠나는 '나'의 여행. 주인공 또래인 독자도, 그보다 윗 세대인 독자도 자신의 경험을 기억해내며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K-영어덜트 소설, 시리즈 소설Y의 시작을 소개한다.

  • 거대한 가속
    스콧 갤러웨이 (지은이), 박선령 (옮긴이) | 리더스북 | 2021년 10월 "우리는 이미 2030년에 와 있다"

    코로나가 우리 삶의 많은 것들을 바꾸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재택근무와 원격수업 등 우리의 일상은 지난 2년 동안 상당 부분 새로운 풍경으로 대체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풍경을 가능케 했던 모든 기술들은 전에 없다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기업들이 화상회의 시스템 개발 및 구축에 지난 수십 년 동안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며 노력을 해왔지만, 정작 화상회의가 폭발적으로 활성화 된 것은 코로나 시대에 와서다. 저자인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교수는 팬데믹이 '사회에 이미 존재하는 역학 관계를 가속화'한다는 말로 코로나 이후를 살아가야 할 우리 개인과 기업들에게 화두를 던진다.

    그렇다면 변화는 얼마나 빨라졌을까? 저자는 사회와 비즈니스, 개인과 관련된 모든 추세가 10년이나 앞당겨졌다고 말한다. 원서 제목이 '포스트 코로나'인 이 책의 국내서 제목이 더욱 적절해 보이는 속도다. 문제는 사회와 개인, 기업과 고객,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벌어진 격차다. 세계적 경영학자인 그는 특히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파고든다. 소비자와 시장은 이미 2030년에 와 있는데 기업들은 그만큼 빠르게 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더 빨리 달아나는 그들을 어떻게 따라잡을 것인가? 향후 수년간 기업의 존폐 여부가 걸린 중요한 문제, 스콧 갤러웨이의 결정적 힌트로 풀어 보자.

  • 2021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문진영, 윤대녕, 손홍규, 안보윤, 진연주, 정용준, 황현진 (지은이)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가을엔 김승옥문학상, 올해의 발견 문진영"

    김승옥문학상이 가을을 전한다. 등단 후 10년이 넘은 소설가, 다시 말해 10년 이상의 시간을 꾸준히 소설을 써 온 소설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한 심사. 올 가을을 함께할 작가는 문진영, 윤대녕, 손홍규, 안보윤, 진연주, 정용준, 황현진이다. 2010년 <담배 한 개비의 시간>으로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한 문진영이 대상을 수상했다. 주최측에서도 '이 결과가 심사위원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다.'라고 밝힐 정도로,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수상자는 아닐 듯하다. 골목을 누비며 술 산책을 나선 두 사람의 고즈넉한 발걸음. 고등학교 친구 '은미가 살던 작은 방'에서 철거되기 전 마지막까지 버틴 아버지를 둔 이의 고백(여기가 내 방이었어요, 28쪽)까지 생각이 이어진다. 형식과 주제가 함께 걷는 이야기, <두 개의 방>을 통해 문진영의 질문에 귀를 기울인다.

    늘 진지한 질문을, 어쩌면 이제는 '지루한' 질문을 던지는 작가, 손홍규의 <지루한 소설만 읽는 삼촌>이라는 작품이 내게는 특히 좋았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소설'(111쪽)을 읽고 쓰는 행위가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라는 목적과 만나는 순간, 이 이야기를 쓴 이의 우직한 진심도 독자에게 전해진다. 2021년의 우리가 여전히 윤대녕을 읽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젊은 작가'로 2010년대를 보낸 정용준이 (그는 2011, 2013, 2016년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다.) 2020년대에 보여줄 소설은 어떤 빛일까. 익숙해서 새로운 작가들의 이름을 겹쳐 읽으며 '소설을 읽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10년을 일군 작가들의 세계와 함께 가을이 익어간다.

10.122021
  • 지금은 나만의 시간입니다
    김유진 (지은이) | 토네이도 | 2021년 10월 "부재 알림: 나를 되찾는 중입니다"

    나의 하루는 5시에 시작된다. 베스트셀러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를 펴낸 저자 김유진 변호사와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출근 때문에 서둘러 일어나야 하는 상황과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만들 목적으로 일찍 일어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좋든 싫든 우리는 '4시 30분'이라는 어떤 상징적인 시각에 주목했지만, 보다 중요한 점이 바로 거기에 있다. 이번 신작 역시 그 핵심 메시지는 같다. 전작이 나만의 시간이라는 물리적 상태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면 이번 책은 그러한 시간들이 우리 삶 전반에 가져오는 화학적 작용에 주목한다.

    혼자만의 시간은 인생의 리셋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리셋은 갖고 있던 생각과 지식을 과감히 버리고, 불필요한 행동과 시간 낭비를 절제하는 일이다. 발전은 리셋을 통해 자신만의 정체성과 중요한 가치를 찾고 그 우선순위에 따라 삶을 재정비하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가질 수 없는 것, 할 수 없는 일에 집중하고 아쉬워하느라 지금 주어지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고 제안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당연한 것을 망각한 채 하지 못한 일들, 놓친 것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어렵게 만든 나만의 시간, 이 책을 읽으며 삶의 방향을 생각해 본다.

