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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019
  • 우리와 당신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은이), 이은선 (옮긴이) | 다산책방 | 2019년 1월 "<베어타운> 그 후의 이야기"

    청소년 아이스하키팀의 전국 대회 우승만이 마을을 살릴 유일한 기회라 믿었던 '베어타운' 주민들. 팀의 스타 선수가 얽힌 충격적 사건이 터졌을 때, 마을은 이를 덮자는 쪽과 진실은 밝혀져야만 한다는 입장으로 분열되어 깊은 갈등에 빠진다. 결국 주요 선수들과 코치가 라이벌 마을 '헤드'의 하키팀으로 이적하고, 베어타운 하키팀은 해체 위기에 직면한다. 팀 재건을 위한 노력이 시작될 즈음, 이미 무너질대로 무너진 베어타운에 두 번째 비극이 찾아온다.

    전작 <베어타운>에서 '대의'라는 맹목적인 믿음과 그에 수반하는 부조리를 그려 '공동체의 가치'에 물음표를 던진 프레드릭 배크만. 그 물음은 '일반적이지 않은' 타인을 배제하는 마을의 모습을 통해 '우리'와 '당신들'을 가르는 대립과 분노로 확장된다. 그러나 "이것은 하키장과 그 주변에서 두근대는 모든 심장의 이야기, 인간과 스포츠와 그 둘이 어떤 식으로 번갈아가며 서로를 책임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의 이야기, 꿈을 꾸고 투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라는 프롤로그에서 암시하듯, 베어타운 사람들은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들의 용기가 증오로 얼룩진 자리에 치유의 가능성을 틔우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 만세열전
    조한성 (지은이) | 생각정원 | 2019년 1월 "아무도 몰랐으나 모두가 아는 사람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다. 그 사이 광복을 맞았고 한국전쟁이 벌어졌고 21세기가 열렸다. 2019년에 100년 전 3.1운동을 바라보는 마음을 짚어보자니, 오히려 100년 전 그들이 어떤 100년 후를 그리며 엄혹한 시절을 뚫고 소리 높여 만세를 외쳤는지 궁금해진다. 앞장서 이름을 남긴 만세운동의 기획자들뿐 아니라 그들이 나설 수 있도록, 생각과 마음이 전해지도록, 결국에는 함께 나선 전달자와 실행자 들은 어떻게 독립과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삶을 던질 수 있었던 걸까.

    한국현대사 연구자 조한성은 제대로 된 지도부도 없는 상황에서 전국 각지로 퍼져나간 3.1운동의 원동력을 자발성에서 찾아낸다. 역사책에는 한 줄로도 기록되지 않았고, 100년은커녕 당시에도 이름이 남지 않은 다수의 보통 사람들을 찾아내 복원하고, 그들의 참여와 항거를 광주학생운동, 건국운동, 4.19혁명, 광주민주화운동, 6월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진 이 땅의 민주주의 역사 맨 앞에 배치하여 하나의 흐름으로 꿴다.

    이 책에는 어떤 3.1운동 책보다 풍성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독립선언서를 인쇄하고 배포한 보성사의 사무원 인종익, 그저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아니었고 당연한 일이라 나섰다는 배재고보 2학년 김동혁, 이름을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던, 그렇지만 마음은 하나였던 만세시위자들. 이들의 이야기가 100년의 시간이 지나서도 깊은 울림을 전하는 까닭은, 우리가 미처 몰랐으나 사실은 알고 있던 이들이기 때문 아닐까. 독립과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믿고 지키려 노력하는 오늘의 누군가들처럼 말이다.

  • 뉴파워 : 새로운 권력의 탄생
    제러미 하이먼즈, 헨리 팀스 (지은이), 홍지수 (옮긴이)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1월 "방황하는 올드파워를 위한 안내서"

    우리는 종종 어떤 책을 읽기도 전에 판단을 내리곤 한다. 이 책 역시 표지에 적힌 '초연결된 대중', '참여, 공유, 투명성', '에어비앤비' 같은 키워드 때문에, 또 한 권의 소셜 미디어 혹은 공유경제 플랫폼에 대한 책이구나, 라고 생각하기 쉽겠다. 그러나 저자들은 책의 서두부터 아는 것과 안다고 믿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 일깨운다. 내가 안다고 믿었던 신권력과 책이 말하는 신권력 사이의 간극은 엄청나다. 요컨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능숙하게 다룬다고 해서 신권력의 본질을 이해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신권력은 새로운 도구와 기술을 능가하는 그 무엇이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제다. 그렇다고 무작정 신권력을 찬양하지는 않는다. 저자들은 신권력 모델이 점점 참여자들이 사육당하는 농장처럼 변해가고 있음을 걱정한다. 신권력 플랫폼들은 연결을 빌미로 엄청난 사익을 취하고 있고 독재자들의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책은 신권력의 폐해들도 함께 살펴보고, 구권력 기업들이 대중에게 다가가는 방법, 그리고 오히려 구권력이 유리한 상황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논의한다. 새로운 기회가 절실한 개인과 기업들에게 좋은 참고가 될 책이다.

