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11.22018
  • 마음속의 단어들
    에피톤 프로젝트 (Epitone Project) (지은이) | | 2018년 10월 "에피톤 프로젝트, 지우고 고쳐 쓴 마음의 단어들"

    오랫동안 많은 멜로디들을 찾고 듣고 적어온 뮤지션 에피톤 프로젝트. 새로 발표한 정규 앨범 '마음속의 단어들'과 동명의 에세이를 펴내며 처음으로 작가로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세련된 감성의 음악과 같은 톤, 같은 결의 에세이 <마음속의 단어들>에는 에피톤 프로젝트의 내밀한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담겨 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만큼 또 헤어짐이 많았던 지난날들. 마음이 아팠고, 모든 것이 싫었던 시간들. 잠시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마음의 모양을 살펴보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 관찰하고, 지우고, 고쳐 쓴 마음속의 단어들이 음악과 글이 되었다. 일상의 풍경과 이야기 사이사이, 작가가 직접 찍은 따뜻한 느낌의 사진과 유럽 여행의 흔적이 펼쳐진다. 지금의 계절과 잘 어우러지는 이 책이 편안한 쉼의 시간을 줄 것이다.

  • 하워드 막스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
    하워드 막스 (지은이), 이주영 (옮긴이), 홍춘욱 (감수) | 비즈니스북스 | 2018년 10월 "투자하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

    이 책이 등장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 생각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투자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계절임은 틀림없으니까. 하지만 '10년 주기 위기설'이 맞았다는 소리는 아니다.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니다. 그러나 경제에 대체적인 사이클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경제학과엔 경기순환론이라는 전공 과목도 있다. 사이클을 파악하고 긍정적 흐름에 합류하는 것을 투자의 핵심이라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투자란 무엇인가? 아니, 더 적절한 질문은 이거다. 투자자란 어떤 사람들인가? 많은 투자자들은 자신이 합리적 투자를 한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그러나 투자 결정은 대부분 감정 변화에 기인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공부를 하는만큼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투자 대가들의 책에 서둘러 열광한다. 바로 여기가 하워드 막스가 투자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지점이다.

    그 역시 거시적 미래는 결코 알 수 없다고 일갈한다. 대신 우리는 시장의 전반적인 경향과 리스크에 대해서는 논의해 볼 수 있다. 불확실성과 리스크는 투자의 묘미이기도 하다. 모두 제대로 된 투자를 하고 있다면 아무도 돈을 벌지 못할 것이니 말이다. 하워드 막스가 서두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공부는 투자의 필요조건일 뿐이다. 이 책으로 이제 등락 시점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고 믿어서는 곤란하다. 투자에 반드시 돈을 벌 수 있는 법칙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반대로, 무조건 잃는 법칙은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 필패의 법칙을 따르고 있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동요하지 않을 자신만의 투자 원칙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 책은 그 원칙을 세우고 고수할 수 있는 힘을 준다. 명심하자. 시장은 결국 심리에 의해 요동치며, 투자자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 민트의 세계
    듀나 (지은이) | 창비 | 2018년 10월 "듀나 월드, 민트, 세상을 뒤집다"

    2049년 대한민국. 전 인류는 초능력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신이 아닌' (이 소설은 듀나의 2013년작 <아직은 신이 아니야>와 설정을 공유한다) 이들에겐 초능력을 발현시킬 배터리의 존재가 필요하다. 배터리들을 통제하려는 기업과, 그들의 거대함을 상대로 민트 갱을 만들어 저항하는 10대 여성 주인공 '민트'의 충돌. 어떤 죽음을 추적하는 인력관리국 한상우의 이야기가 짧은 장의 반복과 함께 변주되고 교차한다.

    SF, 추리 미스터리, 누아르 스릴러, 블랙코미디를 넘나드는 작가 '듀나'의 장편소설. 홍대에서 인천, 익숙한 배경을 바탕으로 싸우는 이들의 활력이 시선을 끈다. 예뻐서, 사랑스러워서 그렇게 행동하기로 결정하는 이들. '자기네들이 그럴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기업과 군대와 세상에 맞서 전쟁을 벌이는 민트 갱의 매력. 그들이 꿈꾸는 '민트의 세계'를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환생동물학교 1~3 세트 - 전3권
    엘렌 심 (지은이) | 북폴리오 | 2018년 11월 "우린 꼭 행복해질 거야, 그렇지?"

    <고양이 낸시>에 이은 엘렌 심 작가의 따뜻한 만화 <환생동물학교>가 총 3권으로 완결됐다. 사람으로 환생하고 싶은 동물 친구들이 모여 있는 환생동물학교 AH-27반. 이곳에 모인 사연 많은 동물들과 신입 선생님은 꼬리가 사라질 때까지 (꼬리가 사라지는 것은 환생할 준비가 되었다는 증거!) 함께 부대끼고 아픈 과거를 껴안으며 새로운 삶을 기대한다.

    고양이, 개, 고슴도치 등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세밀하게 살린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함께 만화 곳곳에 아름답게 녹아있다. 1~3 세트는 작가가 직접 디자인한 캐비닛 모양의 박스와 Peep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긴 소책자가 포함되어 있다.

11.62018
  • 면화의 제국
    스벤 베커트 (지은이), 김지혜 (옮긴이), 주경철 (감수) | 휴머니스트 | 2018년 10월 "코카콜라와 빅맥 이전에 면화가 있었다!"

    오늘날 전 지구적 자본주의라고 불리는 현상을 대표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무엇일까? 최근 상황을 들여다보면 애플이나 구글을 들 수 있겠으나, 그간 자본주의의 세계화를 확인하는 지표로 여겨진 가장 강력한 상품은 코카콜라와 빅맥이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거슬러올라가면 근대 자본주의의 표상이라 할 공장이 떠오르는데, 자본주의에 대한 기존의 지식과 상상은 대체로 이쯤에서 마무리가 되곤 한다.

