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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애런 베츠키 (Aaron Betsky)

최근작
2021년 3월 <건축이 중요하다>

애런 베츠키(Aaron Betsky)

건축 큐레이터이자 비평가, 교육자, 작가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네덜란드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으며, 예일 대학교 학부에서 역사·예술·문학 통합과정을 마치고 대학원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프랭크 게리 건축사무소와 호짓스+펑 건축사무소에서 실무를 경험했고,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큐레이터, 네덜란드 건축협회 디렉터, 신시내티 미술관장, 제11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건축전 총감독을 역임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위스콘신주 스프링그린의 탈리에신과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탈리에신 웨스트에 캠퍼스를 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건축학교의 교장으로 재직했다. 현재는 버지니아 공과대학 건축디자인학부의 디렉터다. 저서로는 20세기 후반의 수많은 현대 건축가와 미학, 심리학, 섹슈얼리티 등에 관한 연구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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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건축이 중요하다> - 2021년 3월  더보기

이 책의 메시지는 그 제목에 있다. ‘건축이 중요하다.’ 건축은 우리가 주변과의 관계를 설정할 수 있는 방식을 제공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자연 풍경과의 관계, 인간이 만든 경관과의 관계, 그리고 다른 인간과의 관계 말이다. 건축은 과거 세대가 품었던 희망과 꿈, 두려움을 간직한 유산이기 때문에, 또한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초석을 제공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건축은 점점 더 혼란스럽고 인간을 소외시키는 세계 속에서 우리에게 편히 쉴 곳을 제공하는 아름다운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건축은 우리가 사는 곳을 더 지속 가능하게 만들고 미래 세대를 위해 보존하는 법을 파악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이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 건축은 우리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나는 디자인하는 법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법까지 학습해온 나만의 경험들을 나누고자 했다. 내게 건축이란 우리의 세계를 바라보고 인식하는 하나의 방식이기도 하다. 따라서 건축에 관심 있는 이에게 내가 전하고 싶은 첫 번째 조언은 자기 주변에 있는 걸 오랫동안 열심히 바라보라는 것이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평범한 것도 말이다. 건축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도시와 교외를 탐험해보고, 자신의 삶터와 일터에 있는 들판과 산맥을 돌아다녀보는 것이다.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낸 것들을 보면 볼수록, 그런 걸 만드는 방식과 그런 장소를 자기만의 것으로 만드는 법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전 지구적인 문화와 경제 속에서 살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건축가가 된다는 것은 그 가상의 연결 망과 사회적 플랫폼, 주류 문화, 그리고 공유되는 건축 역사를 인식하는 일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가 생산하는 건물은 거의 모든 곳에서 동일한 규범과 금융 기법을 통해 실현된다. 건물은 재료로 만들어질 뿐만 아니라, 어디서나 쉴새 없이 돌아가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표준화된 척도에 따라 생산된다. 