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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021
  • 쌀 재난 국가
    이철승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월 "<불평등의 세대> 이철승, 불평등의 기원 추적"

    불평등에 대한 수치, 르포, 고발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철승 교수는 이번 책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한국적 불평등을 분석한다. 그가 주요 분석틀로 택한 것은 '쌀'이다. 쌀?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연결이지만 그가 차근차근 이어내는 관계를 읽을수록 점점 몰입하게 된다.

    그는 한국적 불평등의 구조와 불평등에 대한 인식이 벼농사 체제로부터 빚어진 것으로 파악한다. 이 긴 거리 사이에 그는 밀 농사와 벼농사의 근본적인 차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벼농사 체제에서의 인간관계, 재난을 대비하는 국가의 형태 등에 대한 설명을 채워 넣는다. 탄탄한 논리의 받침 위에서 그는 현재의 세상에 과거의 룰이 더 이상 맞지 않는다고 말하며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에까지 나아간다.

    전작 <불평등의 세대>로 불평등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 이철승 교수는 이번 책으로 더 넓고 입체적인 해석을 이어간다. 3부작 '불평등' 시리즈의 마지막, 다음 책도 기대된다.

  • 눈보라
    강경수 (지은이) | 창비 | 2021년 1월 "강경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목소리"

    하얗고 빛나는 털을 가진 북극곰 '눈보라'는 눈보라가 몰아치던 날 북극에서 태어났다. 빙하가 녹아 사냥이 어려워진 눈보라는, 굶주림에 쓰레기통을 뒤지며 살게 되고 급기야 인근 마을에까지 먹이를 구하러 내려온다. 거대한 북극곰에 위협을 느낀 마을 사람들은 사냥꾼을 불러 눈보라를 몰아내지만, 몸에 흙을 바르고 다시 마을을 찾은 눈보라를 판다로 알고는 반갑게 맞아들인다.

    지구촌 곳곳에서 힘겨운 삶을 이어 나가는 어린이들의 현실을 그린 <거짓말 같은 이야기>, 인간의 다양한 속성과 모순을 경쾌하고 감각적인 이야기로 풀어낸 <꽃을 선물할게>에 이은 강경수 작가의 새 그림책 <눈보라>는 기후 변화 문제와 우리 사회에 대한 풍자를 굶주린 북극곰 이야기에 담았다. 몸에 바른 흙이 벗겨져 다시 쫓기는 눈보라, 때마침 내리는 함박눈 덕분에 하얀 '눈보라'는 총알을 피해 눈보라 속으로 사라져간다. 녹아가는 빙하,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 '눈보라'가 사라진 하얀 지면... 울컥, 눈물이 솟고 가슴이 뜨거워진다.

  •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핍 윌리엄스 (지은이), 서제인 (옮긴이) | 엘리 | 2021년 1월 "사전에서 누락된 여성의 언어를 복원하다"

    세상의 모든 단어가 있는 곳. 말을 배우는 중인 에즈미에게 아빠가 일하는 '옥스포드 영어 사전' 편집실은 요술 램프를 연상케 하는 '마법의 장소'다. 유치원 대신 편집실에서 놀던 에즈미가 처음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은 'Bondmaid'라고 쓰인 단어 쪽지가 떨어진 것을 발견하고부터였다. '세상의 모든 단어는 전부 사전에 실리는 걸까, 그렇지 않다면 사전에 실리지 않은 단어들은 어떻게 될까.' 아이의 질문에 아빠는 사전 편집자의 일이란 단어 사용에 대한 '합의'를 찾아내는 것이며, 사전에 싣지 않은 단어는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 단어이므로 잊혀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머지않아 아이는 깨닫는다. "어떤 단어들은 다른 단어들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사전에 실을 단어와 싣지 않을 단어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모두 영국인 백인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과 그렇게 사전의 권위에서 밀려난 단어들은 주로 여성들의 단어라는 것을. 에즈미는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일을 시작한다. '잃어버린' 여성들의 단어를 수집하는 일을. "단어들이 남성과 여성에게 서로 다른 것을 의미할 수 있을까?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그 단어들을 정의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일이 가능할까?" 작가가 책을 통해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이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틀이자 우리를 정의하는 도구인 '단어'. 우리가 모르는 사이 잃어버린 단어들의 이름을 다시 호명하고 복원하는 책.

  • 디 앤서
    뉴욕주민 (지은이) | 푸른숲 | 2021년 2월 "투자의 답을 듣고 싶은 이들에게"

    "주식 뭐 사면 돼?" 요즘 주식 종목 추천을 요청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누구보다 재테크 책도 많이 읽을 테고 저자들에게 직접 물어볼 기회도 있지 않겠냐는 것. 서점의 경제경영서 담당이라는 이유로 이 정도니 세계 금융의 중심 월스트리트에서 트레이더로 일하는 저자에게는 오죽할까. 종목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은 주로 오늘 산 주식이 내일은 오를지, 오늘 판 주식이 내일은 떨어질지를, 언제 다시 위기(찬스)가 올지를 묻는다. 자신들의 기대와 바람을 묻는 것. 저자는 그런 물음들에 답이 있을 리 없다는 대답을 이 한 권의 책으로 대신한다.

