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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2018
  • 거울 속 외딴 성
    츠지무라 미즈키 (지은이), 서혜영 (옮긴이)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2018 일본 서점대상 수상작"

    등교 거부 후 방 안에 틀어박혀 지내던 '고코로'. 여느 때와 달리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전신거울에 무심코 손을 댄 순간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만다. 거울 속 세계에서는 서양 동화에 나오는 듯한 웅장한 성에서 기괴한 늑대 가면을 쓴 소녀와 여섯 명의 아이들이 고코로를 기다리고 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이 성에 초대받으셨습니다!” 늑대 가면과 아이들에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2018년 일본 서점대상 수상작으로, 역대 최고 심사 점수를 받아 큰 화제를 모았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판타지 미스터리로, 교육학을 전공한 츠지무라 미즈키의 세밀한 심리 묘사가 돋보인다. 작가는 “일 년 내내 매일 즐겁게 학교에 가는 학생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가야 하는 곳이 자신을 벼랑으로 내몰고 목숨까지 끊고 싶을 정도의 마음이 들게 만든다면 도망쳐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며 위로를 건넨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응원하는 다정한 작품이다.

  • 살인의 문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은이), 이혁재 (옮긴이) | 재인 | 2018년 8월 "히가시노 게이고, 사람은 어떻게 살인자가 되는가"

    어린 시절 유복했던 다지마의 집안은 할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풍비박산 난다. 그의 유일한 위안은 소꿉친구 구라모치. 세상 물정에 어두웠던 다지마는 영악한 구라모치의 손에 이끌려 어둠의 세계에 빠져든다. 불행의 나락에서 다지마는 증오를 키워가지만, 구라모치는 번번이 뛰어난 말솜씨로 그를 회유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나약한 자신을 탓하며 고뇌하는 다지마 앞에 수수께끼의 인물이 나타나고, 그는 두 남자의 끔찍한 악연이 훨씬 더 이전부터 시작되었다는 비밀을 털어놓는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2003년작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다. 작가 특유의 날카로운 필치로 인간 내면의 어두운 심연과 부조리한 사회의 단면을 응시한다. 믿었던 친구에게 인생을 농락당한 한 남자가 어떻게 '악'이 되어가는지, 그 심리적 과정을 철저히 묘사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와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이 서늘하게 다가온다.

  • 소설 보다 : 봄-여름 2018
    김봉곤, 조남주, 김혜진, 정지돈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8월 "소설의 계절, 김봉곤X조남주X김혜진X정지돈"

    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이 새로운 옷을 입고 독자를 찾는다. '이 계절의 소설'을 봄, 여름, 가을, 겨울 각 계절마다 엮어 출간하는 단행본 프로젝트, '소설 보다'의 시작. 가벼운 판형과 가벼운 정가로, 이 순간의 소설이 더 빨리 독자를 찾는다.

    봄에서 여름까지, 첫 두 계절의 소설이 작가 인터뷰와 함께 한 권에 실렸다. 김봉곤의 <시절과 기분>, 전형적인 가부장인 칠십 대 아버지가 '가출'을 한 이후 가족들에게 남겨진 문제에 주목하는 조남주의 <가출>이 봄의 소설로 선정되었다. 한 대학 교수를 둘러싼 학내 분쟁을 통해 우리의 윤리에 대해 묻는 김혜진의 <다른 기억>, 오사카 만국 박람회 전후의 이야기를 통해 근대성에 대해 환기하는 정지돈의 <빛은 어디에서나 온다> 가 여름의 소설로 실렸다. "'기분'이라는 이름의 향수가 있다면, 지속성은 긴데 강렬함은 약한 향수일 것 같아요.' 같은 인터뷰 속 김봉곤의 감각이나, "소설을 쓰는 동안에는 요즘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이 너무 빠르게 판단되고 규정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인터뷰 속 김혜진의 고민을 함께 나눌수 있는 점도 독서 경험의 기쁨을 한층 더한다. 계절마다 독자를 찾을 반가운 시리즈의 첫 출발.

  • 나는 뇌가 아니다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은이), 전대호 (옮긴이) | 열린책들 | 2018년 8월 "뇌과학이 밝히지 못할 ‘나’"

    인간이 인간을 궁금해하는 질문은 늘 같았으나, 해답을 찾는 방법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흥미로운 점은, 인간이 찾아낸 새로운 해법이 인간 자신의 의미를 뒤바꾼다는 데 있다. 물론 진실에 다가서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후에 벌어질 일을 괘념치 않으니, 밝혀진 진실이라면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겠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은 무엇이고, 오래도록 인간 존엄의 근거로 여겨온 '자유의지'는 여전히 진실한 걸까.

    최근 몇십 년 동안 이어진 뇌과학와 신경과학의 발전으로, 이런 질문에 답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게 되었다. 마치 더는 물을 필요도 없을 듯 빈틈없는 정답으로 보일 정도다. 그런데 아직 이 물음은 유효하다고, 더불어 뇌과학과 신경과학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여지가 있고, 그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근거라고 주장하는 철학자가 드디어 나타났다. 독일 철학계의 신성 마르쿠스 가브리엘이 인간의 본질과 자유를 규명하는 도전에 나선 것이다. 칸트, 다윈, 프로이트, 신경과학을 아우르는 철학 논쟁이 오랜만에 사유의 회로에 불길을 당긴다.