또한 로스앤젤레스부터 파리와 서울에 이르기까지, 생산되는 건물의 기능은 점점 더 동일한 형식의 생활과 업무와 놀이에 맞춰진다. 결국 이런 건물들은 책과 영화를 비롯한 여러 매체를 통해 공유되는 선례와 영감의 원천을 활용하게 된다. 문제는 그러한 전 지구적 문화 속에서 대한민국에 뭔가 다른 게 존재하는지, 또는 한국에서는 다르게 행동하거나 생각할 필요가 있는지의 여부다. 나는 삼십 년간 정기적으로 서울을 방문했는데, 그 동안 거친 조직체였던 서울이 아시아와 세계 문화의 중심을 이루는 정교한 대도시로 최대한 빠르게 성장해오는 걸 지켜봤다. 그런 발전 과정에서 건축이 한몫을 했다-비록 충분히 큰 몫은 아니었을지라도 말이다. 서울은 (미안하지만 나는 서울과 그 일대만 가봤다) 과거나 지금이나 상자들로 이루어진 도시다. 다층의 다용도 건물군이 도시 조직을 구성할 뿐만 아니라, 유리와 철로 만든 텅 빈 상자들의 집합이 현재 그 도심을 에워싸고 있다. 한반도에 이보다 훨씬 더 오래되고 특수한 건축의 전통이 존재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전통은 어디에나 있는 토속 건축처럼, 특정한 재료와 집 짓기 풍습뿐만 아니라 사회·경제 조직의 형식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이런 전통은 한편으로 농장 건물과 중정 주택 같은 유형 속에, 다른 한편으로는 대저택과 사당 그리고 매장지 같은 유형 속에 존재한다. 한국의 현대 도시들이 존재하는 형식은 전 세계의 여느 도시 환경에서 보게 되는 형식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물론 적어도 아시아적 수준에서는 다양한 변이가 존재한다. 이는 서울을 비롯한 여러 도시들이 성장한 시대와도, 식민지하의 공권력이 남긴 영향과도 부분적으로 관련이 있다. 따라서 도시의 작은 틈새 건물에 식당과 같은 상점 기능이 층층이 배치되는 경우가 흔하고, 고층의 사무소나 호텔 건물 밑에는 쇼핑몰이 들어선다. 거대 단지를 형성하는 넓은 대로변과 그 이면의 좁은 골목길이 대비를 이루며, 아파트는 흔한 주거 양식으로 자리잡았다. 보다 최근에는 파주출판도시와 같이 특정 산업을 중심으로 한 교외단지가 출현하면서 내가 지금껏 한국에서 본 최고의 건축 실험에 속한 몇몇 사례를 만들어냈고, 아울러 청계천 복원과 같이 (비록 그 디자인은 그리 좋지 않을지라도) 혁신적인 시도도 이뤄지면서 한국은 현대 건축에서 자기 정체성을 얻기 시작했다. 한국은 스마트 도시 운동부터 케이팝의 부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제·문화 현상을 이끌어온 선두주자였다. 다만 내가 실망하는 지점은 한국의 건축이 일부 재벌 기업에서 나오는 엄청난 기술 혁신은 물론이고 그런 혁신을 건축적인 실험으로 통합할 방법조차 거의 못 찾은 걸로 보인다는 점이다. 한국의 팝 그룹들을 만들어낼 정도의 집중력이 일부나마 건축 환경에 반영된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나는 한국의 건축가들이 스마트 도시를 이루는 영혼 없는 유리 마천루와 똑같이 반복되는 아파트 단지 안에 삼성 핸드폰의 세련미와 한국적 풍경의 특수성을 도입할 방법을 찾기를 소망한다. 또한 한국 건축에는 무거움도 있다. 정사각형의 육중한 매스가 중심을 이루기 때문이다. 나는 이게 인간적인 위협과 자연적인 위협을 모두 자연스럽게 두려워한 결과라는 얘기를 들었다. 한국에서 작업하는 건축가들은 겨우 최근에야 그 거대한 단지에 구멍을 뚫거나, 측면을 구부리거나, 매스를 베일과 막으로 가리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한국에서 본 최고의 건축은 직선을 활용하되 그걸 잡아 찢고, 변형하고, 스크린으로 덮고, 반투명 재료를 활용해 무겁지 않은 구조물을 만들어내거나,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도록 유도한다. 파주출판도시 같은 교외의 여러 실험부터 작은 주택, 미술품 갤러리, 강남의 조밀한 건물군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상자의 물성을 해체하는 시도야말로 서울이 어떻게 변신을 꿈꾸는지를 핵심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내가 일하며 생활하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탈리에신에서는 상자를 타파하는 전통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나는 한국의 차세대 건축가들이 상자를 깨부숴 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걸 훨씬 더 강렬하고 가볍고 이상하게 만들기를 희망한다. 그런 닫힌 상자의 껍질을 깨고 나온 질료들이 한국의 시민과 세계에 모두 선물을 안겨주는 한국 건축을 보고 싶다.

- 한국어판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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