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상품평점 help

분류국내저자 >
국내저자 > 문학일반

이름:정현기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42년, 대한민국 경기도 여주

최근작
2022년 2월 <비 내리는 서하리>

그대들이 거기 그렇게

아직도 묶어내야 할 평론 글들은 꽤 많이 남았다. 일단 두려움을 무릅쓰는 용쓰기부터 이번 해에는 부려볼 판이다. 나라는 이미 비상시국임에 틀림이 없는데, 정치패들의 꼴값 떠는 본새는 보기 흉하다. 내가 이 문학평론집에 난데없이 '촛불집회에 대한 글쓰기'를 시도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는 모두 다 우리말로 배우고 삶의 바른 길 찾기가 어떠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들을 적바림한 글들로 이 책을 채워 놓았다. ('책 앞에 붙이는 말' 중에서)

기우뚱기우뚱

한때 나는 잡문이라는 말을 그렇게 싫어하였다. 시나 소설 작품에다 비평이라는 글쓰기란 아주 고귀한 품격을 갖춘 금이나 은 아니면 다이아몬드 격에 드는 말꼴이라고 믿었던 탓일 테다. 그런데 이 지구에 와서 좀 오래 살다 보니 말씨의 높낮이나 격조라는 것도 실은 다 사람들이 만들어 덮어쓴 착시 계급 놀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차차 깨우치기 시작하였다. 모든 사람이 다 고귀한 존재인가? 자, 그렇다고 치기로 한다. 그렇다면 그들의 사는 방식에 따라 높낮이를 정해서는 안 되는 거다. 이 나라에서 꽤 오래전부터 쓰는 아주 시시한 말 가운데 선진국이니 중진국 후진국 따위 정치적 책략에 의한 말투만큼 껄렁한 말이 없다. 남보다 늘 높다고 착각하는 인생들 쳐놓고 시시하지 않은 패들이 있을까? 서양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지녀 퍼뜨려온 이런 열등 우월 감정의 치도곤을 우리 모두 다 흠씬 두들겨맞은 채 비실거리고 있다는 생각이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나는 자주 우울하다. 지금부터 까마득한 옛날 800여 년 시간 저쪽 고릿적 사람 이규보(李奎報)라는 분은 참 많은 글쓰기를 했던 분 같다. 2천여 편이 넘게 시문을 썼다고 했는데, 그도 70여 년을 이 지구에 와 살면서 퍽 심심했던 모양이다. 사람살이는 이 외로움이라는 심심함에서 벗어나려고 평생 발버둥질이나 치는 쓸쓸하고 불쌍한 사리들이다. 그게 내 생각이고 그걸 벗어나려고 발버둥질치는 몸짓 가운데 이 시 쓰기가 거기 들어 있다고 나는 믿는다. 나날이 일기 쓰듯 써온 시가 오늘로 3,792편이다. 그것을 쓴 날짜와 곳을 알리면서 나날의 느낌이나 생각을 나는 적어놓는다. 800여 년 저쪽에서 그렇게나 사는 일을 힘겨워한 이규보 어른님! 그가 남긴 800년 저쪽 나날의 말 쓰기는 지금 읽어도 나는 자주 즐겁다. 아하, 남들도 다 저렇게 사는 게 시시하다고 느꼈구나! 나도 그런 나날의 기록을 나날이 하루치씩 적어가고 있는 중이다. 언제 이 시 쓰기가 멈출지는 아직 잘 모른다. 그러나 아득한 시공간 저쪽 사람의 말투를 읽으며 그를 만나는 즐거움이 조금은 있다는 게 이 글쓰기의 뒷심이다. 그런 겪음을 믿고 나도 이런 시집을 다시 묶는다. 2007년도에 적어둔 시들이니 지금 보면 이것들도 다 아득한 시간 저쪽에 있던 이야기들이다.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국내문학상수상자
국내어린이문학상수상자
해외문학상수상자
해외어린이문학상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