    현직 트레이더의 매매 전략과 포트폴리오를 참고하고 싶다면 이 책은 동문서답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신 저자는 정글 같은 현장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금융 위기에 대한 기억, 최악의 실수 등은 물론 천재 동료들의 모습, 업계에 들어와 잃은 것과 얻은 것 등 트레이더로서의 삶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빈틈없는 분석, 빠른 판단력, 시장 심리에 대한 이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철저한 투자 원칙이 요구된다고 말하는 저자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 뉴욕에서 보내온 이 짧지 않은 대답에 귀를 기울여 본다.

2.52021
  • 듄 신장판 1~6 세트 - 전6권
    프랭크 허버트 (지은이), 김승욱 (옮긴이) | 황금가지 | 2021년 1월 "전설적인 SF 명작, 양장본 전집으로 재출간"

    사막 행성인 '아라키스'를 무대로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창조해, '스타워즈', '스타크래프트', '왕좌의 게임',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를 비롯한 전세계 서브컬처에 강렬한 영감을 선사한 <듄>을 신장판 전집으로 만난다. 반양장 18권으로 출간되었던 구판을 새로운 표지와 장정의 양장 6권 세트로 재구성했고, 원본 대조 작업을 통해 번역도 전면 개정되었다.

    책 속의 우주는 독자들에 의해 현실로 확장되었다. USGS(미국 지질조사국) 우주과학센터가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의 평원 등 각종 장소에 <듄>에 등장하는 행성 이름을 명명해 화제가 되었고, 천문학자 칼 세이건도 열렬한 애독자임을 고백하며 "치밀하게 짜여진 구조와 낯선 사회를 이해할 만한 세부 내용이 매우 풍부하게 묘사되어, 내가 미처 비판할 틈도 없이 빠져들게 만들었다"고 극찬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영향력을 끼친 SF"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SF". 더이상 어떤 수식어가 필요할까. 고전의 반열에 올라선 전설적인 SF 대작의 재출간을 기쁜 마음으로 알린다.

  • 주식의 시대, 투자의 자세
    김동환, 김한진, 윤지호 (지은이) | 페이지2(page2) | 2021년 2월 "조바심은 투자의 적이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주식의 시대다. 2월 5일자 알라딘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10위 안에 주식 책이 9권이다. 종합 베스트셀러 1위도 주식 책이다. 전작 <경제 트렌드 2019>, <빅히트>를 잇는 경제 대전망 시리즈인 이 책의 제목도 아예 '주식의 시대'가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주식 하는 사람들에게만 유효한 책은 아니다. 유동성 확대와 연준의 스탠스, 바이든 정부의 정책과 미중관계, 기술혁신과 새로운 생태계 등 책에는 삼프로TV 김동환 의장을 위시한 세 명의 전문가가 바라보는 2021년 경제 전반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실려 있다.

    물론 책의 삼분의 이를 차지하는 경제 전망들은 주식투자자의 시선에서 쓰였다. 김동환 의장은 말한다. "주식투자는 세상의 변화와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라고. 그러나 그 모든 뉴스로부터 냉정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보다 중요한 것은 책의 나머지 삼분의 일을 채우고 있는 '투자의 자세'다. 그는 "주식투자는 평생 하는 것"이라 강조하며 투자자들의 마음을 다잡는다. 충분한 시드머니가 있을 때 시작해도 늦지 않으며, 중요한 일을 앞뒀다면 투자를 잠시 쉬라는 말과 함께. 유념하자. 조바심이야말로 투자의 가장 큰 적임을.

  • 트릭 미러
    지아 톨렌티노 (지은이), 노지양 (옮긴이) | 생각의힘 | 2021년 2월 "김금희, 강화길, 이슬아, 이길보라 추천!"

    세계는 점점 더 빠르고 예측할 수 없이 흘러간다. 이 거칠고 센 물살 속에서 누구는 즐기고 누구는 순응하며 누구는 저항하다 가라앉아버린다. 지아 톨렌티노는 물살에 휩쓸리는 와중에 눈을 부릅뜨고 주변을 살핀다. 이곳은 어디쯤이며 우리는 왜 휩쓸리고 있고 자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는 밀레니얼 세대의 여성들이 몸을 담그고 있는 이 세계에 대한 명철한 분석을 보여준다.

    읽는 동안 자주 창피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나 자신에 대해서이기도 이 세계에 대해서이기도 했다. SNS가 만들어낸 끝나지 않는 자아 연기의 무대, 자본주의하에서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개인의 상품화, 과대광고처럼 포장된 결혼 등의 문제에 대해 톨렌티노는 얄짤없이 왜곡된 구석들을 까발린다. 아닌 척하면서도 은근슬쩍 따르던 SNS 세계의 문법과 못 본 척하고 있던 세계의 어떤 위선들이 서늘한 문체로 눈앞에 따박따박 놓일 때, 얼굴이 빨개지지 않을 독자가 있을까? 이 책은 약간 미친 세계와 자신을 모두 돌아볼 거울이 될 것이다.

  • 움베르토 에코 특별판 박스 세트 - 전2권
    움베르토 에코 (지은이), 박종대, 이세욱 (옮긴이) | 열린책들 | 2021년 1월 "소장 가치 높은 움베르토 에코 한정판 세트"

    움베르토 에코는 로마의 시사 잡지 『레스프레소』에 오랜 기간 '미네르바 성냥갑'이라는 칼럼을 꾸준히 써왔다. 그가 집필한 수백 편의 칼럼 중 일부를 모아 이미 몇 권의 책으로 출간된 바 있다. 움베르토 에코가 2016년에 타계한 후 출간된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은 가장 최신의 글 55편을 엮은 책이다.

