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찾아서”
<삼국사기> 열전 ‘검군전’에는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있다. 신라 진평왕 때 사람 검군은 사량궁의 사인, 오늘날로 말하자면 하급 관리이자 화랑 근랑의 낭도였다. 나라에 기근이 들어 어려운 시기에 궁중의 사인들이 모의하여 곡식 창고의 곡식을 훔쳐 나누었는데, 검군만이 받지 않았다. 곡식을 훔친 사인들은 검군을 죽이지 않으면 말이 새어나갈 것을 우려하여 그를 없애기로 모의한다. 이를 눈치챈 검군은 화랑 근랑을 만나 작별을 고하고, 근랑이 이유를 거듭 묻자 대략의 연유를 설명한다. 근랑은 검군에 묻는다 “어찌 도망가지 않는가?” 검군은 근랑에게 대답한다. “저들이 그르고 제가 옳은데, 도리어 스스로 도망한다면 장부가 아닙니다.(彼曲我直, 而反自逃, 非丈夫也.)” 이후 검군은 동료들이 마련한 술자리에서 독이 든 음식을 먹고 죽고 만다.
부정을 적극적으로 고발하지도, 예정된 위험을 피하지도 않고 죽음을 택한 검군의 선택은 고지식하고 답답하게 보인다. <삼국사기>에도 그의 죽음에 대하여 “죽어야 할 바가 아닌데 죽었으니, 태산을 기러기 털보다 가벼이 여긴 것.”이라고 논한다. 그런데도 <삼국사기>의 찬자는 그의 죽음을 열전에 남겼다. 의로움에 대한 그의 고지식하고 무모한 태도 속에서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 전해야 할 무언가를 발견한 것일까. 흔히 지나간 역사에서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누군가 먼저 만들어놓은 정답지를 살펴보는 것과는 다르다. 우리가 역사 속에서 길어 올릴 수 있는 것은 명쾌한 해답이 아니라 삶의 기준을 바로 세워줄 무언가다. 이 책에서 최태성은 세상에 휩쓸리지 않고 후회 없는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싶은 이들을 위해 역사에서 찾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단단한 가치들을 말한다. 사랑, 진심, 신뢰, 품위, 도리, 연대… 이상적이라거나 고리타분하다고 여겨지는 이 가치들이 여전히 우리 삶에 큰 의미가 된다고, 수백 년이 지나도 살아남은 소중한 가치들을 통해 세상 속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자고 말한다.
- 역사 MD 박동명 (2024.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