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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2019
  • 마케팅이다
    세스 고딘 (지은이), 김태훈 (옮긴이) | 쌤앤파커스 | 2019년 3월 "새로 쓴 마케팅 교과서"

    광고는 죽었다고 과감히 외치며 마케팅의 새로운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그의 대표작 <보랏빛 소가 온다>가 나온지도 16년이 지났다. 이후 그는 구루(guru)라 칭송 받으며 여러 권의 책도 펴냈고 작년에는 미국마케팅협회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되었지만 본류에서의 활동은 잘 드러나지 않았고, 독자들은 꽤 오랜 기간 그의 '마케팅서'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10년 만에 집, 아니 '시장'에 돌아온 그는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던 것 같다. 10년 전에는 스마트폰도 소셜 미디어도 제구실을 못했으니 그럴 법도 하다. 독자들 역시 새 시대에 걸맞는 마케팅을 갈구하고 있을 터다.

    그러나 그는 소셜 미디어를, 스팸을, 그 모든 얄팍한 수작을 그만두라고 일갈한다. 마케팅에 지름길은 없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주장이다. 세계적 사상가의 새로운 마케팅 수단을 훔치려 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책은 기본서로서의 면모를 한껏 뽐내며 온갖 기교가 넘쳐나는 지금이야말로 오히려 마케팅의 기본을 다져야 할 때라고 역설한다. 세스 고딘이 말하는 마케팅이란 결국 고객을 돕고 변화를 이끌어 내는 일이다. 그 역시 우리 독자들을 돕고 변화를 이끌기 위해 이 책을 '마케팅'했다. 그를 한번 믿어 보자. 제목이 먼저 자신 있게 말하지 않는가. 이것이 마케팅이라고.

  • 연필로 쓰기
    김훈 (지은이) | 문학동네 | 2019년 3월 "김훈 신작 산문집"

    "연필은 내 밥벌이의 도구다."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 김훈은 여전히 원고지에 육필로 글을 쓰는 작가다. 원고지에 연필로 꾹꾹 눌러 써온 글들을 모아 신작 산문집을 내놓는다. 산문 <라면을 끓이며> 이후 3년 반여 만이다.

    <칼의 노래>에 담지 못한 '인간 이순신'의 이야기, 외상외과의사 이국종 교수의 저서 <골든아워>에 대한 이야기, 늙기의 기쁨에 관한 이야기... <연필로 쓰기>에는 김훈의 무기이자 밥벌이의 도구인 '연필'로 기록해온 힘 있는 문장과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 제왕의 위엄 - 상
    켄 리우 (지은이), 장성주 (옮긴이) | 황금가지 | 2019년 3월 "<종이 동물원> 켄 리우, SF와 초한지의 만남"

    '종이 동물원'으로 휴고상, 네뷸러상, 세계환상문학상을 동시 수상해 화제를 모았던 켄 리우의 첫 장편소설. 중국의 고전 '초한지'에 SF 판타지적 세계관을 도입해 재해석한 '민들레 왕조 연대기'의 첫 번째 책이다. 전투연과 잠수함 등 최첨단 무기가 등장하고, '전쟁의 신'으로 불리는 장군 '한신'을 여성으로, 항우의 애인 '우희'를 두 명의 인물로 설정하는 등 재미난 변주를 통해 새로운 초한지를 완성했다.

    동아시아의 고전 문명을 배경으로 한 SF 장르를 일컫는 '실크 펑크'를 탄생시킨 작품으로, 장르의 저변을 넓혔다는 평을 받았다. 작가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심지어 판타지 소설에서조차도 중국을 묘사할 때면 반드시 개입하는 오리엔탈리즘과 식민주의의 관점을 돌파하기 위해, 중국 대륙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을 이야기의 배경으로 정했다"라며 "서양 문학의 전통에 깊이 물든 독자가 뿌리부터 다르게 보이는 것에 빠져들기를, 그러면서도 친숙함을 느끼기를 바랐다. 그 간극이 메워짐으로써 장르 자체도 더 넓어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라고 언급했다.

  • 오름나그네 1~3 세트 (완전개정판 한정 양장본) - 전3권
    김종철 (지은이), 고길홍 (사진) | 다빈치 | 2019년 3월 "제주의 모든 것, 오름과 가장 가까운 이야기"

    제주는 화산섬이다. 오름은 기생화산을 뜻하는 제주의 말이고, 화산섬 제주의 어디를 가도 오름을 마주하게 되니, 오름은 곧 제주이자 제주를 만든 시간과 그곳을 지나간 사람들의 숨결이 담긴 곳이라 하겠다. 이 책은 오름이 지금처럼 알려지기 전인 1990년대 전후 여러 해에 걸쳐 제주 곳곳의 오름을 찾아다니며 기록한 오름 보고서이자, 있는 그대로의 오름을 담아낸 유일한, 최초의 기록이다.

    저자 김종철은 제주에서 태어나 한라산을 1000회 이상 올랐으며 제주의 오름을 빠짐없이 찾아 그곳에 얽힌 이야기를 글로 담아낸 <오름나그네>를 펴내고는 곧 눈을 감았고 한라산에 묻혔다. 그리고 20년이 훌쩍 지나 이제 오름은 사람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 제주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새롭게 선보이는 <오름나그네>는 그 시간과 이해의 차이를 거슬러올라 끊어진 감각의 고리를 연결하고 미처 몰랐던 오름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오름에 오르고 즐기는 방법은 각기 다르겠으나, 오름이 내보이는 표정과 바람결에 실려보내는 이야기는 아마 이 책과 가장 가깝지 않을까 싶다.

4.52019
  • 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박상영, 김희선, 백수린, 이주란, 정영수, 김봉곤, 이미상 (지은이) | 문학동네 | 2019년 4월 "제10회 젊은작가상, 박상영 대상!"

