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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국내저자 >

이름:김해자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2년, 대한민국 전라남도 신안

직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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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내가 지은 집에는 내가 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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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야에 12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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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송경동의 시는 현장에서 발화하고 제련된 육성이자 공동체의 발언이며 마침내 불의와 고통을 넘어서 해방과 혁명이 되는 살풀이춤이다. 핏물 흥건한 노동과 살처분당한 몸 위에 쓰인 이 상형문자들에서 우리는 “희망이라는 군더더기를 덜어내며 사는/이 눈부신 사회의 평범한 밑줄들”(「내 삶의 서재는」)을 만나게 된다. 그는 “서로가 서로를 뜯어먹”고 “서로가 서로의 비참과 오물을 집어삼키”(「돼지열병」)게 하는 탐욕이라는 바이러스에 맞서, “밥 한공기 덜어준 이웃들이 함께 이룬” “사랑과 연대”(「가장 오래된 백신」)라는 백신으로 본문 취급받지 못하는 존재들을 존엄한 자리로 들어올린다. “그간 많은 사건에 연루되었다”(「연루와 주동」)는 시인에게 삶은 꿈이요, 시는 꿈꾸는 자다. “꿈같은 소리 하지 말라”는 차벽과 우리 안의 폴리스라인 앞에서, 그래도 찍소리는 하고 끌려가겠다는 의지가 “희망버스”와 “을들의 국민투표”와 “광화문 캠핑촌”을 탄생시켰다. 한낮의 거리에서 한바탕 큰 꿈 꾸다 간 전봉준과 대작하며, 이제 대놓고 “계속 꿈꾸는 소리나 하다/저 거리에서 자빠지겠”(「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다는 이런 시인 몇쯤 있어야 이 시대의 울화증 삭이지 않겠나. 봄이 “오긴 온당가” “영영 안 오면 어쩐당가”(「당가(黨歌)」) 읊조리면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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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판셀로의 <봄의 혁명>에 부쳐 세 살배기 아이를 두고 망명길에 접어든 젊은 작가 판셀로여, 당신의 책 <봄의 혁명>에는 체포와 구금과 죽음의 위협 속에서 두려움에 먹히지 않으려 고투한 영혼의 숨소리가 고스란히 묻어나옵니다. 살아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상황 속에서도 당신이 공포에 지지 않은 것은 “공포가 없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포가 없는 나라”를 꿈꾸기 때문일 겁니다. “꽃 한 송이를 꺾기 위해 나무 전체를 잘라내”는 부패한 군부의 총칼이 소년소녀들의 머리와 가슴을 관통하는 한, 미얀마 시민들의 저항은 끝나지 않을 것이고 마음속 깃발 또한 꺾지 못할 것입니다. 냄비와 철통을 두드리며 춤을 추며 희망하고 기다리던 평화적 시위는 피의 학살로 이어졌으나, 당신 말처럼 아직 세상은 ‘귀머거리의 침묵’이 지배합니다. 미안합니다. 판셀로, 당신의 <봄의 혁명>을 읽으며 1988년, 8888혁명 이후 죽음의 위협을 피해 망명을 택해야 했던 미얀마의 마웅저와 그의 친구들이 생각났습니다. 2000년대 초반, 부천 자취방에서 만난 마웅저와 부따, 마웅마웅수와 틴솔 등은 부천 신발공장에 다니고 있었는데, 밤이나 쉬는 날엔 민주화 이후의 조국 건설에 대해 세미나도 한다며 환히들 웃었죠. 민족도 다양하고 종교 또한 달라서 군부가 물러난다고 민주주의가 바로 되지 않기 때문에 많은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다 했습니다. 자유와 민주와 평등을 향한 세상에의 염원이 사람들 가슴속에서 숨쉬는 한 당신들의 투쟁은 헛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낙심하지 말고 계속 말합시다. 냄비와 철통을 두드리며 “세상은 끝나지 않는다” 노래하던 청년들의 차마 못 감은 눈으로 씁시다. 한 나뭇가지에서 다른 나뭇가지에로, 함께 날아오르며 터져 나오는 목소리로, 저 참새들처럼 명랑하게 말합시다. 꽃을 꺾는다고 봄을 막을 수는 없으니까요. 하나의 깃발이 뜯겨지면 또 다시 내걸 것이라는 당신과 미얀마 시민들의 희망과 의지와 투쟁이 민주주의를 꽃피울 것을 믿으며, 당신을 응원하고 지지하고 연대하겠습니다.