  • 파리 마카롱 수수께끼
    요네자와 호노부 (지은이), 김선영 (옮긴이) | 엘릭시르 | 2021년 10월 "소시민 시리즈가 돌아왔다!"

    새로 문을 연 디저트 가게의 가을철 한정 마카롱 세트를 맛보기 위해 이웃 도시로 원정을 떠난 고바토와 오사나이. 이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맞닥뜨린다. 분명 한 세트의 마카롱은 세 개로 구성되어야 마땅한데, 이들의 접시에는 네 개의 마카롱이 존재하는 것이다. 도대체 네 번째 마카롱의 정체는 무엇일까? 치밀한 추리가 시작된다.

    '소시민 시리즈'가 스핀오프로 돌아왔다. 두 주인공의 1학년 봄을 그린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과 2학년 여름을 그린 <여름철 한정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 사이의 시간. 첫 번째 사건 '파리 마카롱 수수께끼'에서 '뉴욕 치즈 케이크 수수께끼', '베를린 튀김빵 수수께끼'를 거쳐 '피렌체 슈크림 수수께끼'로 이어지는 달콤한 미스터리. 심신의 안정을 위해 소시민이 되기를 지향하는 오사나이와 고바토는 평온한 일상을 사수할 수 있을까.

  • 그냥 하지 말라
    송길영 (지은이) | 북스톤 | 2021년 10월 "잠시 멈춰, 관찰하고 생각하라"

    직장생활에 있어 관성만큼 무서운 말이 또 있을까.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어제 하던 일을 오늘도 하고 있고, 내일이 되면 또 어제오늘이 헷갈릴 것이다. 지겹도록 반복되는 업무에 생각이 끼어들 틈은 없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그냥' 하는 일들이 다 그렇다. 후배들은 하던 대로밖에 할 줄 모르는 선배들을 꼰대라 부르며 못마땅해하지만, 선배들은 자신들이 하던 대로, 회사가 해 온 방식 대로 후배들이 하길 요구한다. 그 팽팽한 힘겨루기에 조직의 변화는 요원하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변해야 살아남는 처지에 놓였다. 우리의 일이 전문화, 가상화, 자동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말이다.

    코로나가 그 모든 변화를 부추긴 주범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범인을 탓할 때는 아니다. 빅데이터 전문가인 저자 송길영은 기존의 관성이 깨졌다는 말로 지금의 상황을 설명한다. 정해진 시간, 정해진 공간에서 무조건 열심히만 해서는 안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무너진 관성을 대신할 추진력은 '생각'이다. 이제 우리의 가치관을 의심하고, 관행적으로 '그냥' 해 왔던 것들을 과감히 재정비해야 한다. 저자는 '방향을 먼저 생각하고, 그다음에 충실히 할 것'을 주문한다. 데이터가 들려주는 무수한 소음 속에서 변화의 신호를 한발 앞서 포착하는 법을 이야기하는 이 책과 함께, 멈추어 생각해 볼 절호의 기회다.

  • 뒤라스의 말
    마르그리트 뒤라스, 레오폴디나 팔로타 델라 토레 (지은이), 장소미 (옮긴이) | 마음산책 | 2021년 9월 "지극히 뒤라스다운 인터뷰집"

    농축된 문장, 과감한 단어, 에두르지 않는 솔직함, 약간의 오만함. <뒤라스의 말>이 출간됐다. 뒤라스의 말년에 진행된 이 인터뷰들은 작가의 인생 전체를 톺아본다. 작품과 삶이 연결되는 지점들, 유년의 의미, 어머니와의 애증 관계, 정치 활동, 열정적인 사랑들과 여성으로서의 글쓰기 등 그가 풀어낸 말들은 주제를 넘나들며 한 인간으로서의 뒤라스와 20세기 프랑스 문학의 거장으로서의 뒤라스를 다층적으로 보여준다. 거침없이 명확한 문장들이 뿜어내는 매력에 끌려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여전히 낡지 않은 뒤라스의 세계.

10.152021
  • 일기 日記
    황정은 (지은이) | 창비 | 2021년 10월 "소설가 황정은, 어떤 날들의 기억과 기록"

    일상과 세계, 그 사이에서 빛나는 이야기들을 들려줄 에세이 시리즈 '에세이&'의 첫 권으로 소설가 황정은의 에세이집을 선보인다. 작가는 자신의 첫 에세이집인 이 책을 두고 '어떤 사람의 사사로운 기록'이라고 밝혔지만, 수록된 일기 11편은 함께 목도하고 관통해온 어느 시절에 관한 것이기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도 읽힌다.

