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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종민

최근작
2021년 3월 <일은 배신하지 않는다>

데스크 프로젝트

『데스크 프로젝트』는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어떠한 구체적인 언급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책에 담긴 100명의 크리에이터들의 책상을 보며 우리는 저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단지 예쁜 책상, 멋진 책상을 구경한다는 생각보다는 이 책상의 주인은 어떻게 작업할까, 무엇을 만들어낼까, 왜 이런 물건을 책상에 두었으며, 이런 책상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를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겨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랙티브 디벨로퍼

"어린 시절의 나는 영리하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땐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항상 좋은 성적을 받았고 수학경시대회나 미술대회 등 각종 대회에서 자주 상을 받기도 했다. 학교에서 실시한 아이큐검사에서는 142라는 높은 수치가 나왔는데 굳이 아이큐 때문이 아니더라도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항상 '머리가 좋다'라는 말을 자주 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별히 공부하지 않아도 성적이 잘 나오니 공부하는 것에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고학년이 될수록 나의 성적은 점점 떨어지기 시작해서 중학교 땐 45명 중에 40등 정도를 기록한 적도 있었다. 어린 시절 영리하다는 말을 들었던 것이 나중에는 나에게 족쇄가 되었는데 '나는 똑똑하니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성적을 쉽게 올릴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과 함께 더욱 공부하지 않은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읽는 독자들 중엔 '어, 이거 내 이야기인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앞서 이야기한 나의 경험과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분들을 많이 만났다. 생각해보면 내가 만약 '진짜' 천재였다면 10대에 벌써 대학을 졸업했을 것이고 20대엔 세계를 놀라게 할만한 뭔가를 이루었을 것이다. 80년대생인 나의 어린 시절엔 눈부신 경제발전으로 먹고 사는 걱정에서 나아가 내 자녀를 귀하게 키우는 분위기가 만연했었고 거기에 내 자식이 최고, 혹은 영재라는 상술 또한 많았었다. 그런 시기에 만들어진 아이큐 검사이기에 142라는 수치를 그대로 믿기도 힘들뿐더러, 나뿐만 아니라 많은 아이가 '영리하다.' 혹은 '네가 최고다.' 라는 말을 듣고 자라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내가 노력형 인간이라는 걸 절실히 깨달은 순간은 대학 입시 때였다. 중학교 이후 성적은 항상 바닥을 향했고 고등학교 2학년 수능 모의고사에선 400점 만점의 시험에서 100점 후반대의 점수를 받았다. 부모님은 평소 공부를 못한다고 혼내시지도 않았고 공부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으시는 약간의 방임주의적인 분들이셨다. 그 덕분에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도 학교 공부보단 모형 만들기에 빠져있었고 내 책상은 책보단 페인트나 드릴 등의 공구들로 가득했다. 그런 부모님이기에 별 생각 없이 아버지께 성적표를 보여드렸다. 아버지께서는 "400점 만점이면 300점은 넘어야 하는 거 아니냐."라는 말씀을 하셨다. 나는 "아빠, 300점 넘으면 서울대 가요, 내가 어떻게 넘어요."라고 대답했다. 그에 아버지께서는 "왜 너는 못 간다고 생각하냐."라고 말씀하셨는데, 아버지의 말씀이 그 당시 나에겐 상당히 충격이었다. 왜냐 면 어릴 때부터 나는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공부를 안 했지만, 어느 순간 '나는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내 마음속 깊이 새겨져 있었고 '나는 안돼'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아버지의 말씀에 '왜 나는 못한다고 생각했을까? 그래, 학생 때 공부를 못하면 앞으로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즉시, 책상 위 가득했던 모형 만드는 도구와 재료들을 싹 정리하고 상자에 담아 수능이 끝날 때까지 열어보지 않았다. 그렇게 고등학교 2학년 후반부터 수능 때까지 약 1년 정도를 정말 공부에만 집중했다. 매월 자기점검으로 쳤던 모의고사 성적 그래프가 계속 상승했고, 결과적으로 표준편차 360점대라는 상당히 높은 성적상승을 이뤄냈다. 이때의 일은 나에게 '나도 노력하면 잘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인생은 영화와 다르게) 경쟁률이 높은 학과에 무리하게 지원하는 바람에 결국엔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하고 고졸로 사회에 나오게 되었지만, 그때의 경험은 나에게 참 값진 것으로 남아있다. 우리는 천재를 동경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대부분은 천재가 아니다. 남들보다 조금 영리할 순 있어도 그것이 노력 없이 비범한 능력을 보이는 천재를 뜻하진 않는다. 자신이 천재라고 착각하는 경우의 문제는 본인은 선택 받은 사람이고 다른 사람들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할 때 발생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이룬 것들을 무시하곤 하는데 본인이 마음만 먹으면 그 정도는 우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해보면 생각처럼 쉽지 않음을 알게 된다. 좋은 결과물을 위해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만 한다. 반대로 말하면 개인의 차는 있지만, 누구나 노력하고 시간을 투자하면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 고수와 하수의 차이는 아이큐나 학력이 아니라 실천과 노력의 여부에 따라 판가름이 난다. 이 책은 내가 천재라서 혹은 잘나서 "성공하려면 이렇게 해라!"라고 훈계하거나 자랑하려는 글 이 아니다. 고졸이라는 학력에 해외유학 한번 없이 어떻게 뉴욕에서 그리고 실리콘밸리에서 인정받는 디자이너 & 디벨로퍼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 지난 10여 년 동안의 나의 생각, 실천, 노력, 그리고 나의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것들이야말로 지금의 나를 만든 장본인이며 나와 비슷한 길을 가고자 하는 분들께 꼭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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