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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박기섭
성별: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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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꽃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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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하나 돌려세우고
ㅣ
한국단시조 시인선 1
오승철
(지은이) |
황금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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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일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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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음知音. 문득 떠오른 말이다. 시인 오승철. 등림登林 무렵의 일이니, 그와 나의 허교許交도 어언 마흔 해를 헤아린다. 그가 백아라면 나는 종자기요, 내가 고른 거문고 줄을 그는 먼 제주에서도 단박에 알아차린다. 우리는 서로에게 그런 터수다. 책머리, 짧은 ‘시인의 말’이 가슴을 친다. “허랑방탕,/ 여기까지는 왔다.” ‘여기까지’가 아니고 ‘여기까지는’이다. 이 미묘한 감성의 낙차. 어쩌면 그것이 이 책을 묶게 했는지도 모른다. 단시조 예순일곱 수. 시조집이라 했지만, 실은 그가 쓴 단시조의 전집인 셈이다. 시조의 본령인 단시조에 그는 집요하리만치 일관되게 제주의 정서를 담는다. 그러면서 정형미학의 한 정체를 보여준다. 그 속에는 제주의 역사와 인물, 풍경과 풍물, 사람살이의 안과 밖이 오롯하다. 제주의 산과 바다, 오름과 올레, 꽃과 새, 짐승과 곤충을 망라하기 때문이다. 오승철 시조의 고갱이는 그 특유의 말맛에 있다. 이는 언어의 탄력과 정감, 심상과 율격의 결속 없이는 불가능하다. “북채를 들지 않아도/ 북이 먼저 울겠네” “어차피 못 가져갈/ 벚꽃은 그냥 두고” “할머니 유모차 슬쩍/ 같이 밀고 가는 봄비” “종지윷 날리는 상가, 개평 뜯고 가는 놀빛” “바닷길 쪽으로만/ 기우는 가지가 있다” 등에서 보듯, 그는 자연과 인간의 절묘한 만남을 통해 정신의 질량을 높여간다. 그렇게 감동이면 감동, 여운이면 여운의 잣담을 쌓아 가는 것이다. 그의 시조에는 워낙 ‘꿩’의 출현이 잦다. ‘꿩’은 진작부터 그의 시조를 관통하는 핵심 시어로 작용한다. “위미리/ 옛집 그 너머/ 사발 깨듯” 울던 것이 “갓 쪄낸 쇠머리떡에/ 콩 박히듯” 울기도 하니, 이만하면 ‘꿩’ 하나로 오승철 시조의 전경화全景畵를 시도해 봄직도 하다. 『길 하나 돌려세우고』, 그는 지금 또 다른 길 위에 서 있다. “달강달강 온몸으로 감당해낸 끌탕의 세월”일망정, 다만 저 절현絶絃의 길만은 멀리 에두를 일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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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꽃, 몌별
- 이토록 시조집
ㅣ
작가기획시선
이토록
(지은이) |
작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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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는 현대시이되, 선험의 형식을 따른다. 그렇다고 그 형식에 얽매여서는 정형미학의 새로움을 기대하기 어렵다. 시조가 추구하는 미학의 진실은 새롭되 자연스러움을 이루는 데 있다. 이토록은 감성과 감각의 견고한 결속을 보여주는 흔치 않은 시인이다. 『흰 꽃, 몌별』은 온통 ‘몸의 말’, ‘몸의 정서’다. 몸은 ‘목숨’의 다른 이름이요, 드러난 ‘마음’의 표정이다. 거의 전편에 등장하는 몸 이미지는 발바닥/발등에서 무릎-엉덩이-가슴/늑골-등/어깨, 손과 목울대를 거쳐 얼굴에 이른다. 얼굴에서도 귀와 입-혀와 잇몸-눈썹과 이마를 샅샅이 훑는다. 