    눈사람을 만들고, 화단을 가꾸며 보낸 동거인과의 일상, 읽고 쓰기 위해 하게 된 근력운동, 조카들과 함께한 어느 여행의 기억, 가장 오랜 기억의 말, 책장과 책갈피에 대한 단상부터, 록산 게이 <헝거>를 읽었기 때문에 쓸 수 있게 된 내밀한 이야기, 그리고, 가정폭력, 아동학대, 차별과 혐오 등의 사회문제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기억과 작가를 둘러싼 세계에 관한 다채로운 기록이 단정하게 담겨 있다. 한 편 한 편은 사사로움을 뛰어넘어 공감의 영역, 함께 사유하고 감각하는 영역으로 확장시킨다.

  • 킹덤
    요 네스뵈 (지은이), 김승욱 (옮긴이) | 비채 | 2021년 10월 "사랑을 위해 당신은 무엇까지 할 수 있습니까?"

    노르웨이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차를 타고 가던 부부가 절벽 아래로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모든 정황이 단순 사고를 가리키는 듯 하지만, 한 지역 경찰만이 의심을 품고 사건을 끈질기게 조사해 나간다. 그는 사망한 부부의 두 아들을 찾아간다. 바로 그날, 그는 마을 호수에 몸을 던진다.

    그 이후 마을에서는 이상한 사망 사건이 계속된다. 평화로운 정경과 대비를 이루는 누군가의 어두운 비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당신은 무엇까지 할 수 있습니까?” 피투성이의 파국 속에서 소설은 단 하나의 물음을 남긴다. '사랑과 범죄야말로 이 세상에서 쓸 가치가 있는 두 가지'라고 말하는, 요 네스뵈 신작 소설.

  • 생각한다는 착각
    닉 채터 (지은이), 김문주 (옮긴이) | 웨일북 | 2021년 9월 "우리에게 숨겨진 내면은 없다"

    인간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파격적인 주장을 하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이제껏 우리가 공부하며 알아왔던 심리학과 신경과학의 많은 부분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행동과학자인 저자는 우리에게 깊은 내면세계가 없다고 단언한다. 우리가 스스로의 행동과 말과 감정을 돌아보며 깊은 내면세계의 모습을 짐작해 보는 행위, 그것이 모두 의미 없다는 말이다.

    저자가 밝혀낸 인간의 마음은 얄팍하다. 우리에겐 미궁 같은 심연이 없다. 단지 과거를 바탕으로 즉흥적이고 창의적으로 현재를 만들어낸다. 이제까지 가져왔던 인간의 내면에 대한 인식이 바뀌니 혼란스럽지만, 매 순간 자신을 재창조한다니 어쩐지 조금 설레기도 한다. 고정된 자기상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해방된 인간으로 살고 싶은 이라면 이 책을 적극적으로 믿어봐도 좋겠다.

  • 크리스마스 피그
    J.K. 롤링 (지은이), 짐 필드 (그림), 공보경 (옮긴이) | 문학수첩 | 2021년 10월 "J.K. 롤링 신작, 전 세계 동시 출간!"

    소년 '잭'에게는 갓난아기 시절부터 모든 것을 함께한 가장 친한 친구, 돼지 인형 '디피'가 있다. 슬픈 일이 있을 때 디피를 꼭 끌어안고 냄새를 맡으면 금세 마음이 안정되었다. 전학 간 학교에 처음 등교하는 날에도 몰래 디피를 데려가 두려움을 잠재웠다. 잭은 언제나 디피에게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고는 잠이 들곤 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그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불의의 사고로 디피를 잃어버린 잭은 모든 삶의 의욕을 잃고 망연자실하다. 그러나 크리스마스이브에는 기적이 일어나는 법. 잠든 잭을 깨운 것은 말하는 장난감들이다. 잭은 이들의 도움을 받아 디피를 구하기 위한 대장정을 시작한다. 살아 있는 존재는 발을 들일 수 없는 '마법의 분실물 나라'에 액션 피겨로 변장해 잠입한 잭은 디피와 함께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해리 포터'를 연상시키는 환상적인 세계로의 초대장이 도착했다.

10.192021
  • 공부의 본질
    이윤규 (지은이) | 빅피시 | 2021년 10월 "불필요한 공부는 공부가 아니다"

    아침부터 A와 B에게 엄청난 엑셀 자료가 주어졌다. 두 사람은 발표 항목에 맞게끔 자료를 정리해야 한다. 시한은 퇴근 전까지. A는 함수를 어떻게 활용하면 반복 작업을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한다. B는 지금 그런 걸 검색할 시간이 어디 있냐며 작업을 시작한다. 그날 저녁, 두 사람 모두 자료 제출을 마치고 정시 퇴근에 성공했다. 그러나 업무의 질은 결코 같지 않다. 오후부터 일상 업무에 복귀할 수 있었던 A와 그날 할 일을 모두 내일로 미룰 수밖에 없었던 B 중에서 아마 회사는 A를 일 잘하는 직원으로 평가할 것이다. 이제 같은 상황을 공부에 대입해 보자. 그래도 같은 평가가 내려질까?