  •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어슐러 K. 르 귄 (지은이), 진서희 (옮긴이) | 황금가지 | 2019년 1월 "어슐러 르 귄의 생애 마지막 에세이 선집"

    SF.판타지 문학의 거장 어슐러 르 귄은, 주제 사라마구가 여든 넘어 올린 블로그에서 영감을 받아 사소하고 개인적인 글을 2010년부터 5년 동안 블로그에 자유로이 기록했다. 그녀가 남긴 그 글들을 엮은 이 책은, 2018년 1월 22일 88세를 일기로 타계한 작가의 생애 마지막 에세이 선집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책에 수록된 에세이 40여 편의 주제는 다채롭다. 나이 든다는 것, 페미니즘과 정치, 문학, 그리고 반려묘 파드의 연대기까지. 에세이의 장점이 소설에서 보기 힘든 작가의 사소하고 개인적인 일상과 견해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인데,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는 그 점을 아주 잘 살린 책이다. 자유롭지만 잘 정돈된 문장으로 위트 있으면서 예리하고, 유쾌하면서 사려 깊은 에세이를 펼쳐 보인다. 특히, 파드 연대기 부분은 고양이를 바라보는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과, 발랄한 고양이와 함께하는 작가의 일상이 따스하게 담겨 있다. 작가의 팬이자 애묘 독자에게 소설과는 다른 즐거움을 주는 책이 될 것이다.

2.82019
  • 설이
    심윤경 (지은이) | 한겨레출판 | 2019년 1월 "<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성장소설"

    설이는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발견되었다. 12년 전 함박눈이 쏟아지는 새해 첫날 새벽 발견된 갓난 아기는 미디어를 타 유명세를 얻었고, 설이의 풀잎보육원은 많은 후원을 얻게 되었다. 세번의 파양 이후 함묵증을 앓기도 한 설이. 보육원 '이모'와 함께 살기로 하고 재벌 손자며 연예인 자녀가 다닌다는 다니는 사립초등학교 '우상초'로 전학을 가게 된다. 모든 것을 가진 '시현'과 '내 마음대로의 씩씩한 삶' 말고는 가진 게 없는 설이가 대립하고, 설이는 학교 폭력과 은폐 의혹이 무성한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납게 화장을 하고, 상금을 얻기 위해 온갖 대회에 응모해 상을 휩쓸고,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혹독하게 성장한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장편소설. 인왕산 집의 '동구'의 속 깊은 인내와, 전작 <사랑이 달리다>의 직진하는 여자 '김혜나'의 솔직함이 모두 떠오른다. "나는 사나운 아이다. 하고 싶은 소리를 모두 퍼붓고 그걸로도 부족하면 팔뚝에 이빨을 박아버린다."라고 세상에 경고하는 설이의 난폭함을 감히 평가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선생님, 동구는 행복했을까요?"라는 독자의 질문을 잊지 않은 작가 심윤경이 소환한 '거칠고, 앙칼지고, 대드는' 어린 아이 설이의 분투. 이 '되바라진' 아이의 또렷한 눈이 진정한 사랑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 올클리어 1
    코니 윌리스 (지은이), 최용준 (옮긴이) | 아작 | 2019년 2월 "옥스퍼드 시간여행 시리즈 완간!"

    2차 세계대전을 연구하기 위해 시간여행을 떠난 2060년의 옥스퍼드 역사학도들.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역사적 인과관계를 바꿀 수 없다'는 시간여행의 핵심 메커니즘에 결함이 발생한 것. 이로 인해 역사는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고 학생들은 각자의 시공간에 갇히고 만다. 시간 여행을 감독하는 던워디 교수는 이제 세 명의 제자를 무사히 구출해 내야만 하는데...

    30년에 걸쳐 집필된 '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가 드디어 완역됐다. 코니 윌리스가 "한계까지 몰아붙였다"고 자평한 <올클리어>는 전작에서 보여준 매력들을 집대성한다. 당대를 세밀하게 묘사한 작가의 지식은 방대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소설 속 선한 인물들은 응원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공습 속에서 서로를 격려하며 삶을 이어나가는 시민들, 무고한 사상자들을 보며 관찰자로 남아야 한다는 규칙을 끝내 어기고 마는 시간여행자들, 무엇보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몫을 다하는 모든 평범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커다란 감동을 전한다.

  •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장 지글러 (지은이), 양영란 (옮긴이) | 시공사 | 2019년 1월 "아직 희망할 수 있는 이유들"

    유엔인권자문위원 장 지글러는 전작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서 빈곤과 불평등의 현장과 이를 외면하는 구조를 간결하고도 엄중하게 전했다. 물론 현실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그는 다시금 입을 열고 마음을 펼친다. 아버지와 아들이 나누던 대화는 세월의 깊이를 더해 할아버지와 손녀의 대화로 바뀌었고, 대화의 주제도 오늘날 빈곤과 불평등의 근원이라 할 자본주의로 넓어졌다.

    이 책은 80대 중반에 이른 그가 동시대에 전하는 고발이자 다음 세대에 전하는 희망이다. 그는 세계를 뒤덮은 자본주의의 온갖 폐해를 지적하면서도 이를 해결하고 대체할 새로운 방법을 시원하게 내놓지 않는다. 오히려 전혀 모르겠다고 고백한다. 다만 정해진 프로그램은 없다고, 그럼에도 지금의 사회는, 그러니까 5초마다 10세 미만 어린이 한 명이 굶주려 생명을 잃는 상황은 결단코 원치 않는다고, 방법을 모른다고 해서 희망까지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외친다.

