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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대 입시를 위해 삼수 중인 리에는 한동안 왕래가 뜸했던 큰아버지가 홋카이도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달리 가족이 없던 큰아버지가 돌아가신 일로 이것저것 뒤처리를 하고 며칠이 지났을 무렵, 한 관광 개발 회사로부터 큰 아버지가 소유한 섬 에다우치지마에 리조트 사업을 진행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는다. 일이 진행된 끝에 리에는 아버지와 부동산 회사, 관광 개발 회사, 건축사무소 직원 등으로 구성된 일행과 함께 에다우치지마를 방문한다. 그런데 섬을 시찰한 다음 날 아침, 부동산 회사 직원이 의문의 살해를 당하고, 그와 동시에 범인의 메시지가 발견된다. 지금부터 사흘간 결코 섬을 떠나지 말 것, 살인범이 누군지 알아내려 하지 말 것 등 범인이 제시한 계율은 열 가지. 이 ‘십계’를 준수한다면 섬을 나갈 수 있다는 범인. 이 안에 살인범이 있다. 하지만… 절대 범인을 밝혀내서는 안 된다.
<방주> 유키 하루오가 그리는 또 하나의 클로즈드 서클물. 어떠한 이유로 외부와 차단된 넓은 의미의 밀실(윤영천, 2021 <미스터리 가이드북>, 177쪽)이라는 클로즈드 서클의 정의를 생각해 보면, 인터넷도 휴대전화도 문제없이 사용 가능하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배를 불러 나갈 수 있는 섬을 등장인물들 스스로 클로즈드 서클로 만든다는 역설이 이야기의 긴장감을 더한다. 이것이 가능하게 만드는 범인의 ‘십계’와, 이로 말미암은 등장인물들의 행동 제약, 심리적인 갈등, 의문과 공포에 몰입하다 보면 마지막 순간까지 책장 넘기기를 멈출 수 없다. 마지막으로 당부하자면 작가의 전작 <방주>를 인상 깊게 읽은 독자라면, 절대로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먼저 보지 않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