    공부를 후다닥 마치고 놀러 나간 A와 온종일 책상에 앉아 씨름하는 B 가운데 우리와 우리 부모님들이 선호했던 풍경은 B다. 그런데 정작 성적은 A가 좋았다. 우리는 왜 A를 선망하면서도 B처럼 공부했을까? 저자 이윤규 변호사는 '훌륭한 수험생'이 되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일갈한다. 공부라는 행위에 집중하지 말자는 것. 그것도 잘못된 방법으로 말이다. 공부 역시 속도보다 방향이어서, 올바른 방향 설정 없는 속도 경쟁은 힘든 싸움이라고 말한다. 공부를 효율적으로 지속해 내고 삶의 성취로 연결하기 위해, 우리는 그 본질에 조금 더 가까워질 필요가 있다. 제대로 된 공부법과 함께.

  • 다정소감
    김혼비 (지은이) | (주)안온북스 | 2021년 10월 "김혼비, 다정에서 얻은 작고 소중한 것들"

    우아하고 호쾌한 축구를 하고, 종횡무진 술의 세계를 누비고, 지역 축제를 신명 나게 즐긴 경험을 뛰어난 필력으로 전한 김혼비 작가가, 이번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당연해지지 않은 지금의 우리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를 건넨다.

    작가는 힘에 부쳐 주저앉은 마음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건 우리 삶의 사이사이에 깃든 '다정의 기억들'을 불러오는 것이라고 말하며, 여러 시간을 통과하는 동안 소중히 쌓아온 다정들을 꺼내놓는다. 동네 마트에서 김솔통을 발견하고 '김에 기름 바르는 것만큼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김솔통 같은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던 순간. 축구를 통해 얼마나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몸이 되었는지, 축구장에서 만난 언니들을 보며 이후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가능성이 열릴지를 깨달았던 순간. 친구가 20시간을 들여 정성스럽게 끓여준 사리곰탕면을 먹으며 스스로를 하찮게 여겼던 마음을 버리고 소중한 존재란 감각을 되찾았던 순간. 몸과 마음의 근육을 키우고, 자신을 단단하게 지킬 수 있게 만들어준 그 모든 다정의 순간들과 온기가 <다정소감>을 가득 채운다.

  • 고구마유
    사이다 (지은이) | 반달(킨더랜드) | 2021년 10월 "<고구마구마> 두 번째 이야기가 찾아왔어유! "

    달콤하고 신나는 말놀이 그림책 <고구마구마> 의 사랑스러운 고구마들이 정겨운 충청도 사투리로 돌아왔다!

    "여기가 어디유? 난 누구유?" 높은 곳에서 떨어져 울고 있는 작은 고구마. '보옥' '부식' '부왕' '보로로' 방귀쟁이 고구마 친구들은 길 잃은 작은 고구마의 집을 찾아 함께 길을 떠난다. "우리가 힘을 합치면 못할 게 뭐가 있겠시유. 모두 손을 잡아유!" 땅속을 헤치고 강을 건너고 절벽을 올라 친구의 집을 찾은 고구마들. 작은 고구마가 맛있는 식사를 대접한다. "지쳤을 때는 죽이 죽이지유" 자, 이제 고구마 친구들의 모험은 끝났을까유?

    재미난 말놀이, 구수한 사투리, 냄새가 들리는 듯한 방귀 소리.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듯하다.

  •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목정원 (지은이) | 아침달 | 2021년 10월 "이미 사라진 것을 사랑하는 기쁨과 슬픔"

    목정원은 공연예술이론가다. 파리에서 6년을 살며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는 법을 공부했다. 작가는 '발생하는 동시에 소멸하는 예술'(5쪽)을 사랑한다. 그리하여 그는 서평도, 영화평도 아닌 공연에 관한 이야기를 쓴다. '공연을 보자마자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을 매우 싫어'(66쪽)하는 작가는 사라지고야 말 것들이 남긴 궤적마저 스러지고 난 자리에서 비로소 조심스럽게 말을 시작한다. "나로부터, 우리의 진창으로부터, 멀리 있기 때문에 사랑할 수 있는 것들."(진은영, 그 머나먼, 184쪽 인용)에 대한 말은 그래서 늘 조금 늦게 도착한다.

    2011년 개봉한 피나 바우쉬의 영화를 감명 깊게 보았다 해도 우리는 더는 피나 바우쉬의 춤을 볼 수 없다. 그가 연기한 <봄의 제전>을 창작한 니진스키는 어떠한가. (니진스키의 전기에서 <봄의 제전>은 이렇게 기억된다. 당시 사용했던 의상은 아직 남아있었지만, "그러나 아무도 니진스키의 안무를 기억하지 못했다." <니진스키>, 983쪽, 2021년, 을유문화사) 니진스키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한번도 본 적 없는 춤을 사랑한다. 춤은 이미 사라져버렸고, "거기서 살아 있고, 반짝였으며 끝내 흘러가버린 것들이 실은 전부임을"(29쪽) 알면서도.

