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상품평점 help

분류

이름:육호수

최근작
2023년 10월 <syncope>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이 분야에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옵션 설정
25개
1.
김은지 시인은 목소리가 작아서, 주변 소리에 목소리가 겹치곤 해요. 그래서인지 함께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 때면, 그녀의 시를 읽을 때와 꼭 같은 느낌을 받아요. 디저트 카페 주인장이 수많은 소음 속에서 포크 떨어지는 소리를 알아채듯, 은지 시인은 일상 속에서 시의 기척을 기민하게 알아채지요. 그러곤, 포근한 카페의 음악 소리가 손님들과 목소리를 다투지 않듯, 일상 가운데 잠잠히 말하지요. 은지 시인의 시는 “가장 낮은 볼륨에 맞춰도 들을 수 있는 노래”이고, 김은지는 “발자국 소리가 나지 않게 진화한 동물들”의 편이기 때문이겠죠. 김은지 시인은 시의 의도에 맞추어 타자를 임의로 판단하거나, 타인의 내면이나 외형을 변형하여 시의 재료로 활용하지 않아요. 시인의 낭만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표백된 순진한 타자를 상정하는 법도 없어요. 시인은 타인에 대한 추측이나 판단을 그만둠으로써 그 사람의 고독을 그대로 곁에 두지요. 이것은 외면이 아닌, 새로운 태도의 응시를 위함이라 생각해요. 시의 공간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시 속의 공간으로 함께 걸어가기 위한 곁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읽는 이보다 시인이 앞서 사라지는 법이 없고, 시인보다 시가 앞서는 법이 없고, 시보다 시의 언어가 앞서는 법이 없어요. 팔을 뻗으면 곧 닿을 거리에서 서로의 보폭을 살피며 같이 걸어가지요. 이 시집을 읽는 중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면, 후두둑 소리에 깜짝 놀랄지도 몰라요. “다른 차원으로 열리는 문은 소박한 곳에 있을”지 모른다던 시인의 기대처럼, 적막 가운데 태어나고 적막 가운데 사라지는 시의 비밀스런 기척을 듣게 될지 몰라요. 공백 속에서 얼핏 사라지는 시의 실루엣을 보게 된다면 그건, 소곤소곤 말하는 얘기를 들어주는 당신이 고마워서, 시가 일부러 들킨 거예요.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국내문학상수상자
국내어린이문학상수상자
해외문학상수상자
해외어린이문학상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