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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저자 > 문학일반

이름:남진우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0년, 전북 전주

직업:시인 문학평론가 교수

가족:1999년 소설가 신경숙과 결혼하였다.

기타: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데뷔작
1981년 로트레아몽 백작의 방황과 좌절에 관한 일곱 개의 노트 혹은 절망연습

최근작
2021년 7월 <깊은 곳에 그물을 드리우라>

깊은 곳에 그물을 드리우라

시인의 말 2 첫 시집을 다시 펴낸다. 아득하다. 내게 이런 시를 쓴 시절이 있었던가. 나의 것인, 그러나 이제 더이상 나의 것이 아닌 이 어둡고 찬란한 언어의 분신들. 1997년 가을 남진우

깊은 곳에 그물을 드리우라

시인의 말 1 나도 한때는 시인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시인이기를 꿈꿀 것이다. 1990년 3월 남진우

깊은 곳에 그물을 드리우라

개정판 시인의 말 20대 초중반 젊은 시절에 쓴 시들을 묶었던 시집을 다시 펴냅니다. 당시 ‘시운동’이란 시동인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그 동인지에 발표한 작품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과거는 낯선 나라라는 말처럼, 과거에 썼던 시들을 보니, 내가 아닌 타인이 쓴 작품 같습니다. 아마도 나는 그 시절 시를 불만족스러운 현실과 절연시키기 위해 최대한 멀리 신화적이고 심미적인 영역으로 끌고 가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세계는 여전히 멀리 내 시선이 가 닿을 수 없는 지평 너머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무아(無我)는 도취와 죽음이란 상반되는 양극단의 지점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언어를 가지고, 언어를 통해서 얼마나 그 무아 지경의 황홀과 공포에 다가설 수 있을까요. 20대의 젊음은, 이젠 내게 너무나 먼 나라이지만, 지금도 나는 가끔 그 나라에서 오는 소식을 전해듣곤 합니다. 2021년 여름 남진우

나는 어둡고 적막한 집에 홀로 있었다

밤의 끝, 알 수 없는 곳에서 새들이 이야기를 물고 날아온다. 이른 새벽 문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 보면 아무도 없는 텅 빈 거리 저편 새들이 물고 온 소식이 허공에 빛나고 있다. 2020년 어느 아침

사랑의 어두운 저편

사랑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너무 많이 말해졌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것은 아직 전혀 말해지지 않은 듯하다. 세상은 늘 새롭고 모든 것은 거듭 다시 말해져야 한다. 젊은 시절부터 써온 시편들을 묶는다. 시집의 형태로 시를 떠나보내는 것은 여전히 두렵고 설렌다.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

봄날 뻐꾸기가 울고 있다. 가까운 산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평소에는 잘 들리지 않는다. 아마도 도시의 소음 탓이거나 분주함 때문이리라. 잘 의식하지 못해서 그렇지 건물 안팎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소리가 늘 내 귀를 채우고 있다. 건물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사라진다 해도 실내의 TV 음향이나 오디오의 음악, 전화벨 소리가 끊임없이 내 몸을 가로지르며 흘러다닌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하는 일에서 풀려나 멍하니 앉아 있을 때, 그리고 마침 주변에 아무도 없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을 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뻐꾸기는 운다. 한 번 울고 잠시 틈을 두었다가 다시 운다. 무심코 그 울음소리에 귀 기울이던 나는 한 순간 전신이 빨려들어가는 것을 느낀다. 뻐꾸기는 나를 삼키고 내가 있던 공간을 삼키고 이윽고 우주 전체를 삼켜 버린다. 나도 사라지고 세상도 사라지고 오직 뻐꾸기 울음소리만 존재하는 그런 순간이 몇 초 정도 지속된다... 무중력 상태의 공간을 비행하는 느낌이 이럴까... 그 소리에 잠겨 있으면 내 몸이 깊은 우물 속으로 한없이 낙하하는 것 같기도 하고 열기구를 타고 점점 멀어지는 지상을 굽어보며 광막한 허공으로 떠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한동안 뻐꾸기 소리에 빠져 있다가 슬며시 놓여 나온다. 가만히 아주 가만히 내 의식은 내 몸이 속한 공간에 닻을 내린다. 여전히 내 곁엔 아무도 없고 보이지 않는 세계 저편에서 한가로이 뻐꾸기가 울고 있다. 한 번 울고 잠시 틈을 두었다가 다시 운다. 고요의 밑바닥에서 내 생의 비밀을 알려주겠다는 듯 울고 있는 뻐꾸기. 내 몸을 들락날락하는 저 소리를 징검다리 삼아 한 시절 건너가면 거기 무엇이 있을까. 나는 다시 하던 일을 계속하기 위해 몸을 일으킨다. 뻐꾸기 울음소리가 멀어진다.

