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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이름:이강국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70년, 대한민국 부산

최근작
2023년 10월 <이강국의 경제 EXIT>

다보스, 포르투 알레그레 그리고 서울

보다 나은 사회는 학자와 정책결정자, 시민들이 함께 하는 열린 토론, 연구와 실천 그리고 현실의 상호작용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세계화의 충격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이 책이 생산적인 논쟁과 대안의 모색을 위한 작은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불평등 트라우마

불평등에 맞서는 모든 이들에게 2018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소득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에 비해 많은 사람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며 더 행복해진 것 같지 않다.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대답하는 비율은 과거보다 크게 줄었고 과도한 경쟁의 압력 속에서 삶의 불안은 높아지고 있다. 그 중요한 배경은 누가 뭐래도 불평등이다. 한국의 불평등은 1997년 외환금융위기 이후 계속 심화되어 불평등과 저성장의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상위 10%의 소득집중도는 선진국들 중 미국 다음으로 높아서 세계적으로도 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이다. 또한 정부의 소득 재분배 역할이 미미하여 시장소득과 달리 가처분 소득의 불평등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이제 불평등의 문제를 인식하고 그와 맞서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윌킨슨 교수와 피킷 교수의 신작 번역과 출판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이 책은 불평등이 어떻게 개인과 사회를 병들게 만들고 여러 사회문제를 일으키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The Spirit Level (평등이 답이다)’이라는 책에서 불평등이 온갖 사회문제들을 일으킨다고 주장하여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후속편격인 이 책에서 그들은 사회역학, 진화심리학, 사회학 그리고 경제학 등 최신의 연구들을 집대성하여 불평등이 일으키는 문제들을 고발하고 그에 맞서기 위한 노력을 촉구한다. 이 책은 먼저 불평등이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효과를 개인 수준에서 더욱 깊이 분석한다. 불평등은 사회적 평가에 대한 위협을 강화시켜 지위 불안과 스트레스를 심화시키고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든다. 불평등한 나라일수록 사람들이 자신을 과대평가하거나 술에 빠지고 도박이나 쇼핑에 더 많이 중독되는 이유다. 불평등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사람들은 사회적인 만남과 상호작용을 더욱 피곤하게 생각하고, 따라서 공동체 활동과 신뢰가 낮아져 사회적 통합이 저해된다. 평등한 사회에서는 사람들은 서로 믿고 돕지만 불평등하면 그 반대가 되어 사람들은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결국 불평등은 개인과 사회의 잠재력과 성과 모두에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불평등이 심각하면 사회적 이동성이 낮아지고 부모의 소득에 의해 아이들의 미래가 결정된다. 소위 고정관념 위협을 생각하면 능력이 지위를 결정한다는 능력주의도 불평등한 세상에서 는 환상에 가깝다. 여러 경제학 연구들도 심각한 불평등은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교육과 생산성 상승을 가로막아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한다. 이제 불평등은 환경을 포함한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해치고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것도 가로막고 있다. 따라서 현재는 우리가 불평등으로 인한 불안과 위계를 더욱 강화할지 아니면 불평등을 극복하여 사회적 협조와 행복을 추구할지 선택해야 하는 전환기다. 저자들은 불평등에 맞서기 위해 노동조합과 소득재분배의 강화와 같은 정치적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장기적으로 노동자들의 기업경영과 소유를 확대하는 기업 차원의 경제 민주주의가 핵심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이렇게 불평등을 이겨내야 우리는 사회 불안을 줄이고 생산성 상승으로 더 많은 여가시간을 가지며 노동의 질과 건강 등 삶의 질이 높아지고 환경의 지속가능성도 높아지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온갖 사회문제들의 근원으로 불평등을 제시하는 이 책의 주장에 관해서는 물론 더 많은 연구가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들을 고려해야 하며 인과관계를 둘러싸고도 보다 세심한 분석이 요구되고 있다. 그럼에도 방대한 연구에 기초하여 불평등을 단지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건강을 포함한 여러 사회문제들과 연관시키는 이 책은 불평등에 대한 싸움을 시작하는 전세계의 모든 이들에게 지침이 될 만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많은 선진국들에서는 불평등에 맞서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았지만 행동과 실천은 크게 부족했다. 이제 불평등의 심화와 포퓰리즘의 대두를 배경으로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영국의 노동당 등은 노동자의 기업경영 참여를 보장하고 기업의 주식 일부를 기금으로 만들어 노동자들에게 이윤을 지급하자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진보적 정치인들은 초고소득 구간에 대한 70%의 최고 소득세율이나 엄청난 자산에 대해 매기는 부유세의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이 책은 한국사회에도 커다란 울림을 준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의 인상 등 소득주도 성장을 추진해 왔지만, 최근 빈부 격차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상위 소득층의 소득과 부동산 등 자산에 대한 증세와 빈곤층을 위한 사회복지의 확대를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공정한 경제를 만들고 노동시장에서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지대추구를 막기 위해 산업의 경쟁을 촉진하고, 공공부문과 재벌대기업 노조의 기득권도 줄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저자들도 지적하듯이 언제나 어디서 나 불평등에 맞서기 위한 싸움은 결국 정치의 변화에서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정치 변화의 출발점은 우리 모두의 관심과 참여일 것이다. 이 책이 더 많은 사람들이 불평등 문제를 인식하고 그 해결을 위해 행동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불평등에 맞서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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