    2010년 시작된 젊은작가상이 10회를 맞아 어김없이 봄을 연다. 그동안 김애란, 황정은 등 이미 독자의 지지를 받던 작가부터 수상 전까지 아직 단행본을 출간하기 전이었던 손보미, 정지돈 등의 작가를 독자와 연결하는 일을 맡았던 젊은작가상이 올해는 박상영 작가를 소개한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라는 첫 소설집의 반짝임으로 인상적인 시작을 알린 소설가 박상영이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삼십 대, 작가가 된 나에게 이십 대에 만났던 '형'에게 당시의 내가 투척했던 연애 편지에 가까운 일기가 (교정이 된 채) 돌아온다. 엄마의 암 역시 재발했다. 이십 대였던 나를 지배하던 두 가지, 형과의 연애(의 실패)와 엄마의 암 투병 역시 내게 돌아왔고, 이야기는 이 두 사건을 축으로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지나간 시간들을 들여다 본다. "그럼 오늘부터 저를 우럭이라고 부르세요. 쫄깃하게." 라고 눙치는 '나'에게 "아니요, 광어라고 부르겠습니다. 속이 다 보이거든요." 라고 대답하던 그 시절의 '형'의 비대칭적인 연애. 이성애자 커플을 대상으로 커플 매니저 일을 했던 사십년 차 기독교인 엄마가 그 연애와 그런 나를 받아들일 수 없음을 알고 있던 그때의 내가 그 자리에 있다. 그리고 지금의 나. " 그가 나의 가장 뜨거운 조각들을 가져가버렸다는 사실을, 그로 말미암아 내 어떤 부분이 통째로 바뀌어버렸다는 것을" 이미 알아버린 사람이, 엄마에게 "단 한 번이라도 내게 사과를 해줬으면 좋겠어."라고 아직도 말할 수 없는 사람이, 지금까지도 실패해왔고, 앞으로도 실패를 쌓아갈 내가 나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재치있고 정직한 눈으로 자기 자신을 응시하는 그 용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넌 참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사네"라고 말한 친구. "누나, 그렇게 살지 마세요."라고 말한 오래 알던 후배의 말을 오래 곱씹는 이주란의 <넌 쉽게 말했지만>. 남들은 다 견딜 수 있었던 일을 나는 견딜 수 없어서 끝내 생활이 파괴된 이가 수수한 생활을 되찾기 위해 보내는 나날의 무덤덤함에 마음이 쓰인다. 외로운 외국생활 중 한때 나를 견디게 한 '언니'에게 끝내 상처가 될 줄 알면서 던진 마지막 말. 백수린의 <시간의 궤적> 속에서 언니의 '억지로 웃으려고 하지만 끝내 물에 녹아내리는 물감처럼 한없이 희미해지던 눈빛' 같은 감정에 대한 묘사도 오래 기억될 것이다. 앞으로의 10년을 함께 할 젊은 작가들이 펼치는 다채로운 소설의 향연.

  • 여자들의 등산일기
    미나토 가나에 (지은이), 심정명 (옮긴이) | 비채 | 2019년 4월 "미나토 가나에 신작, 지친 일상을 위로하는 산"

    <고백> 이후 일본을 대표하는 미스터리 작가로 자리매김해 온 미나토 가나에가 치유의 소설로 돌아왔다. 오랜 열등감, 사랑의 고통, 틀어진 인간관계,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 등 저마다의 사연으로 산을 오르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은 지친 일상을 잠시 뒤로 한 채 산을 향한다. 한 걸음 한 걸음 산을 오르며 외면했던 문제와 찬찬히 마주하고, 자신만의 답을 찾아낸다.

    작가는 이 작품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 "부엌 구석이나 좁다란 복도에서 스릴러를 쓰다 보면 빛이 절실한 순간이 온다”며 “산에선 묵묵히 걷기만 해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 스스로 치유를 받고 싶어 썼고, 실제로 치유를 받았다. 소설을 쓰면서 그 산에 갔었을 때의 풍경을 다시 떠올려야 했기에 두 번 간 것과 같았다”고 언급했다. 파란 하늘 속 봉우리를 보며 그 아름다움이 호사스럽다고 느끼는 순간, 길가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꽃을 발견하는 기쁨, 차가운 맥주가 기다리고 있는 산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마음 등 생생한 묘사들이 당장 산으로 떠나고 싶어지게 한다.

  • 교토의 밤 산책자
    이다혜 (지은이) | 한겨레출판 | 2019년 3월 "이다혜 신작, 교토를 여행하는 법"

    '가산탕진을 부추긴 도시 1호는 서울, 2호는 교토'라고 말할 정도로 교토를 사랑하는 이다혜 기자가 이 봄, 본격 교토 여행서로 독자들을 유혹한다. 첫 번째 여행에세이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에서 여행과 떠남에 관한 작가의 시선과 생각들을 담아냈다면, 이번 책에서는 교토를 여행하는 네 가지 방법을 들려준다.

    이다혜 작가는 10년을 못 채우고 여권을 다시 바꿀 만큼 일본 여행을 자주 했다. 그 여러 번의 일본 여행 중, 가장 많이 방문한 도시는 단연코 교토. 교토의 꽃과 계절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책은 정원과 산책로, 가게와 볼거리들, 그리고 완벽한 교토의 음식까지 촘촘하게 담겨 있다. 에세이스트다운 필력이 더해진 산문을 중심으로 작가의 여행 팁을 추가적으로 수록해 교토만의 매력을 현장감 있게 전달한다.

  • 설민석의 세계사 대모험 1
    설민석, 잼 스토리 (지은이), 박성일 (그림) | 단꿈아이 | 2019년 4월 "설민석, 이번엔 세계사다!"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시리즈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설민석 선생님이 이번에는 세계사 모험을 떠난다. 세계사를 처음 접하는 독자도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시간 여행을 소재로 삼아 세계 곳곳의 역사 현장을 생생하게 전한다. 역사가 변화하고 발전하던 순간은 물론, 과거와 현재를 모두 다루어 세계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각 나라별로 차곡차곡 쌓아온 역사를 살펴보며 역사 지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와 가치를 이해하고 이를 존중하는 태도를 갖추도록 돕는다. 어려운 용어나 핵심을 풀어낸 역사 체크 코너와 함께 퀴즈와 메모리 카드 게임을 더해 낯설고 막막했던 세계사를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접할 수 있다.

4.92019
  • 배드 블러드
    존 캐리루 (지은이), 박아린 (옮긴이) | 와이즈베리 | 2019년 4월 "10조 원의 믿음이 무너지다"

    체했을 때 손가락을 바늘로 따듯 아주 극소량의 피만으로 수백 가지의 질병을, 그것도 집에서 직접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은 사람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회사의 가치는 10조 원에 달했고, 20대의 젊은 CEO 엘리자베스 홈즈는 그렇게 일약 스타가 되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거짓이었다. 존재하지 않는 기술로 세상 모두를 속였던 것이다. 2015년 10월, 월스트리트저널의 특종 기사로부터 이 거대 사기극이 폭로되기 시작하자 홈즈는 촉망받는 기업가에서 중대 범죄자로 신분이 바뀌었다. '세상을 바꾸려고 하니 이런 일이 벌어진다'며 억울해하던 홈즈는 물론, 사라진 기업 테라노스에 연루됐던 많은 사람들은 차라리 그 모든 게 소설이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 책에서 온갖 군상을 마주한다. 강박적으로 야망을 좇던 한 개인, 제2의 스티브 잡스라 칭송하던 미디어들, 후원자임을 자처하며 쉽게 돈을 맡긴 정치인과 투자가들, 용기를 잃지 않은 내부 고발자들, 그리고 끈질긴 방해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끝내 진상을 밝히고 책을 완성해낸 저자 존 캐리루까지. 책은 한낱 가십성 기업 사기극으로 치부할 수 없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경영의 관점에서는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리더의 탐욕이 결국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투자의 관점에서는 어떤 기업을 잘 안다고 믿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말이다. 어쩌면 그 믿음의 대가는 100조로 치달았을지도 모른다. 존 캐리루의 저널리즘에 경의를 표한다.