9.72018
  • 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은이), 정영목 (옮긴이) | 다산책방 | 2018년 8월 "사랑의 시작과 끝, 단 하나의 이야기"

    소설은 일흔에 접어든 한 남자가 속수무책으로 빠져버렸던 첫사랑을 회상하며 시작한다. '제정신이 아닐 정도의 자신감'으로 충만한 19세 청년과 스스로 '다 닳아버린 세대'에 속한다고 믿는 48세 여인. 제비뽑기로 테니스 파트너가 된 두 사람에게 사랑의 감정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첫사랑은 늘 압도적인 일인칭으로 벌어진다(...) 다른 사람들, 다른 시제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남자의 독백처럼, 작품 속 화자의 시점은 '나’였다가 ‘너’였다가 ‘그’가 되었다가, 다시 '나'로 돌아온다. '선택할 수도, 제어할 수도 없는 감정'이 두 사람을 휩싸 타오르던 사랑의 시작부터 누구의 잘못도 아니게 찾아온 사랑의 끝까지, 그 사랑의 생몰은 하나의 이야기로 기억 속에 깊숙이 자리잡는다.

    2011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줄리언 반스의 최신작이자 자전적 요소가 담긴 작품이다. 원제 ‘The Only Story’는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사랑 이야기가 있으며 그것이 '단 하나의 이야기'라는 소설 속 여인의 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누구나 사랑을 하지만 그 형태는 제각각이다. 사랑을 나눈 당사자들의 기억조차 동일하지 않다. 시작도 못 하고 혼자 마음 속에 담았더라도, 파국을 맞았다 하더라도 내가 경험한 ‘그 사랑’은 그 자체로 특별하다. <연애의 기억>은 그렇게 모두가 지닌 ‘단 하나의 사랑’에 대한 기록이다. 노작가가 담담히 돌아보는 첫사랑의 뒷모습이, 마음 한 구석 깊게 자리잡은 저마다의 사랑의 추억을 일깨워온다.

  •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오찬호 (지은이) | 휴머니스트 | 2018년 9월 "부모의 '자녀소유'에서 사회의 '자녀보호'로"

    결혼, 출산, 육아는 온전히 각자의 일이자 오롯이 모두의 일이라는 점에서 풀어내기 쉽지 않은 주제다. 열한 살 딸과 여섯 살 아들을 기르는 사회학자 오찬호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저런 문제 상황을 관찰하고 구조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나름의 탈출구를 발견한다고 해도, 그러는 당신은 얼마나 다르게 키우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형편인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굳이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이라는 책을 펴낸 까닭은 무엇일까.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어쩔 수 없음’이 야기한 의도치 않은 결과"와 "‘치열함’ 속에 감춰진 우스꽝스러운 순간들을 나열”하며 왜 각자의 고민과 최선이 모두의 행복과 여유로 귀결되지 않는지 되묻고, “사회문제로서의 육아를 이해해도 개인은 이를 거부하는 실천을 하기가 어려”운 까닭을 짚어간다. 이쯤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를 격려하고 마무리해도 좋으련만, ‘사회학자’ 오찬호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수밖에 없다.

    모두의 각자도생이 모두의 불안함과 억울함으로 이어지고, 서로가 피해자이면서도 다른 피해자를 모른 척하며 또 다른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방법은 무엇일까? 부모의 '자녀소유'에서 벗어나 부모와 자녀가 온전한 시민으로, 사회의 '자녀보호'를 바탕으로 이 관계에 포함되지 않는 사회 구성원들도 변화에 동참할 때만이, 이 끝없는 모순에서 벗어나 모두의 '정직한 독립'에 이를 수 있겠다.

  • 곁에 남아 있는 사람
    임경선 (지은이)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9월 "세상에 어리광 부리지 않고, 스스로에게 정직하게"

    파혼 후 결혼을 하면 신혼살림을 차리기로 했던 외곽의 아파트에서 홀로 생활을 시작한 영미. 그의 '곁에 남아주는 사람'은 영미가 한때 좋아했던 대학 친구인 준호뿐이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며 갈등 속에서 결혼생활을 지속하는 준호. 영미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그 어떤 평범한 날 문득 이 관계의 단락 역시 끝맺음 할 때가 다가왔음을 알아챈다. (<곁에 남아 있는 사람> 中) "당분간은 그립겠지만 조금 더 자유로울 것이다."라고 스스로를 달래는 쓸쓸함이 성숙하게 느껴진다.