    이 책은 자본주의가 공장이 아니라 들판에서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산업혁명의 대표 주자 방적기와 방직기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는데, 들판에서 자라고 손으로 실을 잣던 모습을 공장으로 옮겨오려면, 그에 따른 노예노동과 임금노동, 프롤레타리아 계급, 거대기업, 식민지와 시장 개척 등 자본주의의 작동 방식이 갖춰져야 했고, 이 과정이 실현되며 이른바 글로벌 경제가 모습을 갖추었다는 설명이다. 오늘날 국경을 넘어서며 모든 경계를 뛰어넘는 자본의 속성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다면, 이 책이 주목하는 장면에서 그 근간을 확인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겠다. 자본주의의 '오래된 미래'라고 부를 법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 그림책으로 행복해지기
    고대영 (지은이) | 길벗어린이 | 2018년 11월 "<강아지똥> 편집자 고대영의 그림책 이야기"

    권정생 그림책 <강아지똥>의 편집자이자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 글작가인 고대영의 그림책 에세이. 저자는 그림책 편집자로, 작가로, 또 이제는 그림책 강연자로 우리나라 그림책의 시작부터 25여 년을 함께 해왔다. 책에서 소개된 100여 권의 그림책은 그 자체로 우리나라 그림책의 역사이다. 익히 알고 있던 스테디셀러 들은 반갑고, 보석 같은 그림책을 새로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저자, 편집자, 강연자, 그리고 그림책을 사랑하고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독자로 출판 시장에서 함께 해온 작가의 이야기는 단순한 정보를 넘어서 글에 생생한 재미를 더한다.

    “20년을 그림책 편집자로 살아왔고, 회사에서 퇴직해 그림책 작가로 강연을 하며 지낸 지는 5년이 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좋았던 시간이 언제냐고 물어보면 편집자로서 일했던 시간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도서 MD로서 장담하지만, 그림책을 읽으면 행복해진다. 그림책을 읽으며, '행복'을 권하며 일하는 것은 얼마나 행운인지!

  • 한국, 남자
    최태섭 (지은이) | 은행나무 | 2018년 10월 "한국 남자, 어디로 갈 것인가"

    <잉여사회>, <억울한 사람들의 나라> 등에서 한국사회를 읽어내는 새로운 관점을 유쾌하고도 스산하게 보여준 문화평론가 최태섭. 이번 책에서는 한국사회에서 남성이 어떤 존재를 지향해왔고 실제로는 어떤 존재로 살아왔는지를 살펴본다. 징병제, 산업 역군, IMF 등 한국남성을 둘러싼 사회문화의 풍경을 바탕으로, 그 위에서 한국남성들이 펼쳐보인 곤란하고 억울한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들여다보며, '한국의 남성성'을 정확하게 이해해보려는 시도다.

    한국 남성은 어쩌다 ‘한남’이라 불리게 되었을까. 이 책은 시대에 따라 남성들이 이상적인 모습이라 여긴 남성상이 무엇인지, 이것이 왜 현실에서 구현되지 못하며 어긋났는지, 이런 상황에 한국 남성이 어떻게 대응해왔는지를 밝힌다. 더불어 이 실패의 과정에서 억울하게 원인으로 지목받은 여성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억울함을 이해하고 극복하려 노력해왔는지를 함께 짚어가며, 모두를 옭아맨 가부장제에서 벗어나 "누군가를 억압하지 않으면서도 한 사람의 주체로, 또 타인과 연대하고 돌보는 자로 살아갈" 방법을 궁구한다. 아직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하는 분들께, 출발점은 이 책이라고 목청껏 외치고 싶다.

  • 꼬마 니콜라 오리지널
    르네 고시니 (지은이), 장자크 상페 (그림), 정혜경 (옮긴이)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오리지널 니콜라가 왔다!"

    1955년 9월 25일부터 1956년 5월 20일까지 벨기에의 잡지 '르무스티크'에 연재된 '꼬마 니콜라' 만화 도판을 순서대로 실은 오리지널 판이다. 흑백 일러스트가 곁들여진 기존의 이야기 형식 '꼬마 니콜라'에 익숙했던 독자들에게 12칸으로 이루어진 짧은 컬러 에피소드는 새로운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또한 니콜라를 비롯한 다양한 캐릭터들의 초기 작화를 살펴보는 재미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악동 '니콜라'의 탄생과 성장을 지켜보는 신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오리지널 만화가 가지고 있는 유머와 반전, 그 안의 우정과 사랑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무명의 삽화가였던 21세의 장자크 상페와 27세의 르네 고시니가 파리에서 처음 만나 특별한 친구가 되며 공동으로 작업한 '꼬마 니콜라'. 두 작가의 우정과 사랑이 가득 담겨 있는 듯하다.

11.92018
  • 바르도의 링컨
    조지 손더스 (지은이), 정영목 (옮긴이)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2017 맨부커상 수상작"

    링컨 대통령이 어린 아들 윌리를 잃은 후 무덤에 찾아가 시신을 안고 오열했다는 실화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바르도’는 ‘이승과 저승 사이’를 뜻하는 불교 용어로, 윌리를 비롯한 40여 명의 영혼이 화자로 등장한다. 바르도에 온 윌리는 시간이 지나며 점점 더 큰 고통에 시달리고, 이를 안타까워한 영혼들은 어떻게든 윌리를 빨리 저승으로 보내려 한다. 이승에 미련이 남아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바르도'에 기거하는 이들의 목소리와 바깥세계의 소식이 교차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단편만 발표해왔던 조지 손더스가 선보인 첫 장편소설로 "읽는 책이 아니라 경험하는 책, 소설의 경계를 확장하는 걸작”이라는 평과 함께 2017년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영혼들의 목소리가 자아내는 언어의 향연이 돋보이며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목소리 소설’을 연상케 한다. 이러한 특성을 살려, 현지에서는 오디오북 녹음에 줄리앤 무어, 벤 스틸러, 수전 서랜던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떨림과 울림
    김상욱 (지은이) | 동아시아 | 2018년 11월 "진동을 떨림으로 바꾸니 물리학이 다정해!"

    ”존재의 떨림은 서로의 울림이 된다.” 이 책의 제목을 만든 문장이다.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온갖 사물부터 공기, 심지어 빛까지 온 세상은 떨리고 있고, 인간은 그 떨림에 울림으로 반응하며 또 다른 떨림을 전한다는 설명이다. 이공계 수학과 전자공학의 주요 내용이라 할 진동을 떨림으로 풀어내니 왠지 이해가 되는 기분이 들고, 다른 개념은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생각해보면 물리학자라고 해서 처음부터 기호와 수식으로 설명하고 대화했을 리는 없다. 소리는 어떻게 들리는 것인지, 별빛은 어떻게 지구에 도착하는 것인지 물었을 테고, 떨림와 울림, 아니 그보다 범박한 표현으로 생각을 나눴을 게 분명하다. 그렇게 '우리'의 호기심과 궁금함에서 시작된 물리학이 더 멀고 깊고 커다란 세계를 알아갈수록 '우리'와 멀어졌던 게 아닐까. 물리학자 김상욱은 이 거리를 한껏 좁혀 떨림과 울림을, 서로의 진동을 느끼고 나눌 수 있도록 "근사한 과학의 언어를 읊는다." 물리학이 인간적으로 보이길 바라는 그의 마음은 충분히 전달되었고, 이제는 모든 게 물리학으로 보이는 착각에 빠져들 정도다. 정말 떨리는 순간이다.

