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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한 미의 세계, 순수 회화로 바라본 조선민화 컬렉션 화집 출간!

민화(民畫)는 조선시대 서민들이 생활에서 즐겨 그린 실용적인 그림으로 익명의 화가들에 의해 제작된 것이 특징이다. 민화는 궁중 회화나 양반 계층의 고급 회화와 달리, 자유로운 형식과 대중적인 주제를 담고 있어 한국인의 정서와 생활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미술사가나 전문가들은 민화를 순수 회화로 인정하기보다 조선시대 서민들의 실내장식품, 즉 민예품 정도로 여겨왔던 것이 사실이다. 민화를 그린 주체가 정식 화가 수업을 받지 않은 이들이라는 점, 일정한 초본(밑그림)을 반복적으로 따라 그렸다는 점, 작가와 제작 연도가 미상인 점, 그리고 특정 의식과 장식 목적의 그림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민화를 순수 회화로 볼 수 없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학계의 이 같은 논거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쓴 민화 컬렉터 김세종은 종전의 관념을 깨고 오랜 세월 우리 민화를 회화적 관점으로 탐구하고 수집해오면서 발견한 조선민화만의 독특한 예술성을 널리 알리고자 힘써왔다. 『판타지아 조선민화』는 민화의 독창성과 회화적 아름다움에 매료된 저자가 오랜 시간 열정적으로 수집해온 결과물을 집대성한 화집으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불가사의한 미의 세계’ 조선민화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민화의 회화적 가치
순수 미술로서의 가능성


그동안 민화 연구는 작가를 배제한 채 화조도, 산수도, 문자도, 책거리 등의 유형적 분류나 혼례, 제례, 액막이 등의 용도별 접근 방식에 국한되었다. 또한 길상(吉祥)과 벽사(辟邪)와 같은 상징과 의미 해석에 집중하면서, 민화의 조형성과 회화적 가치에 대한 미학적 접근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오늘날까지 민화를 다룬 대부분의 연구와 서적은 도상학적 해석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민화를 단순한 민속적 산물이 아닌 독창적인 조형 세계를 담은 회화 작품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제작 연대나 작가명을 알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예술성과 작가 정신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익명의 화가들이 펼쳐 보인 조형성과 표현 방식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판타지아 조선민화』는 민화를 순수 회화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조형적 아름다움을 품은 작품만을 선별해 엮은 새로운 형식의 민화집이다. 전 4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화조도, 산수도, 책거리·문자도, 호랑이·무신도라는 큰 테두리 안에 어해도, 구운몽도, 삼국지도 등 조금 더 세부적인 장르까지 아우르고 있어 민화를 사랑하는 모두의 심미적 만족도를 충족시킨다. 더욱이 민화를 직접 그리며 공부하는 민화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자료집이 되어줄 것이다.

민화의 조형성과 해학성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미술


민화를 서양미술의 시각으로 살펴보면 형식면에서 역원근법과 같은 원근법의 해체, 윤곽선과 평면성, 풍부한 색채와 색감, 규칙 없는 자유자재의 필치 등 대단히 독특한 특징을 엿볼 수 있다. 조선민화는 서양의 모더니즘 미술보다 더욱 빠르게, 더욱 파격적으로 형식을 해체하며 독창적인 미술세계를 구축해왔다.
민화의 조형적 특징 가운데 첫째로 손꼽는 것은 바로 ‘추상성’이다. 민화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온통 추상의 세계다. 꽃과 나비, 산과 바위, 풀과 나무 같은 소재들이 사실적인 묘사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형태로 그려져 있으며, 이러한 표현은 마치 방금 붓을 놓은 듯한 생생함과 활기를 전달한다. 또한, 이러한 요소들은 반(半)추상의 형태로 배치되어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초현실적인 세계를 연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민화의 추상성은 현대미술의 난해한 개념과 달리, 별다른 설명 없이도 친숙하고 편안한 감상을 유도한다. 이는 단순한 형식적 실험이 아니라, 민화 특유의 해학성과 연결되면서 더욱 의미를 갖는다.
민화뿐만 아니라 판소리, 탈춤, 굿 등 한국의 전통 예술에는 독특한 해학성이 스며들어 있다. 해학이란 ‘익살스러우면서도 풍자적인 말이나 행동’을 의미하며, 민화 역시 이러한 해학적인 요소를 강하게 내포한다. 민화에는 한국인 특유의 유머와 위트,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녹아 있으며, 친숙하고 간결한 표현을 통해 진솔하면서도 건강한 미적 감각을 전달한다. 이는 민화를 그리는 기법이 아니라 한국인의 감성과 심성이 축적된 집단 무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처럼 시대를 초월한 조형성과 문화사적 가치를 지닌 민화는 앞으로 더욱 깊이 있는 연구와 조명이 필요한 중요 문화유산이며, 관람자에게 해방감과 자유로운 상상력을 선사하는 예술 장르로 재조명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K-문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금, 민화는 일본, 미국, 프랑스 등 해외 유수의 박물관·미술관의 소장품에 이름을 올리며 그 탁월한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다.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여전히 민화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하지 않은 듯하지만, 이제 우리도 한국만의 독창적인 예술인 민화를 재평가하고, 이를 세계미술사적 관점에서 바라보며 연구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민화의 가치는 단순히 한국 정통미술사의 틀 안에서만 논의될 것이 아니라, 조형적 측면과 미의식을 중심으로 보다 폭넓게 탐색되어야 한다. 회화적 완성도와 독창성을 기준으로 엄선한 작품으로 구성한 『판타지아 조선민화』가 민화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경험하고 싶은 독자, 한국 전통 예술의 깊이를 느끼고 싶은 예술 애호가들에게 소중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작가의 말