    <자유로울 것>, <태도에 관하여> 임경선 소설집. <어떤 날 그녀들이> 이후 7년 만에 소설집을 엮었다. 상처받고, 사유하며 도시를 사는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조용한 얼굴로 일상을 살지만 마음 속 소용돌이를 외면하지 않는 이들. “나는 과연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일까?” ,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스스로를 존중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 지극한 사랑의 애틋함에 몸을 맡기는 사람,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대한 안목을 잃지 않는 사람. 세상에 어리광 부리지 않고, 스스로에게 정직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 DK 자연사 박물관 : 생명 관찰 실험실
    DK 자연사 박물관 편집위원회 (지은이), 이한음 (옮긴이), 데릭 하비 (자문) | 비룡소 | 2018년 9월 "압도적인 비주얼, 생태 백과사전의 결정판"

    카멜레온은 어떻게 피부 색깔을 바꿀까? 펭귄은 눈보라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 동물들 간의 서열이 정해지는 방식은? 미생물과 균류부터 식물, 무척추동물, 어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까지 생물계를 종과 서식지로 분류하고, 지구 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체가 어떻게 살아 움직이며 환경에 적응했는지, 생존을 위해 얼마나 경이로운 도전을 이어오고 있는지 보여준다.

    과학책을 뛰어넘어 황홀할 정도로 근사한 화보집이라 불러도 되겠다. 현미경에서 클로즈업, 단면, 엑스선, 열화상 사진을 비롯해 특수 기법으로 촬영된 사진들이 시각효과의 최대치를 경험하게 한다. 웬만한 다큐멘터리 영상이나 실제로 가 볼 수 있는 박물관마저 시시하게 만들어버릴 만큼 압도적인 시각적 쾌락을 안겨준다. 책에서 곧장 튀어나올 듯 생생한 이미지와 함께, 지구 생태계를 이루는 다양한 생물의 구조와 행동 원리도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어 아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생물학 입문서로 각광받을 만하다.

9.112018
  • 초격차
    권오현 (지은이), 김상근 (정리) | 쌤앤파커스 | 2018년 9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경영자들에게"

    반도체 연구원으로 입사하여 최고경영자의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 권오현 회장이 삼성전자에서의 지난 33년의 시간을 회고하며 정리한 경영의 원칙들을 소개한다. 책의 제목으로 쓰인 초격차 전략은 그가 구체화시킨 삼성의 실제 전략으로, 적자를 내던 반도체 사업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실행한 일종의 혁신안이었다. 치킨게임을 끝내기 위해서는 경쟁자가 쫓아올 수 없는 절대 경쟁력 즉, 비교 불가한 절대적 기술 우위와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초격차는 단지 기술의 격차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에 걸맞는 구성원들의 격이다. 그가 서문에서 말한 것처럼 경영은 결국 인간을 이해해야 하는 감성의 영역이다. 그래서 권 회장은 책의 대부분을 사람, 그 중에서도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 할애한다.

    그는 점진적인 개선으로는 혁신에 이를 수 없으며, 회사가 혁신하려면 리더부터 변해야 한다고 단언한다. 구성원들은 리더의 말보다는 행동으로 그를 판단하므로, 구성원들의 실천을 이끌어 내려면 리더의 강한 의지와 과감한 실행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이 책은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부터, 전략과 의사 결정, 조직 관리와 인재 양성 등에 이르는 리더십의 기본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솔하고도 냉정한 그의 조언은 경영자가 아닌 우리 개개인에게도 충분한 울림을 전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을 경영하는 리더이기 때문이다. 여러 번 곱씹고 싶은 이 책은 리버풀 FC의 전설 빌 샹클리 감독이 남긴 명언을 떠오르게 한다.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Form is temporary, Class is permanent).'

  • [세트] 공부의 기초 세트 - 전5권
    브루스 손턴, 조지 캐리, 대니얼 로빈슨, 존 루카치, 하비 맨스필드 (지은이), 이재만 (옮긴이) | 유유 | 2018년 8월 "앎의 뿌리를 이해하고 지식의 가지를 뻗는 방법"

    공부의 방법을 말하는 책은 많지만 공부의 기초를 전하는 책은 드물다. 오늘날 공부가 마주한 현실, 공부를 필요로 하는 상황을 반영한 결과다. 현실을 부정하거나 외면할 수는 없지만, 기초가 없는 공부는 언젠가 바닥을 드러낼 테고, 그때가 되면 누구도 공부의 기초를 익히고 나눌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과도한 염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인류 문화의 존속과 전승을 가능하게 하는 ‘공부’에 대해서라면, 한 발 앞서 걱정하고 살펴도 괜찮지 싶다.

    그렇다면 '공부의 기초'란 무엇일까? 이번에 같은 이름을 달고 나온 다섯 권의 시리즈를 읽으며, '앎의 뿌리를 이해하고 지식의 가지를 뻗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서구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고전학과 역사학, 오늘날 현대사회의 구성을 이해하는 정치철학과 미국 정치사상, 과거보다 훨씬 중요해진 공부의 주체 '나'를 다루는 심리학까지, 각각의 책은 해당 학문이 무엇을 문제로 삼고 어떻게 고민해왔고 앞으로 해결하려는 과제는 무엇인지를 차례로 살피며, 따로 떨어진 듯 보이는 시간과 공간을 엮고 그 안에서 나의 위치를 찾게 만든다. 결국 공부의 기초란 '나의 뿌리를 이해하고 나의 가지를 뻗는 방법'이기도 했던 것이니, 늦었지만 이제야 기초로 돌아와 제대로 시작하는 기분이다. 이 공부가 끝나기 전에 새로운 시리즈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박상영 (지은이) | 문학동네 | 2018년 9월 "사랑하고, 실패하고, 망할지라도"