    '훗날 죽음 후에, 내가 놓쳐 보지 못한 공연들이 모여 사는 세계가 있어, 거기서 평생 그것들을 다시 볼 수 있기를.'(36쪽) 작가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이라면 이 지극한 사랑의 기쁨과 슬픔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슬픔을 알면서도 "나의 몸을 가지고 당신의 고통속으로 거주하러 들어가기" (155쪽)를 선택한 사람들이라면 목정원의 나직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이 어떨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이미 사라져버린 아름다운 것들을 회상하며, 그것들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해 생각했다. 참지 못하고 단번에 읽게 되는 책이 있고, 참을 수 없어 아껴가며 천천히 읽게 되는 책이 있다. 목정원의 예술 산문은 후자의 책이다.

10.222021
  • 방금 떠나온 세계
    김초엽 (지은이) | 한겨레출판 | 2021년 10월 "이해할 수 없지만 사랑하는 이 세계에게"

    10월 20일 김초엽 소설집 <방금 떠나온 세계>가 출간됐다. 같은 날 전설의 SF를 원작으로 한 영화 <듄>이 개봉했다. 10월 21일엔 누리호가 발사됐다. 바야흐로 우주적 시대. 빛나는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이후 2년, 김초엽의 두 번째 소설집이 이 우주적 계절에 독자를 찾았다. 표제작이 없는 이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제목. '방금 떠나온' 이 세계는 과연 어디인지, 그러면서도 끝내 다른 세계를(세계의 회복을) 믿게 하는 마음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이 소설을 읽는다.

    '타인의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지켜보는 게 가능했던 사람들'만 살아있는 세계라는 걸 알면서도 세계의 재건을 시도하던 그 마음을 기억한다. (<지구 끝의 온실> 중) 시지각 이상증을 겪는 '모그'. 존재하지 않는 세 번째 팔의 고통을 느끼는 '트랜스휴먼'. 쌍둥이 언니 대신 살아남아 '몰입'(이라는 이름의 죽음)을 기다리는 사제. "신에게서 그 답을 구하고자 했지만, 신은 한 번도 기도에 응답하지 않았"(<오래된 협약>, 212쪽)다고 말하는 이들의 절망을 김초엽은 촘촘하게 서술하고, 독자는 소설이 설계한 시공을 넘나들며 그들의 마음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이곳을 사랑하게 만드는 것들이 이곳을 덜 미워하게 하지는 않"(<숨그림자>, 182쪽)는다고 말하면서도 다른 세계의 가능성만큼은 포기하지 않는 마음 역시 분명히 전해진다. 가장 효율적이거나 가장 뛰어나거나 가장 용이한 삶 대신 그저 나 자신의 삶을 선택한 <로라>의 이야기가 묻는다. "사랑하지만 끝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신에게도 있지 않나요." (126쪽)

    여름에 만난 첫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을 시작으로, 김초엽의 짧은 소설, 중편 소설도 2021년 중 독자를 만날 예정이다. 김초엽이라는 세계의 확장을 환영하며, 작가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본다.

  •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사이토 고헤이 (지은이), 김영현 (옮긴이) | 다다서재 | 2021년 10월 "지속가능한 성장은 없다"

    자위만 하고 있기엔 재난이 코앞까지 닥쳤다. 우리 스스로에게 조금 솔직해져 보자. 전기차가 정말 지구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은 적, 없지 않나? 친환경 성장, 지속가능한 발전. 예쁘게 포장한 허상은 마음의 짐을 덜어준다. 그리고 그게 끝이다. 재난은 여전히 빠른 속도로 달려온다.

    저자 사이토 고헤이는 멸종으로 이르는 길에 깔린 위선적 희망들을 하나하나 꺾는다. 에코백, 텀블러 같은 자기만족의 그린 워시와 제러미 리프킨이 주장하는 그린 뉴딜, 빌 게이츠가 말하는 지구를 구하는 기술까지도, 그의 꼼꼼하고 건조한 문장들은 우리가 무서워하는 진실들을 조목조목 펼쳐 놓는다. 어떤 방식을 택한다 해도 자본주의의 제국적 생활양식 하에서는 모두 자본주의의 덩치를 키우는 땔감이 될 뿐이다.

    하여 그가 나아가는 결론은 탈성장 코뮤니즘이다. 마르크스주의 철학자인 저자는 마르크스가 말년에 몰두했던 연구에 대한 해석을 통해, 근본적 풍요를 만들어내는 탈성장 코뮤니즘이 우리가 선택해야 할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본질적 결핍을 바탕으로 끝없는 소비를 만들어내는 자본주의를 종말 시키고 새로운 체제로 이행하기, 저자는 세계의 곳곳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이 움직임을 예로 들며 설득력을 높인다. 지구와 자본주의 사이의 택 1, 답은 자명하다.

  • 할렘 셔플
    콜슨 화이트헤드 (지은이), 김지원 (옮긴이) | 은행나무 | 2021년 10월 "퓰리처상 2회 수상 작가, 콜슨 화이트헤드 신작"

    레이 카니는 뉴욕 할렘 125번가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카니의 가구점'을 운영하고 있다. 매일 약탈과 범죄가 끊이질 않는 할렘에서, 그는 '돈은 없어도 범죄는 저지르지 않는다'는 자부심으로 하루하루 성실히 노동에 임한다. 장사가 잘 되면 허드슨강이 보이는 아파트로 이사해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각자 방 하나씩을 쓰게 해주고 싶다는 꿈을 간직한 채로.

