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문호에게서 훔칠 수 있는 것들"
맨부커 수상 작가 조지 손더스는 시러큐스 대학에서 25년간 창작 강의를 해왔다. 그의 수업에선 톨스토이, 고골, 체호프 같은 러시아 대문호들의 작품을 읽고 이들에게서 무엇을 훔칠 수 있는지를 논의한다. 여기서, 배 아픈 소식과 기쁜 소식이 있다. 먼저 배 아픈 소식은 이 흥미로워 보이는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이가 오직 1년에 6명 선발되는 젊은 작가들 뿐이라는 것이다. 소수 정예의 작가들이 자기들끼리 모여 러시아 문학을 맛보고 즐긴다... 솔직히 있는 줄도 몰랐던 수업이지만 설명을 들은 이상 부러워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 "영미문학계의 천재"라는 찬사를 듣는 조지 손더스가 여러 작품들을 어떻게 해부하여 취할지 궁금한 건 당연하다. 반전의 기쁜 소식은 이 수업의 내용이 25년 만에 갈무리되어 우리에게도 공개되었다는 것이다.
책은 아마도 그가 실제로 강의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수업에서 우리는 러시아 단편 7편의 전문을 함께 읽는다. 손더스는 우리에게 이 작품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통으로 읽도록 하기도 하고 한 장, 두 장씩 끊으며 그때 그때 필요한 설명을 덧붙이기도 한다. 고골의 <코>, 체호프의 <구스베리>, 톨스토이의 <주인과 하인> 등을 그와 함께 읽으며 우리는 러시아 거장들이 쓰는 방식에 대해 주의 깊게 들여다보게 된다. 오직 작가만을 위한 수업은 아니다. 책의 부제에 "쓰기를 위한 읽기 수업"이라 표현했듯 쓰기 뿐 아니라 더 잘 읽기를 원하는 독자에게도 충분한 만족감을 줄 수 있을 내용이다. 대문호들에게서 훔칠 것을 찾기 위해선 날카로운 해부가 우선이니, 당연한 일이다. 총 600 페이지가 넘어가는 두툼한 책이지만 미리 부담스러워 할 필요는 없다. 명강의들이 가진 미덕, 매끈한 흐름과 촘촘한 재미가 빠짐없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 인문 MD 김경영 (2023.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