  • 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
    켄 크림슈타인 (지은이), 최지원 (옮긴이), 김선욱 (감수) | 더숲 | 2019년 3월 "지금 이곳에서 가장 뜨거운 정치사상가"

    오늘날 한국에서 가장 널리, 꾸준히 읽히는 정치사상가는 단연 한나 아렌트다. 게다가 해설서가 아닌 저작이 가장 폭넓게 읽힌다는 점도 눈에 띈다. 오히려 몇몇 드라마틱한 삶의 변곡점 외에는 생애가 덜 알려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의 사유가 현재로 올수록 더욱 뜨겁게 읽히는 까닭은, 유대인, 여성, 난민 등 시대에 얽힌 이름들에 붙들리면서도, 끊임없이 ‘금’을 밟거나 넘어서며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를 멈추지 않았던 그의 삶 때문일 터, 그래픽노블로 그려낸 그의 생애 전체가 새삼 반갑고 그립다.

    이 책은 아렌트의 어린 시절부터 말년까지 전 생애를 '세 번의 탈출'이라는 이야기로 담아낸다. 나치를 피해 독일에서 프랑스로, 독일에 점령 당한 프랑스에서 다시 미국으로 망명하는 두 번의 탈출은 널리 알려진 아렌트의 삶이다. 그렇다면 세 번째 탈출은 무엇일까? 작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그의 삶과 사상을 교차시키며 새로운 이해와 감각으로 우리를 이끈다. 이야기가 끝나는 곳에서 "살아 있는 것과 사유하는 것은 결국 같은" 거라는 아렌트의 말과 "세상에서 우리를 이끌어 줄 유일한 진리나 이해를 위한 묘책 같은 건 없다. 영광스럽고 결코 끝나지 않는 난장판이 있을 뿐이다. 인간의 진정한 자유를 위한 끝없는 난장판 말이다."라는 작가의 말이 만나듯, 아렌트가 보여준 철저한 사유의 실천은 여전히, 뜨겁게, 진행중이다.

  • 딸에게 보내는 노래
    유희열 (지은이), 천유주 (그림) | 창비 | 2019년 4월 "유희열 X 천유주, 너를 위한 노래, 소중한 우리 이야기"

    '사랑스러운 너를 만나던 날 바보처럼 아빠는 울기만 하고
    조심스레 너의 작은 손을 엄마는 한참을 손에 쥐고 인사를 했단다'

    뮤지션 유희열이 딸을 낳고 이듬해에 발표한 곡 '딸에게 보내는 노래'의 노랫말에 천유주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작가는 특유의 섬세하고 서정적인 그림으로, 아기와 함께 맞는 '첫' 순간들을 앨범처럼 차곡차곡 모은다. 처음 벚꽃을 본 날, 함께 욕조에서 목욕한 날, 우산을 쓰고 빗소리를 들은 날, 수족관에 가고, 공놀이를 하고, 낙엽을 밟고... 그런 시간이 쌓여 아이는 자라고, 부모는 아이를 보며 고단한 삶에 위로를 얻는다.

    '엄마의 눈부신 젊은 날은 너란 꽃을 피게 했단다.
    너란 꿈을 품게 됐단다.'

    <딸에게 보내는 노래>는 아이에게 보내는 사랑의 고백이자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이기도 하다. 아이를 보며 남편은 아내의 젊은 날과 미처 이루지 못한 꿈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같은 마음으로 우리를 키웠을 우리의 엄마를 기억하게 한다. 아이와 함께 첫눈을 맞던 책 속의 엄마는 어느새 어린 시절로 돌아가 그때의 젊은 엄마를 꼭 안아 준다.

  • 금빛 눈의 고양이
    미야베 미유키 (지은이), 김소연 (옮긴이) | 북스피어 | 2019년 4월 "기담을 모으는 에도의 주머니 가게"

    에도 풍류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 이 곳에 기담을 모으는 여인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괴이한 사연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온다. 내용을 필사하되 절대로 깊이 읽어서도 외워서도 안되는 '기이한 이야기 책', 요괴를 불러들이는 목소리를 가지고 태어난 소녀의 사연이 담긴 '벙어리 아씨', 세상의 악을 봉인해 가둬 놓은 '가면의 집', 신사에서 만난 귀엽지만 수상한 '금빛 눈의 고양이' 등 다섯 편의 신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미시마야 변조 괴담 시리즈'는 원래 한 권으로 완결 예정이었지만, 100회까지 쓰고 싶다는 작가의 소망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손님들의 사연은 줄어드는 책장이 아쉬울 만큼 여전히 매혹적이고, 계절에 따라 다른 풍류와 맛을 즐기는 에도 사람들과 미시마야에서 일어나는 돌발 사건들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작년 8월부터 마이니치 신문에 미시마야 여섯 번째 이야기가 연재되고 있다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4.122019
  • 나는 개다
    백희나 (지은이) | 책읽는곰 | 2019년 4월 "<알사탕> 프리퀄, 구슬이가 들려주는 가족 이야기"

    슈퍼 집 방울이네 넷째로 태어난 구슬이는 엄마 젖을 떼자마자 이 집으로 보내졌다. 헤어진 가족이 그립기는 하지만, 밤마다 하울링으로 소식을 전하니까 괜찮다. 그리고, 이 집에는 돌봐야 할 새로운 가족이 있다. 아침마다 출근하는 무뚝뚝한 아부지도 기다려야 하고, 할머니와 매일 산책도 다녀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동이! 인간의 아이는 나약하기 그지없어 다섯 살인데도 참으로 곤란하다. 이 동동이란 녀석은 달리기도 서툴고, 떼쟁이에, 울보에, 똥오줌도 못 가린다. '하는 수 없다. 내가 지켜 주는 수 밖에.'

