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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인문/사회과학

이름:이성민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최근작
2023년 8월 <말 놓을 용기>

디자인 철학

산업혁명이라고 부르건 자본주의라고 부르건 근대의 개시와 더불어서 이 세상은 지금까지 겪지 못했던 수많은 사회적 문제들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노력 가운데 역사학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세상을 바꾸겠다고 공언했던 혁명들이다. 모더니스트들은 좀 다른 곳을 보았다. 물론 디자이너들은 세상을 바꾸겠다고 공언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디자인 실천에는 세상의 각종 문제들이 어쩔 수 없이 얽혀들게 되어 있다. 모더니즘은 기능에 대한 강조를 통해 이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고 보았다. 파슨스가 우선적으로 주목하는 것은 기능에 대한 강조의 궁극적 결과가 아니라 그것의 함축이다. 기능에 대한 강조는 디자인에 얽혀드는 세상의 다차원적 문제들에 대한 외면이 아니라 해결로서 제시된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날 이 문제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미학의 이름으로든, 윤리나 도덕의 이름으로든, 환경의 이름으로든. 디자인 실천을 고립된 실천으로 바라보지 않고 포괄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았던 모더니즘 정신을 이어가면서, 파슨스는 이 문제들을 새로운 이론적 자원을 통해 다시 하나하나 꼼꼼하게 들여다본다. 그러고는, 문제의 복잡성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도, 설득력 있는 현실적 판단들과 제안들을 선사한다.

라캉의 주체

라캉을 읽는 것은 분통이 터지는 경험이다! 그는 거의 언제나 곧바로 말하지 않으며 자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말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지금까지 제출된 설명들로는 온갖 것들이 다 있다. “이 사람은 똑바로는 쓸 수가 없으며, 똑바로 사고할 수는 더더욱 없다.” “그는 결코 어떤 특정한 이론적 입장으로 고정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는 전부 고의로 그렇게 했다. 그는 일부러 자신이 의미하는 바를 알아내기―완전히 불가능하게가 아니라면―어렵게 만든다.” “그의 글은 너무나도 많은 층위에서 한꺼번에 작동하며 또한 철학, 문학, 종교, 수학을 비롯해 너무나도 많은 분야들에 대한 지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여러분은 배경이 되는 자료들 전부를 읽고 나서야 그가 말하는 바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기타 등등. 이 모든 진술들은 참인 동시에 거짓이다. 이제 그의 <에크리>의 다섯 편을 번역한 나는 그가 번역하기에는 참기 힘든 저자이지만 프랑스어로 읽는 것은 기쁨인 저자임을 발견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애매함들이나 모호한 정식화들로 이따금씩 나를 빗나가게 하는 일이 더 이상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저작은 너무나도 환기적이고 도발적이어서, 내가 그보다 더 즐기는 텍스트는 거의 없다. 그가 자신의 생각을 때로 아주 명료하게 표현할 수 없었다는 것은 참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모든 사람에 대해서 참이지 않은가? 그의 어떤 정식화들의 번쩍이는 명료함을 보면 그것이 꼭 그런 것만도 아니지 않은가? 그의 광범위한 인유나 참조는 어떤 독자들을 괴롭힐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이해하는 열쇠는 배경이 되는 자료들을 우선 모두 읽는 것이 아니다. 이는 더 큰 혼동으로 이어질 뿐이다. -<지은이 후기에서>

부정적인 것과 함께 머물기

지젝에게 헤겔은 양날의 칼과도 같다. 헤겔과 더불어 지젝은 알튀세르가 충분히 멀리까지 나아가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또한 헤겔과 더불어 지젝은 들뢰즈가 너무 성급했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비판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실로 알튀세르를 읽다보면 알튀세르가 엄밀한 라캉적 의미에서의 “주체”와 “향유” 개념을 사유했는가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다. 알튀세르는 분명 주체성의 문제를 그곳까지 가지고 가지 않았다. 또한 들뢰즈를 읽다보면 그가 충동의 문제에 너무 빨리 접근했으며, 그러는 동안 주체 본연의 차원(즉, 분열된 주체)을 놓쳤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아름다움과 정의로움에 대하여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말이 아직은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오늘날은 분명 그런 시절이 아니다. 아름다운 사람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점점 더 의심과 비난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아름다움의 지각자인 우리가 아름다움과 맺었던 “상호 생명수여 조약”을 기억하고 꺼내 들어야 할 때가 아닐까? 이 조약은 화가들이 아름다운 것들을 그리기 전에, 시인들이 아름다운 것들을 노래하기 전에 맺어진 조약이다. 그것은 인간이 아름다운 것들을―꽃과 새소리를, 하늘과 대지와 강물과 바다와 동굴을―무상으로 풍요롭게 제공해주는 자연 안에서 살기 시작할 때 맺어진 태곳적의 상호조약이다. 이 조약을 무효화하려는 시도인 양 인간은 자연을 파괴하기도 했지만, 조약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아직은 더 많을 것이다. 스캐리가 마지막 문장으로 단언하고 있듯이, “증거는 넘친다”.

프레임 혁신 :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생각을 창조하기

평생 인문학을 공부하던 내가 디자인 책을 번역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 나는 인문학이 더 이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오히려 문제의 일부라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문제를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좋았던 옛 시절이 있었다. 오늘날 비평가나 언론의 그다지 좋지 못한 평판이 알려주듯 이제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는 멀리 갈 수 없다. 오늘날은 문제를 다시 볼 줄 아는 창의적인 문제해결 역량이 필요한 때다. 둘째, 나는 오늘날 그와 같은 역량이 디자인 영역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디자이너들이 이제 전통적인 디자인 영역에서 벗어나 디자인 접근법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 그것은 “디자인 씽킹”으로 알려졌지만, 이 책이 잘 보여주듯 그것의 본질은 프레임 창조 접근법이다. 셋째, 나는 이 디자인 접근법의 한가운데 놀랍게도 인문학적 성찰이 놓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가령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프레임 창조 9단계 모형의 중앙에 배치된 주제 탐사와 프레임 창조는 각각 “철학적”이고 “문학적”인 작업들이다). 나는 이곳이 어쩌면 인문학의 새로운 자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옮긴이 후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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