  • 단 하나의 문장
    구병모 (지은이)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지금, 여기, 우리의 공포, 구병모 소설집 "

    얼굴도, 이름도, 성별도 밝히지 않고 활동하던 작가 'P씨'는 '정치적 올바름'에 위배되는 작품을 썼다는 이유로 SNS 상에서 비평의 그물에 걸린다. 그의 편협한 세계관을 지적하는 이들의 언어가 약간의 오해가 더해져 살이 붙어 불어나고, 이에 대응하듯 점점 '피씨'해지는 그의 소설은 표류할 수밖에 없다. 지금 여기, 우리의 삶 속에서 불현들 맞닥뜨릴 공포들. 별안간 비평의 그물에서 나의 가치관을 세밀하게 평가당할 수 있고 (<어느 피씨주의자의 종생기>) 주말 수영장에서 마주친 아이들에게 작은 호의를 베풀었다 내 삶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지속되는 호의>) 여성, 양육자, 작가로서 안간힘을 써 유지하고 있는 이 일상, 실은 나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이 땅의 지반이 얼마나 연약한 것인지 소설은 일상을 살짝 흔들어보이는 것만으로 증명함으로써 어떤 공포를 비로소 깨닫게 한다.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로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한 이후, 구병모가 두번째로 발표하는 소설집. 2018년 이상문학상 우수상 <한 아이에게 온 마을>, 문학과지성사 ' 이 계절의 소설' <지속되는 호의>등 8편의 소설이 실려 자신의 영역을 꾸준히 넓혀가고 있는 한 작가의 행보를 증명한다. "이 세상 모든 이야기의 주제를 압축하는, 나아가 그 모든 이야기와 무관한 궁극"의 '단 하나의 문장'을 찾기 위한 소설의 여정이 계속된다.

  • 톰 게이츠와 개좀비 1
    리즈 피숀 (지은이), 김영선 (옮긴이) | 사파리 | 2018년 10월 "700만 부 돌파, 로알드 달 퍼니 상 수상!"

    <윔피 키드>, <13층 나무 집>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유쾌한 리듬과 사랑스러운 매력의 동화. 숙제 안 하고 속임수 쓰기 전문, 누나 골탕 먹이기 대장, 가족과 친구는 물론 선생님까지 곤경에 빠뜨리는 사고뭉치 '톰 게이츠'의 파란만장한 하루하루를 일기 형식에 담아낸다. 세계 43개국 판권 수출, 700만 부 판매 돌파에 '로알드 달 퍼니 상', '워터스톤즈 아동도서 상', '레드하우스 최우수 아동도서', '스펙세이버스 베스트셀러 상'을 수상하며 막강한 재미와 인기를 입증했다.

    밴드 음악을 동경하며 그 자신도 '개좀비'라는 밴드로 활동하고 있는 톰 게이츠의 일상은 하루도 무사히 흘러가지 않는다. 평범함을 완강히 거부하는 이 소년에게는 중간이 없다. 최악의 하루 또는 꿈만 같은 날만 존재할 뿐. 변명 늘어놓기, 잔꾀 부리기의 달인이지만 때로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힘든 노력을 할 줄도 안다. 빼어난 그림 실력과 예사롭지 않은 통찰력을 지녔으며 자신이 겪은 일들을 통해 인생의 진리를 깨닫는다. 이만하면 전체적으로 괜찮은 학생. 톰 게이츠의 끝내주는 하루는 오늘도 계속된다.

11.132018
  •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이석원 (지은이) | | 2018년 11월 "이석원 신작, 생의 진실을 담은 작은 이야기들"

    오래도록 사랑받아온 첫 산문집 <보통의 존재>와 독특한 구성의 이야기 산문집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의 작가 이석원. 에세이스트로서 단단한 세계를 구축해온 그가 3년 만에 신작을 펴냈다. 삶의 정면이 아닌 측면과 같은 보다 작은 이야기들을 하고 싶었다는 작가는 일상의 순간순간들을 섬세하게 포착하여 사진을 찍듯 글로 남겼다. 산문과 운문이 어우러진 일상의 기록은 여덟 가지의 각기 다른 색깔로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에 담겨져 있다.

    작가는 어쩌면 생의 진실이란 건 스쳐지나가는 찰나의 순간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가장 친한 친구의 죽음과 기일, 여자친구와의 만남과 헤어짐, 나이 든 부모의 모습, 여행, 작가로서의 삶과 글쓰기 등등 작지만 소중한 삶의 이야기들을 성실한 일상기록자 이석원 작가의 더 담담해진 문장으로, 더 깊어진 사유로 만나게 된다.

  • 로컬의 미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지은이), 최요한 (옮긴이) | 남해의봄날 | 2018년 11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오래된 미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는 어느덧 하나의 개념으로 자리 잡았고 이제는 은유로도 흔히 쓰인다. 그렇지만 그 말이 널리 퍼지는 데 비해 현실은 변함없이 더욱 속도를 높여 끝으로 향하는 모습니다. 목표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에서는 실현이 어려울 테고, 작은 실천은 가능하겠으나 세계 전체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에, 그가 제안하는 '오래된 미래'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아니 실현 해야만 하는 과제인지 깨닫지 못한 게 아닐까.

    이 책은 이런 의문에 대한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친절하고 분명하고 세세한 답변이다. 질문하는 이는 '오래된 미래'에 대한 세간의 비판과 의문을 그대로 전했고, 그는 로컬만이 미래임을 다시금 확인하고 구체적인 실천과 변화를 들어가며 답했다. 생각해보면 이 책의 출간 역시 그러하다. 한국의 통영에 자리한 출판사가 로컬이란 주제로 그와 인연을 맺고, 그의 말과 글을 모아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책을 한국어판으로 펴냈다. 그리고 독자들은 이 로컬의 확대재생산에 북펀드라는 방식으로 힘을 보탰다. 나 역시 이 책을 소개하는 것으로 '로컬의 미래'에 동참하고자 한다.

  • 나라는 이상한 나라
    송형석 (지은이)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1월 "진짜 나를 알고부터, 내가 더 좋아졌다"

    나를 제대로 아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나조차도 몰랐던 나를 만났을 때의 당황스러움, 안다고 생각해서 바꿀 수 있을 거라 믿었다가 마주한 낭패를 떠올리면, 그간 나를 대충 알고 적당히 지내왔다는 반성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정말 나는 진짜 나를 알 수 있는 걸까? 또한 알고 나면 무엇이 달라지는 걸까?