그의 사유는 몸의 안팎을 무시로 넘나들며, 맨몸-맨살-맨발-맨손으로 분화한다. 이는 존재에 대한 성찰인 동시에, 생존의 고뇌를 직시하는 일이다. 이토록은 “깨진 부리로 비명에 쩡, 금을” 낸 한 마리 새의 주검을 통해 출구 없는 생의 비극을 관통한다. 유명의 경계에 “한 줌인 새의 무게가 그 깊이를 더했다”는 것은 놀라운 발상이다. 이 같은 인식은 “놓칠 수가 없는 생”, 그러나 “당신 붙드느라/색을 다, 놓친” 하릴없는 몌별의 정서나, “말랑한/혀조차 굳는/어둑한/생의 저녁”, 냉장고 문짝의 포스트잇에서 “당신이/차려 놓고 간/사무치는/시 한 편“을 읽는 의외의 반전으로 이어진다. “남몰래 아이를 지운/마리아가 우는 밤”, “집은 또/산목숨 잡는/한 채의 통발일 뿐”, “나무의 맨살을 뚫고 떠오르는 꽃 한 척” 등은 통념을 깨트린 사유의 낯섦이다. 그는 끊임없이 인간의 생존에 밀착한다. 그러면서 “시절의 통점들”을 짚고, 관념이 아닌 “촉수”로 세상을 읽는다. 타자 혹은 이웃의 삶을 좇는 이 대목은 『흰 꽃, 몌별』의 분명한 착목점이다. 일테면 ‘맹인 안마사’, 접골원 앞에 꼬부라진 ‘노인’, 지하셋방 ‘날품팔이’, 편의점 ‘알바’, ‘비정규직’, 게다가 “불러 줄 이름도 없이, 어이 거기 인턴들!”까지. 그는 그렇게 “뭇 발자국 다 받다가 움푹” 팬 “물웅덩이”가 되는 것이다. 이토록의 시조는 “혀끝에/붉게 달군 말”이요, “한 소끔 끓어 목울대가 뜨끈”한 “생각”이다. “책갈피/다 뜯어낸 채/엎어놓은 백서들”인가 하면, “몸밖으로 쏟아진 한 자루의 비명들”이기도 하다. 현대시조가 그의 자질과 역량에 거는 기댓값이 크다. “세상이 캄캄해지”면 “우주의 먼 별이 오”리니!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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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지 말라니까 글쎄
ㅣ
시인동네 시인선
이종문
(지은이) |
시인동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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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문 시인은 그 동안 한문학자라는 선입견이 무색할 정도로 독특한 미학의 성채를 구축해왔다. 전통 정서인 '해학'을 현대시조의 미학으로 완벽하게 되살려낸 것은 그만의 성취이자 분명한 개성이다. 그가 궁구한 해학은 역설과 직관, 우의와 상징 같은 여러 요소들을 아우른다. 그러면서 그 바탕에는 자연과 결속한 인간애가 진하게 녹아 있다. 그런 면에서 그의 시세계를 ‘잘 발효된 해학의 인간시학’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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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말의 해변
ㅣ
솔시선(솔의 시인) 24
류미야
(지은이) |
솔출판사
| 2018년 6월
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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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지난 생에 “북재비”였을까. 아니면 숫제 “그 손끝을 뒤채던 북”이거나, 눈물의 무두질 끝에 “소슬히 닫아건 한 채/울음집”일까. 그가 지향하는 “그곳은, 눈물 버리고/돌아오기 좋은 곳”이요, “울음 다 쓰고야 새벽이 오는”곳이다. 그곳에서 그는 끝내 눈이 먼다. 눈이 멀어야 비로소 시마를 달랠 수 있을지니. 존재에 대한 순열한 자각, 이것이 곧 류미야 시의 눈부신 출발점이다. 『눈먼 말의 해변』의 “말”을 ‘말[馬]’로도 읽고 ‘말[言]’로도 읽는다. 그럴 때 시를 관통하는 의미의 중층구조가 명료해지기 때문이다. 시집 속의 시들은 언어 이전의, 정서의 어떤 원시성에 닿아 있다. 일테면 “세상 모든 귀퉁이에/찬란은 숨어 있어” “날이 섰던 시간도” “우묵해지”고, “별들의 불면 곁에서 선잠을 자다 깬 듯”한, 그런 것 말이다. 그는 그렇게 “저무는 것들의 이마를 짚”으며 “먼지 이는 길가”를 걸어온 것이다. “거친 쌀 안치듯/말의 돌 골라”내며 “조금 설거나 된” “말의 밥”을 지어온 것이다. “따뜻한 시/한 그릇”을 기다리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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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등광리
