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X 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장르문학상 대상"
전쟁 문명이 할퀴고 지나간 지구. 스노볼 바깥은 평균 기온이 영하 41도로 내려간 혹한기가 이어진다. 누구나 따뜻하고 안락한 '스노볼' 안에 존재하고 싶어한다. 스노볼에 거주하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액터'가 되어 자신의 삶의 모든 순간을 드라마로 중계하는 것이다. 인기 있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면 스노볼에 오래 머물 수 있다. 스노볼 밖 인력발전소 노동자인 16세 소녀 '전초밤'은 언젠가 스노볼 안에서 자신만의 드라마를 연출하는 '디렉터'가 되길 꿈꾸며 '고해리'의 삶을 중계하는 고해리의 드라마 채널을 매일 시청한다. 그런 전초밤에게 그가 동경해온 최고의 디렉터 '차설'이 나타난다. 고해리와 신기할 정도로 닮은 전초밤에게 고해리의 삶을 대신해달라는 것. "해리가 어젯밤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그렇게 스노볼의 세계가 전초밤을 초대한다.
<아몬드>등의 작품을 통해 영어덜트가 함께 읽을 만한 작품을 발굴해온 창비와 장르문학 플랫폼 카카오페이지가 공동 주최한 '창비 X 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장르문학상'의 대상 수상작. '고해리'의 죽음이라는 중요한 사건을 이야기 초반에 알려주는 것은 그만큼 뒷 이야기의 밀도에 자신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살아 숨쉬는 듯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자신들의 윤리와 욕망을 향해 분투하는 동안, 빠른 호흡으로 반전을 거듭하며 '페이지터닝'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다른 누구의 의지가 아닌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편집하기를 원하는 야심만만한 소녀의 눈빛처럼 선명한 이야기. "서로를 격려하며 달리는 소녀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고 <룬의 아이들> 전민희가 추천했다.
- 소설 MD 김효선 (2020.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