3.
죽음은 덮어버리고 추방하고 외면해야 할 질병의 치명적 결과일 뿐인가. 철학하는 시인이자 의사인 노태맹의 『굿바이, 마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은 늙고 병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성찰하게 한다. 현대사회가 학습시키고 우리가 받아들여온 죽음에 대한 신경질적 거부는 우리 삶을 왜소하게 만들고 타자와의 관계에서 깊이와 온기를 앗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끝내 알 수 없고 경험할 수 없는 ‘나의 죽음’이라는 추상적 명제가 타자의 죽음을 통해서 내 삶의 의미망 안으로 들어오는 아픈 신비는,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와 공감과 연민을 통해 간신히 당도하는 선물 아닐까. 바로 이것이 진정한 삶과 관계를 향한 윤리의 출발점이 아니겠는가. 10년 넘게 노인요양병원 원장을 하며 700여 명의 노인들을 “죽음의 문까지 바래다 드”린 노태맹의 ‘늙음’과 ‘죽음’에 관한 에세이는 살과 피와 뼈를 지닌 몸으로서의 우리 존재를 자각하게 하는 동시에 그 너머를 통찰하는 ‘삶과 죽음의 거처(居處)를 찾는 존재론적인 탐구’서다.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해방과 자본주의 산업으로서 이윤 추구라는 두 날개로 날고 있는 현대의학과 과학기술에 회의적인 눈길을 던지기도 하는 저자는 늙고 병들고 언젠가 죽을 운명에 놓인 우리에게 말하는 듯하다. 죽음에 대한 태도는 삶에 대한 태도이기도 하며, 삶의 기술만큼 참다운 죽음의 기술과 잘 늙어가는 기술 또한 필요하다고. ‘죽음의 불평등한 분배’와 죽음의 ‘죽은 이데올로기’를 넘어 “굿바이, 잘 가자. 마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4.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5월 2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이명희 시집 『빈 몸의 경지(境地)』는 ‘회반죽이 마르기 전/ 꽃을 도려내//일그러진 그림’처럼 그림자가 드리워진 프레스코화 같다. 배경이 ‘생것’일 때 언어를 입히는 프레스코는 한쪽으로 기울거나 일그러질 가능성을 지닌 채로 완결적이다. 결절과 결점을 진 그대로 존재의 실상을 관하겠다는 태도는 관념적 치장과 수사를 허용하지 않는다. 비틀거리고 꿈틀거리며 육체의 언어를 무심으로 받아 적고 미세한 생의 떨림의 순간을 포착하는 시인은 ‘좀 비루할지는 모르겠지만 살아있’는 게눈 속의 순수를 바라봄으로써 조작의 세계를 넘어선다. 비워내고 다시 차는 빈 몸의 경지는 성과 속을 차별하지 않으며 수사와 로고스 이전에 생성되는 야생과 원시의 시선을 회복할 때만 찾아오는 경이의 순간이 아닐까. ‘시베리아 어느 동네에서는/하도 추워 말이’ 얼었다. 날이 풀리면 ‘얼었던 말이 살아나서 귀가 얼얼하다’는데, 연결은 수다하지만 ‘아무것도 소통 할 수 없어 안달’하지만 몸이 거세된 죽은 말들 속에서 ‘챙그랑거리며 서로 부딪치며 살아나는 말’(「말 껍질을 벗기며」)이 부활하기를 희구하는 『빈 몸의 경지境地』는 손가락이 진화하는 것에 비례해 심장과 머리가 퇴화하는 이 초연결망의 시대에 ‘지워지지 않는 문자’로서의 ‘몸 자판’이다(「사라진 자판」). 하여, 물의 표면에서조차 ‘등 내밀던,/한 때는 애인이었던 애인의 따뜻한 배후’를 발견하고 ‘아버지의 숨소리를 따라가’(「물의 등」)는 이명희 시인은 ‘부지런한 몽상가’다. 동백에게서 발견하는 붉은 뜨거움은 ‘고단한 몸 속 멍울’을 오랫동안 지켜보아온 시인의 삶이고, 그의 시는 ‘오래 달구다 떼어낸 흔적’(「동백」)이리라.