    모두가 아는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처참하고 엄혹한 이야기이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기에는 인간으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다행히 인류에게는 각각의 신념과 행동으로 역사를 바꾸어낸 경험이 여럿이고, 그 경험은 아직 잊히지 않았고, 그렇기에 여전히 시도할 수 있는 희망이니, "지금 나를 위해, 우리를 위해, 다음 세대를 위해" 각자의 역할을 고민해야만 하겠다.

  • 숨은 신발 찾기
    은영 (지은이), 이지은 (그림) | 문학동네 | 2019년 1월 "제1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부모님의 이혼으로 혼란스러운 태이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신발장에 있어야 할 신발이 자꾸만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숨어버린 신발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태이는 자기처럼 사라진 구두를 찾아 헤매는 교감 선생님과 마주친다. 침착하게 신발을 찾는 교감 선생님을 보며 무언가 결심한 듯 발걸음을 옮기는 태이. 표제작 '숨은 신발 찾기'를 비롯해, 불안을 딛고 성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다섯 편이 실려 있는 단편집이다. 작가만의 독특한 상상력을 통해 아이들이 겪는 불안을 다정하게 어루만져 준다.

    가족과의 나날도, 친구와의 관계도 마음처럼 되지 않는 날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작가는,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여우 인형이나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연못 속 거북이 같은 든든한 지원군을 보내준다. 이 환상의 존재들은 흔들리는 관계 속에서 기댈 곳 없는 아이들을 따뜻하게 위로하며, 한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전해줄 것이다.

2.122019
  • 오사카는 기꺼이 서서 마신다
    박찬일 (지은이) | 모비딕북스 | 2019년 1월 "'고독한 대식가' 박찬일의 오사카 미식 여행"

    식도락가들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발품을 팔지 않아도 어디서든 쉽게 몇 페이지에 달하는 맛집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순식간에 방대한 양의 정보를 손에 넣을 순 있지만, 신뢰할 만한 '진짜' 정보를 찾는 일은 어렵다. 미식, 맛집, 사람에 관해 다양한 주제와 시선으로 이야기해온 박찬일 셰프가 오사카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직접 나섰다. 애초 맛집 기행으로 기획되었으나 맛있는 음식 앞에 술이 빠질 수는 없는 법, 맛집보다 술집이 더 많은 지면을 차지하게 된 이 책은 대폿집 기행 오사카 편이 되었다. 계절이 변하는 동안 수십 차례의 취재가 이어졌다. 끝까지 마셨고, 많은 집들은 기록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개하고 싶은 곳은 차고 넘쳐 결국 107곳만 추려 한 권에 실었다.

    맛깔나는 에세이이자 여행 가이드북인 이 책에서 박찬일 셰프는 김중혁 작가의 말처럼 '고독한 대식가'의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준다. 오사카의 맛집과 술집, 술 마시는 사람과 풍경, 요리하는 사람의 면면까지. 때로는 술꾼의 시선으로, 때로는 요리사의 시선으로, 때로는 여행자의 시선으로 오사카 미식의 세계를 생동감 넘치게 풀어낸다. 감각적인 사진을 시원시원하게 삽입해 현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해주니 몸과 마음이 저절로 들썩인다. 오감을 자극하는 이 책을 펼치기 전, とりあえず, ビ?ル 토리아에즈 비루(우선 맥주부터)!

  • 플라이 백
    박창진 (지은이)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2월 "존엄을 지키는 '을의 비행'에 동승합니다"

    벌써 4년도 지난 일이다.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 말이다. 법원의 판결까지 마무리되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아니 우리 모두에게 이 사건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이 책은 사건의 고발자이자 피해자이자 여전히 이 사건을 부여잡고 한 걸음 나아가려 애쓰는 박창진 전 사무장(지금은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장)의 기록으로, 예상치 못한 사태에 휘말려 어떤 판단을 해야만 하는, 더불어 이후 벌어지는 일들을 온전히 감당하며 자신의 정체성과 사회의 모순을 깨닫는 과정을 담았다.

    그는 성실하게 일을 하면 즐거운 미래가 열릴 거라 기대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고, 그런 마음으로 노력하여 사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다 이 사건에 휘말렸고 목소리를 냈다. 파장은 컸고 그는 스스로를 지켜야만 했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삶의 항로가 바뀌었으니, 다시는 그런 일을 겪지 않기 위해서, 더불어 누구든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힘으로 자신의 삶을 함부로 하려는 이들에게 맞서고자 했다. 그 과정은 경영 정상화와 갑질 근절 시위로 이어졌고 노동의 가치를 말하는 노조 출범까지 이르렀다.

    애초 그의 경로는 회항으로 바뀌었지만, 그는 새로운 항로를 찾으려 애쓰고 있다. 같은 항로는 아닐지라도, 다수가 삶의 항로에서 겪는 순간 아닐까. 그가 개척하는 '을의 비행'에 동승하여 "폭력으로 어긋난 삶의 궤도를 바로잡고 존엄하고 당당하게 사는 법"을 나눠보기 바란다. "이 세상에 존엄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 엄마
    엘렌 델포르주 (지은이), 캉탱 그레방 (그림), 권지현 (옮긴이) | 밝은미래 | 2019년 1월 "그녀들의 복잡미묘한 감정, 그리고 사랑"

    사는 곳과 직업, 외모와 가치관 등 모든 것이 다른 31명의 여자, 이들을 묶어 주는 건 바로 '엄마'라는 이름이다. 갓 태어난 아이를 바라보며 기대감에 찬 엄마, 의사가 되고 싶었던 엄마를 둔 엄마, 아기와 발가락이 닮아 즐거운 엄마, 브로콜리를 먹이려고 아이와 옥신각신하는 엄마, 쌍둥이를 키우느라 녹초가 된 엄마, 아빠가 떠나고 아이와 둘이 남은 엄마, 아이 곁을 잠시 떠나야 하는 엄마, 아이를 떠나보낸 엄마...