    <알사탕>의 동동이가 좀 더 어리고 구슬이가 젊은 시절, 서로 가족이 되어 가는 이야기를 구슬이가 직접 들려준다. 개의 삶이란 태어나자마자 어미와 헤어져 낯선 가족과 살아가야 하고, 식구들이 온종일 나가 있는 날은 하염없는 기다림의 연속이다. 말도 통하지 않는 인간 가족과 살자니 변명 한마디 못하고 꾸지람을 듣기 일쑤지만, 구슬이는 한없이 낙천적이고 즐겁다. 작은 기쁨도 놓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간다. 그리고 쓸쓸하고 외로운 어느 밤엔, 기꺼이 곁을 내주고 꼬옥 안아주는 온기를 느끼며 잠든다. 그 온기에 기대어 내일도 모레도 구슬이의 유쾌한 삶은 계속될 것이다.

  • 1919 : 대한민국의 첫 번째 봄
    박찬승 (지은이)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4월 "100년 후에도 이어질 100년 전 외침"

    2019년 올해는 3.1운동 100주년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함께 맞는 해다. 다시 말해 100년 전 1919년 3월과 4월에 두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다는 말이다. 3.1운동이 임시정부 수립에 미친 영향 그리고 임시정부에서 오늘날의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흐름을 보면 응당 함께 다뤄져야 할 사건이나, 그간 3.1운동에 비해 임시정부 수립이 상대적으로 덜 이야기된 측면이 없지 않고 두 사건의 연속성 역시 내용과 의의에 비해 따로 떨어져 다루어져왔다.

    이 책은 두 사건의 관계를 온전하게 복원하여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을 1919년이라는 시간 위에 함께 담아낸다. 독립과 자주, 평등과 자유, 세계 평화와 인류 번영을 아우르는 1919년의 만세와 '임시헌장'의 내용은 10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근간으로 자리하고 있으니, 1919년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시작된 해라는 저자의 평가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암울한 시절 식민지의 백성들이 어떻게 공화국의 시민으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며 위대한 한 발을 내딛었을지 돌아보며, 오늘 우리는 시대의 과제와 미래의 지향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되묻는 시간이다.

  • 레스
    앤드루 숀 그리어 (지은이), 강동혁 (옮긴이) | 은행나무 | 2019년 4월 "2018 퓰리처상 픽션 부문 수상작"

    인생에서 되는 일이 없는 무명 작가 '레스'. 쉰 살 생일을 앞두고 삶도 사랑도 꼬여간다. 발단은 9년간 함께 했던 전 연인의 청첩장. 결혼식에 가지 않기 위해 핑계를 쥐어짜던 레스는 충동적으로 세계 문학 기행을 떠나기로 한다. 뉴욕의 작가 인터뷰, 멕시코의 문학 컨퍼런스, 이탈리아의 문학상 시상식, 독일의 계절학기 수업에서 일본 요리 탐방 기사까지. 즐거워야 마땅할 일정이지만, 레스의 운명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뉴욕의 행사 관계자는 레스에게 “당신은 누구야?”라고 소리치고, 멕시코에서는 애써 잊은 과거의 그림자를 맞닥뜨린다. 좌충우돌 연달아 발생하는 해프닝에 레스는 영영 외롭고 쓸쓸히 늙어갈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사로잡히는데…

    '나이 듦과 사랑의 본질에 관한 경쾌한 소설'이라는 심사평과 함께 2018년 퓰리처상 픽션 부문을 수상한 작품이다. 늙어감과 외로움, 창작의 고통과 자기연민으로 고민하는 중년의 주인공을 통해, 신랄하고 유머러스한 필치로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화두를 던진다. 각종 사건과 사고로 점철된 레스의 여정은 처절하지만, 잃어버렸던 일상의 사소한 기쁨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고독과 불안, 그리고 그 가운데서 반짝이는 찰나의 행복들에 미소짓게 되는 사랑스러운 소설이다.

  • 우주로 가는 계단
    전수경 (지은이), 소윤경 (그림) | 창비 | 2019년 3월 "제2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 수상작"

    사고로 온 가족을 잃은 지수는 그들이 다른 우주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 거라는 ‘평행 우주 이론’에 위로를 받는다. 이를 계기로 과학에 흥미를 갖게 되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물리학자 할머니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지수. 그러던 어느 날, 정체불명의 암호만을 남겨둔 채 할머니가 사라져버리고, 지수는 할머니를 찾기 위해 남겨진 암호를 하나씩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SF 문학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만한 작품’이라는 심사평처럼 ‘평행 우주 이론’을 물론 만유인력, 양자역학, 상대성 이론 등 생소할 수 있는 과학 이론들을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이를 암호 풀이에까지 확장시켰을 뿐 아니라, 할머니의 행방을 쫓는 추리 요소를 함께 담아내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4.162019
  • 화재의 색
    피에르 르메트르 (지은이), 임호경 (옮긴이) | 열린책들 | 2019년 4월 "<오르부아르> 이후, 계속되는 이야기"

    프랑스 금융계의 거물 마르셀 페리쿠르의 장례식. 대통령을 비롯해 정재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이 성대한 행사에서 모두를 경악케 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고인의 상속인 마들렌의 일곱 살 난 아들 폴이 3층 건물에서 뛰어내린 것. 폴의 하반신 마비 판정을 들은 마들렌은 비탄에 빠지고, 삼촌을 비롯한 주변인들은 기회를 틈타 그녀의 막대한 유산을 가로챌 궁리 뿐이다. 사고 당시 창가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수년간 입을 꾹 닫아온 폴의 갑작스러운 고백을 듣게 된 마들렌은 믿었던 사람들의 배신을 깨닫는다.

    문학성과 대중성을 겸비했다는 평과 함께 프랑스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피에르 르메트르의 신작이다. <오르부아르> 속 에두아르의 누나 마들렌의 삶이 펼쳐진다. 타인의 악의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은 한 여인의 무자비한 복수극이 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어수선한 1930년대의 분위기 속에서 강한 흡인력으로 몰아친다. '라 리브르'의 평처럼 "밤새울 각오를 하고 펼쳐야 할 소설"이다.

  • 이유가 있어서 멸종했습니다
    마루야마 다카시 (지은이), 사토 마사노리, 우에타케 요코, 가이도 겐타, 나스미소이타메 (그림), 곽범신 (옮긴이), 이마이즈미 다다아키, 이정모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밥을 천천히 먹어서 멸종, 아트로플레우라"

    지구상에서 멸종한 70종의 동물들이 자신들의 사연을 직접 이야기한다. 일본에서 발간 직후 40만 부 이상 판매되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동물 도감으로, 다양한 이유로 세상에서 사라져간 동물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각 동물들이 직접 자신의 멸종 사유를 들려주는 독특한 서술 방식과 유머러스한 일러스트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턱이 무거워 멸종한 플라티벨로돈, 너무 올곧아서 멸종한 카메로케라스, 바람이 불지 않아서 멸종한 아르겐타비스... 안타깝지만 흥미로운 멸종 에피소드뿐만 아니라 인간에 의해 멸종당한 동물들, 어떤 이유로 멸종하지 않은 동물들까지 함께 담아내어, 현존하는 동물들과 어울려 살아갈 방법을 생각해보도록 이끈다.