    <무한도전>과 <톡투유>의 마음주치의로 활약한 송형석 박사는 “진짜 나를 알고부터, 내가 더 좋아졌다.”고 고백한다. 물론 혼자만 기쁨을 만끽하는 게 아니라, 측정하기 어려운 마음을 들여다보고 정리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부터 내 마음의 벽을 넘어 또렷한 나를 발견하는 지혜까지, 그 결과뿐 아니라 과정을 지나며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될 조언들로 우리를 이끌어,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마음의 영토가 넓어지는 경지에 이르게 한다. 자기 이해에서 자기 사랑으로 가는 길은 쉽지도 가볍지도 않지만, 그 길이 다른 이에 대한 관용으로 이어진다면, 서로와 모두를 위해 꼭 가봐야 할 길이 아닌가 싶다.

  • 노땡큐 : 며느라기 코멘터리
    수신지 (지은이) | 귤프레스 | 2018년 10월 "우리는 왜 이럴까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2018년 가장 '핫'한 만화를 뽑으라고 한다면 그것은 아마 <며느라기>일 것이다. '뭔가 불편한데, 내가 예민한건가?'라고 자문해왔던 이 땅의 많은 며느리들이 <며느라기>를 보며 명확하게 알게 된 것이다. 이것이 문제였다고. 세상을 바꾸려면 정확한 이름이 필요하다. '며느라기' 라는 단어는 바로 그 지점에서 가부장제의 가장 서늘한 부분을 적확하게 짚어냈다. 그리고 <며느라기>의 코멘터리를 담은 이 책이 출간됐다.

    <노땡큐 : 며느라기 코멘터리>는 연재 종료 후 설과 추석에 예고 없이 공개되었던 특별 만화와 수신지 작가의 남편, 시어머니, 어머니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뒷부분에는 <며느라기>의 초기 아이디어가 담긴 <시금치>라는 단편도 실려있다. 매우 흥미로운 콘텐츠이나 읽는 내내 한숨이 가시지 않는 건 왜일까? 평화롭게(?!) 돌아가던 가정과 사회에 돌연 물음표를 던진 <며느라기> 이야기는 끝이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민사린의 이야기도 수신지 작가의 이야기도, 그리고 나의 이야기도 이제 시작이기 때문은 아닐까?

11.162018
  • Becoming 비커밍
    미셸 오바마 (지은이), 김명남 (옮긴이)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1월 "미셸 오바마 "나, 우리, 그 이상이 되다""

    노동자 집안에서 흑인, 여성으로 태어나 프린스턴 대학과 대형 로펌 변호사를 거쳐 8년 동안 미국의 퍼스트레이디로 활약한 미셸 오바마의 삶은 어떻게 보아도 놀랍고 대단하다. 게다가 남편 버락 오바마의 퇴임 후에도 여전히 미셸 오바마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기대를 보면, 앞으로도 놀랍고 대단한 일을 이어갈 거란 예상을 하게 된다. 전 세계에서 동시에 출간된 첫 자서전 역시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 책은 그의 삶 전체를 나, 우리, 그 이상이 되어가는 도전과 확장으로 그려낸다.

    그는 어머니에게서 배운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말하는 법", 즉 '이야기'를 강조한다. "우리 자신의 이야기는 우리가 각자 갖고 있는 자산, 언제까지나 갖고 있을 자산"이라 말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는 힘이 있고 다른 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고귀한 일이니, 이를 나누는 일이야말로 나에서 우리로, 우리에서 무언가로 되어가는 길이라 전한다. 힘있는 사람들의 공허한 말에서 벗어나 자신의 목소리로 목소리 없는 이들을 드러내겠다는 그의 다짐이 어디까지 이어져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무척 기대가 된다.

  • 파일명 서정시
    나희덕 (지은이) | 창비 | 2018년 11월 "시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 일 "

    "이빨과 발톱이 삶을 할퀴고 지나갔다."고 시인 나희덕은 이 시집을 엮으며 말한다. 나무와 물고기와 공기의 시대가 있었다. "한 아메바가 다른 아메바를 끌어안았던 태고, 그 저녁의 온기를 기억해낸 것뿐이다."라고, 미천하고도 감동적인 (전작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생물의 움직임을 이야기하던 전작 이후, 그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생명을 이야기하던 시인 나희덕의 '피 흘리는 말'이 시집 안에 있다.

    <파일명 서정시>라는 제목은 냉전기 구동독 정보국이 시인 라이너 꾼쩨를 감시하며 작성한 자료집에서 제목을 빌려왔다. 서정시마저 불온한 것으로 여겨지던 시대가 지나갔다고 확언할 수 없는 지금 이 시대의 모습을 서정시로 증언한다. 시가 된 증인 B의 말.(<문턱 저 편의 말> 中) "할말…… 말이 있지만……그만……그래도……할 말이… 해야 할 말이……정신없이……살아나오긴 했지만……우리 반에서……저 말고는……아무도……구조되지 못했……친구들도………살 수 있었을……아무도……저 말고는 아무도……" 이 말줄임표 사이의 참혹을 상상하는 일이 삶을 할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추천의 글을 쓴 시인 박준의 말대로 "차마 사람으로 건널 수 없는 사람의 일들을 건너는, 힘이라 할 것도 없는 힘으로 다시 쓰는, 오늘 우리가 처음 만나는 나희덕의 시".

  • 신비한 공룡 사전
    박진영 (지은이), 이준성 (그림) | 씨드북(주) | 2018년 11월 "눈부시게 진화한 새로운 공룡의 세계"

    "과학은 게으르지 않다. 끊임없이 발전하고 진화한다. <신비한 공룡 사전>에서는 그동안 눈부시게 진화한 새로운 공룡의 세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과학책, 그림책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고생물학박사 박진영, 공룡과 고생물을 전문으로 그리는 펠리오아티스트 이준성이 함께 만든 공룡 도감. 철저한 고증을 거쳐 최신 연구 결과를 충실하게 담아내며, '진짜 공룡다운' 공룡의 모습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자 한다. 공룡을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해박한 지식과 애정을 바탕으로 쓰고 그린, 무려 100마리 공룡에 대한 놀라운 보고서이다.

