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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권여선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5년, 대한민국 경상북도 안동

직업:소설가

기타:서울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인하대 대학원에서 국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데뷔작
1996년 <푸르른 틈새>

최근작
2024년 2월 <[큰글자도서] 토우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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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맛있는 사람, 맛있는 언어, 맛있는 음식. 요술양념장을 만드는 새댁, 수리취떡 잘 해먹는 수리취떡이네, 시간이 아까워 주먹밥을 먹어가며 공기 천 판 내기를 하는 소년들, 돌 밑에 손을 넣고 눈을 하얗게 치뜨며 개구리를 잡는 소녀 등 하나같이 맛깔난 사람들이다. 여기 사람들은 싫어서 고개를 타래미고, 쌀알이 마들마들 남은 떡을 찌고, 은절 들었다 깨성해 일어나는데, 이런 싱싱한 사투리를 오물오물 읊조리다 보면 말맛이 꾸수름하다. 음식 얘기는 해서 무엇하랴. 산비탈 그늘에 묻어놨다 봄에 먹는 풋고추석박김치부터 싸릿가지에 구워 먹는 보리꽁치, 나물밥에 나물 반찬, 생떡을 넣은 미역국에 파란콩 순두부까지 온갖 그리운 음식들이 깨 쏟아지듯 나온다. 그러니 이제 산에서 나물 한 다래끼 캐고 밭에서 팔뚝만 한 강냉이 따고 강에서 고기 잡아 어죽 끓여 먹는, 자연이 곧 밥상인 큰어두니골 작은어두니골로 함께 떠날 일만 남았다.
2.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는 희미한 빛을 찾아 어두운 허공을 오래 찬찬히 응시한 자의 고요와 열기를, 마치 한 자루의 초에 불을 붙이고 그것이 타오르는 것을 지켜보는 행위와 같은 경건함으로 그려낸다. 이런 문장은 당해낼 길이 없다. 나는 늘 최은영에게 다른 것을 바란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작품을 읽고 나면 늘 이것을 바라왔다는 걸 깨닫는다. 비슷한 것 같지만 읽을 때마다 생판 다른, 최은영은 그런 작가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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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건달은 ‘애늙은이’며 ‘늙은이애’다. 시간에 갇히지 않은 에너지이고 공간에 갇히지 않은 여백이다. 향기와 예술만 먹고 살 것 같지만, 시간을 따라 흐르며 틈을 메우고 공간을 세심히 살펴 돌봄을 하느라 본의 아니게 바쁜 자다. 이 시대의 잔혹한 속도를 누가 감당할 것인가. 건달인 대평 씨가 거룩한 읽기로, 든든한 어깨로 우리를 지탱해 준다. 이 가치는 측량할 수 없다. 우리 곁에 이런 이웃이 있다. 구자명처럼 한없이 불온하고 너그러운 이웃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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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이 책은 두 가지(혹은 세 가지) 질문을 한다. 하나,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몰린 당신, 숨을 곳이 있는가? 빵 냄새가 풍기는 따뜻한 화덕 같은 곳, 당신을 이끌어 줄 마법사 멘토와 당신을 따뜻하게 감싸 줄 파랑새 같은 소녀가 있는 곳이? 있다면 다행이다. 둘, 사는 게 너무 고통스러운 당신,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어느 시간으로? 조건이 있다. 당신은 모든 기억을 지우고 가야 한다. 그때 똑같은 선택을 반복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같은 선택을 한다면 당신은 이미 겪은 끔찍한 고통을 다시 겪어야 한다. 조심하라! 이 책은 당신을 달콤한 빵 냄새로 유혹해 악몽처럼 섬뜩한 진실로 이끈다. (셋, 그래도 당신…… 이 책을 읽을 건가?)
5.
