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상품평점 help

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안성호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직업:소설가

최근작
2015년 6월 <달수들>

누가 말렝을 죽였는가

‘콜럼버스의 달걀 세우기’는 반칙이었다. 한쪽을 깨뜨리다니! 나는 어떤 도구도 없이 달걀 세우기에 공을 들였다. 2010년 12월 어느 날 밤, 마침내 달걀을 세웠다. 요가하듯 두 발과 몸통이 직각이 되게 한 다음, 사타구니에 달걀을 놓고 될 때까지 세우고 세워 ‘콜럼버스의 달걀 세우기’를 뒤집었다. 문제는 그 뒤부터였다. 집 베란다에 앉아 뒤집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가설들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빨래집게 하나로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어보라. 강아지가 커피포트에 라면을 끊이는 방법은? 새가 어떤 도구 없이 직선으로만 날아가는 방법은? 독자의 독서 시간과 작가의 글쓰기 시간이 일치하는 소설을 작도(作圖)하는 방법은? 내 소설은 가설이다, 고로 언젠가 뒤집힐 수 있다. 달걀에서 출발한 일이 여러 사람의 손을 빌려 두번째 소설집으로 나왔다. 고맙고, 고마운 일이다. 소쿠리에 담긴 여덟 개의 달걀들이 깨지지나 않을까, 그간 얼마나 긴장했는지 모른다. 내 소설집을 위해 카페 <405>로 자주 발품을 팔았던 편집자에게 고맙다. 그리고 내 곁에서 늘 사랑이라는 양분을 공급하는 아내 이준경과 자칫 삐뚤어질 수 있었던 나를 오늘의 나로 살도록 도와준 안철수 선생님께 이 책을 바친다.

달수들

꿈 안에 내가 꿈 밖으로 나가서 구두를 사 신는, 결코 꿈일 수 없는 일들이 이 소설에 나온다. 현실에서 좌절을 맛본 사람들이 꿈으로 몰려들고, 그래서 꿈은 붐비며, 꿈은 화석화된 과거를 탐닉하는 영화관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런 나를 대신해서 악마가 된 내가 하나둘 꿈 밖으로 나가고 있다. 이 소설이, 이 소설에 달수가 그렇다는 말이다. 이 소설은 아내의 덕이 컸다. 아내는 잠을 잔 뒤 꼭 베란다에서 꿈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의 결말이 신통찮으면 다시 꿈을 이어가기 위해 잠을 자러 가기도 했고, 또 꿈을 보수하기 위해 잠을 청하기도 했다. 어떤 날은 아내의 꿈이 너무나 재미있어서 이걸 소설로 한번 써볼까 시도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퍼뜩 든 생각이 아내의 꿈에 등장하는 아내는 누구일까. 그리고 만약 내가 꿈 안에서 아내를 만나면 그녀는 날 알아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꿈의 지형을 알아가는 건 쉽지 않았다. 허상인 꿈을 구체화시키는 것 또한 모래성을 쌓는 것만큼 위태위태했다. 하지만 꿈과 현실이 결코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과 꿈으로 가는 통로가 어딘가 분명 존재할 거라는 망상이 달수를 소설 끝까지 데리고 갔다. 1988년, ‘전두환 퇴진’이라는 스티커를 경찰차에 붙였다가 파출소에 잡혀가서 손을 들고 서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날 담배를 배웠고, 그날부터 스티커 귀신이 붙었는지 내가 뜻하는 대로 이 사회는 굴러가질 않았다. 세월호 참사도 마찬가지였다. 입에 담배를 물고 멍청하게 앉아 있으면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이성의 잣대로는 결코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하루하루 펼쳐졌다. 그래서 우울했고, 나는 기억을 주워 먹고 산 넝마꾼에 지나지 않았는지 의심이 들었다. 이런 내가 달수다.

마리, 사육사 그리고 신부

밥을 먹어도, 일을 해도, 게임을 해도 나는 소설이라는 동굴에 갇혀 있었다. 내가 붙잡고 있는 소설, 이 생소한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쓴 소설을 고양이 똥처럼 파묻기에 급급한데. 여차저차해서 긴 시간을 보내고 마침내 소설 하나를 내놓았다. 이 소설에는 나름 번듯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정밀한 자본제를 살아가는 군상들이다. 옆집 아저씨도 아니고, 내가 아는 그 누구도 아니며, 인근 성당에 그 누구도 아니다. 단지 공허한 일상이 만들어 낸 한 인물이며, 배터리를 갈지 않아도 쉼 없이 움직이는 이 사회 그 누구다. 회복 불능의 존재들이 의심스러운 말과 행동으로 두 팔과 두 다리를 움직이는 사회. 욕망하는 것들의 끝없는 생산력에 이 소설은 찬사를 보내면서 끝을 낸다.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국내문학상수상자
국내어린이문학상수상자
해외문학상수상자
해외어린이문학상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