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예술가인지 모르는 것 같다. 예술의 속성은 호기심이다. 끊임없이 다른 것에 관심을 보이고 다른 것과 결합해서 새롭게 거듭난다. 시 역시 예술이어서 시 혼자 있지 못한다. 그림과 결합하고, 음악과 결합하고, 연극과 결합하고, 사진과 결합하고, 영상과 결합한다. 아이들은 그것을 본능적으로 한다. 예술이 예술가를 만났으니 신나게 어울린다. 시에 대한 에너지는 내가 아이들에게 준 것이지만, 다른 매체와 결합하는 에너지는 내가 아이들에게 받은 것이다. 이렇게 주고받으며 우리는 함께 간다.
아이들이 쓴 수첩을 읽으면서 시와 그림을 결합한 시집을 내야겠다고 결심했다. 혼자만의 결심으로 끝날까 봐 아이들 앞에서 약속도 여러 번 했다. 그러나 시작하고 며칠 못 가서 포기하는 날이 많았다. 단순히 시 옆에 그림을 그리는 문제가 아니었다. 결합이란 서로 다른 두 개가 하나가 되는 것이어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기도 하지만, 한쪽이 기울지 않도록 각자 비워 내는 부분도 있어야 했다. 아이들과 나의 결합도 그래야 한다는 듯이. 이 시집은 아이들과 내가 주고받았던 에너지가 있었기에 완성할 수 있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내 주위에도 사람들이 많다.
앞에도 있고 뒤에도 있고 옆에도 있다.
그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는
옆이다.
누군가 내 옆에 있으면 든든하다.
친구와 함께 있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나도
누군가의 옆에 있는 것이 좋다.
특히 제자들 옆에서
시를 나눌 때가 좋다.
2024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