  • 가을
    앨리 스미스 (지은이), 김재성 (옮긴이) | 민음사 | 2019년 3월 "지금 영국 사회를 그린 ‘포스트 브렉시트’ 소설"

    여덟 살의 엘리자베스는 ‘이웃과 인터뷰하기’ 숙제를 위해 옆집 노인 대니얼의 집을 방문하려 하지만, 엄마는 그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가까이 하지 못하게 한다. 우연한 계기로 엘리자베스는 대니얼과 친구가 되고, 이 특별한 우정은 삶의 중요한 가치들을 일깨워 소녀의 가치관과 진로에 큰 영향을 준다. 소설은 엘리자베스의 유년과 20년 후 미술사 강사가 된 그녀의 일상을 교차하며 펼쳐진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사람들은 이분법적 잣대로 타인을 배척하는 데 익숙하다. 엘리자베스가 겪는 도시의 싸늘한 분위기와, 요양원 침대에 누운 대니얼의 꿈 속 아득한 추억은 서로 다른 곳을 향한다.

    작가 앨리 스미스는 신화와 회화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지적인 주제와, 적극적인 사회 참여 의식이 돋보인다는 평과 함께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4회 오른 이력이 있다. 이번 신작 <가을>은 ‘사계절 4부작’ 중 첫 번째 책으로, 2017년 ‘뉴욕 타임스’에서 ‘올해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정치, 사회적 이슈로 혼란스러운 동시대 영국의 면면을 일상에 스며든 작은 변화들로 포착해 묘사한다. 세상 속 '악이 턱까지 차 있다 해도' 안식처로 남은 대니얼과 앨리자베스의 우정을 통해 연대의 가치를 되새겨 본다.

  • 날개 환상통
    김혜순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3월 "'시하고', '새하는' 김혜순 시력 40년"

    이 시집은 책은 아니지만
    새하는 순서
    그 순서의 기록

    (<새의 시집> 중)

    1979년 처음 시를 발표한 시인 김혜순이 등단 40년을 맞았다. '새하는 여자를 보고도 / 시가 모르는 척 하는 순서'(<새의 시집>)에 대항하며 '시하는' 여성의 길을 걸어온 시인이 두툼한 시집을 엮어 독자를 찾았다. '몸하고' '시하는' 시가 주목하는 것은 시를 담은 몸이 '새하기' 위해 펼치는 분투들. 1979년의 싸움에서 2019년의 싸움까지, 독자가 걸어온 길을 함께 걸어온 시 역시 걸어 왔다.

    "그들은 말했다 / 애도는 우리 것 / 너는 더러워서 안 돼" (<날개 환상통> 중) 새하기를 꿈꾸는 이들은 지난 40년 간 그래왔듯 여전히 모욕당하고 추방당한다. '여자를 모욕하려고 쓴 글에서 나던 냄새'(<구속복> 중)와 싸우는 이들. 작별한 자리에 선 '새하는' 몸들은 뜨거운 언어로 고발하고 증언한다.

4.192019
  • 여행의 이유
    김영하 (지은이) | 문학동네 | 2019년 4월 "김영하 신작, 여행에 관한 아홉 가지 이야기"

    김영하 작가가 오래전부터 쓰고 싶었던 여행 이야기를 "모든 여행의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해냈다. 여행에 관한 아홉 가지 산문을 모아 엮은 <여행의 이유>. 삶이 부과하는 문제가 까다로울수록 여행을 더 갈망해온 작가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인지, 왜 여행하는지, 오랜 시간 여행하면서 경험하고 생각해온 이야기들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모의 임지를 따라 이동할 수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 이주하는 일이 잦았다. 갑작스런 이주로 인해 겨우 사귄 친구들과의 이별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누군가와 오래 알고 지내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여행과 다른 이주를 반복하는 동안 작가는 여행기, 모험소설에 빠져들었고, 책의 시간과 함께 성장했다. 작가는 이렇듯 어린 시절에 관한 내밀한 이야기, 생애 첫 해외여행, 상하이 푸둥공항에서 강제 추방당했던 에피소드 등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여행이 내 인생이었고, 인생이 곧 여행이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작가의 삶과 여행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아홉 가지의 매혹적인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에 수록된 작가의 말까지, 어느 글 하나 놓칠 수 없게 만드는 힘이 문장마다 깃들어 있다. 설령 우리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도 않고,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더라도 여행이란 것은 "자신과 세계에 대한 놀라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 그런 마법적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란 사실을 일깨운다.

  • 불과 피 1 : 하우스 오브 드래곤
    조지 R. R. 마틴 (지은이), 김영하 (옮긴이) | 은행나무 | 2019년 4월 "왕좌의 게임, 그 대서사의 시작"

    조지 R. R. 마틴의 대서사시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의 프리퀄. 웨스테로스 대륙에서 ‘왕좌의 게임’이 벌어지기 300년 전, 철왕좌 최초의 주인이었던 타르가르옌 왕조의 화려한 이야기가 부활한다. 정복자 아에곤이 칠왕국에 눈을 돌린 시점부터 7대 왕인 아에곤 3세의 섭정기까지 타르가르옌 가문의 전반부 140년 역사를 망라한다. 타르가르옌 가문에 막강한 힘을 준 드래곤들이 왜 모두 사라졌는지, 웨스테로스 대륙을 가로지르는 '왕의 가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최초인과 안달인의 후예들은 발라리아 후손들의 지배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등 '얼음과 불의 노래'의 세계관을 관통하는 굵직한 실마리들이 풀린다.

    칠왕국의 저명한 학자가 쓴 역사서 '불과 피'를 조지 R. R. 마틴이 옮긴다는 설정도 매력적이다. 사회와 제도의 발전, 왕가와 종단의 갈등, 전쟁사 등이 상세히 담겨, 실존했던 왕조의 비극을 보는 듯한 긴장감이 맴돈다. 만화판 <스타워즈>, <아바타> 등 SF.판타지 작품들의 삽화를 담당해온 더그 휘틀리의 일러스트가 80여 장 포함되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아에곤 3세 이후 타르가르옌 왕조의 후반부 160년을 다룬 역사서 2부도 집필 예정이다.

  • 데스 바이 아마존 Death by Amazon
    시로타 마코토 (지은이), 신희원 (옮긴이)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4월 "데스 노트에 우리 업종이?"