이 책은 두 가지(혹은 세 가지) 질문을 한다. 하나,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몰린 당신, 숨을 곳이 있는가? 빵 냄새가 풍기는 따뜻한 화덕 같은 곳, 당신을 이끌어 줄 마법사 멘토와 당신을 따뜻하게 감싸 줄 파랑새 같은 소녀가 있는 곳이? 있다면 다행이다. 둘, 사는 게 너무 고통스러운 당신,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어느 시간으로? 조건이 있다. 당신은 모든 기억을 지우고 가야 한다. 그때 똑같은 선택을 반복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같은 선택을 한다면 당신은 이미 겪은 끔찍한 고통을 다시 겪어야 한다. 조심하라! 이 책은 당신을 달콤한 빵 냄새로 유혹해 악몽처럼 섬뜩한 진실로 이끈다. (셋, 그래도 당신…… 이 책을 읽을 건가?)
6.
강화길이 여기까지 왔다. 더 아프고 시린, 생채기가 덧나고 아물고 다시 그렇게 되기를 반복한, 생의 표면에 새겨진 유구한 주저흔을 이토록 태연한 저주파의 배음으로 재생하고 있다. 강화길은 이제 어디로 가려는가. 나는 조마조마한데, 이보다 더 두근거리는 기다림은 드물다는 걸 알고 있다. - 강화길, 「음복(飮福)」
7.
강화길이 여기까지 왔다. 더 아프고 시린, 생채기가 덧나고 아물고 다시 그렇게 되기를 반복한, 생의 표면에 새겨진 유구한 주저흔을 이토록 태연한 저주파의 배음으로 재생하고 있다. 강화길은 이제 어디로 가려는가. 나는 조마조마한데, 이보다 더 두근거리는 기다림은 드물다는 걸 알고 있다.
8.
이 소설을 읽고 나는 내 어깨 위에 온전치 못한 천사가 기우뚱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9.
강화길이 여기까지 왔다. 더 아프고 시린, 생채기가 덧나고 아물고 다시 그렇게 되기를 반복한, 생의 표면에 새겨진 유구한 주저흔을 이토록 태연한 저주파의 배음으로 재생하고 있다. 강화길은 이제 어디로 가려는가. 나는 조마조마한데, 이보다 더 두근거리는 기다림은 드물다는 걸 알고 있다. _ 강화길, 「음복(飮福)」
10.
강화길이 여기까지 왔다. 더 아프고 시린, 생채기가 덧나고 아물고 다시 그렇게 되기를 반복한, 생의 표면에 새겨진 유구한 주저흔을 이토록 태연한 저주파의 배음으로 재생하고 있다. 강화길은 이제 어디로 가려는가. 나는 조마조마한데, 이보다 더 두근거리는 기다림은 드물다는 걸 알고 있다. _ 강화길, 「음복(飮福)」
11.
막 봉오리가 맺힌 삶들이 스러져가는데 우리는 보면서도 보지 못한다. 絶! 길이 끊기면 절벽이 되고 희망이 끊기면 절망이 된다. 목숨이 끊어지고 가족들의 애가 끊어진다. 우리는 자본의 칼에 의해 끊겨 있다. 은유는 ‘겸손한 목격자’의 태도로, 어린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 입문해 어떻게 죽어가는지를, 그리고 그들의 죽음이 궁극적으로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를 찬찬히 기록한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은 우리의 깊은 죄의식을 심문하는 동시에, 절벽 앞에 선 아이들에게 가느다란 길을 내고 희미한 빛을 비춰주는 책이다. 일하는 아이들과 함께, 아니 그보다 먼저 그들의 부모와 선생과 선배가 읽어야 하는 책이다. 우리는 다시 이어져야 한다.
12.