    에코는 현 사회 현상을 '정체성 위기와 가치 혼란에 빠져 방향타가 되어 줄 기준점을 상실한 유동 사회'라고 진단한다. 총 7개의 장에서 인터넷 세상, 철학, 종교, 인종주의 등, 우리 사회의 단면들을 다각도로 들여다보며 특유의 지성과 유머로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던진다.

    알라딘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특별판 세트는 신작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과 대표 에세이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을 새로운 디자인의 표지로 입히고 하드 케이스를 더해 소장 가치를 높였다.

2.92021
  • 착해야 하나요?
    로렌 차일드 (지은이), 장미란 (옮긴이) | 책읽는곰 | 2021년 2월 " '찰리와 롤라' 로렌 차일드 신작!"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로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을 수상한 '찰리와 롤라' 시리즈의 로렌 차일드 작가가 그려낸, 새로운 남매 이야기. 오빠 유진은 착한 아이이다. 일찍 자고, 손도 잘 씻고, 채소도 잘 먹고, 토끼장 청소도 늘 유진이 한다. 부모님은 유진에게 착한 아이 배지까지 달아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점심으로 나온 브로콜리를 억지로 먹던 유진은 궁금해졌다. 왜 제시는 브로콜리도 먹지 않고, 토끼장 청소를 한 번도 안 할까? 왜 제시는 밤늦게까지 초코 과자를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는 거지? 도대체 '착한 아이가 되어 봤자 좋을 게 뭐람?'

    '착한 아이' 유진은 고민스럽다. 착하고 바르게 행동하는 것은 나인데, 왜 제시는 항상 즐겁고 나는 속상할까? 유진은 '착한 아이 파업'을 선언하고 제시처럼 행동하기로 마음먹는다. 음, 그런데 여전히 답답한 이 기분은 뭐지? 로렌 차일드는 특유의 세련되고 유머 넘치는 표현으로 유진과 제시 남매의 일상을 그려내며, 주변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착한 아이'라는 틀에 자신을 끼워 맞추기보다는 '나답게' 사는 것이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어른들이 놓치기 일쑤인 '착한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여준다.

  • 긴긴밤
    루리 (지은이) | 문학동네 | 2021년 2월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코끼리 고아원에서 자란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코뿔소. 안락한 코끼리 고아원을 나와 험난한 세상으로 발을 내디딘다. 자유와 행복을 맛보고 다시 동물원에 갇힌다. 그곳에서 어린 펭귄과 조우한다. 펭귄과 코뿔소는 동물원을 나와 반드시 가야 할 곳 '바다'로 향한다.

    코뿔소는 코끼리들의 보살핌과 관심 덕분에 세상으로 향할 용기가 생겼다. 알을 깨고 나왔을 때부터 주변에 펭귄은커녕 커다란 코뿔소밖에 없던 아기 펭귄은 코뿔소가 전해주는 이야기와 온기가 아니었다면 바다로 향해야 한다고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친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동떨어져 지내는 와중이다. 하물며 생김새가 비슷한 사람끼리도 치고받고 싸운다. 그 틈에서 피어나는 건 온기가 아니라 한기다. 코뿔소와 펭귄의 우정은 뻔하지만, 연대가 무엇인지 되묻는다. 어떤 일들은 "기대서 걸으면 큰 문제가 아니"다.

  •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
    정여울 (지은이)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2월 "정여울이 나누는 따뜻한 심리 이야기"

    1일 1페이지 시리즈가 한 차원 도약을 했다. 시리즈의 앞선 도서들이 매일 한 장씩 지식을 전해줬다면, 이번 책에서는 마음을 보듬어준다. 더욱이 날마다 곁에서 조곤조곤 상처를 치유해 줄 이가 정여울이라니, 기획과 저자의 찰떡같은 만남이다.

    1일 1페이지 시리즈의 특이점, 요일별 주제 구성은 이번 책에서도 이어진다. 심리학의 조언, 독서의 깨달음, 일상의 토닥임, 사람의 반짝임, 영화의 속삭임, 그림의 손길, 그리고 대화의 향기. 한 페이지 분량의 이 글들이 꼭 요일별로 다른 코너로 돌아오는 라디오 프로그램 오프닝 같기도 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기다릴 필요 없이 원하는 주제의 글들을 먼저 뽑아 읽을 수 있다는 것. 순서대로 읽든 주제별로 읽든, 이 책은 날마다 마음의 온도를 따끈하게 맞춰줄 것이다.

  • 엔드 오브 타임
    브라이언 그린 (지은이), 박병철 (옮긴이) | 와이즈베리 | 2021년 2월 "브라이언 그린, 우주의 시작과 끝"

    책을 여행에들 많이 비유한다. 책 속의 공간적 배경이 실제 내 현실과 달라서도 그렇지만, 사실 탈 현실적 감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이유는 시각의 줌 인 혹은 줌 아웃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일상을 살 때 보이지 않던 작은 세계에 현미경을 댄 듯 확대하거나 인간이 점으로 보일 때까지 축소하여 거시적 진실을 보여주는 책을 읽고 현실로 돌아오면, 모든 게 낯설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이 책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광각 렌즈를 장착했다. 브라이언 그린은 이번 책에서 우주의 탄생부터 종말까지를 다룬다.