    칸영화제를 꿈꾸며 세상에 없는 퀴어영화를 만들려다 실패한 '나'는 '동양의 찰스 와이드먼'을 꿈꾸며 현대무용에 투신했으나 당연히 실패한 '왕샤'와 만났다. 자이툰 부대 막사에서 '왕샤'가 뿌리던 샤넬 향수 때문에 나는 그를 왕샤라고 부르고 있다. 자이툰 부대에서 키스를 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지나가버린 이야기. 밤새 어울려 노래방에서 춤을 추며 '픽미'를 부르고, 마이크를 훔쳐 달아나는 난장 사이 두 사람이 서로를 생각하던 순간이, 지금과는 다른 꿈을 꾸던 순간이 겹쳐진다. "성매매 안 했다고 이리 푸대접을 한단 말이야? 이성애자들 진짜 안 되겠네. 다 죽여버려." 같은 농담이 섞여 슬픔은 알아챌 새도 없이 저 아래에 축적된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中)

    2018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박상영의 첫 소설집. "우리는 세상의 작은 점조차 되지 못했다!"를 당당하게 외치는 인물들이, 사랑하고, 실패하고, 망하고 만다. 인스타그램과 유명세와 나의 예술가 자아와 대상화와 소비 같은 것들. 주인공이 되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이 이 세상의 주인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농담하고 욕망한다. 이기호가 "생래적 유머리스트의 출현"이라고 반기고, 정이현이 "박상영의 소설은 그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낸다."고 평한 젊은 소설가의 빛나는 등장.

  • 어른은 어떻게 돼?
    박철현 (지은이) | 어크로스 | 2018년 9월 "한 편의 따뜻한 가족 드라마"

    8년 전, 일본인 아내 미와코와의 러브 스토리 <일본 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를 펴낸 저자 박철현은 이제 미우, 유나, 준, 시온 네 아이의 든든한 아빠다. 새롭게 선보인 에세이는 도쿄에 사는 여섯 식구의 알콩달콩한 일상 이야기면서, 아빠 박철현의 시선으로 풀어낸 가족 관찰기다.

    저널리스트, 술집 마스터를 거쳐 지금은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 중인 아빠 박철현, 네 아이의 엄마이자 매사에 논리적이며 합리적인 아내 미와코, 글쓰기와 달리기, 연극 등의 예체능에 두루두루 능한 미우, 언니를 잘 보살피고 동생을 잘 챙기는 똑순이 유나, 책임감 강하고 레고마스터를 꿈꾸는 태권소년 준, 어딜 가나 사랑받는 막내 시온. 부모는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않고,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일은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해준다. 아이들은 공부하는 학원에 다니지 않지만, 학교 숙제는 성실히 해내고, 자원봉사와 동네행사에 열성적으로 참여한다. 넉넉한 살림은 아니어도 주어진 환경 안에서 각자의 행복을 찾아 함께 나누는 여섯 식구의 왁자지껄하고 훈훈한 일상이 32편의 에피소드에 고스란히 녹아져 있다. '행복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해주는 한 편의 가족 드라마와 같은 책이다.

9.142018
  • 귀신나방
    장용민 (지은이) | 엘릭시르 | 2018년 9월 "<궁극의 아이> 장용민 스릴러 소설"

    <궁극의 아이> 장용민이 호쾌한 스릴러 소설을 들고 돌아왔다. 브로드웨이의 한 뮤지컬 극장에서 오토 바우만이라는 자가 무고한 열일곱 살 소년을 살해한다. 경찰은 소년이 죽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사형선고를 받고 집행을 기다리던 바우만은 기자 크리스틴에게 자신을 인터뷰해줄 것을 요청한다. '아디헌터'로서 수십년 간 '아디'의 뒤를 쫓은 바우만. 그가 말하는 '아디'는, 악의 진짜 얼굴은 무엇일까.

    벼락을 예측하는 능력을 지녔다는 '귀신나방'을 작가는 상상한다. 그들은 우기가 끝나면 어미가 생을 마감했던 나뭇등걸로 모여들어 둥지를 틀고, 반복될 생을, 가장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한다. 악의 뒤를 쫓는 오토 바우만의 행적과 함께 1960년대 미국의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교차하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악의 날갯짓이 손을 쥐게 한다. 빠른 전개, 손을 놓을 수 없는 사건과 캐릭터, 장쾌한 스케일의 장르소설을 기다리는 독자의 기대를 충족할 만한 작품.

