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의 없음을 추천하는 이유
2000년 가을 대구 시내 한 도서관 서고를 걷다 제목이 끌려서 뽑은 책이 배수아의 『심야통신』이었다. 중학교 3학년이었고 학교와 집이 있는 동네를 벗어나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늘 골목을 돌면 무언가가 알 수 없는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거야 라고 강렬하게 믿고 있었다. 가끔은 그때 처음 읽은 배수아에서 많은 것들이 시작된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2000년 이후의 배수아 소설 중에서 한 권을 꼽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일단은 『올빼미의 없음』을 꼽겠다. 배수아를 읽고나면 한동안 소설 속 목소리처럼 말하는 누군가가 나와 함께 하고 걸을 때 그 목소리는 더욱 선명해진다. 그러니 걸어라 라고 말하는 소설이 포함된 이 소설집을 우선 꼽아본다.