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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와 칸타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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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도 2020 최신작"
"쥐틀에 걸린 요정을 보았을 때 시하는 분함에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쥐를 먹기 위해 설치해 둔 쥐덫에 걸리고 만 요정. 시하에게 중요한 건 요정이 자신에게 무슨 일을 해줄 수 있는지가 아니라, 그 요정이 '식용'인지 아닌지 뿐이다.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는 픽션의 세계를 독자 앞에 내놓는 작가 이영도가 최신작에서 설계한 세계는 멸종을 앞둔 인류의 마지막 장. 보호받아야 할 멸종위기종인 인류는 헨리'동물원'에 살며 드래곤인 헨리와의 거래에 의존해 눈앞의 절멸을 겨우 피해나가고 있다. 거래 수단은 시하가 암송할 수 있는 과거의 시와 노래. 시하는 매번 목숨을 걸고 헨리에게 거래를 요청한다.

ㅇㅇ시 하수처리장의 구정물에서 살던 경험 때문에 시하라는 이름을 얻은 열아홉살의 '여자 사람' 시하. 그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감히 사랑을 하고 자신을 낳은 부모를 이해하지 못한다. 인류의 부흥을 꿈꾸는 '마트' 무리도 이해할 수 없는 건 매한가지. 하지만 마트 무리와 함께 다니는 십대 '남자 사람' 칸타를 알게 된 후 시하는 사랑에 대해 전과는 다른 마음을 품게 된다. 건강한 인물들의 매력적인 활보, 활달한 입담으로 던지고 받는 말의 찰기가 이영도가 돌아왔음을 실감케 한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도, 투란도트도 남아있지 않은 세상이라면, 세상엔 무엇이 남아있는 걸까. <피를 마시는 새>, <드래곤 라자> 등의 작품을 통해 묵직한 질문을 던져온 작가 이영도가 우리를 살게하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 묻는다.
- 소설 MD 김효선 (2020.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