    그러던 어느 날, 할렘에서 가장 유명한 테리사 호텔에 강도가 들었다는 기사를 보며 불길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던 카니. 갑자기 그의 가게 안으로 폭력배들이 들이닥친다. 어둠의 세계에 몸담은 사촌 프레디가 호텔 강도 사건의 주범이었고, 훔친 물건을 처리해줄 장물아비로 카니의 이름을 댄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카니는 자신이 결코 속하고 싶지 않았던 세계의 늪에 빠져든다. 잇달아 다가오는 거대한 위기 속에서, 카니는 선한 마음을 지키고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와 <니클의 소년들>로 퓰리처상을 연달아 수상해 화제를 모은 콜슨 화이트헤드의 최신작.

  •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양다솔 (지은이) | 놀(다산북스) | 2021년 10월 "이슬아 추천, 양다솔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

    독립출판물 『간지럼 태우기』와 메일링 서비스 '격일간다솔'로 알만한 사람은 아는 양다솔 작가. '이슬아 작가'는 이렇게 웃기고 고달프며 엉망으로 훌륭한 애를 자신만 안다는 것을 아까워하고, '요조 작가'는 자신의 아이콘이라고 하며, '이길보라 작가'는 익살스럽지만 끝내 기품을 잃지 않는 이야기꾼으로 극찬한다. 세 작가의 추천사만으로도 한껏 기대하게 되는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에는 양다솔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10대 때 갑자기 출가하여 행자로 2년을 살았고, 대학 시절에는 각종 일을 하며 등록금을 대느라 바빴고, 평범한 직장인이 되어 보기도 했으나 회사를 그만두고 당장 먹고살 일을 걱정하며 산다. 서울과 인천 위의 녹록지 않은 일상, 삶의 대부분을 노동으로 보낸 어머니 김한영 여사와 쉰 즈음 스님이 되겠다고 집을 떠난 아빠, 다도와 고양이, 채식 생활. 지금의 양다솔로 있게 만든 그 모든 것들에 관한 기록이 톡톡 튀는 문장으로 촘촘히 이어진다. 웃다가도 눈물짓게 만들고, 긴장을 풀었다가도 이내 자세를 고쳐 잡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을 양다솔 작가가 보여준다.

10.262021
  • 거꾸로 읽는 세계사
    유시민 (지은이) | 돌베개 | 2021년 10월 "20세기, 그 '역사의 시간' 속으로"

    "초판의 문장은 거칠었고 시선은 공격적이었다." 환갑을 이미 넘긴 저자 유시민은 당시 스물여덟 살이었다. 6월 항쟁이 6.29 민주화 선언을 이끌어 냈던 역사적인 1987년, 역사 서술의 주류에 맞서 다르게 읽을 것을 외쳤던 그는, 그 치우침을 바로잡다가 반대로 치우칠 수밖에 없었음을 고백한다. 이번 전면 개정판은 그런 부분을 줄이려 노력했지만 거꾸로 읽는 자세만큼은 여전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 제목을 바꿨을 것이다. 동시대를 살았던 초판 독자들과 이 책을 처음 읽을 새로운 세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향이겠다.

    34년 만에 '전면 개정'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간된 이번 책은 소련 붕괴와 독일 통일 등을 반영했던 1995년 첫 번째 개정판에서 다룬 총 14가지 주제 가운데 '미완의 혁명 4.19'와 '일본의 역사왜곡'을 덜어 내고 '피의 일요일'을 '러시아 10월 혁명'으로 합쳐 총 11가지 주제를 살려 냈다. 제목과 목차만 같을 뿐, 사실상 새책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한 문장도 그대로 두지 않고 다시 썼기 때문이다. 저자도 독자도 세상도 모두 변할 만큼 변한 지금, 변하지 않은 것은 오직 역사뿐일까? 저자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 책으로 증명한다.

  • 북해의 별 레트로판 1~15 세트 - 전15권
    김혜린 (지은이) | 거북이북스 | 2021년 10월 "화제의 북펀드 도서, 드디어 출간!"

    2020년 연말 북펀드 사상 최초 1억 원을 돌파했던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 이어 이번엔 김혜린 작가의 <북해의 별>을 복간했다. 해당 북펀드는 9월 24일에 오픈되어 10월 15일에 종료되었으며 기간 내 펀딩 금액은 64,952,000원이었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 이어 두 번째 높은 펀딩 금액이다.

    <북해의 별>은 김혜린 작가의 데뷔작으로 1983년 세상에 선을 보였고 1987년에 완결을 지었다. 이후 <비천무> <테르미도르>를 연재하며 순정만화계의 한 획을 긋는 작가가 된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주인공들과 그들의 운명적인 사랑을 주요 소재로 삼는 작가이니만큼 작품의 서사와 세계관이 압도적으로 방대하며 인간과 관계성에 대한 처절한 고찰이 담겨있다. <북해의 별> 또한 1700년대 북유럽의 해상제국 보드니아 역사를 이야기의 배경으로 삼아 상상할 수 없는 전개로 독자들을 빨아들인다. 시리도록 아름다운 이야기와 점점 완성되어가는 대가의 유려한 그림체, <북해의 별>은 영원한 명작의 감동을 느끼기에 충분한 작품이며 꼭 소장해야 할 작품임에 틀림없다.