    최초의 공룡이 살던 2억 330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공룡이 살았던 실제 모습 그대로를 유려한 문체로 되살린다. 공룡의 다양한 표정과 움직임, 고유한 피부색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그림은 공룡의 시대에 직접 와 있는 것처럼 실감난다. 공룡들의 한글 이름과 영문 학명, 이름이 가진 뜻, 분류, 시대, 분포 지역, 몸길이, 몸무게, 식성과 함께 세계 각지 박물관에 전시된 골격과 화석 사진도 빈틈없이 정리되어 있다. 공룡의 진화 양상을 한눈에 보여주는 가계도, 과학자들이 멸종한 공룡을 연구하는 방법, 공룡 화석을 볼 수 있는 우리나라 박물관 등 공룡을 좋아하고 잘 알고 싶은 모두를 매료시킬 볼거리와 읽을거리로 가득 차 있다.

  • 손때 묻은 나의 부엌
    히라마쓰 요코 (지은이), 조찬희 (옮긴이) | 바다출판사 | 2018년 11월 "히라마츠 요코, 물건을 고르고 길들이는 즐거움"

    미식가이자 <산다는 건 잘 먹는 것> <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 <한밤중에 잼을 졸이다> 등 다수의 음식 에세이를 펴낸, 탄탄한 필력의 에세이스트 히라마츠 요코. 집밥의 매력과 일상의 맛 속에 숨겨진 새로움을 이야기해온 그가 이번에는 부엌과 도구로 관심을 옮겨 흥미로운 글을 써내려갔다.

    누군가의 은밀한 부엌을 엿본다는 건 꽤 흥미진진한 일이다. 책에는 25년간 사용해온 양철쌀통, 자연스럽게 주름이 매력적인 리넨, 베트남, 베이징, 토스카나, 시칠리아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 어렵게 구한 물건 등, 다채로운 부엌 살림살이들이 등장한다. 사진의 비중은 높지 않고, 작가다운 섬세한 표현과 감각적인 글에 힘을 실어 물건의 면면이 소개된다. 뿐만 아니라, '물욕 많은 사람'의 물건을 향한 욕망, 비울 땐 과감하게 비우는 태도, 그리고 물건을 고르고 오랜 시간 길들이는 과정이 작가 특유의 차분하고 산뜻한 톤으로 담겨 있어 소소한 즐거움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11.202018
  • 일하는 마음
    제현주 (지은이) | 어크로스 | 2018년 11월 "왜 일을 잘해야 할까?"

    왜 일을 잘해야 할까? 바보 같은 질문일지도 모르겠다. 일을 잘하면 나쁜 게 없지 않은가 말이다. 더불어 평가, 보수, 지위 등도 덩달아 따라올 테니, 일을 잘하는 상황을 마다할 이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쉽게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이유는, 일을 잘하는 그 사람이 바로 ‘나’이기 때문 아닐까 싶다. 매출이나 성과 등의 지표가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기준과 목표와 방향이 무엇인지, 그것이 내 삶에 어떤 의미를 더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여전히 물음표가 떠나지 않는다.

    전작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에서 우리 시대 일의 상황과 의미를 짚으며 다르게 일하며 살아갈 가능성을 탐색한 제현주는, 이번 책에서 자신이 경험한 일의 이력과 그 일의 과정에서 만난 이들의 일을 겹치며 일과 내가 맺는 관계를 내밀하게 들여다본다. 일을 잘하고 싶은 욕망이 무엇을 향하는지, 그렇게 하고 싶다가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고 싶은 마음의 이유는 무엇인지, 그럼에도 다시 일과 대면하고 힘을 나눌 동료를 찾으려는 시도는 어떻게 가능한지. 일을 잘하고 싶다면, 일을 잘하고 싶은 '내'가 궁금하다면, 이 과정에서 만날 '우리'가 기대된다면, 이 책은 분명 당신에게 응원과 지지와 위로와 전망이 될 것이다.

  • 역주 목민심서 1~7 세트 - 전7권
    정약용 (지은이), 다산연구회 (옮긴이), 임형택 | 창비 | 2018년 11월 "어지러운 세상을 꿰뚫는 다산 정약용 사상의 정수"

    다산 정약용이 <목민심서>를 집필하던 때는 민란의 시대라 불리던 19세기 초엽 조선이다. 더불어 그는 전라도 강진에서 18년에 걸친 귀양살이를 하던 중이었다. 제목 <목민심서>는 시대의 과제와 자신의 역할 두 가지를 함께 담아내는데, “목민(牧民)의 본디 뜻은 소나 양을 돌보듯이 백성을 잘 보살펴서 안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이고, 심서(心書)라 이름한 까닭은 “목민할 마음은 있으되 몸소 실행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다산 정약용은 흐트러진 민과 국가의 관계를 바로잡으려 당대의 실상을 치밀하게 분석하는 동시에, 결국 민을 살리지 못하면 나라가 무너질 거란 안타까움을 48권 16책의 방대한 저작에 담았다. 이 책의 공동 번역 작업이 군부독재 시절에 시작되었고, 번역자 가운데 여럿이 구금, 해직을 당하는 사태에 이른 과정을 돌아보면, 200여 년이 흐른 지금 이 책을 다시 돌아보고 새롭게 번역해서 펴내는 이유를 알 수 있겠다. 부디 오늘의 목민들이 다산의 질정을 새겨듣길, 더불어 <목민심서>가 비단 목민만을 위한 게 아니라 각자의 덕을 쌓은 일임을 모든 '민'이 잊지 말기를 바랄 따름이다.

  • 순재와 키완
    오하림 (지은이), 애슝 (그림)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제1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아홉 살 소년 혹은 인류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미래에서 파견된 로봇과, 어린 시절의 우정을 평생 간직한 노년의 공학자, 하루아침에 부모님을 잃고 홀로 남겨진 전학생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었던 한 평범한 아이. 저마다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의 만남과 이별을, 파격적인 시점 이동과 실험적인 화법으로 담아낸 장편동화다. 서로 다른 가치들이 이야기 속에서 얽히고 충돌하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 자문해보게 한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맨 앞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읽을 수밖에 없는 기묘한 구조와 흡인력을 지닌 작품이다.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과학의 발전이 아니라 인간애를 기반으로 한 '간절함'이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라는 평가와 함께 제1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새로운 형식적 시도를 통해 자신만의 목소리를 확실하게 드러낸 신인 오하림의 인상적인 데뷔작이다.

