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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 지니 고 온 Go On 1 장수 고양이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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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기다린 다정한 정유정"
진이, 지니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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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출근을 했던 날, 유인원 책임사육사인 진이는 침팬지 구조 요청을 받고 인동호로 향했다. 구조를 기다리고 있던 동물은 침팬지가 아닌 보노보. 함께 떠난 스승 장 교수는 그날따라 그 보노보에게 이름을 붙여주자는 제안을 하고, '지니'라고 명명한다. 지니의 이름을 읊조리던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한 교통사고.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진이는 사고 현장에 있었던 '청년 백수' 민주와의 거래를 통해 모든 걸 되돌리기 위해 분투를 시작한다.

정신병원에 갇힌 두 남자의 탈출기를 그렸던, <내 심장을 쏴라>를 사랑했던 독자가 특히 반가워할 빛깔의 이야기일 듯하다. <7년의 밤> <28> <종의 기원>을 통해 인간 내면의 '어두운 숲'을 여행했던 작가가 연둣빛 다정한 이야기로 돌아왔다. 인생의 마지막 3일, 우리의 정신은 어디에 머무를 것이며,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스릴러가 아닌 판타지로 돌아온 이야기꾼 정유정. 나의 삶이 아닌 지니의 삶까지 함께 생각하는 다정함을 잃지 않은 인간다움으로, 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다시 눈부시게 삶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막다른 곳에 불시착하는 때가 있다.

책 속에서

우리는 화장터로 향했다. 서너 시간 기다린 끝에 해병대 노인은 화구로 들어갔다. 불길 속으로 서서히 전진하는 관을 보자 어찌할 수 없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때 달아나지 않았더라면, 자전거를 멈추고 문을 열어 봤더라면......
화구가 닫힌 후, 나는 아주 단순한 진실을 깨달았다. 죽은 다음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진실. 무슨 짓을 하든, 얼마나 후회를 하든, 해병대 노인의 부름을 듣던 순간으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 뭔가를 하려면 그때 했어야 했다. 뭔가를 할 수 있었던 그때 그 순간에.
북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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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보선 시인의 첫 산문집"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심보선 지음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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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사회학자 심보선의 첫 산문집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는 작가가 2007년부터 2019년까지 긴 세월 동안 다양한 지면에 발표한 짧은 산문들을 가려 뽑아 한 권에 담은 것이다. 여기에 수록된 산문들은 '글을 쓰는 시점의 관심사에 초점을 맞추고 그 상황에서 주어진 정보와 사유의 재료들을 버무려 빚은 결과물'이니, 한 가지의 일관된 주제보다는 개인적, 시대적, 사회적 이슈에 따른 다채로운 이야기들에 관한 것이다.

시인 자신의 유년기와 시인이 될 확률이 지극히 낮았던 집안 배경에 관해, 세상살이의 슬픔과 부조리에 관해, 인간의 영혼과 삶의 의미에 관해 '사회학을 하는 좌뇌'와 '시를 쓰는 우뇌'로 균형 잡힌 글을 펼쳐 보인다. 시인이 바라본 세계에 관한 기록은 총 3부로 나뉘어 있으나 어느 곳을 펴 보아도 무방하다. 곳곳에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가득해 오래도록 마음이 머문다. - 에세이 MD 송진경
이 책의 첫 문장
칼바람이 불던 겨울 어느 날, 나는 한 예술가와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추천사
질투는 판단을 방해한다. 세상에는 질투심 때문에 일그러진 평가와 문장들이 많은데, 그렇다는 것을 당사자만 모른다. 그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나는 다른 저자의 뛰어난 글을 읽을 때마다 내 순수한 경탄에 질투가 섞여들지 못하게 주문을 왼다. ‘안 돼, 질투하지 마, 그냥 인정하고 좋아해버려.’ 각고의 노력 끝에 이제 나는 티끌 하나 없는 마음으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아, 나는 심보선의 글을 얼마나 좋아하는가.
나는 사회학을 하는 그의 좌뇌와 시를 쓰는 그의 우뇌를 질투하지 않는다. 명석하게 진단하고 논증하는 그의 좌뇌를 질투하지 않고, 섬세하게 공감하고 연대하는 그의 우뇌를 질투하지 않는다. 그 두 뇌가 절묘한 균형을 이룬 이 책의 우아한 ‘좌우합작’을, 그래서 ‘삶의 의미’나 ‘영혼의 문제’ 같은 주제로 글을 쓸 때조차 관철되는 두 능력의 아름다운 협주를 질투하지 않는다. 그를 질투하지 않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 그냥 그를 사랑하면 되는 것이다. - 신형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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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 예고 없는 희비극 속에 생은 계속된다"
고 온 Go On 1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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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기만 하면 서로를 도발하고 싸움을 벌이기 일쑤인 앨리스의 가족. 이들은 저마다 상처 입은 내면을 보호하기 위해 두터운 벽을 쌓고 있다. 명문대에 입학했지만 이념에 심취해 세계를 떠도는 장남, 사고로 운동 선수의 꿈이 좌절된 후 모든 의욕을 잃은 차남, 집 안에 갇혀 자유로운 삶을 갈망하는 어머니, 자식들과 사랑 없는 결혼 생활을 피해 해외에서 일하는 아버지, 그리고 진심 어린 소통을 갈망하며 대학에 진학해 독립하는 것만이 탈출구라 여기는 앨리스. 그녀의 바람은 이뤄지는 듯 하지만, 예고 없이 몰아치는 각종 희비극이 삶을 흔들어댄다.

