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이라는 삶의 조건 속에 살며
순환을 벗어나려고도 하고
순환하므로 안주하려고도 한다
그러나, 순환은 같은 길을 가는 것이 아니다
순환 속에서 변전과 대립과 융화를
생성과 소멸을, 성장과 쇠락을 겪으면서
질문은 계속된다. 살아가므로 질문하고
질문하므로 시를 쓴다.
터널을 지나오면서 켜 놓은 불빛이
멀리서 깜빡거린다
이 길로 해서 어디에 이르는가
다시 시집을 엮으면서 묻는다.
모든 것은 관계 속에서 운동 중이다
소멸하는 것까지도 지상의 나날을 떠나서도
더 작아지느라 움직이고
어디론가 갈 곳으로 돌아가서도
씨앗이 터지느라 움직인다
움직임 속에 존재한다
시가 그 운동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
사람을 통해야만 시에 옮겨 앉고
운동은 시를 뒤흔든다
책으로 태어나면 늘 미진한 시집을
다시 물결에 띄워 보낸다
2023년 가을
2020년 여름은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라는 질문을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을
것이다.
파생되어 가는 문제들의 가운데 중심문제가 있을 것이니
시도 삶도 그곳에 접근해 가야 하리라
시와 삶이 서로에게 텃밭이 되어준다면
다가갈 것과 다가오는 것이 많아진다
그들이 시의 밑둥이 될 것이다.
과잉과 낭비와 헛됨에 바친 삶을 줄이고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가는 순간순간
아마도, 시가 등불이 되어주기를 기대해도 좋을까
2020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