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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정미경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0년 (물병자리)

사망:2017년

직업:소설가

최근작
2020년 5월 <나의 피투성이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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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의 연인

이 년 만에 다시 소설집을 묶게 되었다. 이 책에 담을 첫 소설을 구상할 무렵, 이번엔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어보자, 했다. 때론 운명보다 억척스러운 우리 안의 욕망들. 그 불가해함에 대하여. 제 안에 있는 것이지만, 결코 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그 뜨거운 덩어리는 얼마나 우리를 어리석은 존재로 만들어버리는가. 이 어리석음을 기록하는 것이 어리석음일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모아놓고 다시 읽어보니 뭐 거창할 것 없이, 생긴 대로 살아야 하는 쪼잔한 존재들의 슬픔만이 자욱하다. 꽃 핀 길이라 쉬어갈 수도, 얼음장 위라 건너뛸 수도 없는 삶의 엄혹함에 지쳐가는 당신 그리고 나.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비행기로 몇 시간만 날아가면, 스타워즈가 아니라 진짜 살육이 벌어지는 전장이 있다. 지금, 여기를 표류하는 당신들 역시 피를 흘리지 않아 감출 수 있을 뿐, 날마다 전장을 통과하고 있을 것이다. 마지막 교정을 위해 다시 읽어보니, 이 글들은 먼 곳의 전쟁에서 시작하여, 지금, 여기의 전쟁으로 끝난다. 지구의 자전축만큼 기울어진 채 어딘가로 질주하고 있는 당신, 이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잠시 멈추어주겠는가. 가슴과 발바닥에 스키드마크를 새기며. 모든 흔적은 상흔임을 알게 된다면 길을 잃는 것이 그리 두렵지 않을지도 모르니.

밤이여, 나뉘어라

몸을 갖지 못한 언어가 지은 집은 어쩌면 가장 무력한 것이 아닌가 절망스러울 때도 있지만, 이전에 존재했던 것들, 동시대를 같이 숨쉬는 것들, 우리가 사라진 후에도 존재할 것들은 역설적으로 오직 언어 안에서만 영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는 선언이 신의 영원성에 대한 선언이듯, 언어외엔 도구가 없는 문학만이 영원과 겨룰 수 있지 않을까. 문학의 위기와 고사를 말하는 세태 속에서도 문학이 주는 매혹은 영원하리라고 믿으며, 자다 깨인 밤의 노래를 기록하고 싶다.

장밋빛 인생

글을 통해서 삶의 기쁨을 준다거나 고통을 치유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견딜 수 없다고 아우성을 치면서도 사람들은 매우 잘 견뎌낸다. 강인함 때문이 아니라 연약함 때문에. 우리를 살아가게 만드는 것은 결국은 연약함이다. 못남이고 남루함이고 어슴푸레함 때문이다.

프랑스식 세탁소

모아둔 단편들을 묶고 보니 오년만의 소설집이다. 러시아가 사랑하는 국민가수의 노래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달리는 말의 등에 채찍질하며 그 귀에 속삭였네. 말아, 제발 천천히 달려다오!’ 앞뒤가 어긋나는 이 가사의 아이러니는, 말을 인생이라는 단어로 바꾸어보면 허탈하리만치 쉽게 풀려버린다. 말 등을 세게 후려친 것도, 천천히 달려다오 애걸한 것도 바로 나 자신이란 생각을 하면 오년이란 시간은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다 싶다. 상승과 추락, 고결함과 수치, 사랑과 증오, 움켜쥠과 상실, 슬픔과 기쁨이 대척점에 서 있는 단어가 아니라는 깨달음과 함께. 나온 김에 말이지만, 슬픔의 한가운데 풍덩 빠져본 사람만이 알게 되지 않는가. 슬픔이라는 그 단어가 제 안에서 지금 소용돌이치며 영혼을 할퀴는 그 감정을 표현하기엔 한없이 빈약하고 인색하며 심지어 동떨어지기까지 하다는 걸. 세상의 모든 추상명사는 초라하고 가난하다. 그 멀고 초라함이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한다. 끝없는 사유의 고통과 쾌락을 동시에 주는 추상명사의 불완전함을 나는 약간 사랑하는 것 같다. 시차를 두고 쓰인 소설들을 읽다보니 하나같이 아프고 어둡고 쓸쓸하고 막막하고도 불안하다. 그건 아마도 내가 누구보다 더 환하고 온기 있는 삶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걸 누군가는 알고 있을까. 마지막 교정을 보는 동안, 작업실 옆 소로길에 터널을 이룬 늙은 벚나무들이 일제히 꽃을 피웠고, 비가 왔고 바람이 불었으며, 꽃잎이 허전해진 틈을 비집고 새순이 고물고물 움터나와 연두와 분홍이 뒤섞였다. 오가는 길에 고개를 젖히고 서서 그 저린 풍경들을 오래 눈에 담아두었다. 꿈속의 일처럼 꽃은 졌는데 눈을 감으니 그 풍경들이 여전히 선연하다. 알고 보면 나도 분홍을 사랑하는 사람인 것이다. 작업실 책상 위 달력 여백엔 내가 펜으로 적어놓은 문장이 하나 있다. ‘나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 나를 파괴한다.’ 어원은 라틴어쯤이 될 것이다. 달을 넘기는 날이면 새 여백에 그대로 옮겨 적는 이 문장은 가장 먼저 나에게 주는 말이지만, 이 책 속의 인물들에게, 그리고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의 귓가에도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말 등에 가파르게 채찍질을 하면서, 느리게 달려다오 하소연하는 모든 이들에게도. 늘 그렇듯 일일이 들 수 없을 만큼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 책이 만들어졌다. 마음속에 떠오르는 한분 한분에게 깊이 머리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13년 봄의 한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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