  • 소피는 할 수 있어, 진짜진짜 할 수 있어
    몰리 뱅 (지은이), 최나야 (옮긴이) | 책읽는곰 | 2018년 11월 "'소피의 감정 수업'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칼데콧 아너 수상작 <소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소피는 칠교놀이를 하는데 너무 어렵다. 금세 정사각형을 완성한 언니는 "넌 이런 것도 못 하니?"라며 총총 가 버린다. 다음 날 학교에서 수학 문제를 풀다가도 소피는 좌절하고 만다. '난 똑똑하지 못해', '수학은 너무 어려워, 앞으로도 절대 못 할 거야'

    이런 소피에게 선생님은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뿐이라고 말해준다. 계속 노력하면 잘할 수 있게 된다고. 이제 소피는 열심히 생각하고, 친구들과 함께 꾸준히 문제를 풀어본다. 드디어 해냈다.

    자신감이 없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아이들에게 '아직' 방법을 모를 뿐, 꾸준히 노력하면 더 잘할 수 있게 되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게 된다고 용기를 주는 그림책.

11.232018
  • 룬의 아이들 - 블러디드 1
    전민희 (지은이) | 엘릭시르 | 2018년 11월 "새로운 세계의 시작, 전민희가 돌아왔다!"

    20여 년 전 '윈터러'로 시작된 '룬의 아이들'의 세계. '데모닉'의 마지막 권이 독자를 찾은지도 11년이 지났다. 국내에서 총 160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으며, 일본에서 역대 가장 많이 팔린 한국소설로 기록되는 등 아시아 전역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은 <룬의 아이들>, 그 새로운 세계의 시작점에 다시 전민희가 섰다.

    실종된 오빠와 그에 얽힌 비밀. 공녀 샤를로트는 분투하고, '블러디드'라는 새로운 힘을 둘러싸고 이야기가 질주한다. 응원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을 묘사하는 올바름이 그들을 사랑하게 한다. "이 세상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데, 어느 한 세계의 이야기를 계속 잊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독자의 사랑 역시 이 이야기의 향해를 끌어나가는 중요한 한 축이었을 것이다. '블러디드'시리즈의 진행과 함께 2019년엔 새단장을 한 '윈터러', '데모닉'의 세계도 독자를 찾을 예정이다.

  • 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지은이) | 창비 | 2018년 11월 "<피프티 피플> 정세랑의 초대"

    산뜻한 문장으로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 속의 느슨한 고리들을 묘사해온 작가, <피프티 피플> 정세랑이 작품활동 8년 만에 처음으로 발표하는 소설집. 한벌의 웨딩드레스를 대여해 입고 결혼한, 결혼할 44명의 여성의 목소리를 기록한 <웨딩드레스 44>, 과로로 돌연사한 언니의 죽음을 애도하는 방식으로 친구들과 '돌연사맵'을 만드는 이야기 <보늬>, 곶감을 먹으면 죽는 뱀파이어가 된 여자의 이야기 <영원히 77 사이즈> 등, 독특한 상상력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새롭게 보는 눈을 틔워준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50인이 모두 주인공이었던, <피프티 피플>이 소설 속 인물을 대하는 정중함에 공감했던 독자라면 정세랑이 내미는 손을 기쁘게 맞잡을 법하다. 부조리한 노동과 성희롱, 가혹한 현실에서 떠밀려가 기어이 도달한 곳 '옥상'에서 '나'는 저 아래로 뛰어내리는 대신 언니들의 손을 맞잡고 그들의 비기를 다음 동생에게 전달하는 방식의 삶을 선택한다. 정세랑의 명랑은 현실에서 눈을 돌린 채 부르는 꽃노래와는 거리가 멀다. 곤란한 상황에 놓인 선한 사람들이 선의를 갖고 그저 서로를 이름을 불러주는 일, 가끔은 '도망치는 능력'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서로를 격려해주는 일. 정세랑의 초대는 지금은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그 '언니'들의 무심한 다정함이 떠오르게 한다. "옥상에서 만나, 시스터."(<옥상에서 만나요> 116쪽) 그의 초대에 응할 수 있어 기쁘다.

  • 세계미래보고서 2019
    박영숙, 제롬 글렌 (지은이), 이희령 (옮긴이) | 비즈니스북스 | 2018년 11월 "상식과 교양을 채워 줄 미래 읽기"

    10년 전만 해도 도무지 가능해 보이지 않던 기술들이 이제는 철 지난 이야기 취급을 받는다. 이 책 역시 작년 판과 뭐가 다르냐는 볼멘소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얼핏 목차만 보면 그럴 만도 하다. 어디서 한 번쯤 들어본 기술들이니 말이다. 그러나 책은 묻는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우리는 아직 상상력의 10퍼센트도 발휘하지 못했다." 정곡을 찌른 이 말은 곧 이 책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기술 혁명의 큰 줄기는 그대로지만 그 안에서는 사실 1년 간격의 업데이트로는 소화하기 힘든 변화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책은 그 가운데서도 핵심만을 추려 미래 산업의 흐름을 빠르게 개괄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가령 작년 판에서 블록체인을 금융적 관점에서 바라봤다면 이번 판에서는 정치적 함의에 보다 주목한다. 그 짧은 1년 사이에 블록체인 기술로 온라인 가상 국가마저 만들어진 까닭이다.

    당장의 매출 혹은 마케팅, 기획을 위해 소비 트렌드 분석이 필요하다면 '트렌드 코리아'를, 비즈니스 혹은 인류의 미래를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이 '세계미래보고서'를 보면 된다. 나처럼 그 어느 쪽에도 해당 사항이 없다면 상식과 교양 선에서 이 책에 접근해 보면 좋겠다. SF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 서서히 현실화되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설렘과 짜릿함을 함께 느껴 볼 수 있을 것이다.

  • 법률가들
    김두식 (지은이) | 창비 | 2018년 11월 "존경할 만한 법률가를 찾기 어려운 이유"

    사법농단으로 불리는 일련의 사태는 그나마 한국사회에 남아있던 신뢰마저 삼켜버렸다. 사회 정의의 최종 심급으로 여겨지던 사법부(의 일부)는 법도 정의도 국민도 아닌 오로지 자신들만을 위해 권력을 휘둘렀다. 전작 <불멸의 신성가족>에서 오늘날 법조계 내부의 부조리를 밝힌 김두식 교수의 신작 <법률가들>이 더욱 눈에 들어오는 까닭이다.

    이번에는 한반도에서 근대 사법체계가 형성되며 최초의 판사와 검사, 변호사가 탄생하던 시기를 들여다본다. 일본 고등시험 사법과를 합격하여 일제시대에 판검사를 지낸 이들, 비슷한 시기 조선변호사시험을 통과한 이들, 일제시대에 법원에서 서기 겸 통역관으로 일하다 해방 직후에 판검사로 임용된 이들 그리고 시험 일정 중에 해방을 맞으며 감독관이 사라지자 단체를 결성해 합격증을 받아낸 이들까지. 해방공간의 법조계는 그야말로 혼돈이었고, 현실에 부합하여 그런대로 자리 잡은 질서는 정당하지도 미래지향적이지도 못했다.