  • 소용돌이에 다가가지 말 것
    폴 맥어웬 (지은이), 조호근 (옮긴이) | 허블 | 2018년 9월 "세계적 물리학자가 쓴 SF 스릴러"

    노벨상 수상자이자 코넬대학교 생물학과 교수인 리암 코너가 캠퍼스 계곡 아래에서 처참한 시체로 발견된다. 세계적인 '곰팡이' 전문 생물학자로서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그였기에, 주변인들은 절대 자살일 리 없다고 생각한다. 이틀 뒤, 뉴욕에서 가슴에 ‘731 악마’라는 문신을 새긴 일본인 청년이 체포되고, 리암의 부검 결과 그의 위장 속에 거미 모양의 마이크로 로봇 4마리가 들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던 두 사건 간의 깊은 뿌리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실제 코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노벨 물리학상의 유력 후보로 손꼽히는 폴 맥어웬이 집필한 SF 스릴러다. 리암의 죽음 이후 6일 동안의 이야기가 64년의 시차를 두고 생생히 펼쳐진다. 소위 '마루타' 부대로 알려진 731부대의 악행과 2차 대전 직후 일본에서 개발된 종말 병기의 비밀, 그리고 리암의 유언을 따라 인류 사상 가장 끔찍한 테러 공격을 막아 나선 이들의 추격전이 흥미진진하다. 과학저널 '네이처'에서 "과학적으로 흠잡을 구석이 없는" 소설이라 추천했다.

  • 따로, 또 같이 살고 있습니다
    김미중 (지은이)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9월 "아파트 사는 사람들의 기본 자세"

    아파트에 살다보면 별일을 다 겪는다. 좁은 공간에 많은 이들이 붙어 사니 별일이 다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고 별일이 다 있네, 하며 웃어넘길 수는 없으니 나름의 해결책을 찾아야 할 터, 과거에는 아파트라도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알았으니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해볼 수도 있었겠지만, 요즘에는 경비실이나 관리사무소를 거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다수이니, 온갖 문제가 모이는 바로 그곳에서 이야기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싶다.

    20년 동안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일해온 이가 보고 듣고 겪은 이야기는 왠지 익숙하다. 나도 한두 번쯤 불만을 품었거나 따져 물었거나 거꾸로 문제 제기를 받았을 일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관리소장은 주민 사이에 오고가는 이야기를 한 발짝 곁에서 객관적으로 관찰하면서도, 결국 그 문제를 풀어내야 하는 당사자로서, 모여 사는 이점을 누리면서도 모여 사는 불편은 멀리하려는 이웃 사이의 적정 거리를 알고 있지 않을까. 처음 듣는 아파트 관리소장의 이야기에 귀가 쫑긋하는 까닭이겠다.

  • 핑스
    이유리 (지은이), 김미진 (그림) | 비룡소 | 2018년 9월 "제6회 비룡소 스토리킹 수상작"

    어린이 심사위원 100명이 뽑은 스토리킹 문학상의 2018년 대상 수상작. 자유롭게 우주여행을 할 수 있고 외계인과 친구도 될 수 있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동화다. <스무고개 탐정>부터 <복제인간 윤봉구>까지 해마다 새로운 감각의 완성도 높은 작품들을 배출해온 스토리킹의 명성에 걸맞게, 제6회 수상작 <핑스> 또한 강력한 재미와 매력을 겸비하고 있다. 개인의 행복을 우선할 것이냐,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우주의 질서를 따르느냐, 선택의 기로에 선 열두 살 지구 소년과 함께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짜릿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우주에서 가장 고귀한 생명체로 알려진 신비의 새' 핑스를 둘러싸고 저마다 다른 입장과 목적을 가진 지구인과 외계 종족들이 낯선 행성으로 모여든다. 상상보다 더 매혹적이고 신비로운 우주 공간이 손에 잡힐 것처럼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묘사되며, 스펙터클한 모험 영화 같은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아주 작은 용기와 나를 지지하는 친구의 눈빛만 있다면 우리가 무엇이든 해낼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도 충전해준다. '논리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놀라운 SF'라는 평가를 받은 걸출한 스토리킹의 탄생이 더없이 반갑고 기쁘다.

9.182018
  •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지은이) | 한겨레출판 | 2018년 9월 "신형철 신작, 슬픔을 공부한 시간의 기록"

    <느낌의 공동체> <정확한 사랑의 실험>에 이은,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이번 책은 2010년 이후에 발표한 글들 중 선별하고, 미발표 원고까지 더해 엮은 것이다. 흩어져 있던 좋은 글들을 단 한 권의 책으로 접할 수 있으니 독자들에게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세월호 참사, 전 대통령 탄핵, 그리고 아내의 수술과 같은 사적인 일 등, 지난 8년 동안 깊은 슬픔의 순간들이 자주 있었고, 그로 인해 자주 울었다. 책은, 그 슬픔의 시간에 관한 기록이자, 삶을 이해하고 버티기 위해 쓴 글이다. 평론가의 문학관, 평론가가 바라본 사회와 문화, 평론가의 삶과 일상, 인생 책 리스트와 그간 써온 추천사까지 빼곡히 담은 이 한 권을 통해 신형철의 깊이 있는 사유와 단단한 문장을 만난다.

