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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이름:전성호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51년, 대한민국 경상남도 양산

직업:시인

최근작
2022년 8월 <[큰글씨책] 미얀마, 깊고 푸른 밤>

먼 곳으로부터 먼 곳까지

흙탕물 속에서 물고기가 된 듯 뛰어노는 아이들, 잿빛 습지 속에서 자라는 풀과 쓰레기들, 트럭에 사람을 가득 싣고 달리는 라인 카들, 하수구와 수돗물이 없어도 금빛 불탑과 세인빤의 향기에 기대 하루하루의 굴욕을 이겨내는 남루한 사람들. 나는 매일 이들을 바라보며 살고 있다. 나는 이곳에 둥지를 틀고 미얀마와 모국의 시계추가 된 지 15년째다. 먼지와 뒤섞인 매캐한 햇살과 열대의 잎 큰 나무들, 얼핏 보면 미얀마에서의 시간은 느리게 고여 썩거나 무위의 투명한 감옥에 자신을 열어두는 일뿐인 것처럼 느껴지기 쉽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곳이 어디 있겠는가. 숨만 쉬어도 정치요 권력인 것은 이곳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이곳에서 보면 높은 언덕에 올라서서 들판을 내려다보듯 선명해지는 것들이 많다. 제국들의 각축과 주변부 국가들의 야만적인 통치는 물론 아시아의 전 지역에서 거의 같은 수준의 고통을 양산하는 힘이 무엇인지 명료하게 보이고 만져진다. 따라서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한 입, 한 발만 잘못 내디디면 그곳이 벼랑이요 절벽인 것이 이산자들의 고단한 삶이다. 끝없이 분절적인 소외와 배제의 호흡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일’의 온전함과 생명 지닌 것들의 설레는 흔적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조차 때론 쉽지 않다. 존재 전체를 지워버리고 싶을 만큼 목메는 분노를 삼킨 채 땀에 전 시장 바닥을 조용히 바라보며 포기가 아닌 화해를 생각하는 일이란 결국 위험 속에 자신을 던져 넣는 일뿐이라는 것을 거듭 확인할 뿐이다. 언제쯤 바위의 귀에 진실의 말을 전할 수 있을까. 여전히 고향은 멀다.

캄캄한 날개를 위하여

나는 먼 곳을 떠돌아다니면서 우리 삶과 무관한 듯한 역사와 삶을 관찰함으로써 지평적 존재에 대해 새로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들의 남루한 삶은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그러므로 이 시집은 나 자신의 어두운 지난날과 먼 곳에 있는 자들의 꿈을 하나의 의미 속에 담고자 한 십수년간의 결과물이다. 우리시에 여행시는 많이 있지만, 나는 실존적 의미의 여행시를 쓰고 싶었다. 어디서나 나는 결코 혼자서 존립할 수 없다는 '조건'이었다. 앞으로도 파괴되어 가는 고향과 항상 나를 철썩이게 하는 바다와 강, 문명의 그늘 속에서 소외된 모든 존재들의 표정을 가슴에 꼭꼭 눌러 담고 살아가리. 가능하다면 나의 시가 이유 있는 포스나, 이유 있는 세계를 형상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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