올페는 죽을 때 나의 직업은 시라고 하였다

여기 실린 글들은 지난 시절 나의 독서와 사유의 자취를 일정 부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주요 작가와 작품들에 대한 인상적 소묘가 되어줄 수 있으리라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모든 글쓰기가 결국 가 닿는 지점은 허무일 것이다. 글쓰는 이 가운데 누군들 죽을 때 자기 직업이 시였노라고 자부하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가 진정한 작가라면 그런 것은 후세 사람들이 지어낸 소문이라고 할 것이다. 아마도 나 또한 죽을 때 나의 직업이 시였노라고 하지는 못할 것 같다.

올페는 죽을 때 나의 직업은 시라고 하였다

북 드링커 그는 마신다 책을 펼치고 한 줄 한 줄 눈으로 마셔버린다 그의 머릿속에 불을 당기는 이 뜨겁고 향기로운 말들 책은 그의 몸속으로 흘러들고 그의 몸은 취기로 부풀어오른다 사방 어디에나 그윽하게 술내음을 풍기며 그를 유혹하는 책이 있다 아무리 마셔도 줄어들지 않는 갈증 이 책에서 저 책으로 옮겨가며 그는 점점 더 강하고 자극적인 책을 원한다 사다리가 놓인 서가 사이를 오가며 그는 자신을 죽여줄 결정적인 한 줄의 문장을 찾는다 선반 구석 오래된 책을 뽑아들아가 사다리와 함께 그는 나자빠진다 바닥에 나뒹구는 그의 몸 위로 덮쳐오는 책들의 해일 취해 쓰러진 그의 몸 위로 책들이 쏟아져내린다 책들이 부서지며 날카로운 모서리로 그를 찌른다 책더미에 뒤덮인 채 그는 미소짓는다 저 멀리 그가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단 한 권의 책이 밝아오는 새벽빛 속으로 점차 멀어져가고 있기에 그가 그토록 마시고 싶어한 한 모금의 독이 가물가물 짙은 향기로 퍼져나가고 있기에 팔을 뻗으며 그는 손가락에 와닿는 책의 차갑고 단단한 몸을 느낀다 바닥에 등을 댄 채 그는 마개를 따고 거품이 흘러내리는 잔을 높이 치켜든다 이제 곧 축배의 시간이 다가올 것이다.

왜 나는 시인인가

시에서 비교적 자연인이자 일상인으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 데 많은 노력을 경주한 이 시인도 이들 산문에서는 부담 없이 자신의 일상과 평소 생각을 노출하고 있다. '무의미시'라는 명칭이 말해주듯이 시에서 되도록 인간의 흔적을 지우려고 애쓴 그가, 그래서 아예 관념이나 이데올로기 같은 '의미'의 구성물을 증발시켜 버리려고 했던 그가 이들 산문에선 맨얼굴로 등장하여 자신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들 산문에서 시인은 시의 베일 저편에 실체를 숨기고 지상적 삶에 초연한 비의적 언어를 모색하는 예외적 개인이 아니라 친숙하고 다감하며 인생에서 고민도 많이 하고 시행착오도 없지 않은 평범한 일상적 개인의 모습으로 읽는 사람에게 다가오고 있다. 이제 문학사적 인물이 된 이 시인의 전체적 초상을 완성하기 위해서도 이들 산문은 반드시 참조해야 될 일차적 자료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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