  •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박권 (지은이) | 동아시아 | 2021년 10월 "장하석, 김민형 추천! 모든 것의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답"

    많은 위대한 과학자들이 인류의 궁극적 문명으로 양자역학을 꼽는다. 왜일까? 박권 교수는 우리가 왜 존재하며 어떻게 존재하는지, 그 너른 질문에 대한 답이 양자역학에 있다고 말하며 이 책을 통해 긴 논증을 펼친다.

    그는 파동과 원자, 빛, 힘, 물질, 시간, 존재에 관한 설명을 죽 이어나가며 양자역학의 중요한 아이디어들을 하나하나 설명한다. 매 장을 시작하는 영화와 소설 이야기, 본인의 경험담은 우리의 일상적 삶과 양자 물리학 사이의 연결고리를 탄탄히 꿰면서 책의 매력도를 높인다. 김민형 교수가 "인생의 중요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미로 속의 실오라기처럼 책의 모든 문장 사이를 지나간다.”라는 말로, 장하석 교수가 "과학사와 철학에 대한 저자의 식견이 믿기 힘들 정도의 수준이다.”라는 말로 극찬했다.

  • 위풍당당 여우 꼬리 1
    손원평 (지은이), 만물상 (그림) | 창비 | 2021년 10월 "손원평 작가가 안내하는 매력 만점 성장 동화"

    2017년 출간된 <아몬드>는 청소년 문학의 한 획을 그었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 독자들에게까지 큰 사랑을 받으며 현재까지도 많은 독자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그런 손원평 작가가 이번엔 어린이책으로 돌아왔다. 주인공 손단미는 웹툰 작가가 되고 싶은 평범한 소녀였지만 어느 날 자신이 구미호임을 알게 된다. 은색으로 빛나는 아홉 개의 꼬리는 기본이고 '또 다른 나'도 만나야 한다.

    가끔 거울을 들여다보거나 나도 모르게 남과 나 자신을 비교하게 되면 스스로가 싫어질 때가 있다. 내 몸이 작아져서 사라지길 원할 때, 고개를 힘차게 가로저으면 그 생각이 떨쳐질 수 있지만 그건 많은 연습을 필요로 한다. 단미는 갑작스럽게 돋아난 꼬리를 미워하게 된다. 꼬리가 신경 쓰여 구미호의 피를 물려 받은 자신을 부정한다. 그러나 아홉 개의 꼬리가 달린 구미호도 결국은 '나'다.

    남몰래 자기를 미워하고 있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스스로를 미워하는 건 꽤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의외로 쉽게 떨쳐낼 수 있다는 걸 단미가 알려줄 거니까.

10.292021
  • 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
    김누리 (지은이) | 해냄 | 2021년 10월 "김누리 신작! 환멸의 시대를 넘어서기 위해"

    "청년의 80퍼센트가 자기 나라를 '헬조선'이라고 부르고, 75퍼센트가 이민을 가고 싶다고 느낀다면, 그 나라는 이미 망한 나라다." 프롤로그부터 냉철한 문장이 쏟아진다. 김누리 교수는 독자를 도닥이며 밝은 미래로 안내할 생각이 없다. 한국 사회 전체에 자욱이 깔린 좌절의 기운을 모른 체하며 마음에 주단을 깔기엔 이미 기만인 지경에까지 왔다. 다만 절망 앞에서도 그는 현혹되지 않는다. 속빈 희망도 섣부른 절망도 경계하며 그가 행하는 의무는 정확한 진단이다. 한국 사회 전반의 썩은 지점들이 그의 날카로운 문장 끝에서 해부된다.

    이 책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김누리 교수가 쓴 칼럼의 모음집이다. 글 한 편 한 편은 길이가 짧고 빠른 호흡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재할 당시 지면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내용과 어우러져 절박함의 표현으로 읽힌다. 불안, 천박, 방관, 기만, 파탄... 무거운 단어들이 책의 전반에 반복되어 나오는데, 부담스럽기보단 개운하다. 정확한 곳을 찌르기 때문이다. 찔린 곳,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이 환멸의 시대를 넘어서 더 이상 '헬'이 아닌 곳으로 나아가려 한다면 오물을 토해내는 바로 그 환부를 똑똑히 마주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최혜진 (지은이), 해란 (사진) | 한겨레출판 | 2021년 10월 "강인하고 너그러운 그림책의 힘"

    그림책 읽는 사람은 누구일까. 문학잡지 릿터에서 지난 해 여름 '나, 요즘 그림책 읽어'라는 커버스토리로 그림책을 둘러싼 이야기를 소개했다.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의 작가 최혜진은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라는 용어를 두고, "어린이용 감정과 어른용 감정이 따로 있는지"(17쪽) 질문했다. (이를테면 육아 같은) 목적 없이 그림책을 사랑하는 것이 새삼스럽지 않은 시대, 그림책 읽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에디터 최혜진이 소개한다. 좀처럼 낙담하지 않는 그림책 속 인물들처럼, 어려움을 넘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들. 권윤덕, 소윤경, 이수지, 유설화, 고정순, 이지은, 유준재, 노인경, 권정민, 박연철을 만나 '돌파하는 힘'에 대해 묻는다.