  • 종교 없는 삶
    필 주커먼 (지은이), 박윤정 (옮긴이) | 판미동 | 2018년 9월 "종교가 있든 없든, 풍성한 삶을 위해"

    종교를 믿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믿지 않는 이를 비판하거나 믿게 만드는 일은 후순위에 놓는 게 온당하지 않을까. 우선 자신의 평안과 평화 그리고 구원이 우선일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비종교인을 향한 종교인의 폄훼는 끊이지 않으니, 그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실제와 얼마나 같고 다른지 분석해보면, 오해를 해소하는 일은 물론이거니와 오늘날 종교가 어디로 향하며 무엇을 해야 할지도 전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전작 <신 없는 사회>에서 미국과 북유럽의 종교와 사회를 비교하며 “종교성이 약해도 사람들의 걱정만큼 위험한 사회가 도래하지 않으며, 오히려 더 도덕적이고 풍요로운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던 필 주커먼. 이번 책에서는 왜 종교를 믿는 이들이 점차 줄어드는지에 주목하며, 종교를 믿지 않거나 종교로부터 멀어진 이들이 지향하는 삶과 사회의 가치가 종교에서 지향하는 삶과 사회의 가치와 얼마나 같고 다른지 살펴본다.

    결과는 흥미롭다.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은 국가에서 평등,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범죄율, 기대수명 등 현대 사회가 공유하는 보편 가치의 실현 비율이 높았다. 물론 이를 바탕으로 종교가 필요없다고 말한다면, 이는 종교 없는 삶을 의미 없는 삶이라 비난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터, 오랫동안 종교가 힘겹게 맡아온 역할을 이제는 서로가 나눠지며, 좀더 다채롭고 풍성한 삶과 사회를 만들어 갈 가능성으로 이해하는 게 옳겠다. 종교가 있든 없든, 살아가는 이유와 목적은 이것에 가까울 테니 말이다.

  • 70세 사망법안, 가결
    가키야 미우 (지은이), 김난주 (옮긴이) | 왼쪽주머니 | 2018년 10월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서늘한 현실"

    '이 나라 국적을 지닌 자는 누구나 70세가 되는 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반드시 죽어야 한다. 더불어 정부는 안락사 방법을 몇 종류 준비할 방침이다. (...) 정부 추산에 따르면, 이 법안이 시행되면 고령화에 부수되는 국가 재정의 파탄이 일시에 해소된다고 한다.' 이상의 내용으로 구성된 일명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된다.

    사회 전체를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이 법안이 지극히 평범한 한 가족의 일상에 들어오며 생기는 변화들이 담담히 그려진다. 며느리 도요코에게 10여 년째 병수발을 받으면서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시어머니, 아내가 얼마나 힘든지 관심 없는 남편, 은둔형 외톨이로 전락한 아들 등 숨 막히는 상황 속에서 살아온 도요코는 이번 법안 통과로 한 줄기 희망을 갖게 된다.

    <노후자금이 없습니다> <며느리를 그만두는 날> 등의 전작을 통해 지속적으로 현 일본 사회의 문제들을 날카롭게 지적해온 가키야 미우의 신작이다. '70세 사망법안'이라는 극단적인 설정이 파격적이고, 이에 대응하는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오늘날의 저출산 고령화라는 서늘한 현실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주는 작품이다.

  • 최강의 레시피
    데이브 아스프리 (지은이), 양준상 (옮긴이), 이단비 (감수) | 앵글북스 | 2018년 10월 "베스트셀러 <최강의 식사> 완결편"

    2017년 <최강의 식사>를 통해 방탄 커피를 국내에 소개하고, 건강한 음식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정의를 내리게 해주었던 저자의 새 책이 출간됐다. 전작의 이론적 근거와 저자의 식단을 토대로 만든 저탄수, 중단백, 고지방 다이어트 레시피, <최강의 레시피>가 그것이다.

    책에는 건강한 식재료를 선택하는 방법부터 간단하게 조리가 가능한 일품요리, 샐러드, 수프에서 디저트까지 다양한 요리들이 실려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식재료는 어디서 구매할 수 있는지와 대체할 수 있는 음식의 정보를 함께 표기했고 역자인 전문의 양준상 선생의 한국식 레시피도 수록해 보다 유용하게 책을 활용할 수 있게했다.

9.212018
  • 인듀어
    알렉스 허친슨 (지은이), 서메리 (옮긴이)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9월 "한계는 뇌가 만들어낸 허상?!"

    취미로 가볍게 하든 본격적으로 훈련을 하든, 운동은 고통을 견뎌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영역이다. 고통이 쌓여 근육이 되고, 이것이 뭉쳐 힘과 속도와 높이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디까지 견뎌야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반대로 되지 않은 목표인데 억지로 견디며 힘만 빼고 상처만 남는 건 아닐까.

    알렉스 허친슨은 육상 선수 출신의 물리학자로, 생리학과 뇌과학의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의 한계를 규정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인간은 이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손기정 선수가 했던 말 “인간의 몸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느 정도까지뿐이다. 그다음은 마음과 정신의 영역이다.”를 인용하며 책을 시작하는 걸 보면, 그의 시선이 몸에서 뇌로 옮겨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늘 정신력을 앞세우던 과거의 이야기가 정말 근거가 있었던 걸까? 한계를 마주해본 이라면, 극복하기 위해 도전해본 이라면, 다음 한계를 뛰어넘는 데에 도움이 될 책이다.