    초끈이론을 대중에게 설명하던 이 과학자는 이제 광활한 우주의 시공간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찾는다. 그는 우주 대폭발의 순간부터 우주 마지막 순간까지의 여정을 안내하면서 생명체는 어떻게 생겨났는지, 인간의 의식은 어떻게 진화했는지, 영원을 향한 인간의 갈망은 어떻게 발현되어 왔는지 살핀다. 철학과 과학의 경계가 불분명한 이 책의 추천사에 한정훈 교수는 "이제 그는 철학자, 역사학자, 사상가의 지위에 도전한다."고 썼다. (만물의 무상함 앞에서 이런 구분도 무의미하겠지만) 그는 이번 책으로 새로운 반열에 올라선 것 같다.

2.162021
  •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빌 게이츠 (지은이), 김민주, 이엽 (옮긴이) | 김영사 | 2021년 2월 "빌 게이츠가 제안하는 위기 탈출 솔루션"

    '나부터' 실천이 중요하다고 되뇌다가도, 매일 쏟아져 나오는 플라스틱 상품들 앞에서 내가 고작 일회용 빨대를 쓰지 않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가죽 제품을 쓰지 않고 되도록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식사를 하다가도 셀럽의 복스러운 먹방 한 번에 육류 소비량이 껑충 뛰는 것을 보면 달리는 매머드를 잡아 세우려는 개미가 된 기분이다. 개인의 노력을 평가절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개인의 노력이 더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조금 더 큰 바람이 불어줬으면 하는 것이다. 전 지구적으로, 초국적으로. 빌 게이츠의 해법이 그 길을 터줄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희망이 엿보인다.

    그가 이 책에서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은 현재 연 탄소 배출량 510억 톤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능한 일일까? 가능성이 없다면 이 책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해결책의 핵심엔 (어쩌면 당연하게도) 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그는 분야별로 필요한 기술을 짚고, 결론적으로는 기술을 둘러싼 정부-기업-개인의 역할을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으로 명시한다. 10년 동안 연구한 내용을 소상히 담기에 책 한 권은 제한적이지만 적어도 기후재앙 앞에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한 명확한 틀을 제공하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빌 게이츠는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을 던졌고, 이 책의 효용 가치가 누군가들의 서재 한쪽을 장식하는 데서 끝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버블 : 부의 대전환
    존 D. 터너, 윌리엄 퀸 (지은이), 최지수 (옮긴이)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1년 1월 "버블의 생애와 투자의 미래"

    팬데믹 이후 큰 수익을 기록 중인 동학개미들, 이제 막 주식을 시작한 주린이를 막론하고 모든 투자자들이 내일의 주가보다 더욱 궁금해하는 것이 있다. 바로 이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예측과 전망이다. 그것은 빨리 돈을 벌고 싶은 마음 한편으로 잘나가던 주식시장이 갑자기 상승을 멈추고 폭락장으로 돌변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부동산은 또 어떤가. 영끌을 해서라도 내 집 마련을 해야겠다 싶으면서도 내가 사고나면 집값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떨칠 수가 없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장기적으로는 늘 우상향해 왔다는 사실도 우리를 안심시키기엔 역부족이다. 그렇다. 우리는 버블 붕괴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책은 버블을 '가능한 범위를 뛰어넘는 상향세를 보이다가 결국엔 무너지는 가격 움직임'으로 정의한다. 지금의 시장이 '가능한 범위를 뛰어넘는 상향세'라고 판단한 우리는 '결국엔 무너지는' 그 시점이 궁금해 오늘도 전문가들의 전망을 찾아 유튜브를 헤맨다. 그러나 버블 속에서는 그 누구도 버블임을 알 수 없다. 그래서 책은 역사적 관점으로 문제에 접근한다. 300여 년의 경제사를 관통하며 버블의 정의, 특징, 생성 원리 등을 파헤치고 버블 붕괴 전후로 어떤 움직임들이 있었는지 함께 살펴본다. 물론 여전히 예측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의연해질 수는 있다. 버블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용기, 투자란 심리를 이해하는 일이라는 확신과 함께.

  • 검은 노래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지은이), 최성은 (옮긴이)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2월 "시인의 서랍에서 발견된 첫 시집 이전의 시"

    <끝과 시작>으로 우리를 만난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작을 만난다. 1945년 <단어를 찾아서>라는 시로 등단 후 1952년 첫 시집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를 출간하기까지, 시인의 초기작은 발표되지 않고 오랜 시간 책상 서랍에 머물렀다. "솟구치는 말들을 한마디로 표현하고 싶었다. / 하지만 어떻게?" (<단어를 찾아서> 中) "무서운 신의 분노처럼, 피 끓는 증오처럼." 화산 같은, 바로 그 단어를 찾기 위해 골몰한 시인의 처음이 담긴 말들. 폴란드의 작은 마을에서 젊은 시인이 경험했을 전쟁의 참화, 인간다움을 파괴하는 자들을 향한 날이 선 분노, 우리가 사랑하는 쉼보르스카의 시작점에는 그의 시를 더 깊게 읽을 수 있는 열쇠가 놓여 있다.

    쉼보르스카의 미발간 초기 원고에 시인의 정규 시집에 수록된 시 중 국내에 번역, 소개되지 않은 작품을 연대별로 더했다. 젊고 열렬한 쉼보르스카의 말부터 간결하고 명징한 유머로 가득한 원숙한 쉼보르스카의 말까지, 타계 후 비로소 찾아온 쉼보르스카의 시작. 삶의 순간을 응시하는 시인의 시간으로 세상을 본다.