    그렇게 반세기가 훌쩍 지났다. "과연 그 시대에 훌륭한 판검사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라는 저자의 물음을 오늘에 던진다면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돌이킨 사람들은 예상한 것 이상의 불행을 맛보았고, 끝까지 개인의 안위만을 추구한 사람들은 기대한 것 이상의 영광을 누렸다."는 평가가 왠지 익숙하게 들리니, 여전히 바뀌지 않은 것이 무엇이고 분명히 바로잡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더욱 선명해진다.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겠다.

11.272018
  • 아가씨와 밤
    기욤 뮈소 (지은이), 양영란 (옮긴이) | 밝은세상 | 2018년 11월 "매혹적인 스릴러로 돌아온 기욤 뮈소"

    모두가 고향으로 떠난 크리스마스 방학, 세 고등학생이 살인을 저지르고 체육관 벽에 사체를 유기한다. 25년이 지난 2017년 봄, ‘졸업생 홈 커밍 파티’를 맞아 한 자리에 모인 그들. 학교 측은 체육관을 허물어 현대식 건물을 짓기로 결정하고, 이들은 범행이 드러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극심한 불안에 휩싸인다. 때마침 사건의 전모를 알고 있는 누군가가 이들을 위협하기 시작하고, 끔찍한 살인과 그해 실종된 그들의 동급생 빙카의 이야기가 시간의 장벽을 허물고 되살아난다.

    기욤 뮈소의 2018년 최신작이다. 작가가 나고 자란 프랑스 남부의 앙티브를 배경으로 '1992년 겨울'과 '2017년 봄'이 교차하며 속도감있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프랑스에서만 초판 55만 부가 판매되며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FR2 방송에서 드라마 제작이 진행 중이다. 프랑스 대표 일간지 '르 파리지앵'에서 "콘크리트만큼이나 내용이 탄탄한 서스펜스. 기욤 뮈소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같은 작가들의 작품에서 엿보이는 고전적인 형태의 서스펜스를 들고 돌아왔다"라고 추천사를 남겼다.

  • 기다릴게 기다려 줘
    이적 (지은이), 이진희 (그림) | 웅진주니어 | 2018년 11월 "음유시인 이적의 '별과 혜성 이야기'"

    주위에 다른 별이 하나도 없어 항상 외로운 작은 별,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혜성에게 친구가 되자고 했지만, 혜성은 쏜살같이 지나가 버리고, 작은 별은 엉엉 울고 만다. 다시 외로운 시간이 흘러간다. 그리고 76년 뒤... 돌아온 혜성은 친구가 되자는, 다시 만나자는 말을 남긴 채 자신의 속도를 어쩌지 못하고 지나가 버린다. 하지만 이번에는 외롭지 않다. 작은 별과 혜성은 친구가 되었고, 기다림은 두근두근 설레는 일이다. 넓은 우주에서 작은 별은 이제 반짝반짝 눈부시다.

    음유시인 이적의 두 번째 그림책. 별에 대한 그림책을 만들어 달라는 딸의 말에 그 자리에서 ‘별과 혜성 이야기’를 지었다고 한다. '기다릴게' '기다려 줘' 스치듯 흘려버린 일상의 만남과 우정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이야기는 이진희 작가의 그림을 통해 시간을 한 겹 더한다. 작은 별이 76년을 지내고 혜성을 다시 만나는 동안, 홀로 이들을 관찰하던 사람에게도 고사리손 손주가 생겼다. 두 작가가 함께 만든, 우정과 시간과 기다림이 담긴 따뜻한 사진첩같은 그림책.

  • 만들어진 진실
    헥터 맥도널드 (지은이), 이지연 (옮긴이) | 흐름출판 | 2018년 11월 "어디까지 알 수 있고, 어디까지 지킬 수 있을까"

    지난 2010년 중국의 전자 제품 제조업체 폭스콘에서 직원 18명이 자살을 시도했고 그 가운데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회사는 애플 아이폰의 제조사로 알려진 터라 이 소식은 금세 화제를 모았다. 안타까운 사태가 분명하지만 그만큼 놀랄 일이었을까? 당시 폭스콘의 직원은 100만 명에 이르렀으니 인구 10만 명당 연간 자살율을 계산하면 1.5명이 나온다. 그리고 같은 기준 중국의 자살율은 22명이다. 이는 사실에 근거한 ‘눈에 띄는 숫자’가 진실의 의미를 왜곡한 사례일까?

    대부분의 진실은 각자의 사실과 해석을 바탕으로 경합하기에, 일부러 거짓말을 하지 않더라도 온전한 진실을 전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고, 각자는 자신의 사고방식을 기반으로 무엇을 받아들일지 선택하며 어느 쪽으로든 치우치기 마련이다. 이 책에 나오는 숱한 사례는 어떤 진실을 택하느냐에 따라 세상이 얼마나 달리 보이고 실제로 달라지는지, 진실의 편집이나 왜곡이 세상을 얼마나 다르게 보이게 만들고 실제로 달라지게 하는지를 보여준다.

    다시 앞선 사례로 돌아가보자. 중국 평균보다 자살율이 낮으니 그곳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결국 각자의 이야기를 마주해야만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는 게 아닐까? 우리의 물음은 한 명의 노동자라도 자살에 이르지 않도록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에 닿아야 하는 게 아닐까? 속지 않으려는 소극적 태도가 아니라 진실을 마주하려는 적극적 태도만이, 진실에 속지 않으면서도 진실에 매몰되지 않는 현명한 삶과 관계에 이르는 길이라 믿으며, 이 책 또한 그렇게 읽히길 바랄 따름이다.

  •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 : 관계 편
    인젠리 (지은이), 김락준 (옮긴이) | 다산에듀 | 2018년 11월 "아이의 마음을 읽는 게 교육의 시작이다"

    베이징사범대 출신의 저자 인젠리가 자신의 딸 위엔위엔을 키운 16년간의 교육일기를 정리하여 쓴 책 <좋은 엄마가 좋은 선생님을 이긴다>는, 엄마들이 베껴가며 읽은 책, 중국인이 쓴 자녀교육서 최초의 베스트셀러, 출간 직후 32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 전 세계 400만 부 판매 등의 수식어를 가졌다.