    유통 공룡 아마존은 진출해 있는 많은 나라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특히 본국 미국에는 '아마존 공포종목지수'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바로 이 책의 제목 '데스 바이 아마존'이다. 아마존 때문에 타격을 입은 54개의 상장 기업들이 그 대상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월마트와 코스트코는 물론 백화점 메이시스와 노드스트롬, 서점 반스앤노블 등이 포함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마존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는 벗어나 있기 때문에 그 파괴력을 실감하기란 어렵다. 바로 그 점이 문제다. 사실상 무방비 상태인 것이다. 당장 내일 쇼핑몰 '아마존닷컴'이 한국 진출을 선언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 말이다.

    시장은 격변하고 있고 한국 역시 유통 전쟁의 안전지대일 수만은 없다. 어쩌면 지금이 다가올 유통 혁명을 대비하기에 가장 좋은 때다. 아마존이 눈독 들이는 신규 사업들과 그 진입 전략, 그러한 아마존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혹은 아마존과의 정면 대결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업들의 생존 전략을 살펴보는 이 책은 그런 우리에게 훌륭한 참고자료가 되어 준다. '데스 바이 아마존'에 들었다고 바로 죽는 것도 아니고, 바로 죽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 상대가 아마존이 아니면 또 어떤가. 대기업과의 한판 승부를 노리는 강소기업들, 새로운 도전에 나선 스타트업과 기업가들에게 책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 전쟁과 평화
    아자 가트 (지은이), 이재만 (옮긴이) | 교유서가 | 2019년 4월 "전쟁은 줄고 평화는 늘었다! 우리는 안전한가?"

    전쟁과 폭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가 속속 발표되지만, 이를 둘러싼 논의는 인류 문명이 지속되는 한 끝나지 않을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전쟁 역시 인류의 마지막까지 함께할까. 전작 <문명과 전쟁>에서 인류의 본성과 문명이 상호작용하며 만들어온 역사를 집대성한 이스라엘의 정치학자 아자 가트. 이번에는 인류의 탄생부터 함께해온 전쟁을 과연 멈출 수 있을지를 묻고 답한다.

    앞서 말했듯 근래 들어 전쟁과 폭력이 줄어들었다면, 전쟁을 멈출 방법 역시 여기에서 찾아야 할 터, 협력, 평화적 경쟁, 폭력적 분쟁 가운데 세 번째 선택지를 자주 꺼내들던 인류가 왜 첫 번째와 두 번째 선택지로 눈길을 돌리게 되었는지가 궁금해진다. 전쟁은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지만 평화가 전하는 보상이 훨씬 커졌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평화가 정의로워서가 아니라 유익하기 때문이라는 점이 중요하겠다. 상황이 바뀌면 인류는 언제든지 전쟁이라는 선택을 할 수 있고, 20세기에 벌어진 두 차례 세계대전이 명확한 증거이니, 최근 200년의 추세를 이어가며 평화를 확산하는 게 과제라 하겠다. 전쟁이 줄어들고 평화가 늘어났다는 사실에 이견이 없다 해도, 그 사실 위에서 우리가 안전할지 위험할지는 여전히 남은 물음이다. 이 책이 실마리가 되어주길 바랄 따름이다.

4.232019
  • 아름다움의 진화
    리처드 프럼 (지은이), 양병찬 (옮긴이) | 동아시아 | 2019년 4월 "가려진 진화사의 절반 혹은 이상을 찾아서"

    진화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다윈이고, 다윈 하면 떠오르는 이론은 자연선택이다. 생존에 적합한 생명이 살아남고, 같은 방향으로 진화가 이루어진다는 설명 말이다. 그런데 진화가 정말 이렇게 기능적으로만 이루어졌을까? 평생 새를 연구해온 리처드 프럼은 핀치의 부리뿐 아니라 공작의 화려한 깃털에도 눈길을 돌리자고 말한다. 다윈이 제시한 두 가지 방향, 즉 ‘자연선택에 의한 적응적 진화’와 ‘성선택에 의한 미적 진화’를 균형 있게 바라봐야만, 진화의 아름다움과 아름다움의 진화를 함께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점은 새들의 화려한 모습과 다채로운 성선택 방식을 설명할 뿐 아니라, 아름다워지려는 생명의 욕구와 이를 판단하고 선택하는 성적 자율성을 바탕으로 진화의 흐름에서 '자유와 선택'의 의미를 되살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더불어 이러한 진화역학을 인간에게 적용하여 그간의 가부장제와 이를 바꾸려는 시도와 도전을 바라본다면, 성적 욕구와 성적 주체를 새롭게 이해하여 성적 자율성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전망에 이른다. 인간, 사회 그리고 생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우리와 모두의 아름다움을 만끽하자는 새로운 이야기가 더없이 반갑고 궁금하다.

  • 식스웨이크
    무르 래퍼티 (지은이), 신해경 (옮긴이) | 아작 | 2019년 4월 "2018 휴고상 최종 후보! 우주선 밀실 살인 사건"

    지구보다 나은 행성을 찾아 떠난 인류의 첫 번째 이민 우주선 도르미레호. 400년의 여정을 위해 수천 명의 승객이 냉동수면 상태로 승선하고, 여섯 명의 승무원은 클론 재생으로 생명을 연장하며 항해를 안전하게 이끌기로 되어 있다. 하지만 승무원 마리아는 핏방울과 칼, 동료들의 시체가 둥둥 떠다니는 클론 재생실에서 깨어난다. 뒤이어 승무원 전원이 클론으로 새로 태어나지만, 모두의 마지막 기억은 우주선 출발 당시에 머물러 있다. 그들 중 누군가가 모두를 살해한 후 수십 년의 기억 백업 데이터를 삭제한 것이다. 승무원들은 서로를 의심하면서도, 자신이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2018년 휴고상, 네뷸러상, 필립 K. 딕상, 로커스상에 최종 노미네이트되었고, 2019년 일본 세이운상 최종 후보로 선정되며 세계적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우주선이라는 완벽한 밀실을 배경으로, 범인을 포함한 등장인물 전원의 기억 상실, 힘을 합해 시스템을 복구하지 못하면 클론의 현생이 끝날 때 모두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의 긴박감 등 독특한 설정과 이야기의 흡인력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코니 윌리스가 "정말로 흥미로운 여정이다! 나 같으면 별 다섯 개를 주겠다"라는 강렬한 추천사를 남겼다.

  • 레몬
    권여선 (지은이) | 창비 | 2019년 4월 "<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장편소설"

    2002년 언니가 살해당했다. '미모의 고등학생 살인사건'이라고 이름 붙은 사건 속, 아름다운 언니는 아름다워서 정당한 애도를 누리지 못한 채 소비되고, 언니를 살해한 자의 얼굴은 끝내 드러나지 않는다. '누군가 봄을 잃은 줄도 모르고 잃었듯이 나는 내 삶을 잃은 줄도 모르고 잃었'다고 말하는 동생 다언. 아름다웠던 언니처럼 성형을 하고, 언니 해언을 원래 이름이던 '혜은'으로 바꾸어 부르며 여전히 집착하는 엄마에게 딸 혜은을 안겨준 그가 자신이 잃어버린 것을 마주하기 위해 사적 구제를 시도한다.