5.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5월 3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일회용 학습지판매사원 퀵서비스기사 대리운전기사 목수데모도 손떨리는술꾼…” 등 숱한 을(乙)의 이력을 지닌 정세용의 첫 시집 『햇살을 내리지 마세요』는 우리가 쓰고 쉽게 버린 ‘빨간 장갑’이 써내려간 ‘우주의 이력서’다. “외벽 리모델링 비계 위에서/ 한나절 넘기지 못한 채/ 굳은살 손바닥에 닳아 구멍 나/ 3층 아래 버려”진 빨간 장갑은 “분홍 립스틱을 바른 다섯 개의/ 젖은 입술로 누워/ 바람비 그쳐간 하늘과/ 입맞춤 나”눈다(「빨간 장갑」). “못은 단단하게 박아야 하되 철거하는 사람이 수월하도록 못대가리는 튀어나와 있어야 한다”는 김 목수 같은 ‘을’은 육체와 노동과 정신이 통합된 ‘세계로서의 몸’을 구축하고 있다. “김 목수 따라 보조로 한참을 다녔지만 안전장구를 걸치고 굴속에서 허우적거릴 뿐 나는 아직 천장을 뜯지 못했다”는 (「김 목수」) 시인은 “낮은 곳에서 살고 있는 줄” 알고 잘난 척하고 살았다는 자각과 반성을 넘어, 몸이 남긴 흔적과 상처를 응시함으로써 “상처가 상처를 치유했던 시간들”이었으며, “나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만이/ 따스한 입김으로 나를 녹여왔” (「봄맞이」)다는 감사와 연대의 서사를 노래하게 된다. 나아가 “을이라는 포장을 뒤집어쓰고/ 갑의 세계에서 유통이 될 뿐/ 갑이 주저앉힌 을은/ 갑을 부정하고 뿌리를 뽑아야/ 을이 규정하는 을로 거듭날 수 있”다는 선언은(「을」) 폐기되고 밟혀진 몸의 시간대를 통과하고 있는 을들의 아픔과 절박함을 대변하며, “짐승과 인간의 싸움이 된 인류역사의 이 시점에”서 “짐승인지 인간인지 결단해야 할/ 갈림길에서/ 우리는 인간이어야” 하며, “짐승이면서 인간인 역사를 세워야” 한다는 외침은 몸을 증발시키는 이 세계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읽힌다(「인간이어야 한다」). 하여, 이 시집은 지금 사회에서 통용되는 모든 개념과 학문 예술과 정치 경제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절박한 행동강령이자, 갑이든 을이든 진보든 보수든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 있는 한 역사는 한 치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을들의 뼈아픈 반성문이다.
6.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5월 3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표명희는 우리가 세계 혹은 현실이라 부르는 절벽의 갈라진 협곡 혹은 단면과 심층을 들여다보는 작가다. 개개인이 살면서 겪고 느끼는 일상적 고뇌 혹은 삶의 통증을 연민이나 동정, 하소도 배제한 채, 있는 그대로의 삶의 미세하게 갈라진 틈을 날카롭게 포착한다는 점에서 그는 깊이를 갖춘 리얼리스트다. 넓이가 깊이를 반드시 가져오진 않지만, 깊이는 넓이를 동반하기도 한다는 진리를 증거하는 이 소설집에는 경계 밖에 위치하거나 의도치 않게 일탈해버린 아웃사이더들의 부서지고 외롭고 불안한 삶의 면면들이 서늘하게 드러나 있으며, 소리 없이 무너져 내리는 삶의 세목과 기미를 예민하게 포착한 통찰과 경고가 숨은 그림처럼 배치되어 있다.
