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의 사회적 해석에 동의하시나요
성폭행 피해자는 동의하지 않았음을 증명하길 요구받는다. 기사로 접했던 사건들을 떠올려보자. 중요하게 취급되는 증거는 피해자가 극렬히 저항한 흔적이다. 법과 사회가 해석하는 동의다.
권력이 마음대로 그어놓은 선을 넘어 질문해본다. 무엇을 동의 혹은 비동의라고 할 수 있는가? 예스 혹은 노라고 말하는 것? 말이 아닌 몸으로도 격렬하게 거부하는 것? 칼을 들고 있는 상대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어떤가? 칼 대신 내 생계를 쥐고 있는 상대의 위력에 압박을 느껴 예스라고 하는 것은? 혹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성적 극본에서 시스젠더 헤테로 여성에게 기대되는 역할을, 내키지 않음에도 억지로 수행하는 상황은? 심지어 그 극본에조차 존재하지 않는 사람은? 질문들 끝에 우리는 이제껏 동의의 해석에 동의한 적이 없음을 깨닫는다.
어떤 개념이 함부로 해석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세히 들여다보고 정치(精緻)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 해석에 많은 이들의 정의가, 평화가, 일상이 달려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생각을 시작할지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이 책이 도와줄 것이다.
- 사회과학 MD 김경영 (2020.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