  • 동의
    바네사 스프링고라 (지은이), 정혜용 (옮긴이) | 은행나무 | 2021년 2월 "프랑스 문단 미투 운동의 신호탄이 된 책"

    3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야 했다. 그것은 '동의'가 아니었고, 그것은 '사랑'이 아니었으며, 그것은 한 인간을 파괴하는 '폭력'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바네사 스프링고라의 자전 소설 <동의>는 30년 전, 13세 소녀가 당한 50대 유명 작가 가브리엘 마츠네프의 성 착취를 폭로하며 프랑스를 뒤흔들고, 독자들의 뜨거운 지지와 연대 속에 미투 운동의 신호탄이 되었다. 스스로를 희생자라 자각하지 못하고 완전히 무너져내린 시간들을 딛고, 작가는 고발한다. '청소년의 자기 해방'을 지지한다며 유려한 언어로 당당히 항변한 마츠네프, '위대한 작가에게는 뮤즈가 필요하다'며 그를 자유분방한 문화의 상징으로 찬탄한 문화예술계, '금지를 금지한다'라는 68혁명의 기치에 젖어 모든 것을 방관한 프랑스 사회를.

    "그 아이는 동의했어."라는 범죄자의 말. 스프링고라는 어떻게 10대의 자신이 그에게 완벽히 설득당했는지를 냉정히 밝히며 '동의'라는 개념이 얼마나 위태로운 것이고 여러 각도로 살펴져야만 하는 것인지 역설한다. 사람들의 비난을 단 하나의 특별한 사랑이 필연적으로 가지는 극적인 요소로 치환시켜 소녀를 세뇌하고, 가족과 친구를 비롯해 한 아이의 일상을 구성하는 모든 것을 하나 하나 떨어뜨려 오직 자신만이 존재하도록 조종한 과정을.

    한때 문학을 사랑했던 소녀는 한동안 '책'을 믿지 못했다. 그러나 수십 년이 흘러 모든 것을 이해했을 때, 스프링고라는 침묵하지 않기로 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정말로 그의 모든 행위에 동의한 것이 되어버리므로. 책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한때 마츠네프의 책을 출간하기까지 했던 출판사의 대표가 된 스프링고라는 결심한다. "사냥꾼이 쳐놓은 올가미로 사냥꾼을 잡"겠다고. 그의 무기인 글을 사용해 그를 책 안에 가두고 "오래전에 빼앗긴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삶의 주체를 되찾아오겠다고.

2.192021
  • 부의 진리
    이영주 (지은이) | 원앤원북스 | 2021년 2월 "평생 팔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국민 대장주 삼성전자가 칠만 팔만을 넘어 십만전자로 등극을 앞둔 바로 그 시점, 한 일이십 년 묵혀 두면 못해도 10배는 오르겠지 하는 생각에 삼성전자 주식을 샀던 사람들은 주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자 마음이 초조해진다. 그 중 일부는 이미 손절한 상태다. 오래 전부터 수익을 내던 투자자들도 이 정도 선에서 수익을 취해야겠다며 주식을 팔아 버린다. 차라리 이걸 샀어야 하는데 하며 상한가를 기록 중인 주식들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온다는 것을 알지만, 일이십 년 묵혀 두겠다던 초심은 이미 온데간데없다. 저자는 그런 사람들은 삼성전자를 사면 안 된다고 설득한다. 감탄고토(甘呑苦吐)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기업과 주식의 성장에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채널명은 '연금박사'로, 그가 주식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당장 돈이 급한 게 아니라면 연금처럼 마지막까지 놔둬 보자는 것, 매일 잔고를 확인하며 일희일비하지 말고 '주주'가 되는 것에 집중하자는 것이 저자의 주된 당부다. 많은 투자 선배들도 말하지 않는가. 단타에 소질이 있다면 그렇게 하라고. 그러나 그렇게 성공한 사람은 드물다. 투자에 정답은 없지만, 아예 평생 팔지 않을 생각으로 투자에 임하자고 강조하는 그의 말에 우리는 수긍할 수밖에 없다. 주주가 되는 것은 주식의 본질 아니던가. 투자의 본질에 천착하는 이러한 마음가짐이 비단 주식투자에만 요구되는 건 아닐 것이다. 책의 제목이 주식의 진리가 아니 부의 진리인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 음악의 언어
    송은혜 (지은이) | 시간의흐름 | 2021년 1월 "우리의 삶이 음표에 스미는 순간"

    '동네 음악 선생' 송은혜의 첫 책. 한국과 미국, 프랑스에서 오르간, 하프시코드, 음악학, 피아노, 반주를 공부했고 지금은 프랑스 렌느 음악대학과 렌느 시립음악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연주자, 지휘자 등의 입장이 아닌 음악을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에서 들려주는 음악 이야기. 아직은 음악을 잘 알지 못하는 우리의 입장을 그는 이미 알고 있다.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할 정도로 지적인 이야기를,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담긴 다정한 목소리로, 무엇보다 음악이라는 아름다운 언어로 함께 대화를 나누고 싶은 애정을 담아 전한다. 슈만의 환상곡과 함께 '그가 마주한 근원적 슬픔에 동참' (95쪽)하는 아름다운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은 그 마음처럼.