    이전과는 달라진 삶 속에서 때론 힘겨워하고 투덜대지만, 제각각의 엄마들 모두 아이와 함께 하는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사랑과 기쁨의 감정이 넘쳐난다. 엄마란 이름이 더해진 여자, 그녀가 아이와의 일상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예민하고 섬세하게 포착하여, 사실적이고도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글로 그려냈다. '엄마'를 가진 사람, 그러니까 세상 모든 사람에게 특별한 감흥을 일으킬 것이다.

  • 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황영미 (지은이) | 문학동네 | 2019년 1월 "2019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의 선택"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은따'를 당한 적이 있는 중학교 2학년 다현이는 '다섯 손가락'의 무리가 되어 그들과 친구가 된 걸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그 애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노력한다. 아이돌 노래보다는 가곡이 좋고, 동네 골목길을 걸을 땐 돌아가신 아빠 생각을 한다는 건 친구들에겐 비밀이다. 비공개 블로그인 '체리새우'에만 솔직하게 '진지충'인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

    혼자 있어도 어색하지 않고, 자기 취향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노은유는 조금 달라보인다. 노은유가 욕 먹는 이유를 잘 모르지만, 친구들이 싫어하는 아이라 싫어해보기로 한다. 그렇게 은유의 주변에서, 다현은 몸집이 자라면 주기적으로 탈피를 해야 하는 '체리새우'의 껍질을 벗을 준비를 시작한다. 시내버스에서, 서점에서, 산책길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대화에 귀기울이던 작가 황영미는 섬세한 시기를 지나는 이들의 미묘한 감정의 결을 채집해 소설로 그렸다. 관계의 피로함에 지친 '좀 이상한 그 애'들의 마음에 가닿을 이야기.

2.152019
  • 초예측
    유발 하라리, 재레드 다이아몬드, 닉 보스트롬, 린다 그래튼, 다니엘 코엔, 조앤 윌리엄스, 넬 어빈 페인터, 윌리엄 J. 페리 (지은이), 오노 가즈모토 (엮은이), 정현옥 (옮긴이)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2월 "미래 예측, 어렵지만 필요하고 무엇보다 흥미로운 일"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어렵다. 이 책은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총균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슈퍼 인텔리전스> 닉 보스트롬 등 세계의 석학 여덟 명을 만나 오늘날 인류의 향방과 곧 마주할 미래를 물었는데, 이들 사이에서도 같은 사안에 대한 전망이 정반대로 엇갈리기도 했다. 이처럼 예측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예측은 필요하다. 물론 예측의 정확성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에 주목해야 마땅하겠다. 결정된 미래로 누가 더 빨리 나아가느냐가 아니라 가능한 미래 가운데 위험을 줄이고 행복을 늘리는 방향으로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과정까지도 예측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를 전제해야만 그 미래에 우리도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무거운 짐을 벌써 올려놓을 필요는 없겠다.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무엇보다 흥미롭기 때문이다. 벌어지지 않은 일이니 정답이 없고, 정답이 없으니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고, 예측과 지향을 맞대어보며 각자의 삶과 인류의 미래와 세계의 변화를 함께 사고할 수 있으니 말이다. 여기 여덟 개의 모범 답안을 바탕으로 더 즐거운 미래를 상상하고 만들어보자. 이것이 인간의 능력이자 재미이자 존재 이유 아니겠는가.

  •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
    권정자, 김덕례, 김명남, 김영분, 김유례, 김정자, 라양임, 배연자, 손경애, 송영순, 안안심, 양순례, 이정순, 임순남, 임영애, 장선자, 정오덕, 하순자, 한점자, 황지심 (지은이) | 남해의봄날 | 2019년 2월 "순천 할머니들의 인생을 담은 감동의 그림일기"

    가난해서, 혹은 여자라서 글을 배우지 못했던 순천 할머니들이 순천시립그림책도서관에서 진행한 수업을 통해 뒤늦게 한글과 그림을 배웠다. 할머니들의 그림 일기가 큰 사랑을 받으면서 생애 첫 전시를 열고, SNS와 각종 매체로 널리 알려지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늦깎이 작가로 데뷔한 스무 명의 순천 할머니들의 그림 일기를 모아 고운 첫 책으로 선보인다.

    세모, 네모, 동그라미부터 그리기 시작해 어느덧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멋진 그림과 글로 표현하게 된 할머니들. 할머니들이 용기 내어 그리고 쓴 그림일기에는 여자라는 이유로 꿈을 접어야 했던 소녀 시절, 시집살이와 가부장적 남편 때문에 눈물 흘리던 결혼 시절, 피난길에 죽은 동생을 어디다 두고 갈 수 없어서 하루 종일 업고 다녔던 기억 등 인생의 희로애락이 다채로이 담겨 있다. 굴곡 많은 시대, 고단한 나날에도 지지 않고 강인하게 살아온 할머니들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인생이야기로 울고 웃는다.

