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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국내저자 > 에세이

이름:한은형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79년, 대한민국 경기도 수원

직업: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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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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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맥도날드

그전까지 소설을 쓴다는 것은 즐겁고 흥분되는 일이었는데 이 소설을 쓰는 동안은 그렇지 못했다. ‘작가의 말’을 쓰고 있는 지금은 알겠다. 그건 내가 그토록 피하고 싶은 불안 속으로, 자청해서 걸어들어가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각오가 필요한 일. 용기도 있어야 하는 일. 둘 다 부족했다. 각오도, 용기도. 하지만, 내게는 할일이 있었다. 그녀를 잘 보내드리는 일. 단정하고, 깨끗하고, 화사하게.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다시 ‘레이디 맥도날드’ 폴더를 열 시간이었다. 정동 맥도날드는 이제 없다. 경찰박물관도, 서머셋 팰리스 스타벅스도, 스타식스 영화관도, 씨넥스도 모두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이 소설 속에는 있다. 그리고 정동에는 더이상 그녀, ‘레이디 맥도날드’도 없다. 하지만 여기에는 있게 되었다.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

베를린에는 2016년 7월부터 9월까지 90일 가량을 머물렀다. 나로서는 유래 없이 바쁘게 지냈는데, 그래서인지 집에 돌아오면 어떤 문장도 쓸 수 없었다. 한국으로 송고해야 하는 원고를 몇 편 쓰긴 했지만 뭔가 자발성을 갖고 글을 쓰기가 어려웠다. 런던에서 그 이유를 깨달았다.(베를린에서 서울로 돌아오기 전 런던에서 열흘 가량 머물 일이 생겼다.) 글을 쓸 수 없던 이유를 말이다. 길거리에서 펄펄 날뛰고 있는 글자를 해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런던에서 간판들, 지하철역의 이름들, 거리의 이름들, 사람들 등뒤에 쓰인 글자들을 읽는데…… 더듬더듬 읽는데…… 행복했다. ‘아, 나는 글자를 아는 사람이었지!’ 하는 안도감이 밀려왔고, 마음이 이상해졌다. 언제나 그렇듯 가장 쓰고 싶었던 테마에 대해서는 쓰지 못했다. 이를 테면, 베를린의 헬무트 뉴튼, 비오 열풍과 케피르, 오스탈지(구동독적인 것에 대한 향수를 이르는 말), 베를린의 부유한 유태인들, 유태인이 끌려간 자리의 표식인 길거리의 황금빛 금속, 유태인 카페의 유태 음식, 베를린의 고용지원센터, 텐트 피플, 텐트 피플을 위한 거리의 체스판, 한밤의 폐허 관광자들, 구동독 출신 남자, 드레스덴에서 만난 네오나치, 와타나베와 갔던 노이쾰른 음악회, 베를린의 북한 대사관, 베를린 초밥집에서 만난 북한 외교관, 크로이츠베르크 걸, 일 년에 한번 열리는 배추 싸움, 보데 뮤지엄 앞에서 탱고를 추는 사람들, 위스키를 파는 약국, 베를린 미용실의 베를린 무드, 푸른 수염의 방 같은 지하실, 에밀 놀데와 브레히트, 타이 음식점에서 만난 포대화상, 유람선 모비딕, 백조로부터의 습격, 나체로 수영하는 호수, 귄터 그라스 와인, 베를린 발코니 아트, 맨발의 자유인, 노벨상 수상자의 방, 뉴저먼 시네마, 만날 수도 있었던 다와다 요코, 베를린의 서점, 베를린의 프랑스 거리, 프리드리히 슈트라세, 르코르뷔지에의 아파트, 발터 그로피우스의 말굽 모양 주택단지, 트럭 테러, BMW가 개최하는 롤러 블레이드 마라톤…… 이런 것들에 대해 쓰다가 결국 쓰지 못했다. 엉킬 대로 엉켜버린 생각의 꾸러미들을 제대로 풀지 못했던 것이다. 오래 품고 있던 이 책을 그만 내려놓는다. 이로써 ‘베를린 시절’을 마감한다. 내게 자신의 베를린을 보여준 G와 D와 I, 베를린에서 따뜻한 집밥을 여러 번 차려준 Y, 베를린 곳곳의 탐험을 제안해준 K……를 비롯한 모두에게 감사했다. 누구보다 씩씩해서 또 누구보다 우울할 이 책의 편집자 김민정 시인께, 이 책을 쓰는 내내 죄스럽고도 고마웠다. 베를린 사람, 베를린에서 태어난 사람, 베를린에 사는 사람, 베를린에 살았던 사람, 베를린에 잠깐 머물렀던 사람, 베를린을 떠나온 사람, 베를린에 가기로 한 사람에게, 베를린이라는 도시에 환상을 갖고 있는 2년 전의 나 같은 사람에게, 어쨌거나 베를린을 떨쳐버릴 수 없는 사람 모두에게 이 소박한 책을 바친다. 그리고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 당신들 때문에 쓸 수 있었습니다. 2018년 2월

어느 긴 여름의 너구리

글을 쓴다는 건 정말이지 기쁘고 또 기쁜 일이다. 읽고 쓴다는 건,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상의 열락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한 완전한 행복 같은 게 있다면 바로 그때뿐이다. 비논리적이고 불완전한 아름다움의 세계는 어쩌면 그렇게 완전한가. 책에서 빠져나오면 인생은 피곤하고, 일상은 지루하고, 사랑은 쓸쓸하다. 그러니 소설로 달아나게 해주는 이 삶을 내가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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