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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오정국

출생:1955년, 경북 영양

최근작
2021년 7월 <재의 얼굴로 지나가다>

내가 밀어낸 물결

두번째 시집 <모래무덤>이후 도시의 악몽에서 벗어나 존재의 얼룩을 더듬어보고자 했다. 생의 비극적 풍경들, 풍경 속에 깃들인 삶과 죽음의 들끓는 은유들, 그곳에 나는 투항하고자 한다. 슬프고 아름다운 삶의 얼룩, 거기 스민 죽음의 실뿌리들을 환하게 밝혀보고 싶다. 그동안 이 도시를 못 견뎌 산과 강과 저수지를 헤매고 다녔지만 자연은 나에게 위안을 주기는커녕 내 짧은 생을 비춰줄 뿐이었다. 정말 이런 생을 살아가야 하는가. 입에 물을 머금고 눈을 감는다. 나는 내 삶이나 시를 좀 출렁거려보고 싶었지만, 딱딱하고 어둡다. 이런 어둠이 내 삶을 이해시켜주는 오브제라면, 눈물을 훔치고 또 먼 길을 가야 하리라. ('자서' 중에서)

시의 탄생, 설화의 재생

모두 42편의 시를 상호텍스트인 설화와 비교 분석했는데, 텍스트를 분석하는 재미사 없었다면 논문을 끝내기 어려웠으리라. 이 연구를 통해 한국의 주요 시인 중 설화를 시의 소재나 모티프로 삼지 않은 경우가 거의 없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처럼 설화는 한국 현대시의 자양분이자 핏줄이며, 무한한 상상력의 보고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통사적 연구는 시도되지 않았다. 필자는 이에 흥미를 느끼고 힘을 얻어 논제를 정할 수 있었다.

야생의 시학

원고의 막바지에 이르니, 북한산이 나를 불러, 북한산은 아주 잘 짜인 산이야, 히말라야 빙벽 위로 떠오르던 일출을 잊을 수 없고, 설악산 대청봉 눈구덩이 너머로 바라본 동해 일출 역시 장관이었지만, 평소엔 북한산이 제격이지, 내가 몸을 움직일 때, 라이너 쿤체의 말처럼 “내적으로 감당할 수 없었던 상태의 상처”가 하나의 언어로 육화(肉化)되는 게 아닐까 싶어, 그런데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이 또 나를 가로막는군, 시는 시를 직접 써야만 알 수 있는 것인데, 앞으로 어떤 시를 쓰고 싶으냐고, 추궁을 당하는 형국, 취조를 받는 기분, 아, 그러나 스스로에게 다짐하자면, 덧없는 세상을 덧칠하지 말 것, 심장을 두드리는 시가 아니라 심장을 여는 시, 심장에서 새처럼 기차처럼 돌멩이처럼 출발하는 시, 그런 시가 좋겠고, 시적 주체가 시를 억압하지 말 것, 말과 생각이 지들끼리 어울려 놀게 할 것, 날라리 불고 장구 치면서 비속한 현실과 싸우게 할 것, 팽팽하던 밧줄이 끊어지듯 문장 내부가 파열될 때 땅바닥에 떨어지는 신음을 얼른 주워 올 것, 그리고 뜻밖의 세상으로 굴러 떨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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