    <안녕 주정뱅이>로 오래 사랑받고 있는 작가 권여선이 3년만에 발표하는 장편소설. 언니가 입고 있던 레몬색 드레스, 언니 사건의 범인으로 조사를 받았던 한만우의 집에서 먹었던 노란 계란프라이. 다언의 선배 상희가 썼던 시에 등장하는 노란 빛이 명멸한다. 신정준, 윤태림, 혹은 한만우. 복수의 대상자의 얼굴을 명확하게 밝히기 위한 소설은 아니다. 아마도 이 소설은 2002년부터 2019년까지, 잃었으나 제대로 애도하지 못한 그 긴 시간을 참회하는, '오래 다져진 땅' 같은 죄책감과 고독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라는 중편소설로 처음 발표되어 연극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 총몽 완전판 1~2 세트 - 전2권
    기시로 유키토 (지은이), 주원일 (옮긴이) | 애니북스 | 2019년 4월 "전 세계를 매료시킨 SF 사가를 새롭게 만나다!"

    <아키라>, <공각기동대>와 더불어 80~90년대 SF 만화의 걸작으로 꼽히며,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알리타: 배틀 엔젤'의 원작인 <총몽>이 신장판으로 재출간됐다. 총 5권으로 합본한 이번 완전판은 원서에 충실한 새로운 번역과 원서에도 재현되지 않은 연재 당시 컬러 페이지를 수록하여 소장 가치를 더했다.

    1권 녹슨 천사, 2권 살육의 천사에는 먼 미래,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된 사이보그 소녀 '갈리'가 잃어버린 자신을 찾기 위해 행동에 나서고, 전사로서 눈을 뜨는 과정이 특별하고도 독창적으로 그려진다. 첫 출간 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계속해서 <총몽>이 재평가받는 이유는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독자에게 던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총몽 3~4>는 5월 중순, 시리즈 1부의 마지막 권인 5권과 특별판은 올여름에 출간될 예정이다.

4.262019
  • [세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1~2 세트 - 전2권
    유홍준 (지은이) | 창비 | 2019년 4월 "유홍준도 꿈꿔온 답사기 중국편"

    서울편 두 권으로 총 열 권에 이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국내편에 이어 일본편이 네 권으로 일단락되자, 저자의 의중은 아랑곳하지 않고 독자들은 이미 중국편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30년 가까이 함께해온 호흡 덕분인지 유홍준 교수도 그간 꿈꿔온 중국 답사 이야기를 담금질하기 시작했고, 드디어 중국 답사의 일번지로 꼽히는 돈황과 실크로드로 장쾌한 여정을 열어젖혔다.

    그가 걸은 길은 중국이지만, 그곳에는 앞서 걸어간 선현들의 발걸음이 남아 있고, 때로는 그 길을 따라 한반도까지 이어지는 이야깃거리도 만나게 되니, 한국과 일본을 거쳐 중국에 이른 그의 답사가 각각의 나라와 문화가 아니라 동아시아라는 커다란 구도 속에서 새롭게 자리 잡는 듯하다. 앞으로 펼쳐질 중국 답사가 기대되는 것 못지않게 그가 앞서 전한 답사기를 다시금 열어보고 싶은 마음이 커지니, 어디로 방향을 잡고 따라 걸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진다. 물론 행복한 고민이다.

  • 다녀올게 : 바닷마을 다이어리 9
    요시다 아키미 (지은이), 이정원 (옮긴이) | 애니북스 | 2019년 4월 "계속될 것만 같은 이야기, 그리고 안녕"

    2006년 연재를 시작, 2018년 8월 완결을 맞이한 <바닷마을 다이어리>. 국내에는 2009년 처음 소개되었고 10년이 지난 2019년 4월, 그 아름다운 이야기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는다.

    이야기는 오래 전 가족을 떠나 소식이 끊겼던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시작된다. 이곳에서 만난 배다른 동생과 함께 살게 된 네 자매의 일상이 조용한 바닷마을을 배경으로 담겨있다. 그들의 마지막 이야기인 9권에서는 이제 조금은 다른 모습이 되어 각자의 인생을 살아갈 네 자매의 모습이 행복하게 그려진다.

    번외편 '소나기가 그치고 난 뒤'까지 읽고 나면 작가가 얼마나 정성들여 작품 속 캐릭터들을 하나하나 구축했는지 알 수 있다. 어딘가에 살아 숨 쉬고 있을 것 같은 인물과 인생에 대해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찡하고도 담담한 스토리. 이 만화를 만난 것을 진심으로 행운이라 생각한다.

  • 페인트 (반양장)
    이희영 (지은이) | 창비 | 2019년 4월 "<완득이>, <아몬드>를 잇는 창비 청소년문학상"

    아이가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김려령의 <완득이>, 손원평의 <아몬드> 등의 작품을 소개해온 창비 청소년문학상이 2019년의 수상작으로 이희영의 <페인트>를 내놓았다. 국가에서 센터를 설립해 아이를 키워주는 가상의 사회. 1월에 센터에 들어와 '제누'라는 이름을 얻은 '제누 301'은 스무 살을 앞두고 계속 부모 면접(parent’s interview), 즉 '페인트'를 치르고 있다. 아이를 입양하면 얻을 수 있는 혜택 때문에 부모 후보자는 적극적이지만, 제누는 선택이 어렵다. 과연 제누는 부모를 만날 수 있을까?

    "15점짜리 부모 밑에서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아이도 있어."라는 '가디'(가디언)의 말이며 "말도 안 되는 부모 밑에서 살아가는 게 더 어렵죠"라는 제누의 말. "대부분의 아이들이 가족한테서 가장 크게 상처를 받잖아."라는 '페인트' 대상자인 예비 부모의 말 등. 가상의 세계, 가상의 설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들이 하는 말을 곱씹으며 우리를 둘러싼 현실을 되새기게 된다. 134명의 초,중,고등학생으로 꾸려진 청소년 심사단이 '내 이야기 같다'는 응원의 마음으로 수상작으로 추천했다.

  •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줄리언 반스 (지은이), 공진호 (옮긴이) | 다산책방 | 2019년 4월 "까칠한 요리사 줄리언 반스의 요리, 요리책 이야기"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2011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의 대표 작가, 줄리언 반스. 여러 편의 장편소설과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등의 에세이를 펴낸 작가가 요리에 도전했다. 중년이 되어 뒤늦게 요리를 배우면서 경험한 놀라운 일들과 요리책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에세이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에서 낱낱이 공개한다.