  • i에게
    김소연 (지은이) | 아침달 | 2018년 9월 "우리, 그 좋았던 시간에 대하여 "

    우리가 처음 만나던 날. "우리가 어떤 용기를 내어 서로 손을 잡았는지 손을 꼭 잡고 학의 공원에 앉아 밤을 지샜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던 시집은 "우리를 우리라고 불렀던 마지막 시간이 끝났다"의 시점까지 향한다. <수학자의 아침>, <마음사전> 김소연의 다섯번째 시집. 38편의 시와 시인 유희경의 발문으로 구성된 시집이 우리의 '그 좋았던 시간에 대하여' 유순한 언어로 기억한다.

    "당신과 친했던 적이 있었어요."라고 우리는 애틋함의 순간을 기억한다. 우리는 우리지만 영원히 우리일 수 없음을 알고 있다. "표정은 숨기며 곁에는 있고 싶어서" 서로의 뒤에 머무르려 하는 사람들의 마음. 우리가 두려워하는 어떤 결말을 피할 수 없음을 알고 있어서, "나의 식물은 기어이 화분을 두동강"내고, "쥘 게 없는 손으로 주먹을 쥐는 나날"을 지나가는 동안, 시인은 "아름다움을 다하여 나는 시를 쓰는 중이다."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다정한 담담함으로. 아침달 시집으로 김소연의 이 시집 <i에게>와 함께 유희경, 유진목, 오은, 김언, 서윤후, 유형진, 이호준, 육호수의 시집이 함께 출간되었다.

  • 이런 나라도 즐겁고 싶다
    오지은 (지은이) | 이봄 | 2018년 9월 "오지은의 유럽 기차 여행기"

    2010년, 뮤지션이 아닌, 작가 오지은으로 처음 데뷔한 책이 <홋카이도 보통열차>다. 기차 여행 마니아인 그녀답게 그로부터 8년이 흘러 새로운 기차 여행기로 돌아왔다. 이번 유럽 기차 여행은, '그냥 잘 쉬고 싶고 즐겁고 싶은' 소박한 마음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여행지는 론리플래닛의 한 기사 '유럽 최고의 기차 풍경 베스트 10' 중,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의 겨울 알프스를 보고, 이탈리아에서 초봄의 초록을 느낄 수 있는 4개의 노선을 선택했다. <이런 나라도 즐겁고 싶다>는 유럽 기차 여행에 관한 담담한 기록이다.

    구석을 좋아하고,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아온 작가는 '이런 나'라도 즐겁고 싶어 여행을 떠났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긴장하고 불안해하고 아팠지만, 여행의 순간들을 통해 '이런 나'라도 즐거웠다고 이야기한다. 눈 위의 작은 발자국, 우연히 만난 철도 마니아 할아버지, 사슴 자수가 놓인 아름다운 커튼, 겉은 바삭하고 안은 부드러운 프렌치 토스트와 크림치즈처럼 진한 요거트, 고요한 산장의 밤... 작은 마음으로 바라본 작은 것들에 관해 오지은만의 색깔로 들려주는 작은 여행 책.

  • 블랙아웃 1
    코니 윌리스 (지은이), 최용준 (옮긴이) | 아작 | 2018년 9월 "시간 여행 SF 절대 강자의 귀환"

    2060년의 옥스퍼드. 역사학도 세 명이 제2차 세계대전을 향해 시간 여행을 시작한다. 한 명은 독일군의 공습에 대한 런던 시민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 다른 한 명은 런던 지하철의 공습 대비 시스템을 직접 점검하기 위해, 또 다른 한 명은 됭케르크 철수 때 일반인들이 얼마나 활약했는지 직접 보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들이 마침내 목표 시점에 도착했을 때 맞닥뜨린 상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시간 여행자가 준수해야 할 기본 규칙은 과거 인물들과의 접촉을 줄여서 역사적 인과관계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이지만, 폭탄 투하로 죽어가는 이들을 보며 이들의 확고한 신념이 흔들려 자문하기 시작한다. “역사학자는 정말로 과거를 바꿀 수 없는 것일까?” 그리고 그 때부터 뭔가 잘못되기 시작한다.

    'SF 그랜드마스터' 코니 윌리스의 대표작이자,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을 동시에 거머쥔 작품이다. 극적인 구조를 신명나게 살리는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과 착실한 역사 고증으로 그동안 열렬한 팬들을 거느려 온 '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의 <둠즈데이 북>, <개는 말할 것도 없고>를 잇는 세 번째 이야기다. 제2차 세계대전의 특정 기간에 여러 장소에 투입된 시간 여행자들이 겪는 다양한 주제의 에피소드를 맛깔나게 버무려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이 시리즈의 오랜 팬이라면 전작들의 분위기를 번갈아가며 맛볼 수 있는 매력에 다시 한 번 빠질 것이고, 이 책으로 처음 코니 윌리스를 접하는 독자라면 바삐 앞선 작품들을 탐독하게 될 것이다.