7.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문집 출간에 부쳐 2018년 초가을에서 겨울까지 노작홍사용문학관 문예강좌 프로그램을 하면서 저는 특별히 무엇을 가르치려 하지 않았습니다. 문학을 좋아하거나, 자기성찰과 성장의 매개로 삼는 독자거나, 이미 습작이 꽤 진행 중인데 보여줄 마음가짐은 안 되어 있는 분들이 오실 거라 믿었으니 이미 시인이거나 작가라 믿으면서 수평적 관계를 맺었습니다. 저는 다만 각자가 이미 자기 안에 품고 있는 것들을 용기 있게 드러낼 수 있게 하는 하나의 계기이자 안내자가 되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강좌 제목도 ‘서로의 거울에 비추어 보는 글쓰기’로 정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게 글감이 될 수 있나’ 혹은 ‘이런 것도 시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분들과 현장에서 직접 글을 써보고, 그간 써온 작품을 가져와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고 그것을 거울삼아 다시 퇴고해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작품을 공유하는 순환의 과정을 거치면서 강의는 점점 더 작품 합평 위주가 되었고, ‘공유로서의 문학판’이 되었습니다. 변할 여지가 없는 확고부동한 이론이나 글이 아니라, 매만지고 다듬으며 완성해가는 과정의 나눔 말입니다. 점점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두려움 없이 작품을 내놓으면서 ‘재미가 낳는 배움으로써의 글쓰기’가 되었습니다. ‘재미’ ‘흥미’ ‘성취감’은 문학세계에 입문할 수 있는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기에, 글을 써오신 분들에게 보너스로 별자리를 봐주기도 했습니다. 웃음과 공감이 가득 채우는 장 속에서 듣는 자가 쓰는 자이고 쓰는 자가 듣는 자인 만남은 나와 타자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친교이자 나눔이 되었습니다. 비난과 이론일 뿐인 잣대 대신 서로가 거울이 되어 반응하면서 비판 혹은 조언의 기능도 덩달아 가능하게 되었다 말할 수 있겠지요. 강좌를 준비하면서 조금은 체계적인 이론과 다양한 시의 맛도 보여주자 생각하며, 최근에 쓴 시평 에세이 『시의 눈, 벌레의 눈』도 선물로 드렸습니다. 자기만의 경향 및 개성으로 시적 성취를 이룬 시인 몇 분의 작품세계를 살피면서 각자가 시를 쓰는 데 도움이 되는 실전 팁이 되는 거울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만, 점점 작품 제출 양이 많아지면서 요약해서 설명하는 것으로 그쳐야 했습니다만, 필요하면 혼자서도 습득 가능한 부분이라 믿기에 걱정은 않습니다. 여름옷 입고 시작한 첫 강의가 털옷 입고 종강파티를 맞이하기까지 아쉬움이 없지는 않습니다. 나눠 준 것보다 못 나눈 것이 더 많이 느껴지는 채로 헤어졌지만, 다양성과 다원성을 받아들이고 교환하고 체험하면서, 삶과 글의 밀접한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체감한 각자의 창작 동기와 창작열을 믿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행복한 글쓰기’를 지향한다 해도, 쓰고 그것을 세상에 알리는 일은 힘들고 괴로우며, 때로 내가 가진 다른 것을 희생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즐거운 순간도 없지 않지만, 뭔가를 깊이 들여다보고 그것을 문자언어로 써 내려가며 구성하여 하나의 꿈틀거리는 생명체를 탄생시킨다는 건 기본적으로 두렵고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자기가 낳은 자식인 창조품이 나와 더불어 남까지 이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삶 속에서 세 번 네 번 경험하고 검증해 간다면, 기쁨과 행복의 꽃들도 간혹 피어 있는 문학의 길을 길게 걸어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벗이자 문학 동지 여러분, 정진하시길 빌며 건투를 빕니다. 2018년 12월 10일 광덕에서
8.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5월 3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천상 시인인 박두규 시인의 마음이 훤히 보이는 시를 보면서 시 읽기가 놀이는 될 수 없을까 꿈꿔본다. 시 읽기가 호흡을 고르는 수행이자 느긋한 휴식이 될 수는 없을까. 시의 언어 하나하나가 물고기라면 시집은 바다, 바다 속에 푹 잠긴다면 물고기들과도 놀 수 있지 않을까. 찰나찰나 물고기로 유영할 수 있지 않을까.”
9.
이 시집은 눈알 빠진 인형들과 젖은 나비와 종이꽃들이 부르는 기원과 해원의 노래이자, 얼굴과 심장을 갈아입고 “거머리처럼 우글거리는 가계”(「신흥여인숙」)를 때우는 어린 노동과, 유리상자 안에 갇혀 “저울 위에서/녹고 있는” 얼음꽃(「식물들의 사생활」)이 얼비치는 그림자극이다. 이 모든 이모들과 언니들과 동생들이 “못 자국 같은 생(生)의 숨구멍”(「못, 자국」)을 열고 “면도날을 나눠 씹”으면서도 “아직 뱉지 못하는 말들”(「수문통 언니들」)을 한다. 절규도 신음조차 없이! 시간을 염하듯 다락방에 봉해놓고 빨간 대야로 덮어버린 실제가 물고기와 벌레들과 꽃으로 부활하면서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던 세계를 재현한다. “뱀의 아가리 같은”(「신흥여인숙」) 검은 양복들의 식탁에 “핏기 가시지 않은/고통 몇십근”(「식물들의 사생활」)을 들이미는 잠들지 않는 물고기의 눈으로. 자의식으로 포장하지 않은 원체험과 과장하지 않는 슬픔은 동화적 리얼리즘을 완성시키면서 헛것과 거죽뿐인 이 세계에 구멍을 낸다. 반평생 걸려 완성한 이설야의 첫 시집은 참혹하게 아름답다. 마태수난곡처럼 울리는 빼어난 시편들은 우리가 통과해온 시대가 어떠했고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숙고하게 하며, 동정하거나 심판하는 대신 고통을 뚫고 나오는 진실과 희망에 귀 기울이는 태도와 방법을 넌지시 보여준다.
