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묶어내는 글들은 체계적인 단일저서가 아니므로, 순서 없이 아무 글이나 관심 가는 곳을 읽어도 됩니다. 다만 제 자신이 45년간의 신학 여정을 뒤돌아보니까, 흰 눈 내린 들판에 남겨진 저의 발자국처럼 동일한 향방이 보이는데, 그것을 책 제목으로 삼았습니다.
<아레오바고 법정에서 들려오는 저 소리>라고 한 것은 사도 바울이 아테네에서 복음을 전할 때(행17:22~34) 설파한, 복음진리의 그 단순성, 순수성, 진실성, 생동적 현실성이 세월이 지날수록 저의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종교성으로 치장되어가는 역사적 기독교의 모습에 대한 주제 넘는 반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거룩으로 포장된 종교의 속화 현상에 대해 저항하고픈 작은 열정의 표현이겠지요.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잘못 이해하면 감각적 현실세계에 대한 집착과 그것의 절대화를 경고하는 비유의 원뜻은 상실되고, 현상계.몸.역사공동체를 멸시하는 영지주의적 종교로 변질되거나, 반대로 감각적 현실세계와 영합하여 바알 종교가 되고 만다.
이 두 가지는 모두 기독교의 '성육신 신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이 책의 중심 화두이다. 오직 차원이 다른, 그러나 하나로 통전된 하나의 '현실적 창조세계'가 있을 뿐이다. 땅이 병들면 하늘이 병들고,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린다.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뤄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