  • 젤다
    젤다 세이어 피츠제럴드 (지은이), 이재경 (옮긴이) | 에이치비프레스 | 2019년 2월 "'대문호의 아내'가 아닌 '작가'로서의 젤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뮤즈', '낭비벽과 정신병으로 남편을 경제적 궁핍과 알코올 중독으로 몰아넣은 악처'. 그간 젤다 피츠제럴드를 바라보는 시각은 이랬다. 젤다의 삶을 그렇게 단정할 수 있을까? 그는 여러 편의 작품을 발표한 작가였지만, 기고문을 포함한 대부분이 남편의 이름이나 부부 공저로 발표되어 생전에 작가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이 책은 이제 재즈 시대를 대변하는 작가로 인정받고 있는 젤다의 주요 단편 5편과 산문 9편을 온전히 젤다의 이름으로 소개한다.

    스콧의 소설 <아름답고 저주받은 사람들>에 대해 "더버빌의 테스 같은 캐릭터들이 남자들의 마음에 일으키는 청승맞은 비애감을 혐오해요"라고 논평하는 '친구이자 남편의 최근작', 여성들에게 "거리낌에서 벗어나자"라고 외치는 '플래퍼 예찬', 오랫동안 갈망해 온 프로 무용수 데뷔 기회를 '순종적인 아내와 엄마'의 역할 때문에 포기했던 자전적 경험이 녹아든 '재능 있는 여자' 등, 그녀의 극적인 삶만큼이나 강렬한 작품이 가득하다.

  • 바벨탑 공화국
    강준만 (지은이)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2월 "말이 좋아 공화국이지 이대로는 지옥이다"

    성장과 분배를 둘러싼 논쟁은 끝이 나지 않은 듯 보이지만, 논쟁과는 별개로 한국사회의 현실은 늘 성장 우선이었다. 단기간 고성장을 목표로 특정 지역이나 특정 집단에 사회의 역량을 집중했고, 다행히 성장의 목표는 어느 정도 성취되었다고 평가된다. 그런데 성장에 힘을 모두 쏟은 탓인지, 아니면 너무 높은 곳에 올랐기에 아래가 보이지 않았는지, 애초에 이야기하던 분배는 사라지고 격차와 서열이 그대로 자리를 잡은 게 오늘의 한국사회다.

    강준만은 초집중화, 승자독식, 서열 사회는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하나의 구도라고 설명하며, 젠트리피케이션, 게이티드 커뮤니티, 학습된 무력감, 지방 소멸론 등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바벨탑'의 구조를 하나씩 분석하고, 기존의 수직지향적 삶을 수평지향적 삶으로 바꿔 협력과 공존의 가치를 "주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 주장이 다소 뻔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구체적인 분석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주장의 시급함과 절실함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겠다.

2.192019
  • 미루기의 천재들
    앤드루 산텔라 (지은이), 김하현 (옮긴이) | 어크로스 | 2019년 2월 "이렇게 미루기만 해도 왠지 될 것 같은 기분"

    미루기를 주제로 책을 쓴 사람은 과연 미루기를 잘하는 사람일까? 찰스 다윈,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이 책에 등장하는 미루기 대가들의 면면을 보면 미루기를 잘한다는 의미부터 되짚어봐야겠지만, 어쨌거나 이 책의 저자는 스스로를 “나는 가장 긴급한 일을 가장 끝까지 미룰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고 평하니, 결국 이 책은 가장 긴급한 일은 아니었을 테고, 그렇다면 가장 긴급한 일을 미루면서까지 이 책을 쓴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해지는 것이다.

    다행히 나는 그 이유를 찾았다. 우선 미루기를 즐겨하는 이들에게 숱한 핑계와 변명의 예시를 전해준다. 초고를 쓰기까지 왜 그리 오래 걸렸냐는 질문에 "다른 사람이 제 연필을 쓰고 있었거든요."라고 답하는 작가의 모습에서, 우리(?)는 한숨이 아니라 안도의 한숨을 쉰다. 더불어 미루는 사람들의 모임까지 만드는 이들을 보며 나만 미루고 있는 게 아니라는 동지애를, 누가 봐도 미루고 있는데 자신은 여전히 준비하고 고민하는 거라며 합리화하는 데에서 인간 이성의 순수를, 더 잘 미루기 위해 미루기를 탐구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나의 미래를, 아니다. 이쯤에서 이 생각은 미뤄두기로 하자.

    어쨌거나 미루기가 필요하다는 게 이 책의 결론이다. 미루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고와 행동의 틈새는 "지금 해야 하는 일보다 더 나은 일이 있을 수 있다는" 놀라운 가능성과 진실을 전한다. 고로 세상 모든 미루기의 동지들이여, 아직은 때가 아닐지도 모르겠으나, 지금 무언가를 미루려고 한다면, 그 자리에 이 책을 끼워보는 건 어떻겠는가. 더 나은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겠는가 말이다.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김하나, 황선우 (지은이)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여자 둘, 고양이 넷이 함께 산다는 것"

    완벽한 싱글 라이프를 즐기던 두 여자, 김하나와 황선우가 한집에 살게 되었다. 함께 대출을 받아 새 집을 구입하여 집을 꾸미고, 각자의 살림살이를 합쳐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를 이룬 것이다. 각자 키우던 고양이 둘씩, 도합 넷까지, 완벽한 가족으로. 제목부터 마음을 확 사로잡는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여자 둘, 고양이 넷의 동거기를 김하나, 황선우 각각의 시선으로 산뜻하고도 유쾌하게 풀어낸 책이다.