‘진정 민화는 독창적인 회화의 장르로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을까?’ 이것은 내가 민화를 처음 수집한 2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가슴에 품고 있는 질문이다. 나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민화를 수집하면서 수많은 작품을 접견하고 독대하는 기회를 가졌다. 한 점의 민화를 보기 위해 박물관과 미술관을 수없이 다녔다. 이름난 민화 수집가와 연이 닿으면 먼길 마다하지 않고 그들의 수장고를 방문했고 고미술상가를 내 집 드나들듯 들락거렸다.
이렇게 오랜 시간 하루도 빠짐없이 민화를 화두로 삼고 살아왔지만, 내가 민화를 대하는 자세는 학문적 지식의 기준이 아니라 오로지 그림으로 인식하고 직관적으로 감상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민화를 사랑했다. 처음에는 궁중 민화와 서민 민화를 가려 수집해오다가 어느 시점에 와서는 장르에 구분 없이 회화적 관점에서 민화에 접근했고 수집하게 되었다. 그렇게 내가 소장하고 있는 민화들은 대부분 화원들이 그린 정통 민화와 궁중 민화와는 변별되는 것으로 통상 ‘서민 민화’라 불린다. 이것은 서툴고 어눌하며 치기 어려 보이는 민화들로서 속칭 ‘바보 민화’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나는 그것을 ‘순수 민화’라고 부르고 싶다. 이렇게 부르는 것은 정식 명칭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인데, 이는 민화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가 턱없이 부족한 까닭이다.
어쨌거나 나는 민화와의 만남이라는 지난한 여정 속에서 특별히 순수 민화가 얼마나 경이롭고 독창적이며, 매력적이고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세계인지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내 짧은 식견으로는 민화라는 세계의 심연에 더욱 가까이 가지 못함이 항상 아쉬웠을 뿐이다. 어쩌면 내가 보고 있는 민화라는 세계는 전체 민화의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 민화의 무궁무진한 조형 세계는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심오하게 느껴진다. 또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불가사의할 정도로 뛰어난 회화라는 점을 절실히 깨닫는다. 그런 점에서 나는 민화를 순수 회화로 정의하고 있다.
나는 이런 순수 회화에 매혹되어 지금까지 수집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나의 컬렉션은 조선민화의 큰 장점인 독창성과 회화성, 예술적인 완성도를 기준으로 열정적으로 수집해온 결과물이다. 단순히 도상학적인 분류에 따라 수집하지 않고 회화적인 독창성과 완성도를 갖춘 작품을 중심으로 수집했다. 그 과정에서 수준급의 순수 민화는 궁중 민화보다도 예술적이고 더 희귀하다는 점을 느꼈다. 또한 이 민화는 K-문화가 세계적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로서도 손색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나는 이런 자긍심과 확신을 가지고 지난 수집의 결과물을 정리하는 동시에 민화의 세계화에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컬렉션 도록을 만들게 되었다. 그동안 나의 수집 철학에 공감해주고, 많은 응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_「나의 컬렉션 이야기」에서

지은이 소개

김세종Kim SeJong

‘조형성이 뛰어난 조선민화는 민예가 아닌 순수 회화다’라는 신념과 관점으로 20여 년 동안 민화를 수집해왔다. 그의 컬렉션으로 <조선민화 까치 호랑이>(평창아트, 2010년), <불가사의의 아름다운 민화>(EU 대사관저, 2016년), <판타지아 조선―김세종 민화 컬렉션>(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2018년) 전시를 열었고, 세종문화회관, 광주 아시아문화의전당에서 장장 80여 일간 릴레이 전시를 개최했으며, 그 외 다수의 기획전과 초대전에 참여했다. 지은 책으로는 『컬렉션의 맛』 『나는 조선민화 천재 화가를 찾았다』가 있다. 현재 『월간 민화』에서 「컬렉터 김세종의 안목」이라는 제목으로 민화에 대해 연재중이다.


차례

1. 화조도
나의 컬렉션 이야기
I. 화조도
II. 특수 화조도
세계가 사랑하는 독창적 회화로서의 민화
조선민화의 정체성

2. 산수도
나의 컬렉션 이야기
I. 산수도
II. 어해도
III. 구운몽도
IV. 삼국지도
V. 백동자도
VI. 십장생도, 도석화
세계가 사랑하는 독창적 회화로서의 민화
조선민화의 정체성

3. 책거리·문자도
나의 컬렉션 이야기
I. 책거리
II. 문자도
세계가 사랑하는 독창적 회화로서의 민화
조선민화의 정체성

4. 호랑이·무신도
나의 컬렉션 이야기
I. 호도
II. 효렵도
III. 운룡도
IV. 무신도
세계가 사랑하는 독창적 회화로서의 민화
조선민화의 정체성

도서 정보



도서명: <판타지아 조선민화>

- 분야: 국내도서 > 예술
- 지은이: 김세종
- 펴낸곳: 아트북스
- 판형: 230*300mm
- 쪽수: 400쪽 (각 권)
- 값: 100,000원 (세트 400,000원)
- 출간일: 2025년 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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