    요리를 책으로 배우는 작가는 레시피를 따르기만 하면 맛있는 음식이 될 거란 믿음으로 요리책을 분석하고, 때로는 요리책의 저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등, 열정적으로 요리를 해나가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좌절한다. 그 실패의 원인을 '두 손을 합친 양' '한 모금 또는 한 덩이' '작은 양파, 중간 크기의 양파, 큰 양파' 등, 뭉뚱그려 표현하거나 어물쩍 넘어가는 불친절한 요리책에서 찾는다.

    요리책을 날카롭게 꼬집고 투덜거리는 장면에서는 공감되기도 하고 웃음이 터진다. 까칠한 요리사의 모습뿐 아니라, 실패의 경험을 통해 요리하는 즐거움,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기쁨을 발견해나가는 작가의 인간적인 면모도 곳곳에서 드러난다. 책상이 아닌, 낯선 부엌에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작가다운 시니컬함과 위트로 풀어낸 요리 칼럼이자, 백 권이 넘는 요리책을 사서 읽고 따라 해보면서 얻어낸 요리책의 실체, 요리 팁의 실용적인 정보를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유쾌한 책이다.

4.302019
  • 글이 만든 세계
    마틴 푸크너 (지은이), 최파일 (옮긴이) | 까치 | 2019년 4월 "글이 없는 세계를 상상할 수 없는 이들에게"

    글이 만든 세계라니, 참 새삼스러운 이야기다. 특히 지금 이 글을 읽으며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읽고 있는 이들에게는 더욱 그러하겠다. 그런데 이렇듯 당연하게 여겨지는 글과 세계의 관계가 처음부터 이랬을 리는 만무하니, 글이 세계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고 오늘날의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는지 살펴보는 재미는, 어느새 새삼스러움을 멀리 밀어버리고 새로움으로 가득한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하버드 대학에서 영문학과 비교문학을 가르치는 마틴 푸크너 교수는 알렉산드로스의 머리맡에 있던 책부터 책과 글의 영향력과 확장성을 다시금 확인하게 만든 해리 포터 시리즈까지, 인류 문명을 이끌고 뒤집으며 함께해온 텍스트를 줄기로, 말을 글로 남기고 글을 인쇄하여 널리 전파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온갖 이야기를 펼쳐내며, 우리가 어떻게 글을 읽게 되었는지, 그런 우리가 글에서 무엇을 읽어냈는지, 더불어 어떤 글을 창조하고 선택하고 파괴하고 발굴했는지를 살펴보고는, 오늘의 글과 세계가 마주한 현실을 확인하고 곧 마주할 미래를 전망하는 데 이른다. 앞으로 글이 만들어갈 세계 속에서 이 글을 쓰는 나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어떤 역할을 하며 만나게 될지 무척 궁금하다.

  • 오! 한강 세트 - 전5권
    김세영 (지은이), 허영만 (그림) | 가디언 | 2019년 4월 "지금, 여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이야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만화가 허영만과 작가 김세영이 공동 작업한 <오! 한강>은 민주화 시위가 치열했던 1980년대 말, 해방부터 6.29 선언까지의 현대사를 생생하고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만화다. 1987년부터 2년간 '만화광장'에 연재하다 이듬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으며, 1995년 재출간되었으나 절판되었다. 2019년 총 5권의 단행본으로 25년 만에 독자들을 다시 찾는다.

    아버지와 아들로 이어지는 2대에 걸친 드라마 속에, 분단과 이념의 대립 틈바구니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다양한 군상들을 현실감있게 녹여냈다. 전 세대가 함께 읽고 현대사를 곱씹어보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 아직, 도쿄
    임진아 (지은이)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빵 고르듯 살고 싶다> 임진아의 아기자기한 도쿄 여행기"

    특별하진 않지만 일상을 살아가게 하는 작은 행복을 기록한 에세이 <빵 고르듯 살고 싶다>의 임진아 작가가 아기자기한 도쿄 여행기를 새롭게 펴냈다. "여행 경비 걱정 없이 딱 하나의 도시만을 골라야 한다면?" 이 질문에 작가가 바로 대답할 수 있는 도시는 도쿄. 마음 향하는 대로 그린 작가만의 도쿄 여행 지도와 애정을 듬뿍 담은 도쿄 여행기를 <아직, 도쿄>에 가득 담았다.

    혼자 떠나기에 좋은 도시 도쿄에서 작가는 취향대로 고른 문구점, 카페, 음식점, 공원과 책방을 자신만의 속도로 여행한다. 각 장소들은 작가의 시선을 통해 생동감 넘치고 따뜻하게 그려지고, 사진이 아닌 작가가 직접 그린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 만나 특별함이 더해진다. 천천히 걷는 듯 도쿄를 여행하기 원하는 여행자, 그리고 도쿄라면 이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여행자에게 이 귀엽고 다정한 책이 새로운 즐거움을 안겨줄지도 모른다.

  • 공존과 지속
    이정동, 권혁주, 김기현, 장대익, 김진수, 이두갑, 김홍기, 김현섭, 이창희, 문승일, 홍종호, 이원우, 이재열, 문병로, 최인철, 이석재, 이경민, 서이종, 임철일, 이상구, 박원호, 최태현, 홍석경 (지은이) | 민음사 | 2019년 4월 "이공계와 인문사회계의 콜라보"

    <축적의 시간>과 <축적의 길>을 통해 '개념 설계'의 중요성을 설파했던 이정동 교수가 새로운 프로젝트로 돌아왔다. 이 교수를 위시하여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장대익, 문병로, 최인철 등 서울대 석학 23인이 모여 만 4년 동안 토론한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특히 이공계와 인문사회계를 아우르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한 이 책은 공대 교수진으로만 구성되었던 <축적의 시간>에서 진일보한 모습이다. 책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미래의 핵심 분야를 크게 네 파트, 즉 유전기술, 에너지, 인공지능, 교육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전문가들 간의 대담을 그대로 수록한 것은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기술의 진화를 바라보는 분야별 시각의 차이는 보다 큰 틀의 합의를 도출해 내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또 각 장마다 세부 주제에 대한 전문가들 각각의 칼럼을 수록하여 보다 심층적인 통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막연한 기술공포증을 넘어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책은 그 세부를 조목조목 짚어준다. 우리 사회를 휩쓸고 지나간 '4차 산업혁명' 열풍이 한낱 화두 던지기에만 머무른 것이 아닐까 걱정되는 시점에 이 책의 등장은 그래서 더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