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쓰면서 서사의 숲에서 한국 영화를 바라보는 일이 조용한 관조로 일관할 수는 없었다. 필자는 오히려 사소한 문제의식도 날카롭게 벼리려고 노력했다. 영화비평계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정적主情的 장면 확장, 언어에의 과도한 의존, 계몽적 담론에의 강박 등 '고질적 과잉'으로 요약될 수 있는 한국 영화 서사의 문제점을 들추면서, 동시에 그 이유를 면밀히 분석하여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했다. 그 노력이 독자에게 다가가 전문적인 영화비평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로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