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은 내가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면 가까이 다가와 오래도록 그림을 관찰한다. 그림을 감상하는 것으로 착각하기 숩지만 그건 엄청난 오해거나 바람일 뿐, 그들의 관심 대상은 움직이고 있는 붓이나 연필 등이다.
"자식, 지금 내가 뭐하고 있는 줄 알아? 바로 널 그리고 있다 이 말씀이야."라고 얘기해봐야 아무도 감동, 혹은 감사 따위 하지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내가 한 눈을 판 사이에 붓이나 연필 등을 입에 물고 튀거나 그림 위에 털을 뿌려대서 그림을 망쳐놓기 일쑤다.
그래도 뭐 괜찮아. 나는 원래 사탕발림 같은 것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다가 이 정도로는 상처를 안 받는, 인생의 쓴맛이 뭔지도 꽤 아는 인간이라고. 게다가 내가 이런 책을 낸들 고양이들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도리어 어여쁜 포즈와 분위기, 그리고 다양한 사건사고들로 소재가 되어준 것만으로도 내가 감사해야 될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