9.282018
  • 안녕, 우주
    에린 엔트라다 켈리 (지은이), 이원경 (옮긴이) | 밝은미래 | 2018년 9월 "2018년 뉴베리 대상 수상작"

    여자아이 둘과 남자아이 둘, 중학교 입학을 앞둔 동갑내기 소년 소녀의 기묘한 하루. 같은 학교에 다니거나 한 동네에 살거나, 문자를 주고받는 사이거나 서로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하거나. 묘하게 엇갈리고 연결된 네 사람의 사이의 강한 이끌림, 이들을 하나로 묶어준 운명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그날의 이야기. 우주만큼이나 '거대하고 불가사의하고 변덕스러운' 십대 아이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따라가며 그 작은 우주들의 멋진 결합을 그려냈다.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려울 수 있지만 알고 보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기회, 두려움을 극복했을 때 찾아오는 근사한 미래에 관한 이야기가 매혹적으로 펼쳐진다. '관계 맺기와 우정에 관한 독창적이고 감동적인 탐구-「커커스 리뷰」', '작은 용기에서 비롯한 단순한 행동이 가져다주는 깨달음과 자기 긍정의 의미를 솜씨 좋게 풀어낸다-「퍼블리셔스 위클리(미국)」' 라는 평가와 함께 2018 뉴베리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 우리가 꿈꾸는 나라
    노회찬 (지은이) | 창비 | 2018년 9월 "꼭 필요한 사람, 노회찬 그리고 당신"

    지난 7월 23일, 국회의원 노회찬이 영면했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정치계뿐 아니라 각계각층에서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평생을 치열한 노동운동과 진보정당 운동에 몸담았음에도 알아듣기 쉬운 표현과 유머를 가득 담은 촌철살인으로 일관된 목소리를 전했기에, 그의 의견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귀를 기울여 들어본 이들이 많았기 때문일 터, 이제 더는 그를 만날 수 없지만 그가 남긴 강의록이 책으로 나오니 다시 그를 만난 듯 반갑기 그지없다.

    이 강의는 지난 2월 20일, 그러니까 촛불혁명 이후에 이루어졌고, 주제는 ‘촛불시대, 정치는 우리 손으로’였다. 그는 헌정사를 훑으며 정치제도의 발전을 살피고는, 이에 반해 커져만 가는 불공정과 불평등의 현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한반도의 평화는 어떻게 이루어야 할지 등 한국사회의 과제와 해법을 차분하고 분명하게 설명하고, 이 모든 과정이 뜻대로 이루어지려면 결국 시민의 참여가 필수라고 말하여 강의를 마친다. 각자가 어디에서 어디로 향해 서 있든 '우리가 꿈꾸는 나라'를 보다 풍성하게 만드는 데 참여하길 바라는 그의 이야기를 읽으니, 왜 그를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일컫는지, 더불어 왜 우리 각자가 모두 꼭 필요한 사람인지, 새삼 느끼고 곱씹게 된다.

  • 역사는 재미난 이야기라고 믿는 사람들을 위한 역사책
    정기문 (지은이) | 책과함께 | 2018년 9월 "역사란 무엇인가? 재미난 이야기다!"

    역사 연구자이자 역사교수이면서도 다른 역사학자를 만나면 재미난 이야기를 하나 해달라고 조르는 사람이 있다. 알려지지 않은 사료나 새로운 역사연구의 방향이 아니라, 정말 재미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마음에 공감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역사를 이렇게 다뤄도 되나 싶은 생각도 든다. 물론 이 사람은 당연히 그래도 되고, 그래야 한다고 말할 게 분명하다. 그에게 역사란 재미난 이야기이며, 그가 꿈꾸는 역사는 재미난 이야기로서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발품을 팔며 수집한 역사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며 이야기꾼을 자처하는 주인공은 로마사 연구자 정기문 교수다. 그는 이야기 자체도 재미나지만, 이 이야기가 재미난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도 못지 않은 재미라고 말한다. 이렇게 엉뚱한 이야기가 지금까지 전해진 이유는 무엇인지, 왜 그때는 이상하다고 여겨지지 않았는데 오늘날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가끔은 이 이야기가 왜 재미난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는 경우까지. 이야기를 파헤치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건과 인물이 나오고, 애써 보려 해도 보이지 않던 시대가 드러나고, 결국 이야기에 비친 오늘과 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맞다. 역사란 이렇게 재미난 것이었다!

  • 황석영.이충호 만화 삼국지 세트 - 전15권
    황석영 (지은이), 이충호 (그림), 김태관 (각색) | 문학동네 | 2018년 9월 "어린이를 위한 만화 삼국지"

    소설 <황석영 삼국지>가 어린이를 위한 만화 삼국지로 다시 태어났다. 시나리오 작가 김태관이 각색하고, 밀리언셀러 만화가 이충호가 그림을 담당했다. 시대가 세상으로 불러낸 새로운 영웅들, 천하를 위해 재주를 쓰고 큰 뜻을 세운 호걸들의 이야기가 장대하게 펼쳐진다. 중국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이자 동양인들의 영원한 고전으로 손꼽히는 삼국지를 어린이 눈높이에서 입체적으로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권별로 주요 사건 및 관련된 중국의 역사를 상세하게 풀이하고 연표로 정리했다. 주요 에피소드를 일목요연하게 재구성하고 각 전투에 대한 풍부한 해설을 실어, 삼국지 영웅들의 활약상을 더욱 생생하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전15권 세트 부록으로 제공되는 인물사전은 삼국지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준다. 부록 말미에는 고사성어 연습장, 한자능력 검정시험 한자가 함께 수록되어 있어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