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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이름:백상웅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80년, 대한민국 전라남도 여수

직업:시인

최근작
2012년 11월 <거인을 보았다>

거인을 보았다

그때 하필 소나기가 내렸다. 어디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충주와 상주 사이였는지, 거창과 무주 사이였는지. 발바닥에 잡힌 물집은 쓰라렸고, 배낭은 무거웠다. 나는 천이 흐르는 다리 밑으로 달려갔다. 운동화를 벗어던지고 뜨거워진 발바닥을 냇물에 담가 식히면서 커피를 끓였다. 입에 단내가 날 때까지 걷다가 지치면 아무 버스나 잡아타고 다니다가, 대충 아무 데나 내려 다시 걷기로 한 여행이었다. 내가 사라질 때까지 걷고 싶었는데, 나는 다리 밑에서 왕이 되고 말았다. 바위와 수면 위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적막도 소란도 아닌 애매한 어딘가에서 나는 적어도 비가 그칠 때까지 철저히 혼자였기에 우월했다. 그래서 미안했다. 내가 과연 혼자라는 축복을 받아도 되는 놈인지, 이토록 슬픔에 충만해도 되는 놈인지. 비가 그치고 계속 걸었다. 목적지가 어디였는지 정말로 기억이 나지 않는데, 나는 다행히 여기까지는 왔다. 시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내 안의 수많은 감정들은 아직도 작당을 한다. 그러나 나는 안다. 다리 밑에서는 시를 쓸 수 없다. 그래서 아무 데나 걸어다니면서 여기저기서 훔쳐다가 썼다. 그들과 그것들에게 고맙다. 더이상 쓸 게 없어질 때에야 나는 비를 피해 다리 밑으로 가서 왕이 되겠다. 그때까지는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서 애매하게 살고 싶다. 일 못하는 회색분자처럼.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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