    물건을 소유하는 일을 짐으로 여겨 최소한만 가지려는 사람과 쇼핑을 기쁨이자 스트레스 해소로 여겨 감당하지 못할 만큼 자꾸 사들이는 사람. 설거지와 청소.정리, 빨래 개기를 즐기는 사람과 각종 요리와 어지르기, 빨래 돌리기를 즐기는 사람. 앞쪽은 김하나, 뒤쪽은 황선우다. 많이 다르면서도, 영화와 전시, 책, 술을 좋아하고, 유머 코드가 비슷한 두 사람이다. 각자가 40년에 걸쳐 쌓아온 생활 습관 때문에 잦은 다툼이 일 때도 있지만, 유연하게 풀어내면서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한집에 살게 되기까지의 과정부터 망원동의 집에서 함께 맞이한 여러 날들의 이야기, 다툼과 화해에 관한 현실적인 이야기들까지, 이 책에서 생생하게 들려준다. 1인 가구와 2인 가구의 장점을 모두 취해 사는 똑 부러지는 두 여자 김하나와 황선우, 그녀들의 다정한 공간과 알콩달콩한 삶의 모습을 관찰하는 일은 큰 즐거움이다.

  • 고민이 고민입니다
    하지현 (지은이)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2월 "정재승, 임경선 추천! 이제 필요한 고민만 하자"

    신경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는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함께 고민하는 일을 25년 동안 해왔다. 그가 만나는 고민의 상황과 내용은 각양각색이지만, 고민에서 결정으로, 결정에서 실행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고민에 머무르는 모습은, 같은 인간이기에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지나친 고민에 지쳐 고민 바깥으로 나아갈 힘을 잃고, 그래서 더욱 깊은(?) 고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이들에게, 고민을 잘 해보자고, 그리하여 일상을 회복하고 삶의 주도권을 찾자고 제안한다.

    해결의 순서는 이렇다. 고민이 왜 이토록 우리 삶에서 떨어지지 않는지, 나를 사로잡는 감정들이 고민을 어떻게 방해하는지 살펴보고, 뇌과학과 인지심리학을 바탕으로 고민을 적절히 다루고 효과적으로 풀어내는 방법을 배우고 익힌다. 합리적인 설명과 해설이라 읽다 보면 고민이 금세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만, 책을 덮고 돌아온 현실은 당연히 그렇지 않다. 이 책은 고민에서 벗어날 수는 없으니 고민을 잘하는 방법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전제하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고민은 바다의 파도처럼 결코 끝나지 않으니, 고민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고민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습관"을 바꾸는 게 핵심이고, 이렇게 습관을 바꾼다 해도 운명이 뒤바뀌지는 않겠지만, 작은 물결 같은 고민에 삶이 흔들리지는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자, 고민이 너무 길어지는 듯하니, 이쯤에서 효율적으로 이 책을 읽어보자. 고민만 하며 살기에 인생은 짧고 읽을 책은 너무 많으니까!

  • 오버스토리
    리처드 파워스 (지은이), 김지원 (옮긴이) | 은행나무 | 2019년 2월 "숲을 지키기 위해 모인 아홉 사람"

    저마다의 운명으로 나무와 인연을 맺게 된 아홉 사람이 있다. 수백 장의 밤나무 사진을 물려받은 화가, 이민자 아버지가 소중히 간직해온 나무 반지를 물려받은 공학자, 나이가 같은 단풍나무를 관찰하며 위로받은 외톨이 아이, 연극 '맥베스'에서 '움직이는 숲' 배역을 맡으며 사랑에 빠진 연인, 피격을 당해 추락하다 반얀나무 위로 떨어져 생명을 구한 군인, 청각 장애가 있지만 나무와는 깊게 소통 가능한 과학자, 감전 이후 나무의 소리를 듣게 된 대학생. 사라져 가는 미국의 원시림을 구하기 위해 모여든 이들의 삶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서로 연결된다.

    2018년 맨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라 심사위원단으로부터 '지난 10년간 최고의 환경 서사시'라는 평을 받은 작품이다. ‘뿌리-몸통-수관-종자’ 순으로 구성된 소설의 목차처럼,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연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 숲을 이룬다. 나무의 생태와 아름다움을 담아낸 시적인 문체가 돋보이며, 문장들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여기는 나무가 끼어 사는 우리 세계가 아니다. 나무의 세계에 인간이 막 도착한 것이다."

2.222019
  • 가만한 나날
    김세희 (지은이) | 민음사 | 2019년 2월 "젊은작가상 수상, 김세희 첫 소설집"

    젊은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한 표제작 <가만한 나날>의 '경진'은 취업난 속 어렵게 블로그 마케팅 회사에 입사했다. '나는 프로다'라고 중얼거리며 시작한 회사 생활. 그가 맡게된 업무는 '채털리 부인'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기혼여성 블로거로, 그는 진실인 척 무수한 음식점을, 서비스를 리뷰한다.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라식 수술 리뷰를 하며 '이래도 되는 건가?'라고 생각했지만, 곧 '그 감각도 사라졌다.'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자신보다 상상력과 열정이 부족한 동기를 낮추어 보며 사회인의 감각에 흠뻑 빠져들었던 어느 날, 그는 가습제 살균제 '뽀송이'에 대해 리뷰하게 되고, 언제나 그랬듯 그 제품을 리뷰했다는 사실조차 곧 잊게 된다. '경진'이 삶의 단계에 진입하며 시시각각 느껴온 감정의 진폭이 특별히 부도덕한 사람에게만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어렵기에,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더욱 서늘하게 느껴진다.

