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밤을 추천하는 이유
늘 번역 중인 책이 머리 한켠에 자리 잡아 독서에 몰입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그 책을 잊게 해주는 책을 만날 때면 어찌나 감사한지. 『밝은 밤』이 그런 책이었다. 주인공 지연이 소원했던 할머니를 만나면서 시작된 이야기는 백정의 딸로 태어나 온갖 설움을 겪은 증조할머니의 삶으로 이어지며 웅장해진다. 읽는 동안 가슴에 만주벌판 같은 게 펼쳐지고 나는 숨 가쁘게 달렸다. 담담한 문체로 전하는 여성 4대의 이야기에 눈물을 펑펑. 역사가 되었다고 생각했던 상처가 여전히 아물지 않았던 것이다. 주체할 수 없는 여운을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