    그리하여 그가 전하는 이야기는 음악의 언어로 번역된 우리 삶의 이야기. "우리는 모두 다르게 생겼고, 다른 성격을 가졌으며 다른 삶을"(80쪽) 살기 때문에 자신만의 시간에 충분히 집중해도 된다는 말. "서둘러 지나온 길의 풍경은 금세 잊히기 마련이니까" (98쪽) 시간이 조금 더 걸려도 된다는 말. "매일의 삶이 만드는 변주를 견디다보면 언젠가 독특하고 풍성한 변주곡의 마지막 장을 감사히 덮을 날"(124쪽)이 올 거라는 말. 좋은 문장과 좋은 음악과 함께라면 어쩐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품게 한다.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등을 통해 (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ZBSsp5eRJ1QasYzAQgEY-82PM_4mZjAh ) 책이 소개하고 있는 음악과 함께 '음악의 언어'를 경험할 수 있다.

  • 알폰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
    장우진 (지은이)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2월 ""나는 사람을 위한 그림을 그리길 원한다""

    전설적인 연극배우 사라 베르나르를 그린 연극 포스터. "파스텔 톤의 투명한 색채와 명암으로 채워진 포스터는 비잔틴식 모자이크로 이루어진 배경과 화려한 중세풍의 의상으로 이국적이면서도 장식적인 느낌을 주었다. 평면적인 배경과 장식은 사색에 빠진 듯한 사실적인 얼굴과 대비되어 신비감을"(69쪽) 더했다. <지스몽다>의 포스터가 파리의 광고 선전탑에 걸린 이후 이 도시는 그림 속 예술가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한 여성 예술가의 예술적 감수성, 관능적임, 단호함 등을 날렵하게 포착해 낸 알폰스 무하의 독창적인 일러스트. 무하는 연극 포스터, 도서 삽화, 광고물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며 그의 예술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체코 출신 작가 알폰스 무하의 이야기. 아르누보 양식이 가미된 특유의 이미지의 화풍은 그의 이름이 낯선 이들에게도 익숙하게 다가갈 듯하다. '어디서 본 듯한' 그의 그림뿐 아니라, 알폰스 무하라는 화가 자체에 대한 호기심까지 생겨난 관람객에게 선사하는, 풍부한 도판과 친절한 도슨트가 결합된 손 안의 미술관 한 권. "나는 예술을 위한 예술보다 사람을 위한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기를 원한다."고 말한 한 예술가의 삶과 예술을 통해 '무하 스타일'을 만난다.

  • 경양식집에서
    조영권 (지은이), 이윤희 (그림) | 린틴틴 | 2021년 1월 "<중국집>의 저자이자 피아노 조율사의 경양식집 이야기"

    피아노 조율사와 중화요리 맛집의 오묘한 조화로 화제가 되었던 2018년작 <중국집>. 전작에서 전국 곳곳의 중국집 40여 곳을 알차게 소개한 조영권 작가가 이번에는 흥미로운 경양식집 이야기로 돌아왔다.

    피아노 조율사인 그는 방방곡곡을 다니며 본업은 물론, 맛집 탐방이란 취미도 병행하면서 작은 즐거움으로 가득한 삶을 영위해왔다. 첫 책 출간으로부터 2년이 흘러 그의 조율 인생, 맛집 탐방 인생은 올해로 28년째. 이번 신작 <경양식집에서>를 통해 28년 동안 맛보고 기록해온 경양식집 리스트를 공개한다. 맛집 소개와 에세이를 적절히 아우르는 이 책은 <열세 살의 여름>의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이윤희의 만화가 더해져 읽을거리 볼거리를 풍성하게 제공한다. 피아노 조율사의 일상, 수프와 빵, 메인, 디저트로 구성된 경양식의 디테일한 설명과 사진, 경양식집 주인장과의 인터뷰. 모든 것이 조화롭고, 훈훈하며, 맛깔난다.

2.232021
  • 두 번째 엔딩 (양장)
    김려령, 배미주, 이현, 김중미, 손원평, 구병모, 이희영, 백온유 (지은이) | 창비 | 2021년 2월 "<아몬드>, <유원> 의 그 아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동생 천지가 떠난 이후 남겨진 언니 만지. (김려령, <우아한 거짓말>) 비극적인 사고로 가족을 잃었으면서도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 (손원평, <아몬드>) 대견한 '이불 아기'가 아닌 진짜 나를 조금씩 찾아 나서는 유원. (백온유, <유원>) 그때 그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김려령, 배미주, 이현, 김중미, 손원평, 구병모, 이희영, 백온유 등의 작가가 다음 이야기를 들려준다. <모두 깜언>에서 <페인트>까지 창비 청소년문학으로 소개된 이후 소설을 읽는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에게 고른 사랑을 받은 작품들 속 그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

    늘 외로웠을 천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만지에겐 '언니의 무게'가 남았다. 천지의 죽음을 힘들어하는 미라를 보며 '동생을 아프게 한 아이가 괴로워하는데 왜 자신이 속상한지'를 고민해야 하는 아이. 화연에게 힘들어도 버티라고, 내 동생 때문에 너까지 죽었다는 말 나오면 내가 따라가서 가만 안 둘 거라 다짐하는 아이. (김려령, <언니의 무게>) 제 무게를 감당하며 앞으로도 꿋꿋이 걸어갈 만지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 첫 번째 이야기를 알고 있어도 좋고, '두 번째 엔딩'을 아주 새로운 이야기로 접해도 좋다. 이야기 속 아이들. 외롭고, 다정하고, 사려 깊고, 경쾌하고, 용기 있는. 이야기 속 모든 주인공이 늘 잘 지내길 바라는 그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기에.