    '가만하다'는 상태를 곱씹어 본다. '움직임 따위가 그다지 드러나지 않을 만큼 조용하고 은은한' 시간들. 겨우 그 '가만함'을 성취하기 위해 분투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직장을 그만둔 후 꿈이었던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에 도전하고 싶다는 남자 친구와 함께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선배의 집에 방문한 여자. 대출을 받기 위해 혼인 신고를 먼저 한 커플의 물나들이 방문, '신혼부부'가 될 수 없는 형편 때문에 남자 친구와 동거를 시작하며 부모님에게는 말하지 못하는 딸, 첫 직장에서 자신에게 사회생활을 가르쳐준 선배의 뒤늦은 '사과하고 싶다'는 말을 들은 후배의 표정. 연애, 취업, 결혼 등의 삶의 단계들, 다음 시기로 나아가기 위해 삶을 통과하는 이들의 '가만한 나날'에 슬픔이 남긴 자국을 김세희의 소설은 세심한 시선으로 끝내 돌아본다. 소설은 그렇게 명랑하고 간절하고 싹싹하고 비굴했던, 우리의 어떤 나날에 저민 마음들을 설명해줄 것이다.

  • 퍼스트 러브
    시마모토 리오 (지은이), 김난주 (옮긴이) | 해냄 | 2019년 2월 "2018 나오키상 수상작"

    입사 면접 도중 사라진 대학생 칸나가 유명 화가인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다. 임상 심리 전문가 유키는 이 사건을 책으로 내자는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 그녀를 면회하고 주변인을 만나 진상을 파악하려 한다. 그러나 칸나의 진술은 매번 모호하고, 어머니와 친구들은 그녀를 허언증 환자라고 단언한다. 유키는 사건의 동기를 밝히기 위해 칸나의 성장 과정을 알아내는데 몰두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가 오버랩되는 것을 발견한다.

    17세에 군조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은 시마모토 리오의 2018년 나오키상 수상작이다. <철도원>의 작가 아사다 지로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재능의 방울이 똑똑 떨어져 향기가 피어오르는 듯한 기분이었다."라고 추천사를 남겼다. 충격적인 도입부와 흡인력 강한 전개로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소설이다. 자아 형성 과정에서 가장 가까운 존재가 도리어 깊은 상처를 줬을 때 극복의 가능성이 있는지, 그것을 끝내 치유하지 못한 이는 어떤 어둠을 내면화하는지 시사하며 묵직한 물음표를 던진다.

  • 김란사, 왕의 비밀문서를 전하라!
    황동진 (지은이) | 초록개구리 | 2019년 2월 "잊힌 이야기를 기억하는 일"

    1919년 3월, 한 여성이 고종의 비밀문서를 숨긴 채 파리로 향한다. 파리 강화 회의에서 조선의 독립을 주장하기 위해 은밀히 세워진 계획이었다. 그 인물의 이름이 바로 '김란사'이다. 책에는 김란사가 고종의 밀사가 되어 조선 독립을 위해 애썼던 이야기는 물론, 여자라서 서당에 다닐 수 없었던 그가 미국 유학을 거쳐 이화학당의 교수가 되고 여성들을 위해 학교를 짓기까지, 여성 교육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발자취가 담겨있다. 조선시대부터 대한제국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의상과 건물, 풍경을 담은 그림이 시대의 이해를 돕는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그간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독립운동가들을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역사 속에서 지워지고 잊혀졌던 인물들이 더 많이 알려지고 기억될 수 있기를, 그리하여 그들의 이야기가 더 나은 역사를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 원본 초한지 1~3 세트 (전3권 + 가이드북)
    견위 (지은이), 김영문 (옮긴이) | 교유서가 | 2019년 2월 "드디어 만나는 원전 완역 '초한지'"

    장기판의 전투는 초나라와 한나라가 천하를 두고 벌인 싸움, 즉 초한 쟁패에서 비롯하였다. 서로 다른 유형의 영웅으로 비교되는 항우와 유방도 이 시대 이 나라를 이끌던 인물이다. 흔히 쓰는 고사성어 사면초가도 바로 두 나라, 두 영웅이 펼친 이야기의 결말에서 나온 말이다. 이렇듯 가까이에서 자주 듣고 말하는 이야기임에도, <초한지>라는 이름에 묻혀 그 출처와 원전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 책은 <초한지>의 원전 <서한연의>를 우리말로 옮긴 원전 완역본이다. <서한연의>는 조선시대에도 한글로 번역이 되었지만 시와 비평 등이 빠졌고, 이후 <초한지>가 숱하게 이야기되면서도 막상 <서한연의>는 함께 언급되지 않았다. <동주 열국지>를 옮긴 중국문학 연구자 김영문은 <서한연의> 전체를 빠짐없이 옮겨 국내 최초 원전 완역본을 완성했고, 그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서한연의>의 역사적, 문학적 맥락과 의미를 함께 살려냈다. 드디어 만나는 원전 완역으로 <초한지>의 세계가 더욱 넓어지고 풍성해지길 기대해본다.

2.262019
  • 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은이), 김난주 (옮긴이) | 재인 | 2019년 2월 "히가시노 게이고 신작!"

