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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이름:이정훈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7년, 대한민국 강원도 평창

직업:시인

최근작
2020년 3월 <쏘가리, 호랑이>

이정훈

1967년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났다. 201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2+시인’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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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

저자의 말

<쏘가리, 호랑이> - 2020년 3월  더보기

안개 짙은 날, 병창 앞을 걸어 물속으로 들어갔다. 들어본 적도 없고 믿기지도 않는 광경. 먹이 주는 인부를 따라다니는, 양식장 송어떼를 내려다보는 줄 알았다. 모두 쏘가리였다. 그들은 낮에 나오는 법이 없다. 떼 지어 몰려다니지도 않는다. 사냥꾼은 희미한 태양 빛에 의지해 바위굴 속, 반짝이는 눈동자를 포착하려 애쓸 뿐. 그날은 쏘가리를 찾느라 숨이 차는 게 아니라 어느 놈부터 찔러야 할까, 고르다 숨이 닳았다. (…)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말을 걸지도, 손을 잡아당기지도 않지만 처음과 끝을 응시하는 투명하고 차가운 눈. 주변은 온통 희끄무레한 진이었다. 비늘에서 묻어나와 물속으로 번져가는 맑고 미끈미끈한 진액. 그건 한숨이나 눈물 같은 게 아니었다. 해독하지 못하는 물의 기록, 그리고 물고기족(族)의 말. 나는 마을을 불 질러 한 부족을 도륙한 심정이 되었다. 오래 숨을 참으면 가슴이 터져나갈 지경이 된다. 세포마다 입이 생겨 숨 쉬어라, 공기를 들이마셔라, 아우성친다. 물고기는 눈앞에 어른거린다. 그땐 물 한번 꿀꺽 삼킨다. 한모금 더 들이마시면 몸 어딘가에 구멍이 뚫릴 것 같다. 돌아나오지 못할 게 분명한 깊고 캄캄하고 세찬 구멍. 원고를 들여다보는 눈은 지금도 내 몸에 속해 있지 않다. 오래전의 물결 속을 흐느적대며 하류로 흘러가는 유령, 유령들. 그들이 속삭인다. ―황금물고기를 삼켰으니, 이제 가시를 뱉겠구나.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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