  • 글쓰기에 대하여
    마거릿 애트우드 (지은이), 박설영 (옮긴이) | 프시케의숲 | 2021년 3월 "마거릿 애트우드, 작가가 서 있는 위치"

    '애트우드'와 '글쓰기', 이 조합 만으로도 구매 페이지로 직행할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더 설명이 필요할까 싶긴 하지만 굳이 사족을 붙여보자면, 이 책은 애트우드가 서문에서 밝히듯 작법서는 아니다. 그보다 글을 쓰는 일에 대한 그의 통찰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대가에게서 듣는 그 분야의 이야기에는 언제나 깊은 동굴 같은 통찰이 있다. 이 책에서 역시 기대하는 지점을 실망 없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쓰는 작가의 자아와 생활인의 자아를 닮은 꼴로 두고 풀어나가는 '작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 예리한 질문으로 논리를 매섭게 찔러대며 이끌어가는 예술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감탄과 동시에 '그래, 지금 애트우드의 글쓰기 책을 읽고 있지.' 같은 새삼스런 자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여섯 번의 대중 강연을 글로 옮겨 출간되었다. 그래서 읽다 보면 소규모 강의실에서 조곤조곤한 교수님의 강의를 듣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강의가 끝나면 시간을 밀도 있게 채운 뒤의 포만감이 느껴질 것이다.

  • 제프 베조스, 발명과 방황
    제프 베조스 (지은이), 이영래 (옮긴이), 월터 아이작슨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2월 "무엇이 그를 움직이게 하는가?"

    2020년 4분기, 아마존은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1천억 달러를 돌파했다. 1994년 창업 이래 27년 만의 일이다. 그들의 이 거침없는 행보는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쇼핑의 호황 덕으로 설명하기엔 역부족이다. 절반 이상의 매출이 클라우드 사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바로 그 AWS를 이끌고 있는 앤디 재시(Andy Jassy)가 올 3분기 중 아마존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를 예정이다. 그렇다면 창업자이자 현 CEO인 제프 베조스는 어디로 가는가? 베조스는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사회 회장직으로 물러나 신규 사업에 관심을 쏟을 것이라 밝혔다. 자신이 소유 중인 우주 사업(블루오리진)과 언론(워싱턴포스트)에 집중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는 왜 CEO에서 물러나기로 결심했는가? 그의 진짜 행보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대신 우리는 베조스가 남긴 말과 글을 통해,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가 사업을 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는 엿볼 수 있다. 책에는 23년 치 주주서한과 함께 어린 시절부터 아마존 창업, 그리고 최근의 우주 사업까지 베조스가 직접 들려주는 여러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를 통해 베조스의 사업 철학과 미래에 대한 소회를 읽을 수 있다. CNN 회장을 지낸 세계적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은 38페이지나 되는 짧지 않은 서문에서, 제프 베조스는 자신이 전기를 쓴 스티브 잡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같은 반열에 든다고 자신한다. 자 이제 살아있는 전설을 만날 시간이다.

  • 공원에서
    앤서니 브라운 (지은이), 공경희 (옮긴이) | 웅진주니어 | 2021년 2월 "앤서니 브라운이 전하는 공감의 마법"

    매사에 걱정 많은 어머니와 외로운 남자아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울적한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위로하고 싶은 여자아이. 도시 외곽의 어느 공원에서 네 사람이 마주친다. 어머니는 공원에서도 걱정과 편견에 사로잡혀 일찍 자리를 뜨고, 억지로 몸을 일으켜 공원에 나왔던 아버지는 벤치에 앉아 활기차게 뛰어다니는 강아지를 부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두 마리 개와 아이들은 금세 마음을 열고 함께 어울려 논다. 공원은 놀이동산으로 변하고, 헤어지는 시간은 아쉽고 또 따뜻하다.

    <공원에서>는 네 명의 화자가 1인칭 시점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 가는 구성이다. 넷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한때를 보내지만 각자 그 시간을 다르게 기억한다. 우리는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으면서도 타인을 경계하거나 무심히 대할 뿐 소통하지 않는 어른의 모습에서 관계의 단절과 소외, 타인에 대한 편견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런 현실의 어둠을 조건 없는 우정과 순수한 놀이의 기쁨으로 밝히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얻는다.

2.262021
  • 반지의 제왕 1~3 + 호빗 세트 - 전4권
    존 로날드 로웰 톨킨 (지은이), 김보원, 김번, 이미애 (옮긴이) | arte(아르테) | 2021년 2월 "새롭게 태어난 판타지 문학의 걸작"

    수많은 독자들이 손꼽아 기다린 <반지의 제왕 + 호빗> 신장판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크리스토퍼 톨킨이 개정에 참여해 2014년 하퍼콜린스에서 출간한 '60주년 기념판'을 기초로 하여, 해당 판본에 추가되거나 수정된 내용을 반영했고 '톨킨 번역지침'에 따라 번역을 대대적으로 다듬었다. J. R. R. 톨킨이 직접 그려 디자인했던 초판본 표지 일러스트를 반영한 표지에, 가운데땅 지도를 부록으로 수록하여 톨킨의 우주를 다시 한번 탐험하기 위한 채비를 갖출 수 있다.

