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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엄창석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1년, 대한민국 경상북도 영덕

최근작
2014년 5월 <빨간 염소들의 거리>

비늘 천장

작가생활을 시작하면서 앞으로 중단편집 다섯 권을 낼 거라고 나와 약속했다. 내 삶에서 뽑아낼 문학의 간곡한 분량이 그 정도일 터라 여겼다. 다작을 하는 편도 아닌데 벌써 세 권째 작품집을 상재하기에 이르렀다. 마음이 가벼울 리 없다. 작품의 질도 질이려니와 그만한 시간의 흐름이 느껴져서이다. 그동안 작품에 끌어들이는 대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세상이 꽤나 변했다고 하지만 내 눈은 본질적으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 듯하다. 변한 것은 창작의 방법이다. 창작의 방법을 모색하는 일이 창작이라고 여전히 생각한다. 또 한 가지 이전과 다른 것은 이번 작품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나 자신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듣기에 이상하겠으나 나는 단편을 쓸 때 나 자신이 작품에 투영되는 것을 기피해왔다. 그런데 이번 작품을 모아보니 인물과 내가 적잖게 대화를 하고 있어서 다소 당혹스럽다. 아마 그 원인은 내 오랜 고독에 있는 것 같다. 자꾸 인물들에게 말을 걸며 기대고 싶은 것이다. 이 같은 '편리한' 토설이 더해지면 세상과 사물을 들여다보고 창조적으로 해석하려는 의욕이 흐려질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한다.

빨간 염소들의 거리

자연은 세계의 속살을 우리 몸에 투여하고도 우리가 알아차릴 수 없게끔 비밀로 봉합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것도 간파하지 못한 채 거실 문기둥에 눈금을 만들어서 키가 몇 센티미터나 자랐는지에 대해서만 궁금했던 것이다. 이제 나는 안다. 소년에서 성년으로 나아가는 그 길이 왜 이토록 이지러져 있었던가를. 좁은 골목의 모퉁이마다 어둡거나 찬란한 빛이 번쩍이고 있었던가를. 온갖 상처로 얼룩진 구불구불한 그 골목에는, 사실 우리 인생의 먼 비밀과 영원한 향수가 어려 있으며 영혼의 사금파리가 박혀서 지금까지도 빛을 뿜고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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