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수준의 바리데기 꿈 그림들에 다시 색을 입혀서 새롭게 그렸다. 그리고 그림에 글을 붙여서 내 블로그에 올렸다. 그중에는 이미 20년이나 지난 꿈 그림도 있었지만, 오래된 그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치 영화를 보듯이 당시의 꿈이 그대로 되살아났다. 나는 신기했다. 그것을 글로 설명하는 작업은 의외로 쉬웠다. 당시 꿈속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면 그만이었다. 그림과 글이 그런대로 서로 보완 관계를 유지하면서 꿈이 보여주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해볼 수 있겠지 싶었다. 한 장의 그림에 주어진 이야기는 그것 자체로 완성된 형태를 갖기도 하지만, 또 다음 장과 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전체적으로 일정한 얼개를 구성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바리데기를 주제로 한 꿈을 서사무가의 구비 구전 양식을 빌려 구슬 꿰듯이 엮어놓은 것이다. (중략) 이 책을 자리매김할 수 있는 마땅한 장르는 없다. 나 역시 장르 따위의 조건에 함몰되어 기껏 재능의 노예가 되는 것은 싫다. 아무튼, 이 책은 말 그대로 ‘꿈·그림 노래’라고나 할까. 누구나 자신의 인생 어딘가에 비밀스럽게 숨겨놓은 비나리 웅얼거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