    이후 8년간 꾸준히 부모 상담을 진행해 온 저자는, 자녀 교육에는 보편적인 교육 이론만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솔루션도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에 부모들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와 자신의 답변을 정리하여 두 번째 책을 펴냈다. 인젠리의 자녀 교육법은 철저히 아이의 마음을 읽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아이를 사랑하고 노력하지만 실수하고 후회하는 부모들에게, 아이의 감정보다는 자신의 신념대로 아이를 다루는 부모들에게 아이들의 속마음을 조곤조곤 전해준다.

11.302018
  • 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지은이)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하정우에게 '걷기'란,"

    배우, 영화감독, 영화제작자, 그림 그리는 사람, 그리고 걷는 사람 하정우. 웬만하면 걸어 다니는 그는 하루 3만 보를 걸으며 출퇴근하고, 하와이에서는 10만 보를 걸어 기록을 경신한 적도 있다. 그뿐 아니라, 주변인들에게 걷기를 적극 권장하며 걷기 모임까지 결성한, 소문난 걷기 마니아다. <하정우, 느낌 있다> 이후 7년 만에 출간된 신작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에는 두 발로 뚝심 있게 걸어온 하정우의 시간이 촘촘하게 기록되어 있다.

    걷기에 대한 예찬이자, 배우 하정우의 삶에 관한 기록인 이 책에서 그가 왜 그렇게 걷는지 궁금증이 풀린다. 오를 무대 한 뼘 없고, 연기를 보여줄 사람도 없었던 시절, 세상을 원망하고 기회를 탓하는 대신 그는 걷고 또 걸었다. 걷기를 통해 나쁜 기분을 몰아낼 수 있었고, 도저히 답이 없을 것만 같은 막막함 속에서도 출구를 찾아낼 수 있었다.

    영화 <군도> <암살> <터널> <신과 함께>의 배우로서, 인간 하정우로서 걷기를 통해 포기하지 않았던 순간들, 다시 힘을 내었던 시간들이 뭉클하게 담겨 있다. 하정우에게 '걷기'란, 처한 상황이 어떻든, 손에 쥔 것이 무엇이든 살아 있는 한 계속할 수 있는 것. 한 배우의 인생 이야기를 넘어, 누군가에게 도전을 주고,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진한 스토리가 <걷는 사람, 하정우>에 있다.

  • 흉가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은이), 아밀 (옮긴이) | 민음사 | 2018년 11월 "조이스 캐롤 오츠, 그로테스크의 보석"

    ‘나’와 단짝 친구 메리 루는 방과 후 ‘출입 금지’ 팻말이 세워진 폐가들을 몰래 탐험하는 놀이를 즐긴다. 버려진 집들에 어김없이 존재하는 음산한 사연들에 이끌렸기 때문. 그러던 어느 날, 홀로 흉가로 향한 나는 끔찍한 광경과 마주하게 되고... 혼자 감당하기 힘든 비밀의 무게와 열세 살 소녀들의 질투가 뒤섞인 우정과 호기심은 이들을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몰고 간다.

    현대 미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조이스 캐럴 오츠의 소설집이다. 오츠는 여성의 삶을 소외시키고 불안을 히스테리로 치부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공포'로 인식해왔다. 표제작 '흉가' 외에 낯선 남자에게 모델 제안을 받는 소녀의 이야기 '모델',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인형의 집과 똑같이 닮은 저택이 등장하는 '인형', '나사의 회전'을 각색한 '블라이 저택의 저주받은 거주자들' 등 작가의 문제의식과 고딕 호러라는 장르가 만나 탄생한 16편의 단편들이 불가해한 공포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 오줌이 찔끔
    요시타케 신스케 (지은이), 유문조 (옮긴이)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1월 "요시타케 신스케의 귀여운 고민 해결!"

    오줌이 찔끔 새버렸다. 많이도 아니고 겨우 찔끔이니까 괜찮지 않나? 바지를 입으면 팬티가 가려지니까 아무도 모를 것이고, 조금만 지나면 금방 마를 테니까 없었던 일처럼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엄마한테 들켜서 혼나는 것만은 피하고 싶다. 그래서는 정말 곤란하다. 나처럼 곤경에 처한 사람이 또 있을까? 감추고 싶은 비밀 때문에 끙끙 앓는 아이의 심리를 관찰하는 사랑스러운 그림책이다.

    한 사람 한 사람 이야기를 나눠보니 다들 뭔가 곤란한 얼굴에 말 못할 사연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걱정도 이유도 가지각색, 해결하는 방법은 하나. 나랑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가 있으면 왠지 안심이 되고 무거웠던 마음도 훌훌 털어낼 수 있는 것! 골똘히 생각에 잠긴 아이의 표정과 엉뚱한 생각들을 따라가며 미소 짓게 된다. 여전히 반짝이는 요시타케 신스케의 상상력에 다시금 감탄하며 행복한 기분에 젖는다.

  • 죽는 게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하이더 와라이치 (지은이), 홍지수 (옮긴이) | 부키 | 2018년 11월 "죽음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 변하는 지금"

    인류는 처음부터 죽어왔고 여전히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유한한 존재 ‘인간’에 대한 서사는 늘 반복되는 듯 보였고, 그래서 죽음의 풍경이 바뀌는 동안 새로운 죽음을 충분히 상상하지 못했던 게 아닐까 싶다. 오늘날 죽음은 그야말로 모든 국면에서 격변하고 있다. 죽음의 장소가 바뀌었고, 죽음의 기준은 논쟁 중이고, 죽음의 선택까지도 열리려는 상황이니, 이제 죽음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죽음을 고민할 때가 된 것이다.(아직 늦지 않았다. 당신은 살아있으니!)

    듀크대학병원 심장학 전임의로 일하는 하이더 와라이치는 20세기에 들어서며 급변한 죽음의 모습을 환자, 환자의 가족, 의사 등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다시 세포부터 심장과 뇌까지 신체 기관의 상태에서 바라보고, 결국 죽을 권리와 죽음을 마주하는 태도 등 윤리와 마음의 영역까지 사고를 넓혀가며, 오늘날 죽음의 풍경과 이를 마주한 인간 존재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슬프고 처참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죽음의 다채로운 장면과 이를 마주하는 사람들의 각양각색 표정을 살펴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우리의 죽음은 과연 행복에 이를 수 있을까? 아마도 그 길은 죽음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나누는 데서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이들이 이타적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스트레스가 줄어 더 건강하게 오래 산다고 하니, 결국 죽음과 삶은 이렇게 다시 연결되는가 보다. 죽음의 풍경이 달라진다고 인간 존재의 근원이 바뀌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