『캐비닛』을 읽은 후의 감정이 ‘질투’였다면 『설계자들』을 읽은 후엔 ‘경탄’이다. 피 냄새를 맡은 이리처럼 흥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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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맛있는 사람, 맛있는 언어, 맛있는 음식. 요술양념장을 만드는 새댁, 수리취떡 잘 해먹는 수리취떡이네, 시간이 아까워 주먹밥을 먹어가며 공기 천 판 내기를 하는 소년들, 돌 밑에 손을 넣고 눈을 하얗게 치뜨며 개구리를 잡는 소녀 등 하나같이 맛깔난 사람들이다. 여기 사람들은 싫어서 고개를 타래미고, 쌀알이 마들마들 남은 떡을 찌고, 은절 들었다 깨성해 일어나는데, 이런 싱싱한 사투리를 오물오물 읊조리다 보면 말맛이 꾸수름하다. 음식 얘기는 해서 무엇하랴. 산비탈 그늘에 묻어놨다 봄에 먹는 풋고추석박김치부터 싸릿가지에 구워 먹는 보리꽁치, 나물밥에 나물 반찬, 생떡을 넣은 미역국에 파란콩 순두부까지 온갖 그리운 음식들이 깨 쏟아지듯 나온다. 그러니 이제 산에서 나물 한 다래끼 캐고 밭에서 팔뚝만 한 강냉이 따고 강에서 고기 잡아 어죽 끓여 먹는, 자연이 곧 밥상인 큰어두니골 작은어두니골로 함께 떠날 일만 남았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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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두 가지(혹은 세 가지) 질문을 한다. 하나,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몰린 당신, 숨을 곳이 있는가? 빵 냄새가 풍기는 따뜻한 화덕 같은 곳, 당신을 이끌어줄 마법사 멘토와 당신을 따뜻하게 감싸줄 파랑새 같은 소녀가 있는 곳이? 있다면 다행이다. 둘, 사는 게 너무 고통스러운 당신,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어느 시간으로? 조건이 있다. 당신은 모든 기억을 지우고 가야 한다. 그때 똑같은 선택을 반복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같은 선택을 한다면 당신은 이미 겪은 끔찍한 고통을 다시 겪어야 한다. 조심하라! 이 책은 당신을 달콤한 빵 냄새로 유혹해 악몽처럼 섬뜩한 진실로 이끈다. (셋, 그래도 당신…… 이 책을 읽을 건가?)
15.
한때 그는 망명한 자였고 앓는 자였고 숨죽여 우는 자였으리라. 내가 그를 알기 전 일이다. 내가 아는 그는 술 퍼먹고 무언가를 묻는 자였다. 그의 질문은 사소하여 철학적이었다. 내가 읽은 그는 시 속에서 웅얼웅얼 답하는 자였다. 그의 대답은 절박하여 미학적이었다. 삶과 시를 오가며 그는 자해하듯 자문자답하는 자였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질문과 대답의 꽃겹 속에 갓 태어난 노인이, 노파의 얼굴을 한 연인이 있었다. 시인이 아닌 그를 나는 상상할 수 없다. 이제 그는 꽃 밟을 일을 근심하는데 이미 밟아놓은 후다. 그는 죄지은 대장장이, 녹아도 사라지지 않는 쇠를 응시하는 자이다. 이토록 사뿐하고 육중한 몸의 문답이 있을까. 이토록 눈부신 울화가, 이토록 뉘엿뉘엿한 돌파가 있을까. 아무도 이 어눌한 생을 사할 수 없으리라. 그러니 영원히 쓰라고, 나는 근심스레 말한다.
16.
