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는 단적으로 말해 한국인이면 누구나가 공유하고, 더 나아가 창작도 가능한 네 걸음 형식을 가지고 있으므로 모든 것이 속도화되어가고 정보화되어가는 시대 상황에 그 짧은 형식적 장점으로 오히려 더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강인한 생명력을 지낼 수 있으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시 창작을 하고, 이를 학생들에게 가르쳐 온지 이십 년이 넘었다. 그러면서 일종의 의무감 같은 것이 계속적으로 나를 괴롭혀 왔고 그것이 오늘의 이 책으로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구상한 지 십 년만이고, 집필을 시작한 지 2년 만이다. 대개 대학에는 국어국문학과에 <시론>이나 <시창작론> 강의가 있고, 문예창작학과나 신문사, 각 기관의 문화강좌에는 <시창작> 강의가 개설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 강의들은 대부분 이론과 창작이 아주 별개의 것인 양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절름발이 교육이 될 수밖에 없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시 창작이나 이론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는 사람의 경우를 위해 시론의 이론적 바탕과 창작의 실제를 다루고 있다. 시의 이론도 가급적이면 이에 적절한 시를 인용하여 해설했고, 각 장마다 창작에 유의할 점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인용된 시는 대부분 1990년대 이후의 작품으로 우리 한국시의 흐름을 한 눈에 살필 수 있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