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오 이시구로,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첫 발표 소설"
아이들의 친구로 생산되는 인공지능 로봇 매장. 쇼윈도에 진열된 '클라라'는 바깥 세상에 호기심이 많다. 거리를 비추는 햇빛의 색깔과 무늬, 아이들의 웃음소리, 서로를 끌어안는 사람들의 행복한지 속상한지 모를 표정. 창밖 풍경을 빠짐없이 눈에 담아 언젠가 인간 친구를 만나 그 세계 속에서 함께할 자신을 상상한다. 그러던 어느 날 클라라 앞에 다가온 한 소녀. 걸음걸이가 불편하고 어딘가 그늘을 가진 듯한 조시를 보고, 클라라는 한눈에 조시에게 자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인공지능은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이 물음이 무례하게 느껴질까 조심스러운 것은 소설 속 클라라가 보여준 무수히 따스한 것들을 표현하는 데에 '마음' 외에 다른 단어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정과 상호작용을 유심히 관찰하며 기억하고, 진심을 다해 위로의 말을 건네고, 태양이 자신에게 주는 양분과 힘이 조시에게도 닿을 수 있다고 굳게 믿고 행동하는 클라라. 한 존재가 다른 존재에게 건네는 자신의 전부에 대해 생각한다.
- 소설 MD 권벼리 (202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