10.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5월 7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이민숙의 시집 <동그라미, 기어이 동그랗다>는 “목숨을 한바탕 가위질 당하고 나서야 눈뜨게” 된 생의 비밀스런 노래이자, 죽음을 ‘밥’ 삼아 추는 고요한 살풀이 춤이다. 죽음에게 “너는 내 밥이다” 호명하고 가까이 끌어 앉히는 동안, 안 슬픈 척, 안 아픈 척 살았던 나조차 척척하게 적시며 세상을 척척 끌어안게 되고, 우물처럼 맑고 우물 물 길어 나르던 어머니의 또아리와 토마토와 수박과 계란처럼 동그란 언어를 생산하게 되었다. 하여, 소소하고도 비천한 것에 연루된 생명의 그물을 극단까지 경험한 시인에게서 우리는 근대라는 괴물이 세계와 마음속에서 빼앗아가 버린 원융무애한 세계를 발견할 것이다. 소멸을 통해 삶을 지피며 고요히 타오르는 아궁이여, 온전히 찍을 수도 볼 수도 없는 평민의 비밀스런 찰나여, 도도한 잡년들의 꽃피는 섬이여, 우리가 나오고 우리가 다시 돌아갈 텅 빈 동그라미여, 시인이여, 오죽하면 시를 쓰겠는가. 이 아픈 세월에. 아프니 시를, 아니 시시한 시라도 쓰는 것이다. 통증을 들여다보고 주물럭거리다 생과 사물과 사람살이의 미세한 기미까지 알아차리고 그와 함께 놀게 된다면, 시는 선물이자 은총이자 치유의 둥그런 눈물방울이 아니겠는가.
11.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5월 3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최일화 시인은 시간에 종속되는 피동적이고 숙명론적인 존재로 사물을 바라보는 관습적 사고에서 벗어나 있다. 시간을 가로질러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생명을 구성하는 창조적 의지를 자연을 통해 드러내고 있는데, 그것이 능동적인 생명력을 얻는다. 나는 이 사유방식을 공간형 관찰이라고 부르고 싶다. 아니, 시간과 공간에 얽매이지 않은 제3의 눈을 통해 바라본 통합적이고 생성적인 전복적 사유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를 옭아매는 시간이나 관념이나 규정은 정해진 시간을 먹고 살지만, 존재는 행위를 먹고 산다. “네 손발이 삿대가 되고 네 머리와 가슴이 돛대가 되어 푸른 하늘 은하수를 노 저어 가야 한다”(「시간에 대하여」)는 실천적이며 창조적인 행동, 그것이 곧 관습적 사고를 벗어난 주체적이고 전복적인 사유이며, 그것이 곧 최일화 시의 근간이다.
12.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5월 3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내가 아픈 만큼 아픈 자에게 진실로 접속됩니다. 여기 아들의 고통을 통해 세상의 고통을 만나게 된 진실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병과 증상 이전에, 한 존재를 있는 그대로 수긍하는 존재의 긍정으로서의 시선이 있습니다. 보이는 외양 속에 숨어 있는, 맑은 영혼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형상 너머의 눈이 있습니다. 고통과의 오랜 조우 속에서 우리가 알던 상식을 넘어 새로이 질문하는 시가 있습니다. 장애인과 정상인의 색안경을 벗어버린 ‘이방인에서 친구로’ 나아간 참다운 눈의 開眼을 보여주는 시가 있습니다. ‘맑은 눈을 가진 욕심 없는 내 아들이 있어 아픔 속에서 감사하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있어 세상이 이만큼이나마 맑은지도 모른다’고 뒤집어 생각하기 시작하는 시가 있습니다. 물음 앞에서, 누가 주는 자이고 누가 받는 자인가. 누가 아프고 누가 아프지 않은가, 누가 수레를 끌고 누가 수레를 밀고 가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하는 시가 있습니다. 솟아나는 구원의 자리를 침묵으로 들여다보게 하는 다음어지지 않은, 생의 고갱이로서의 언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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