    <파도야 놀자> 이수지는 최혜진의 질문에 유연하게 대답한다. "새로운 작업을 구상할 때 늘 노는 기분을 느낀다"(93쪽)는 작가는 되묻는다. "재미있는 일이 통 없다면 '이 정도가 재미지'라는 기준이 높기 때문 아닐까요? 대충 재미있거나 조금만 재미있어도 재미있는 건데요."(99쪽) <팥빙수의 전설> 이지은은 눈호랑이를 만나는 고비, 팥할머니의 태도에 집중한다. "아 그렇구나. 일이 벌어졌구나. 그럼 겪어야지. 지나가야지." (193쪽) 역경 속에서도 내 삶에 집중해 잘 걸어가는 이의 뒷모습에서 삶의 방향성을 배운다. 애정어린 좋은 질문과 어우러진 내공이 느껴지는 대답. 그림책 그리는 이들의 공간을 촬영한 해란의 사진과 함께 영감이 빛을 낸다.

  • 성공은 당신 것
    데이비드 호킨스 (지은이), 박찬준 (옮긴이) | 판미동 | 2021년 10월 "성공을 추구하지 마라!"

    성공이란 무엇인가? 부와 명예를 얻으면 성공한 것일까? 넓은 집, 좋은 차, 비싼 사치품, 고급 휴양지는 성공의 증거물일까? 누구도 성공을 그렇게 정의하진 않았지만 성공을 위해 분투하는 우리의 모습은 그러한 속내를 감출 수 없다. 저자는 그 '소유'의 수준을 넘어설 것을 주문한다. "명성과 성공의 원천은 '이 안'에 있지 '저 밖'에 있지 않습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다. 행복은 성공을 대하는 태도, 성공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아는 것에 달려 있다. 책에는 저자가 다녀간 식당 이야기를 비롯해 비즈니스적 관점에서도 도움이 될 내용이 많은데, 덕분에 저자를 처음 접하는 경영 독자들도 성공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볼 수 있다.

    그는 우리에게 성공하기 위해 그만 애쓰고, 성공 관련서들을 다 던져 버리라고 자신 있게 단언한다. 아니 서점 매출은 어쩌라는 말인가? 어찌 되었든, 저자가 주장하는 바대로 말하자면 매출을 걱정하기 전에 훌륭한 서점이 먼저 되어야 한다. 독자를 관찰하고 배려하고, 그들에게 귀를 기울여 즉각적 대응에 나선다면 매출, 즉 성공은 저절로 따라오게 된다는 것. 요컨대 성공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은 무슨 일을 하든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세계적 정신과 의사 데이비드 호킨스가 1991년에 남긴 미발표 원고인 이 책은 많이 늦긴 했지만 독자들 곁으로 찾아올 준비가 되어있던 것 같다.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니 이미 성공한 기분이다.

  • 선릉 산책
    정용준 (지은이)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나는 내 삶에서 뭘 배웠나"


    정용준이 6년 만에 소설집을 엮었다. 등단을 기준으로 활동 기간 10년 이하의 '젊은작가'에게 주어지는 '젊은작가상'을 2016년 수상한 <선릉 산책>이 눈에 띈다. 이 작품집엔 활동기간 10년 이상, 안정적인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온 작가에게 주어지는 '김승옥문학상'을 2021년에 수상한 <미스터 심플> 역시 실려있다. '10년'이라는 구분선을 통과한 6년이라는 시간을 한 손에 쥔다.

    정용준의 소설은 모르는 것을 안다고 말하지 않는다. 표제작 <선릉 산책>에서 발달장애 청년 '한두운'을 돌보는 아르바이트를 선배 대신 맡은 청년의 하루. 그 또한 개성을 가진 사람이며, 우리는 어쩌면 작은 교감을 이뤘을지도 모른다는 내 착각은 얼마나 기만적인 것인지, 소설은 '추가'된 세 시간의 돌봄을 통해 대면하게 한다. 내 의지대로 끝낼 수 없는, 친하지 않은 사람과의 산책이 영겁처럼 이어지고...... 정용준의 소설은 이 순간의 마주하게 한다. <미스터 심플> 속 이야기. 중고상품 거래앱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의 인생 전체를 담은 글을 쥔 손. "내 이름은 슬픔입니다."라는 문장을 읽고도 갈림길로 돌아서 갈 것인지, 그에게 식사를 청할 것인지. 산책은 계속되고, 선택지는 우리에게 쥐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