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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문학일반

이름:송하선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38년, 대한민국 전라북도 김제

최근작
2022년 5월 <유리벽>

몽유록

나이 80세를 일컬어 ‘산수(傘壽)’라 한다. ‘우산이 되어주는 나이’라는 뜻의 말인 듯싶다. 우선 자식에게 우산이 되어주고, 가족에게도 우산이 되어주고, 나아가서는 국가와 사회에도 ‘우산’으로 상징되는 어른스런 행동을 요구받는 나이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내가 어느덧 80세가 되었다. ‘우산’이 될 만한 별스런 일을 한 것도 없이, 오히려 부끄러운 나이가 되고 말았다. 되돌아보니 지나온 세월이 머나먼 강물처럼 아득히 보인다. 마치 고향집 뜰의 잠자리 날개를 떠올리듯, 지나온 이승이 오히려 저승보다 아득하다. 일제 질곡의 시대에 태어나 여덟 살 때 8·15를 맞았고, 이어서 6·25를 겪었으며, 4·19와 5·16, 유신(維新)과 5·18, 민주화 운동과 세기말의 암울, 그리고 IMF의 터널 등을 용케도 견디며 살아왔다. 어쩌면 불운한 시대를 살아온 것만 같다. 불운한 시대의 풍경 속에 살며 “결핍”이 오히려 사람을 만든다는 걸 시(詩)를 만들게 한다는 걸 알았네. 무언가 상실한 것처럼 무언가 어디 두고 온 것처럼 무언가 허허로이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결핍, 보이지 않는 허기(虛氣) 이런 것들이 소(牛)처럼 미련하게 한 발 늦게 살아온 이유였네. 그러나 이쯤 늙은 나이에 멈춰 서서 생각하느니, 결핍이 내게 오히려 여유를 주었고 파벽(破壁)의 상상력과 깨달음, 맑은 머리와 명상의 시간을 주었네. 아아, 이제 지나가는 것은 지나가는 것 영원한 시간의 흐름 속에 순간의 운석(隕石)처럼 번쩍, 내게 찾아온 상상의 시간, 마치 일몰의 순간을 바라보듯 지나간 어둠의 터널을 회상하는 『몽유록』의 시간을 내게 가져다주었네. ―서시(序詩) ‘서시(序詩)’라며 써본 구절이다. 시가 되고 안 되고는 차치 하고라도 돈이 되지도 않는 이런 짓이나 하며 살아온 것이 부끄럽기만 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늙은 소년’처럼 ‘사무사(思無邪)’의 마음으로 살고 싶고, 죽는 날까지 철없는 이 짓을 되풀이할 것 같다. 어떤 이는 인생살이를 ‘꿈’으로 산다 했고, 어떤 이는 인생살이를 ‘소풍’이라 표현한 사람도 있으며, 중국의 어떤 이는 인생살이를 ‘소요유(逍遙遊)’라고도 했다. 아무튼 이 시집의 제목을 ‘몽유록(夢遊錄)’이라고 정한 이유도. “꿈인 듯 꿈결인 듯 살다 가는 기록”쯤으로 생각하고 붙여진 제목임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이 시집의 어느 한 구절이라도 독자들의 가슴속에 피리소리처럼 남아 있기를 기대할 뿐이다.

싸락눈

제9시집 『몽유록』(2017) 이후, 몇몇 문예지에 드문드문 발표해온 것을 모아보았다. 원래 과작인 데다가 좀 느리게 사는 편이라, 50편 추리는 데도 버거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도 안 되는 일을 60년 가까이 해왔다는 것은, 참 희한한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여든세 살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 무병하다는 점이다. 비교적 머리를 맑게 하고 시를 쓰다 보니, 혹시 치유라도 된 것은 아닐런지, 모를 일이다. 아무튼 이 시집의 어느 한 구절이라도 독자들의 가슴속에 풍금 소리처럼 남아 있기를 기대할 뿐이다.

유리벽

내가 어느덧 여든다섯 살이 되었다. 옛날로 치면 극노인에 해당되는 나이지만, 이날까지 돈도 안 되는 이런 일을 하며 여기까지 왔다. 대학에서 30년 동안 현대시론 강의를 했다지만, 그런 강의가 곧 시작(詩作)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이론이 강하다 해서 곧 수작(秀作)이 나오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아무튼 더 늦기 전에 그간 나온 10권의 시집 중에서 85편을 골라보았다. 알곡인지 겉보리인지는 모르지만, 나이에 맞춰 추려봤을 뿐이다. 이 시집의 어느 한 구절이라도 독자들의 가슴속에 풍금 소리처럼 남아 있기를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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