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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정현우

성별:남성

출생:1986년, 대한민국 경기도 평택시

최근작
2023년 1월 <소멸하는 밤>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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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고명재의 첫 산문집을 넘기면 겨울 하늘에서 쌀알이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 것 같다. 흩어진 쌀알을 다시 주워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나는 그런 깊고 맑은 시인의 겨울이 궁금했다. 비구니와 손을 잡고 세상을 배워나간 그의 언어를 보면서 나는 몇 장을 넘기지 못한 채 숨죽인 채 있었다. 멸치의 빛깔 속에서 덜 가난한 기분을 느끼는 소년이 있고, 할머니의 백발 속에서 사랑을 헤아리는 시인이 있고, 죽은 개들과 돌아오지 못하는 것들의 슬픔을 지워질 것을 알면서도 무채색으로 덧칠하는, 그 시절의 그 소년의 눈빛을 보고 싶다. 내게는 여전히 겨울은 폭설을 삼킨 눈보라의 밤이 가득한데, 이 시인의 내리는 눈 속은 따스하고, 매우 선명하며, 영혼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활짝 열리는 것이다. 무채색의 햇빛을 가득 꽃처럼 쥐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깍지를 끼기도 하고, 배추를 절이기도 하는, 검버섯을 꽃이라고 보는, 사랑이 가득한 이 시인의 눈 속을 들여다보고 싶다. 나는 마지막 장을 덮으며 이런 장면이 떠올랐다. 국을 떠먹는 엄마를 보고, 슬픔이 아니라 사랑과 시가 문을 열고 나오는, 잊혀진 장면들이 일제히 환해지는. 나는 이 시인의 겨울 속에서 오래도록 눈을 맞고 서 있고 싶다. 눈송이 한 움큼씩, 눈이 시리도록.
2.
이동영 작가를 만났을 때 그의 선한 눈매와 눈빛에서 사람을 대할 때 진심을 다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면 그만이 빚어놓은 성실한 온도를 느낄 수 있다. 온몸으로 말하는 그의 생각의 파편들이 만져질 때마다, 어둠으로부터 낮아지는 마음을 잡아주기도 했고, 깊숙이 숨겨져 있던 내 마음을 세상 밖으로 데려와 나의 거울 속에 투명하게 다시 비춰보게 했다.
3.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투명하고 낮고 느리게 내리는 흰 눈 같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겨울밤 자작나무 숲을 걷다가 등불을 들고 있는 소년의 눈빛처럼 신비롭고 따뜻하다. 그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공기가 부드러운 봄밤이 보이고, 하얀 새벽에 잠에 들지 못하는 슬픈 얼굴들이 보이고, 신발 끈이 풀린 줄 모르고 걷는 사람들이 보이고, 당신을 닮은 꽃을 사는 한 청년이 보인다. 그 청년은 매일 밤, 우리를 꿈으로 데려가기 위해 옥상에 올라가 먼 야경을 관망하는 밤의 천사가 된다. 눈결 같은 희고 정교한 그의 고백이 어느새 우리의 두 눈을 감긴다. 당신이 잠드는 사이, 몰래 쓴 편지들은 당신의 머리맡에서 가로등 아래 흩날리는 눈보라처럼 빛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말할 것이다. 슬픔은 얼음을 깎아 만든 마음이라고, 곧 녹아 당신의 눈가에 젖어 반짝일 것이라고.
4.
최윤석 감독이 이야기하는 산문들은 마치 천천히 돌아가는 흑백 영사기 같다. 그가 영사기를 돌리는 내내 소리가 나는 잡음 같은 것들과 작은 빛들이 어느새 우리의 뒷모습을 감싸 안는다. 그리고 나는 서성거리게 된다. 맑은 성정 속에 그가 모아 놓은 낡고 빛 바란 조각들을, 사랑이라고 불러야 할지 슬픔이라고 불러야 할지. 그 중간 어디 즈음 우두커니 서서.
5.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5월 2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 이 책의 전자책 : 10,500원 전자책 보기
그의 글에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소년을 본다. 겨울 호숫가에서 돌멩이를 던지고 노는 아이처럼. 집으로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들이 있기 때문이고, 멈춰진 시간들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글은 한 사람을 애도하는 일이다.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 아버지의 뒷모습을 흔들어보는 일이다. 그에게 슬픔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것이고, 어머니의 손을 잡고 끅끅 소리 내어 울어보는 일이다. 그에게 죽음은 곧 사랑이고 손끝으로 마음을 보는 일이다. 더 이상 마주할 수 없는 것들을 마주하고 내 가슴속에만 살아가는 이들을 잊지 않게 불러보는 일. 꽉 부둥켜 안아보는 일. 그의 글을 보면서 진정한 애도는 완벽히 완성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울 수 없는 슬픔의 기억들을 깨트릴 수 없는 유리벽 안으로 넣어두고 나서야 나를 버틸 수 있는 일. 그의 슬픔과 애도는 누구도 해줄 수 없는 오롯이 개인의 것이고, 세상에서 지워져가는 것들을 사라지지 않게 붙들려는 그의 솔직하고 아름다운 정념일 것이다. 그는 지워져가는 한 사람 앞에서 잊고 지냈던 평범한 사랑들을 쉼 없이 읊조린다. 책을 덮으며 우리가 울컥하게 되는 것은 모두 투과해서 보이는 그의 솔직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고드름 속에 들어가 있는 햇살, 고드름을 쥐고 서 있는 소년이 떠오르는 이유는 우리 모두 그렇게 눈물을 조금씩 흘러낼 수밖에 없는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고. 그가 문장 곳곳에 남긴 눈물은 그렇게 우리가 한 명의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을 알려준다. 천사가 정말 있다면, 그의 등 뒤에서 끌어 안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덮는다. 서늘한 오후 햇살이 그의 등을 다독여주기를. 오후 5시쯤 그의 책방으로 문을 두드리는 것들이 이제 기쁨으로 가득 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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