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의 구두들을 남에게 줘 버릴 수가 없었다. 존이 돌아오면 구두가 필요할 테니까.”어떤 문장은 한번 읽은 후에 내 몸의 어딘가에 새겨진다. 남편 그레고리 던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후 조앤 디디온은 일 년 내내 남편이 돌아올 수도 있다는 비합리적인 상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상실감과의 사투를 벌인다. 그렇게 마술 혹은 주술적 사고의 한 해를 보낸 후 칼날 같은 정신과 초연하고 감각적인 문체로 자신의 생을 통과하며 포착한 진실을 기록한다. <상실>은 애도에 관한 현대의 고전으로 이 시대 조앤 디디온이라는 수식어가 왜 여성 에세이스트들에게 최고의 찬사가 될 수 밖에 없는지 이해하게 한다.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 다큐멘터리 <조앤 디디온의 초상>(2017)도 추천한다. 그녀의 눈빛 속에서 우리는 왜 살아야 하고 나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