동해안의 소도시 척주를 아는가. 석회광산에 얽힌 의문의 죽음, 약왕성도회라는 사이비 밀교, 핵발전소 유치를 둘러싼 대립들이 뒤섞이며 욕망의 도가니가 된 척주를. 놀라운 디테일로 축조된, 손에 잡힐 듯 선연한, 무섭도록 현실적인 척주를 배경으로 이곳에서 고통스러운 유년을 보낸 세 인물들이 돌아와 펼치는 증오와 선망의 드라마가 서서히 돋을새김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소설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은 사랑이다. 이토록 꼼짝없이 빨려들게 만드는 슬픈 사랑의 대서사시는 오랜만이다. 아무리 『목련정전』의 최은미이지만 이런 첫 장편이라니, 경이롭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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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요일』을 읽기 전에 두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는 아무렇지 않은 듯 능청스럽게 시작해 이야기가 풀려나갈수록 무섭게 팽창해 엄청난 지층을 파헤쳐놓고서야 끝나는 ‘규모’에 대한 준비. 둘째는 섬세하고 능란한 묘사에 매혹되어 중간중간 서사의 끈을 놓치고 해찰하게 만드는 생생한 ‘디테일’에 대한 준비. 어느 날 날아든 낯선 편지를 시작으로 서서히 고조되는 불안,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방문한 고양 동동섬에서 겪게 되는 목숨을 건 활극, 라론 증후군을 둘러싼 의학계의 비윤리적인 기밀 등 걷잡을 수 없이 치달려가는 서사의 행로에서 무엇보다 내 눈길을 사로잡은 인물은 세 번의 짧은 등장만으로도 기이한 매혹을 뿜어낸 ‘하 마담’이다. 하 마담의 변신처럼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가고 있는 이현수 작가의 행보가 불안하면서도 자못 궁금하다.
18.
  • 스파링 - 제2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 도선우 (지은이)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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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소설의 문장과 유머를 좋아한다. 어찌 보면 늘 뻔한 계통발생의 과정을 내 눈앞에 어느 순정한 개체발생의 과정으로 생생히 보여준 소설이라고나 할까.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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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내면에 도사린 불안을 그리는 데 탁월했던 최정화가 이제 사회적 관계에 내재한 불신을 다루는 자리로 옮아갔다. 이것은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불안의 심연에는 언제나 불신이 뿌리내리고 있으니, 불안의 연금술은 불신의 지옥도로 확장된다. 지옥도의 중심에 돈을 매개로 한 ‘이부’와 ‘무오’의 의사부자 관계가 있다. 아들은 아비의 말로 세상을 읽으려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비스듬히 어긋나 있다. 아비의 얼굴을 한 사내의 얼음장 같은 비정함과 낯선 ‘도트’의 세계에 공감하는 아들의 뜨거운 결핍감이 마치 한 사람의 내면에서인 듯 섬세하게 대립하고 뒤섞인다. 선의가 합작하여 희생양을 내려찍는 ‘에필로그’의 역설 앞에서 마침내 우리는 길을 잃는다. 당하지 않으려면 아무도 믿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정작 아무도 믿지 않아서 우리는 끝내 당하고 만다. 여기서 우리는 무오와 함께 오래 멈추어 있어야 할 것이다.
20.
이토록 강력한 실감과 생기 넘치는 인물들을 만난 건 몹시 오랜만이다.
21.
  • 판권 소멸 등으로 더 이상 제작, 유통 계획이 없습니다.
삼 년 전 인터뷰 사건을 호프집에서 다른 방식으로 변주하는, 치밀하게 계산된 연극 같은 장면들은 “아니, 남자였습니다”라는 그의 거짓말로 툭 끝난다. 곧 시작될 어떤 사건에 대한 불길한 예감에 이가 저절로 악물린다. 등단작부터 나를 사로잡아버린 불안의 연금술사, 최정화답다. - 최정화, 「인터뷰」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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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년 전 인터뷰 사건을 호프집에서 다른 방식으로 변주하는, 치밀하게 계산된 연극 같은 장면들은 “아니, 남자였습니다”라는 그의 거짓말로 툭 끝난다. 곧 시작될 어떤 사건에 대한 불길한 예감에 이가 저절로 악물린다. 등단작부터 나를 사로잡아버린 불안의 연금술사, 최정화답다. - 최정화, 「인터뷰」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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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질의 무한반복인 누빔질은 글쓰기를 빼닮았다. 한 땀이 한 자, 백 땀이 백 자. 그러니 서쪽 방에 고립되어 손가락이 뒤틀리고 심신이 삭도록 바느질한 사람은 수덕이 아니라 김숨이고, 절대고독 속에서 숨이 턱턱 막히도록 조밀한 언어로 장편을 써낸 사람은 김숨이 아니라 수덕인지도 모르겠다. 바느질하는 수덕을 죽도록 사랑하면서도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싶어 한 딸들의 마음을 알겠다. 이토록 지독한 글을 쓴 김숨에게 두려움을 느끼지 않기도 어렵지만 중독되지 않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 안의 모든 무늬와 기척들이 침엽수림처럼 세밀한데, 어느덧 우뚝하고 울창하다. 김숨은 바늘의 문장으로 산맥을 창조했다.