<빅 픽처>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최신작이다. 그는 “오늘날 서로 경멸하는 미국이 존재하게 된 이유를 이해하려면 닉슨 집권기에 시작되어 레이건 시대에 완성된 ‘문화 전쟁’을 돌아보아야 한다. (...) 미국인의 삶에서 핵심적인 시기인 1971년부터 1984년까지 미국 중산층 가족의 모습을 그려 보인다면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 되리라 생각했다”라고 소설을 구상한 계기를 언급했다. 생생한 묘사와 매력적인 등장인물들, 스피디한 전개와 의표를 찌르는 반전, 시대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통찰과 그 속에서 놓지 않는 유머까지, 흥미로운 소설이 갖춰야 할 조건을 고루 겸비했다. 인생의 행로를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우연의 음악', 개인과 사회가 끝내 지니고 있는 '상처라고 느낀 적이 없었던 흉터', 이어지는 절망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찰나의 행복에 대해 오래 생각해 보게 되는 작품이다. - 소설 MD 권벼리
이 책의 첫 문장
나는 그 문단을 두 번 더 읽었다.

책 속에서
"역사학은 지형, 정치, 사회, 경제, 이론 등의 힘을 관찰하는 분야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의 상처를 연구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셰익스피어가 말하길 '우리는 상처라고 느낀 적이 없었던 흉터를 가지고 살아간다.'라고 했습니다. 상처가 우리를 규정합니다. 상처는 미국 전체에 남아 있습니다. 자, 각자 여러분의 삶을 돌아보고 나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인간의 운명을 가장 잘 함축하고 있는 말은 바로 상처입니다."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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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X안자이 미즈마루 에세이"
장수 고양이의 비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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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가 1995년 11월부터 일 년 한 달 동안 「주간 아사히」에 연재했던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하루키 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안자이 미즈마루의 삽화가 더해져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1998년 <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동문선)라는 제목으로 국내 처음 소개되었고, 2007년 <비밀의 숲>(문학사상사)을 거쳐 문학동네 에세이 걸작선 <장수 고양이의 비밀>로 다시 출간되었다.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독자들 곁에 남아 있는 이 책에는 <양을 쫓는 모험>을 출간한 뒤 집을 지을 생각으로 한 대형 도시은행에 대출받으러 갔다가 매정하게 거절당한 일을 시작으로, 학교 체벌 문제, 무초밥 벨트로 운영되는 이상한 회전초밥집, 탈모 문제, 고객 불만 편지 쓰는 법, 그리고 하루키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달리기와 맥주, 고양이 '뮤즈'에 관한 이야기까지, 하루키식 유머와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에세이들로 가득 차 있다. - 에세이 MD 송진경
이 책의 첫 문장
'오랜만입니다'라지만 미즈마루 씨와 함께 『주간 아사히』에 「주간 무라카미 아사히도」라는 칼럼을 연재한 지 벌써 이럭저럭 십 년도 지났다.

작가의 후기
이 책은 개인적으로 작년 여름 세상을 떠난 우리 집 장수 고양이 뮤즈의 영혼에 바치고 싶습니다. 책에 실린 글을 쓰고 몇 달 뒤, 뮤즈는 고요히 숨을 거두었습니다. 생후 육 개월의 뮤즈가 기묘한 인연으로 고쿠분지의 우리 집에 왔을 때 저는 아직 스물여섯 살이었습니다. 그때는 내가 언젠가 소설가가 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지평선 위로 조금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 뒤로 뮤즈는 거의 항상 제 곁에 있으면서, 기구하다면 기구한-닥치는 대로라면 닥치는 대로인-저의 좌충우돌 인생을 시큰둥한 곁눈질로 쿨하게 지켜봤습니다. 뮤즈가 그러면서 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지는 상상도 안 됩니다. 고양이의 마음은 정말이지 모를 일이지요.
어쨌거나 무슨 일이든 불평 한마디 없이, 잇따른 이사도 터프하게 버텨준 이 신비롭고 현명한 암고양이에게 소박한 마지막 인사를 건넵니다.
뮤즈의 영혼이여, 평안히 잠드소서. 나는 아직 좀 더 애써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