ㅣ
고요아침 운문정신 7
박현덕
(지은이) |
고요아침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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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과 서정의 견고한 결속, 삶의 발화이자 풍경”
박현덕의 박현덕다움은 현장과 서정의 견고한 결속에 있다. 그는 ‘견자의 시각’에 매우 투철하다. 이는 곧 박현덕 시학의 분명한 개성이다. 생존의 현장에 직핍해 온 그의 정서는 당대 삶의 발화이자 풍경으로 기억된다. 『겨울 등광리』의 언어는 진솔하고 질박하다. 그런 언어로 삶의 안팎을 착색하고 그 애환을 내재화한다. 그곳에는 “마음 허한 겨울 아침”의 「저수지」가 있고, 누군가 와서 “마음 비우고 간” 낡은 「의자」가 있다. 「저물 무렵」이면 “냉갈이 피어오르고”, 밤새 눈 내려 사라진 길 끝은 “추한 생, 휘어진 꿈”의 「들판」이다. 옛집은 낡은 집·오래된 집으로 변용되면서 서사의 중심을 이룬다. 그 집에는 “아버지 돌아가신 뒤/어둠이 세 들어”(「오래된 집」) 살고, “늦저녁/달빛”(「낡은 집」) 속에 빈 술병이 나뒹군다. “뼈만 남은 장흥할매”, “혼자서 밥을 먹는/반동댁”, “먼저 간 남편 생각에” 등 굽은 “해남댁”. 그들은 “읍내 장날 국밥집”(「겨울비」)의 온기로 “마음 한쪽 갉아 먹힌/상처”의 「폭설」을 견딘다. 시집의 핵심 시어는 ‘바람’과 ‘마음’이다. 바람이 생존의 바깥쪽 풍경이라면, 마음은 안쪽 정서다. ‘눈물’과 ‘울음’’, ‘시간’과 ‘저녁’ 같은 시어들이 갈마들며 행간의 적막을 이끈다. 등광리 밖 풍경들, 이를테면 망미정, 개천사, 능주역, 송림사 등을 찾는 시인의 발길을 좇는 것도 이 시집에서 놓칠 수 없는 대목이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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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기도
ㅣ
책만드는집 시인선 60
변현상
(지은이) |
책만드는집
| 2014년 11월
9,000
원 →
8,100
원
(
10%
할인), 마일리지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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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서소문로 8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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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현상 시인은 시대의 벼랑 끝에서 『차가운 기도』 를 올린다. 그의 기도는 의식의 깊은 곳에 쉼 없이 두레박을 내리는 일이다. 그렇게 길어 올린 물을 그는 우리 사회 곳곳에 들이붓기도 하고, 끼얹기도 한다. 그런 모습에서 우리는 한 시인이 오랫동안 견지해온 비타협의 詩정신을 엿볼 수 있다. 외골수라면 외골수요, 막무가내라면 참 막무가내인 셈이다. 그의 시법은 직관의 정서로 일관한다. 마치 쾌도를 들고 난마 앞에 선 장한 같다. 그의 정서는 통렬한 쾌감을 동반하며, 행간에 의외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는 입말의 말맛을 알고, 또 그것을 부릴 줄 아는 흔치 않은 시인이다. 그가 구사하는 토박이말은 거칠고 왁살스럽지만, 그만큼 진솔하고 질박하다. 그의 시선은 늘 바깥쪽으로 열려 있다. 그런 시선이 “북쪽 물이 남쪽 물이 // 흘레붙”는 「해동」의 정황을 일깨우고, “밤사이 차창 위에 돋을새김”된 「성에꽃」의 연서를 읽는다. 그의 발길은 예배당과 경로당, 난전과 주막을 가리지 않는다. 생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그만의 「군사설」로 받아 적는 것이다. 변현상 시인은 “흑과 백이 함께 만든 회색의 평화”(「서시」)를 지향한다. 그에게 시조는 “탄내 나는 몸”(「내장산」)의 언어요, “대낮에도 외등을”(「백마넌에 오마넌」) 켜는 존재다. 때로 그가 “낙엽”이든 “폭설”이든 “말없이 받아 앉히는”(「평상의 자세」) 자세를 취하는 것은, 나와 타자의 “뜨거운 / 합일”(「부부라는 이름의 詩」 )을 꿈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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