    첨단 뇌과학 회사 대표인 가즈마사와 아내 가오루코는 별거 중인 부부다. 각자의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딸 미즈호가 물에 빠져 의식불명이 됐다는 소식에 병원으로 달려간 두 사람. 의사는 미즈호를 뇌사라 진단하고 장기 기증 의사를 묻는다. 부부는 고심 끝에 미즈호라면 다른 아이를 도우려 했을 것이란 생각에 장기 기증을 결심한다. 그러나 마지막 인사를 나누려 딸의 손을 잡은 순간, 부부는 작은 움직임을 느낀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가 데뷔 30주년 기념작으로, 딸의 뇌사라는 비극과 맞닥뜨린 부부의 충격적인 선택을 그린다. '죽음'을 판정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이며, '사랑'이라는 이유로 인간이 어디까지 시도할 수 있을지 묻는 소설이다. 작가 특유의 빠른 호흡과 반전, 흡인력 강한 전개가 눈에 띈다. 시노하라 료코, 사카구치 켄타로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올해 국내 개봉이 예정되어 있다.

  • 영어의 힘
    멜빈 브래그 (지은이), 김명숙, 문안나 (옮긴이) | 사이 | 2019년 2월 "세계인의 필수품, 영어의 향방은?"

    오늘날 사용되는 언어 가운데 지구를 대표하는 세계어를 하나 꼽자면 당연히 영어일 테지만, 300년 전, 1000년 전, 2000년 전에는 전혀 다른 답이 나왔을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영어는 어떤 역사를 거쳐왔기에 다른 모든 언어를 제치고 압도적 1위를 차지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은 1500년 전 불과 15만 명이 쓰던 게르만어의 방언이 섬나라 영국을 벗어나 미국으로, 미국에서 다시 세계로 퍼지는 과정을 살피며, 영어가 가진 힘의 변천과 근원과 전망을 함께 담아낸다.

    영어의 경제적 가치가 다른 언어보다 훨씬 크다는 건 예상 가능한 결과이지만, 모국어 사용자가 세 배에 달하고 G2라 불리며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 북경어의 경제적 가치가 영어의 9분의 1에 불과하다는 건 놀라운 수치다. 온라인에서 유통되고 집적되는 정보의 상당 비율이 영어라는 점, 시장과 문화의 영향으로 거의 모든 언어에 영어가 침투하고, 거꾸로 해당 문화의 언어가 영어로 진입하는 모습을 보면, 300년 후, 1000년 후, 2000년 후에도 영어가 지금의 위치를 고수할 거라는 짐작 혹은 기대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파란만장한 영어의 일대기에서 문명과 문화의 흐름을 읽고 향방을 전망해보자.

  • 명견만리 : 공존의 시대 편
    KBS 명견만리 제작진 (지은이)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2월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실천뿐"

    강연과 다큐의 결합으로 렉처멘터리(lecture+documentary)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 받는 명견만리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1년 6개월 만에 출간되는 이번 신작에서 각계의 전문가들과 독자 참여단이 함께한 명견만리 팀이 던지는 새로운 화두는 '공존의 시대'다. 시의적절한 주제라 할 수 있겠는데, 그 중에서도 책이 중점적으로 다루는 이슈는 바로 세습, 상속, 재벌 등의 키워드로 대표되는 불평등 문제다.

    대한민국 부자의 74.1%가 상속 부자라는 통계는 이제 놀랍지도 않다. 상황이 이러하니 가상화폐에 대한 비정상적인 관심 역시 불평등한 사회상이 투영된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은 가상화폐 열풍도 냉정히 돌아보고 블록체인 기술이 민주주의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도 전망해 본다. 또 도시의 단절과 현대인의 불안,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문제도 함께 살펴본다. 이렇듯 불평등 문제는 책 전반을 관통한다.

    더 나은 미래 즉, 공존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책은 각각의 주제를 심도 깊게 파헤치고,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세계 각국의 노력도 두루 살핀다. 책을 읽으며 한편으로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책은 절망보다는 희망을, 우리 모두가 힘을 모으면 해결하지 못할 일도 없겠다는 생각을 전한다. 모두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그 희망의 가능성을 스스로 증명하는 듯하다.

  • 마음이 살짝 기운다
    나태주 (지은이), 로아 변유선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2월 "꽃을 보듯, 감사하는 마음, 나태주 신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나태주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신작 시 100편을 모았다. 우리의 마음이 살짝 기울게 하는 작은 바람들. 사람과 사물, 삶을 대하는 태도가 간결한 언어로 묘사된다. 1장 '너를 생각하고 너를 사랑하는 일'은 언제나 보고 싶은 연인의 이야기를, 2장 '많이 예쁘거라 오래오래 웃고 있거라'는 부모님과 가족을 향한 애정의 마음을, 3장 '바람 한 점 나누어 먹고 햇살 한입 받아서 먹다가'는 쉽게 지나쳐 온 자연과 일상에 대한 감탄을, 4장 '바람 부는 날이면 전화를 걸고 싶다'는 삶에서 마주했던 인연들에게 전하는 진심이 담겨 있다.

    일러스트 작가 로아의 다정한 그림이 함께 실려 따뜻함을 더한다. '꿀벌의 언어'로 삶 곳곳에서 채집한 겸손한 시들이 아름답고 애틋한 이들에게 안녕을 전하고 안부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