    우리의 유년에서 <반지의 제왕>이 차지하는 지분은 어느 정도일까. 감히 세계관의 근간을 차지하는 정도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올해는 마침 영화 '반지 원정대' 개봉 20주년이기도 하다. 4K 고화질 버전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차례로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하니, 이 축제의 준비물을 지참하시길 바란다. (<실마릴리온>, <후린의 아이들> 개정판과 <끝나지 않은 이야기>, <베렌과 루시엔>, <곤돌린의 몰락>도 국내 초역으로 소개될 예정이라고 하니 J. R. R. 톨킨 저자 '신간알리미'를 신청해두셔도 좋겠다.)

  • 일본의 굴레
    R. 태가트 머피 (지은이), 윤영수, 박경환 (옮긴이) | 글항아리 | 2021년 2월 "무엇이 일본을 그렇게 만들었는가"

    일본의 정치, 경제는 왜 그렇게 경직되어 있을까. 그들의 독특한 성문화와 오타쿠 문화는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그들은 뭐가 그렇게 외롭고 가식적인가. 일본이 여전히 미국에게 아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정적으로, 일본은 왜 우리를 침략하고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는가? 태평양전쟁 당시 필리핀에서 일본군의 습격을 받았던 미국인 아버지, 그 아버지 덕에 일본에 정착해 국제정치경제 전문가로 40년 이상 일본을 겪어 온 저자 태가트 머피는, 에도 시대 이전부터 아베 정권에 이르는 천여 년의 역사를 개괄하며, 일본에 대한 그 모든 물음의 답을 역사적 맥락에서 찾는다.

    저자는 반면교사로서의 교훈 외에도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많다고 말한다. 특히 전 세계가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일본에 대한 이해가 시급함을 역설한다. 그 결과가 좋든 나쁘든 인구 고령화와 장기 불황을 가장 먼저 겪으며 20여 년간 싸워 온 경제대국으로서의 일본의 모습은 이제 막 같은 문제를 겪는 나라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물론 일본에 대한 이해가 동정과 연민으로 이어져 그들의 지난 과오마저 정당화될 순 없겠다. 책을 읽는 모두, 특히 우리 한국인의 마음이 전해져 일본 스스로의 이해와 반성이 뒤따르길 염원해 본다.

  •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은이) | 문학동네 | 2021년 2월 "『네이처』가 주목한 천문학자 심채경 에세이"

    2019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과학 학술지 『네이처』가 아폴로 11호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미래의 달 과학에 기여할 차세대 과학자로 천문학자 심채경을 지목했다. 이 책은 20여 년간 우주를 동경하고, 우주의 현상을 연구해온 천문학자 심채경의 첫 에세이로, 일상 속 과학과 과학자의 일상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 천문학자가 우주를 사랑하는 다양한 방식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이 아닌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저자가 동경하는 이 사람들이 곧 저자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과학 용어와 과학적 지식 정보가 등장하지만 그보다 과학자의 시선과 과학자의 삶에 포커스를 맞추어 이야기를 이어간다. 교양 과목 '우주의 이해' 수강생들이 우주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성실하게 안내하고, 연구실에 홀로 남아 연구에 집중하는 근사한 밤들을 즐긴다. 타이탄과 달과 수성을 누비며 우주의 놀라운 비밀을 파헤치다가도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가 소행성에서 일몰을 몇 번이고 보려면 의자를 어느 방향으로 당겨야 하는지에 대해서 골몰한다.

    대한민국 과학자로서의 삶의 이야기뿐 아니라, 여성 과학자와 워킹맘으로서 어떤 편견과 차별 속에 살아가고 있는지, 비정규직 행성과학자로서 어떤 불안과 마주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도 분명하게 들려준다. 천문학자란 직업의 세계와 일상을 엿보는 일, 다정한 목소리에 이끌려 과학에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는 일은 설레면서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 스노볼 드라이브
    조예은 (지은이) | 민음사 | 2021년 2월 "<칵테일, 러브, 좀비> 조예은 장편소설"

    녹지 않는 눈은 7년 전 처음 내렸다. "다 망했으면 좋겠다. 진짜 다 망했으면." (15쪽) 생각하던 중학교 2학년 모루. 그렇다고 진짜로 세상이 망하는 걸 바라는 건 아니었는데, 6월의 함박눈이 내리며 세상은 정말로 망해버렸다. 피부에 닿자마자 발진을 일으키고 태워야만 폐기할 수 있는 '방부제 눈'이 내리는 백영. '센터'에서 눈을 치우는 일을 하는 모루는 스노볼을 남기고 실종된 이모의 흔적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그리고 그의 옆에 이월이 있다.

    세상이 망해간다고 해서 방부제 눈이 '예쁘다'라고 느낀다면 잘못된 걸까. 얼굴을 가린 마스크가 일상이 된 시대에 읽는 묘한 활력을 지닌 종말기. 좀비가 된 후에도 밥 달라고 식탁에 앉는 아버지를 둘러싼 좀비 활극 <칵테일, 러브, 좀비> 등의 작품을 통해 비틀어진 일상이 이야기가 되는 순간을 그려온 조예은의 디스토피아 SF, 미스터리 스릴러, 휴먼 드라마. '녹색의 땅'을 향해 끝없이 이어지던 영화 <매드 맥스>의 질주처럼, 서로를 발견한 모루와 이월은 달린다. "나는 도저히, 가만히 기다리는 것은 이제 못 하겠어." (213쪽) 라고 말하는 두 사람의 활기. "여전히 눈길 위로 달리기를 선택하는" 이들을 응원하면서 <우.빛.속> 김초엽 작가가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