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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채문기

본명:채한기

최근작
2019년 10월 <천강에서 달을 보다>

천강에서 달을 보다

필자가 친견한 모든 선지식에게 꼭 여쭈어 본 질문 한 가지가 있다. 출가인연이다. ‘나는 누구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품고 길을 나선 스님이 있다. 할머니 혹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절에 들어 선 스님이 있다. ‘그냥 절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 하나 품고 산문을 연 스님도 있다. 다양한 출가인연을 관통하는 핵심어 하나를 발견했다. 숙연(宿緣)이다. 스님들 사이에 전해지는 가르침 하나가 있다. ‘법의(法衣·가사, 승복)는 여러 생에 걸친 원력의 막중함과 일찍이 심어 둔 지혜의 종자가 성숙되어야 입을 수 있다.’ 다생에 걸친 숙연이라니! 삭발염의(削髮染衣)의 지중함을 결코 잊지 말라는 뜻이다. 하여, 간밤의 잠에서 깨어 난 스님은 세수한 후 거울을 보며 삭발한 머리를 쓰윽 만져 본다. 스님들에게 머리카락은 번뇌와 망상을 뜻하는 무명초(無明草)다. 자신도 모르게 솟아오른 번뇌망상. 삭도(削刀)를 들어 단박에 베어낸다. 승복을 입은 스님은 거울 앞에 다시 서서는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다. ‘됐다!’ 싶으면 옷깃과 소맷귀를 또 한 번 ‘탁’ 세우고 방문을 연다. 수행인으로서의 자긍심이다. 그리고 이름조차 험한 샘물은 마시지 말라는 뜻을 새김이요, 한 톨의 쌀에 시주의 은혜가 일급 근임을 기억하기 위함이다. 청초한 하루를 시작한 선지식이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건 독자님들이 읽어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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