24.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우리는 안다. 이 도시에 던져진 순간부터 고독과 몰락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을. 청춘이란 그 예정을 실현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삶의 매 순간순간이 불가항력의 재난이 박두한 시시각각이라는 것을. 저 찬연한 자본의 진열장 너머에는 우리를 위한 것이 없다. 벤야민의 말처럼, 희망은 도처에 넘쳐나지만 그것은 결코 우리를 위한 희망이 아니다. 우리를 기다리는 건 이 세상에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운, 오로지 철거와 파장이 진행 중인 폐허뿐이다. 흔적 없이 사라질 폐허에서 조해진만큼 예민하게 빛과 온기를 탐지해내는 작가도 없다. 그래서 나는 무모하게도 지난여름을 민과 수, 연주와 함께 겪어낼 각오를 했다. 여기 젊은 세 남녀가 있다. 매물로 나온 집에 몰래 들어가 거주인의 삶을 짧게 살아내고 나오는 부동산중개업소 직원 민, 입대를 앞두고 남의 신분증을 위장하여 아르바이트를 하는 신용불량자 수, 오직 돈을 벌기 위해 초인적인 힘을 쏟지만 머지않아 일자리를 잃게 될 연주가 그들이다. 기차 칸을 통과하는 승객처럼 단편적인 삶, 끊어질 철로를 달리는 기관사처럼 위험한 삶, 묵묵히 달리는 기차바퀴처럼 고단한 삶. 세계는 거듭 폐허이며, 그들에게는 작은 피난처라도 필요하다. 아무리 허약하고 위태롭더라도 눈물겹게 그것이 갈급하다. 그리하여 그들은 곧 폐점될 가구점에서 살이 부러진 비닐우산을 나눠 쓰고, 곧 철거될 옥상 놀이공원에서 인스턴트 커피를 나눠 마신다. 각자 겨우겨우인 삶 속에서. <여름을 지나가다>를 읽고 나는 내 어깨 위에 온전치 못한 천사가 기우뚱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혹시 당신에게도 그 불구의 천사가 찾아온다면, 그리하여 그 가엾은 천사의 호위로 꺾이려던 당신의 무릎이 곧추서고 비틀거리던 걸음이 제대로 놓인다면, 부디 기억하라. 그것은 조해진이 지난여름을 아프게 통과한 당신에게 보내는 선물이라는 것을. 그리고 당신도 누군가에게 그런 선물이라는 것을. 천겁의 여름이 와도, 억겁의 여름이 가도.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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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집! 어떤 작가를 선정하고 어떤 작품을 고른다는 것. 다른 한편 어떤 작가를 배제하고 어떤 작품을 버린다는 것. 그것은 영혼의 무게를 재는 것처럼 두렵고 난폭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시, 어느 시대에나 문학 선집은 새롭게 만들어져야 하고,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작가로서 또 독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이다. 선집은 움직인다. 그 움직임의 하나, 『사피엔스 한국문학』에서는 특기할 만한 안목과 열정과 박동이 느껴지니 참 기쁘다. 여름날 원두막처럼, 겨울밤 아랫목처럼, 이 시대에 꼭 어울리는 선택이다.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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