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상품평점 help

분류국내저자 > 번역

이름:전규태

최근작
2018년 7월 <외로웠지만 가장 황홀했던 남태평양 여정>

전규태

연세대학교 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연세대 교수, 하버드대, 컬럼비아대, 시드니대 교환 교수를 지냈으며,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 교수로 오 년간 한국학을 강의했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으로 등단한 문인이자, 한일 비교문화 연구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현대시인상, 문학평론가협회상, 모더니즘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국민훈장 모란장, 국가공로자 서훈을 받았다. 저서로 『한일 문화의 비교』, 『한국시가연구』 등 다수, 역서로 다자이 오사무의 『달려라 메로스』, 『여학생』 등이 있다.

『단테처럼 여행하기』는 ‘한국의 대문호大文豪’ 전규태의 산문집으로, 삼 개월 시한부 인생의 췌장암 선고를 받고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죽음을 극복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암을 선고받은 그에게 남은 인생은 고작 삼 개월이었다. 의사는 차라리 좋아하는 여행을 하며 객사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 조언했다. 열두 살에 어머니를 찾아 만주 다롄으로 떠난 것이 그의 첫 여행이었다면, 이번 여행은 인생의 끝에서 떠나는 마지막 여행일 터였다. 어쩌면 죽음 이후의 긴 여행에 앞선 짧은 여행일지도 몰랐다. 파리, 베를린, 본, 뮌헨, 함부르크, 암스테르담, 프라하, 부다페스트…… 화구 하나 들쳐 메고 전 세계를 종횡무진한 그의 여행길은 삼 개월을 넘어 어느덧 십여 년간 계속되었다. 그 풍요로운 고독 속에서 그는 생명이 어떻게 죽음을 이기는지, 마음이 어떻게 몸을 지배하는지 체험한다.

반짝이는 문학적 감수성과 삶의 깊은 부분까지 꿰뚫는 그의 통찰은 여행의 숨결이 가득한 잠언적 아포리즘을 남겼다. 죽음 앞에서 그 누구보다 더욱 명료하게 인식할 수 있었던 사랑, 사람, 그리고 삶이 어떤 결정結晶을 남겼는지, 그의 발길을 따라가며 아름다운 삶의 편린들을 헤아려볼 수 있다.  

대표작
모두보기
저자의 말

<단테처럼 여행하기> - 2015년 7월  더보기

나의 여행은 조금 독특하게 시작되었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주치의의 권고를 좇아 멀리 길을 떠났다. 아픔을 딛고 긴 여행길에 나섰을 때 몸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나를 떠나 새로운 나를 찾아가라고. 유서를 쓰는 심정으로 붓을 들었으나 단 한 줄도 쓰지 못했다. 말 못할 사정까지 더해져 정처 없이 떠돌다 호주의 깊은 산골에 둥지를 틀고 십여 년을 칩거했다. 묻힐 곳이라도 장만하려고 잠시 귀국한 사이에 내가 살던 호주의 산에 큰 산불이 일어났다. 사백칠십여 명이 화장되었다. 마지막 남은 재산까지 소실되어 어쩔 수 없이 고국에 남게 되었다. 처음과 끝이 버무려진 것 같기도 하고 처음도 끝도 없는 것 같기도 한 종잡을 수 없는 심정이었다. 길 위에서 내가 간절히 만나고 싶었던 것은 다름 아닌 또 하나의 나였다. 또 하나의 나, 또 하나의 인생을 확인하고 싶었다. 사르트르가 말했듯이 ‘인간은 마음먹기에 따라 스스로를 재창조할 수 있는 존재’라 믿으며 길 위에서 ‘잃어가는 나’와 ‘잃어버린 너’를 되찾고 싶었다. 그 강렬한 그리움이 나를 살아남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기존의 방식이 나에게 죽음을 선고했으므로, 살기 위해 새로운 방식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여행을 하거나 사랑을 하는 일은 사람이면 누구나 하는 행위이지만 많은 이들이 기존의 방식을 되풀이할 뿐 새로운 방식을 찾으려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남들이 해온 대로 되풀이하는 화가나 시인은 화공이고 문필가일 뿐 참다운 의미의 예술가가 아니듯이, 누구나 하는 대로의 방식을 넘어 새로움을 찾아야 창조적인 마음을 지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홀로 긴 여행에 나서본 적이 있다면, 잃어버린 사랑을 그리워해본 적이 있다면, 스스로를 사랑해본 적이 있다면, 존재하는 것에 대해 경이로움을 느껴본 적이 있다면, 선홍빛으로 피어난 꽃 앞에 넋 놓고 서 있어본 적이 있다면, 그 순간 꼭 짚어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그 사람에게는 이미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견문기에 그치지 않는, 삶에 대한 철학을 담을 수 있는 여행기를 쓰고 싶었다. 이 책 한 권에 끝나지 않고 목숨이 다할 때까지 작업을 계속하고 싶다. 여기에 실린 그림은 길 위에서 그린 것이다. 그리다 만 것 같은 어쭙잖은 그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의미가 되기를 바란다. 여행의 소득은 전혀 알거나 보지 못했던 것을 처음으로 보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다고 여겼던 것에 대해 경이로움을 느끼고 새로 고쳐보는 데 있다. ‘어디로 가느냐’는 물음은 ‘어디에서 왔느냐’는 물음과도 통한다. 과거에 대한 배려는 미래에 대한 배려에서 비롯된다. 나그넷길에서 참으로 자유로운 사람은 인생에 있어서도 자유인이다. 인생 그 자체가 자유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작은 노력들이 나그네의 새 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2015년 여름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국내문학상수상자
국내어린이문학상수상자
해외문학상수상자
해외어린이문학상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